"네 월급 내가 준다"…경비원 폭행한 80대 입주민, 검찰 송치되자 "나 치매" 주장
[파이낸셜뉴스] 아파트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한 70대 경비원이 경찰 조사를 앞두고 또다시 가해 입주민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1일 JTBC '사건반장'에는 경기도에서 10년 넘게 경비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는 70대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3년 전부터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 노동자로 근무 중인 A씨는 "이 아파트는 1년에 한 번씩 경비원들의 담당 동이 바뀐다"며 "지난 5월부터 현재의 동을 담당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옮긴 지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오전 조회를 마치고 주변 청소를 한 뒤 경비실에 들어온 A씨는 깜짝 놀랐다. 80대 남성 입주민 B씨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A씨는 "B씨가 청소도 안 하고 경비실 비워놓고 어딜 갔느냐며 욕설을 하더라. 순찰하느라 잠깐 자리를 비운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어디서 말대꾸하느냐'라며 욕설을 했다"며 "귀퉁이에 조그만 낙엽을 가리키면서 '저거 안 치웠잖아'라고 트집을 잡더라"고 토로했다.
B씨는 인격을 모독하는 말을 쏟아내며 "네 월급, 내가 주는 것"이라며 경비 노동자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B씨는 A씨의 얼굴과 가슴을 밀쳤고, 이에 A씨는 바닥으로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쳐 뇌진탕 진단까지 받았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당시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오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난데없이 폭언에 폭행까지 당한 A씨는 억울한 마음에 '이래도 됩니까? 주민이 경비원을 폭행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아파트 단지에 붙였다.
해당 글에는 "경비원도 사람이다. 인권이 있고 인격이 있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 "정의가 살아있고 양심이 숨 쉬는 사회가 되도록 최하위 말단 근로자 경비원의 호소를 들어달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해당 글을 붙인 뒤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폭행 사건이 화제가 됐고, A씨를 돕자는 의견이 모이면서 주민들이 직접 탄원서까지 써줬다.
폭행 사건 약 일주일 후 분리수거장에서 일하고 있던 A씨에게 B씨가 찾아왔다. B씨는 사과를 하러 찾아왔다고 하면서 "내가 사과하면 받아야지, 눈 똑바로 봐"라고 소리치며 A씨의 가슴을 밀쳤다고 한다.
A씨는 "억압적으로 조폭도 아니고 이게 사과하는 태도냐"라면서 "여기서 2년간 근무했던 4명 모두가 (B씨에게) 욕설과 폭언을 들었다고 한다.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서 관리실에 찾아가 '저 경비원 잘라버려라'라고 했다더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입주민이 경비원을 인격체가 아니라 자기 스트레스를 푸는 도구로 여기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일을 겪고도 A씨는 계속 출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주위에서 동료들이 '머리를 다쳤으니 휴식도 할 겸 좀 누워있어'라고 말하지만 내가 누워있으면 우리 집사람이 알고, 애들도 알지 않느냐. (폭행당한걸) 이야기하게 되면 얼마나 가슴 아프게 생각하겠느냐. 그래서 제가 아내에게 이야기를 지금까지 안 했다"고 토로했다.
또 A씨는 오는 12월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이번 일로 혹시 계약 연장에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해당 사건은 단순 폭행으로 검찰에 송치됐으나, 가해 입주민인 B씨는 "치매를 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비슷한 일을 겪고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경비원들이 많을 것"이라며 "갑질과 폭행을 당하고도 제대로 보호받기 어려운 경비원들의 현실을 알리고 싶어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김수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