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노지'는 지붕 따위로 덮거나 가리지 않는 땅을 말합니다. 캠핑에서는 정돈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땅, 데크나 파쇄석 등으로 단장하지 않은 땅을 노지라고 합니다.
■박지
'정박지'의 줄임말 입니다. 장소나 바닥의 종류와 상관없이 텐트를 치고 묵을 장소를 '박지'라고 합니다. 백패킹으로 묵을 장소는 '비박지'라고 합니다.
■비박
등산 중 노지에서 텐트 없이 자는 행위입니다. 암벽 사이나 나무 아래에서 자기도 하지만 침실 용도의 텐트를 사용하지 않고 야전 침대나 의자에서 자는 행위도 포함합니다.
■비탐로
'비법정 탐방로'의 줄임말입니다. 정해진 길 외에 비탐로를 활용하거나 새롭게 만드는 것은 자연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엄격하게 금지합니다.
■텐풍
'텐트 풍경'의 줄임말입니다. 텐트를 친 후 주변 경관과 텐트가 함께 보이도록 찍은 사진을 텐풍이라고 합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간월재는 신불산과 간월산이 만나 이루는 능선 위의 평원으로 해발 900m에 있습니다. 굴업도가 한국의 갈라파고스라면 간월재는 '영남 알프스'로 불립니다. 능선에 군락 하는 억새의 풍경이 스위스의 평원처럼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여름에는 청보리처럼 새파란 억새가 가을이 되면 색을 덜어내고 오트밀 빛깔로 변합니다. 울긋불긋 제 옷을 뽐내는 단풍 사이로 처연하게 일렁이는 억새의 물결은 단풍과 다른 아름다움을 자아냅니다.
간월재를 오르는 등산로는 다양하나 '사슴농장코스'라 불리는 코스의 난도가 가장 낮습니다. 해당 코스는 편도 6km 정도의 거리로 왕복 3시간 소요됩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의 배내2공영주차장에서 시작하며 자전거, 유모차도 다닐 수 있는 포장 도로가 간월재까지 이어집니다. 간월재 정상에는 휴게소가 있어 트레킹 코스로도 인기가 좋습니다.
아름다운 풍광 덕에 간월재는 '백패킹 성지'로 꼽혔고 심지어는 고급(?) 박지로도 꼽혔습니다. 정상에 데크가 설치되어 땅에서 올라오는 한기와 흙바람을 차단할 수 있는 데다 정상에 화장실과 휴게소까지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산불 위험과 등산객의 민원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어 지자체에서 엄격하게 관리, 현재 간월재 일대에서의 백패킹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대신 지난해 12월 울주군에서 간월재대피소를 준공해 '백패킹 양성화'를 위해 다양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양도는 제주도 동북쪽의 우도에 딸려있는 아주 작은 섬입니다. 일출로 유명한 성산일출봉보다 더 동쪽에 있으니 제주도에서 일출을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의 두문포항에서 우도의 하우목동포구로, 혹은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의 성산포항에서 우도 천진항으로 배를 탄 후 비양도까지는 연도교를 통해 차량이나 도보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비양도의 크기는 8800여 평, 그러니까 2만9000여㎡에 불과하고 흔한 오름이나 언덕도 없이 평평하고 납작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몇 채의 건물과 조성한 길을 제외하고는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억센 풀이 섬을 뒤덮고 있습니다. 작고 소중한 섬에 가만히 서있노라면 곧 바다에 잠기기라도 할듯 찰박이는 파도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들리고, 이에 질세라 바닷물에 부서지며 뛰어드는 햇살에 눈이 부십니다. 마치 어린왕자의 소행성을 만난 듯 신비로운 감상속에 사로잡힙니다.
밤이 되면 두 사람이 겨우 누울만 한 작은 크기의 텐트에 조명이 켜집니다. 알록달록, 별 같기도 하고 수평선에 보이는 오징어잡이 선박의 불빛 같기도 합니다. 여객선과 무역선도 숨을 죽여 지나는 밤, 파도 소리는 점점 커져갑니다.
비양도에는 백패커들이 자유롭게 텐트를 칠 수 있는 '연평리 야영지'가 있습니다. 전기 시설이 없으니 전열기구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화기 사용 또한 엄격하게 제한합니다. 대신 다른 백패킹 장소와 다르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맛집'이 있습니다. 비양도 유일의 식당이자 제주도 맛집으로 손꼽히는 비양도해녀의집입니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맑은 제주 바다에서 자란 건강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