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킹 알쓸신잡: 백패킹 성지부터 백패킹 텐트까지
백패킹 알쓸신잡: 백패킹 성지부터 백패킹 텐트까지

백패킹으로 누리는 완전한 고요, 완전한 자유

2022.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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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패킹 뜻과 백패킹의 매력

백팩 하나로 캠핑 준비 끝, 뚜벅이만 갈 수 있는 비경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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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패킹의 매력은 차나 자전거 등으로 접근할 수 없는 아주 깊은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것. ⓒKitera Dent on Unsplash
백패킹의 매력은 차나 자전거 등으로 접근할 수 없는 아주 깊은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것. ⓒKitera Dent on Unsplash

백패킹(Backpacking)은 영어로 '등짐' '배낭'을 뜻하며 캠핑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방에 짊어지고 떠나는 여행 방식을 말합니다.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야영인 오토캠핑(Auto camping)은 차에 장비를 넉넉하게 실을 수 있지만 크기가 한정적인 백팩만을 사용하니 장비를 꾸리는 데 제한이 따릅니다. 반대로 오직 백팩만을 짊어지고 떠나는 만큼 자동차로는 접근할 수 없는 오지, 신비로운 비경을 탐험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습니다.

백패킹을 떠나 도심에서 떨어진 자연에 덩그러니 누우면 그간 잊고 지내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키 작은 풀 사이로 바람이 지나면 풀들은 사각거리며 몸을 부빕니다. 한없이 가벼워 보이기만 하는 나뭇잎도 땅 위를 구를 때는 도르르 소리를 냅니다. 높이 하늘을 날으는 비행기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 심지어 꼬르륵거리는 뱃속의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리는 밤. 백패킹은 아무런 방해 없이 자연에 안겨 자연과 사람이 교감할 수 있는 순수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백패킹 가능한 산이 있다? 백패킹 관련 법령

공원지역은 야영 금지, 공원지역 아니더라도 화기 사용은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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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내린 설악산의 모습. 설악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 관리된다. 설악산 일대는 백패킹 금지 구역에 해당하지만 야영장과 대피소에서는 묵어갈 수 있다. ⓒ뉴시스
눈내린 설악산의 모습. 설악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 관리된다. 설악산 일대는 백패킹 금지 구역에 해당하지만 야영장과 대피소에서는 묵어갈 수 있다. ⓒ뉴시스

내장산 국립공원의 우화정. 내장산은 단풍 절경으로 유명한 국립공원이지만 역시나 백패킹과 오토캠핑 등 야영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할 수 있다. ⓒ정읍시/뉴스1, 2022.12.13
내장산 국립공원의 우화정. 내장산은 단풍 절경으로 유명한 국립공원이지만 역시나 백패킹과 오토캠핑 등 야영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할 수 있다. ⓒ정읍시/뉴스1, 2022.12.13

백패킹의 가장 큰 매력은 도심을 떠나 '자연인' 같은 하루를 보내는 것이지만, 장소에 따라 백패킹 행위 자체가 불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백패킹을 계획할 때 해당 장소가 어느 기관의 관리를 받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소에 따라 야외에서 묵는 '야영'은 가능하지만 화기 사용이 불법인 곳도 있고, 야영 자체가 금지된 곳도 있습니다.

①국립공원, 시립공원, 도립공원, 군립공원 등 '공원' 지역은 화기 사용은 물론이고 야영도 할 수 없습니다. 잘 알려진 지리산, 북한산, 한라산은 물론이고 계룡산, 속리산, 주왕산, 치악산 등 다양한 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습니다. 산뿐만 아니라 섬, 해변, 내륙 지역 중에서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 있습니다. 경주, 한려해상, 태안해안, 다도해해상 역시 국립공원에 속합니다.

②국립공원에도 백패킹이 가능한 구역이 있습니다. 국립공원 대피소, 야영장 등에서는 관리자의 감독하에 야영과 취사를 할 수 있습니다.

하천·삼림: 하천은 야영·취사 금지, 삼림은 야영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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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하천인 남한강. 봄이면 키 작은 꽃이 만발해 하천을 수놓는다. 백패킹 장소로 더할나위 없이 아름답지만 국가하천에서는 야영과 취사를 할 수 없다. ⓒ단양군청/뉴시스
국가하천인 남한강. 봄이면 키 작은 꽃이 만발해 하천을 수놓는다. 백패킹 장소로 더할나위 없이 아름답지만 국가하천에서는 야영과 취사를 할 수 없다. ⓒ단양군청/뉴시스

③공원지역이 아니더라도 하천법에 의거,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으로 지정된 구역과 관련 시설에서는 야영은 물론이고 취사도 할 수 없습니다. 한강은 물론이고 한강의 지류인 중랑천, 안양천은 국가하천으로 지정되어 관리 받습니다. 낙동강, 금강, 북한강, 섬강, 섬진강 등도 국가하천에 해당합니다.

④산림 역시 공원지역이 아니더라도 산림보호법에 의거하여 불을 피우는 취사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산림보호법에는 야영 금지에 관련한 문항이 없습니다. 불을 사용하지 않는 과일, 빵 등의 음식을 섭취하며 야영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산림이 개인 소유라면 산림 소유자가 금지할 수 있고 국유지라 할지라도 경우에 따라 지자체가 야영을 금지할 수 있습니다.

백패킹 용어, 백패킹 에티켓

박지, 텐풍? 알쏭달쏭 백패킹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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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노지'는 지붕 따위로 덮거나 가리지 않는 땅을 말합니다. 캠핑에서는 정돈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땅, 데크나 파쇄석 등으로 단장하지 않은 땅을 노지라고 합니다.

■박지
'정박지'의 줄임말 입니다. 장소나 바닥의 종류와 상관없이 텐트를 치고 묵을 장소를 '박지'라고 합니다. 백패킹으로 묵을 장소는 '비박지'라고 합니다.

■비박
등산 중 노지에서 텐트 없이 자는 행위입니다. 암벽 사이나 나무 아래에서 자기도 하지만 침실 용도의 텐트를 사용하지 않고 야전 침대나 의자에서 자는 행위도 포함합니다.

■비탐로
'비법정 탐방로'의 줄임말입니다. 정해진 길 외에 비탐로를 활용하거나 새롭게 만드는 것은 자연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엄격하게 금지합니다.

■텐풍
'텐트 풍경'의 줄임말입니다. 텐트를 친 후 주변 경관과 텐트가 함께 보이도록 찍은 사진을 텐풍이라고 합니다.

박지로 노지를 선정해 텐트를 설치한 모습. ⓒJoshua Sukoff on Unsplash
박지로 노지를 선정해 텐트를 설치한 모습. ⓒJoshua Sukoff on Unsplash

데이지 체인
빨래줄처럼 텐트에 수평으로 길게 걸어 사용하는 소품 걸이입니다. 넓적하고 평평한 끈 두 가닥을 덧대어 만듭니다. 두 끈이 맞닿은 사이의 빈틈에 소품을 걸 수 있습니다. 장비가 부족한 백패킹에서 데이지 체인은 활용도가 매우 높습니다. 여름철에는 젖은 빨래를 널고, 해가 일찍 지는 겨울에는 조명이나 렌턴을 걸어두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데크
영어로는 Deck, 땅 위에 납작한 널빤지를 깔아 만든 산책로나 평상 따위를 일컫습니다. 데크는 땅에서 올라오는 한기와 습기를 차단하고 비가 고이거나 흙먼지가 날리는 것으로부터 텐트와 사람을 보호해줍니다.

■베스티블
텐트에 덧대어 설치하는 출입구입니다. 비와 바람을 효과적으로 막아줍니다. 백패킹은 필연적으로 경량텐트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경량텐트는 대부분 두께가 얇아 바람과 추위에 취약합니다. 베스티블을 활용하면 한결 아늑한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팩
텐트나 타프, 베스티블 등을 바닥에 고정해주는 말뚝입니다.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부터 무거운 합금 소재의 팩까지 다양한 소재로 출시됩니다. 백패킹에는 가벼운 알루미늄 팩을 주로 활용합니다.

■타프
텐트 위나 옆에 치는 그늘막입니다. 햇빛과 비, 눈을 효과적으로 막아줍니다.


등산을 할 때는 정해진 등산로 외에 비법정 탐방로를 활용하거나 만들어서는 안된다. ⓒTim Foster on Unsplash
등산을 할 때는 정해진 등산로 외에 비법정 탐방로를 활용하거나 만들어서는 안된다. ⓒTim Foster on Unsplash

■이소 가스
길쭉한 원통 모양의 부탄 가스와 달리 키가 작고 둥글넓적한 모양이 특징인 휴대용 가스입니다. 부탄가스는 영하의 온도에서 불이 잘 붙지 않지만 이소가스는 비교적 어는 점이 낮아 쉽게 불을 붙일 수 있습니다.

■결로
온도에 차이가 생겨 물건의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 입니다. 캠핑에서는 한겨울 텐트 안팎의 온도가 다르거나, 밤에서 아침으로 이어지는 시간 급격하게 온도가 변할 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백패킹 제1원칙!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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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L&LNT의 법칙: 최소한의 장비로 즐기고 흔적은 깨끗하게

대부분의 백패커는 도심과 먼 자연에서 번잡한 도시의 소음 대신 고요한 침묵과 때때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를 듣기 위해 위해 백패킹을 떠납니다. 자연이 소중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불편하더라도 자연을 훼손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입니다. 그러나 몇몇 백패커는 편의를 최선으로 생각해 자연을 보존하는 것에 무관심하고 심지어는 자연을 훼손하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 때문에 유명세를 탄 백패킹 장소는 일회용품과 물티슈, 음식 포장지 등은 물론이고 대변이나 토사물로 지저분해지기 일쑤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의식 있는 백패커들 사이에서 텐트와 박지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 번져가고 있습니다. 백패커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슬로건도 있습니다. 바로 BPL, LNT! BPL은 BackPack Light의 약자로 최소한의 장비로 백팩을 꾸려 자연에 주는 영향을 줄이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LNT는 Leave No Trace의 약자입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떠난 자리도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듯 백패킹 후 철수한 자리에 단 하나의 쓰레기도 남기지 말자는 의지가 돋보입니다.


자연을 즐기고 돌아올 때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 작은 쓰레기라도 하천과 토양을 오염케하고 주변 경관을 망친다. ⓒColin Moldenhauer on Unsplash
자연을 즐기고 돌아올 때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 작은 쓰레기라도 하천과 토양을 오염케하고 주변 경관을 망친다. ⓒColin Moldenhauer on Unsplash

백패킹에서 대변 처리는 어떻게? 응고제 처리해 하산 후 폐기

백패킹의 '복병'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대변입니다. 백패커들은 화장실이 없는 오지로 비박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 대변을 처리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한때는 삽으로 땅을 판 뒤 대변을 보고 흙으로 덮는 방법이 권장되기도 했지만 해당 방법을 준수하는 백패커가 드물기도 하거니와, 백패킹 인구가 늘어나 더 이상 자연 친화적인 방식으로는 대변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출발 전에 장을 비우고 음식을 적당하게 섭취해 하산할 때까지 생리 현상을 지연 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아 급하게 용무를 봐야 할 경우에는 대변 봉투 사용을 권장합니다. 대변 봉투에 대변을 담은 후 응고제를 활용하면 대변이 딱딱하게 굳어 다음날 까지 무리 없이 대변을 소지할 수 있습니다. 응고한 대변은 철수 후 화장실에서 폐기합니다. 소변은 흙을 판 후 용변을 보고 다시 흙을 덮어도 무방합니다.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 귓가를 간질이는 갈대 흔들리는 소리, 아침이 오면 얼었던 땅이 녹으며 풍기는 쿰쿰한 흙 냄새까지. 백패킹에서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모든 것들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이 귀한 경험을 오래 하고 싶다면, 자연을 먼저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백패킹 텐트, 배낭 고르는 법

백패킹에서 제일 중요한 배낭, 몸 보호하고 장비 쉽게 옮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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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팩은 내 체격과 여행 일정을 고려해 고른다. 어깨를 짓누르거나 가슴과 골반에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없는 백팩은 여행 초반부터 여행을 방해해 체력까지 고갈하게 만들 수 있다. ⓒengin akyurt on Unsplash
백팩은 내 체격과 여행 일정을 고려해 고른다. 어깨를 짓누르거나 가슴과 골반에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없는 백팩은 여행 초반부터 여행을 방해해 체력까지 고갈하게 만들 수 있다. ⓒengin akyurt on Unsplash

백패킹(Backpacking)에서 백팩(backpack)은 백패킹 Big3 장비로 꼽히는 백팩, 텐트, 침낭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장비에 속합니다. 종일 분신처럼 함께하는 장비이기 때문입니다. 백패킹용 백팩을 고를 때는 '일정에 필요한 물건을 담을 수 있는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착용할 수 있는가'를 고려해야 합니다.

배낭은 리터(L)로 용량을 표기하는데, 1박이라면 50리터 이하, 2박이라면 50리터 이상을 추천합니다. 백패킹의 특성상 옷을 자주 갈아입거나 끼니때마다 새로운 그릇을 내놓을 일은 없지만 날씨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옷과 머무는 동안의 식자재를 전부 챙겨야 하니 머무르는 날짜가 길수록 배낭의 용량도 큰 것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겨울이라면 1박이라도 60L 이상의 백팩을 사용할 것을 권합니다. 겨울용 텐트와 침낭, 핫팩과 보온병 등 겨울에는 다른 계절에 비해 해 장비의 부피가 크고 챙겨야 할 장비도 많습니다.

배낭의 크기와 용량을 골랐다면 이제 '얼마나 안정적인가'를 검토할 차례입니다. 경량 배낭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지만 경량 배낭은 배낭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아래로 축 늘어질 수 있습니다. 철제 프레임을 덜어내고 가볍고 얇은 기능성 원단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1박 이하의 여행이라면 경량 배낭으로도 더없이 좋지만 2박 이상이나 동계 백패킹을 떠날 때, 혹은 백패킹에 입문하는 중이라면 금속 프레임이 가방을 안정적으로 지지해주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배낭 어깨끈과 등 부분에 어깨가 짓눌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도톰한 쿠션이 들어있는지, 백팩을 가슴과 골반에 고정할 수 있는 후크와 띠 역시 가슴과 골반에 마찰로 인한 상처를 만들지 않을 정도로 도톰하고 탄탄한지 확인해주세요.

계절 고려해 텐트 원단 골라야, 동계용 텐트는 반드시 따로 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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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를 고르는 데에 정답은 없다. 쾌청한 가을에도 겨울처럼 추위를 느끼는 사람이 있듯 사람마다 날씨에 대해 느끼는 바가 다르고, 내구성·디자인·편의성 등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Patrick Hendry on Unsplash
텐트를 고르는 데에 정답은 없다. 쾌청한 가을에도 겨울처럼 추위를 느끼는 사람이 있듯 사람마다 날씨에 대해 느끼는 바가 다르고, 내구성·디자인·편의성 등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Patrick Hendry on Unsplash

텐트는 '원단으로 만든 집'과 같습니다. 제아무리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특수 원단이라 할지라도 바깥 날씨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백패킹을 떠나고자 한다면 해당 계절과 날씨에 어울리는 전용 텐트를 준비할 것을 권장합니다. 엄밀히 말해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는 텐트는 있지만 사계절 내내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텐트는 없습니다. 다만 사람마다 추위와 더위를 느끼는 기준이 다르고, 물건을 구매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기에 정답은 없습니다.

텐트를 장만할 때는 여행 계절을 먼저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름이라면 효과적으로 자외선을 차단하고 방수가 훌륭하며 통풍이 잘 되는 원단이 적합합니다. 겨울에는 외부 공기를 안정적으로 차단하고 강풍에 잘 버티며 베스티블(출입구)이나 플라이(지붕) 등 외부 공기 유입을 막아 줄 별도의 공간이 있는 텐트를 골라야 합니다. 겨울에는 텐트 내외부의 온도 차이로 결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원단 두 겹을 활용한 한 더블월 텐트를 활용하면 결로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온도차가 심한 야외 특성상 결로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백패킹 성지 어디? 굴업도 백패킹부터 비양도 백패킹까지

한국의 갈라파고스, 인천 굴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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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업도 개머리언덕. 수평선 위로 정오의 해가 쏟아진다. ⓒ파이낸셜뉴스
굴업도 개머리언덕. 수평선 위로 정오의 해가 쏟아진다. ⓒ파이낸셜뉴스

개머리 언덕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슴 무리. 간혹 텐트 근처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파이낸셜뉴스
개머리 언덕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슴 무리. 간혹 텐트 근처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파이낸셜뉴스

굴업도는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90km 해상에 있는 면적 1.71㎢의 아주 작은 섬입니다. 여의도 면적이 2.9㎢이니 여의도 크기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100여 개의 섬으로만 이루어진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속하며, 육지에서 바로 갈 수 있는 항로가 없어 인천항에서 덕적도로 한 번, 덕적도에서 다시 한번 배를 타야 다다를 수 있습니다.

꼭꼭 숨겨둔 비원처럼 먼 길을 돌아 도착한 덕적도는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활처럼 휘어진 좁다란 모래 해변과 불뚝 솟은 암석, 절벽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는 강인한 생명력의 꽃과 나무를 보자면 굴업도를 왜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 부르는지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굴업도 선착장에서 북동쪽의 목기미 해변을 뒤로하고 서쪽으로 펼쳐진 시멘트 길을 따라 낮은 언덕을 넘어서면 주민 30여 명이 거주하는 아기자기한 마을이 보입니다. 섬의 남쪽, 굴업도해변으로 이동해 서쪽에 우뚝 솟은 개머리언덕이 보인다면 백패킹을 위한 '박지'에 거의 도착한 것과 같습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수직으로 깎아지른 듯한 언덕의 초입을 넘어 오르막의 끝에 올라서면 황홀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수평선에서 불어온 바닷바람이 얼굴을 휘감을 때, 언덕을 뒤덮은 수크렁이 비단같이 반짝이며 일렁이고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사슴과 눈이 마주칠 때 자연보다 경이로운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개머리언덕을 포함한 굴업도 토지의 대부분은 기업 CJ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사유지이며 엄밀하게는 백패킹을 금지합니다. 따라서 여행자들은 개머리언덕에 올라 경관을 감상한 후 다시 내려오거나 하루 묵더라도 화기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용변 역시 별도로 처리해 하산할 때 소지합니다. 또 현지 주민의 대부분이 여행자에게 숙소와 식사를 합리적인 값에 제공하고 있으니 로컬 식사와 숙소를 즐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굴업도 현지 가정에서 제공하는 식사. 굴업도에서 난 제철 식재료들로 차렸다. ⓒ파이낸셜뉴스
굴업도 현지 가정에서 제공하는 식사. 굴업도에서 난 제철 식재료들로 차렸다. ⓒ파이낸셜뉴스

경남 알프스, 울산 간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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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울주군의 간월재는 신불산과 간월산이 만나 이루는 능선 위의 평원으로 해발 900m에 있습니다. 굴업도가 한국의 갈라파고스라면 간월재는 '영남 알프스'로 불립니다. 능선에 군락 하는 억새의 풍경이 스위스의 평원처럼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여름에는 청보리처럼 새파란 억새가 가을이 되면 색을 덜어내고 오트밀 빛깔로 변합니다. 울긋불긋 제 옷을 뽐내는 단풍 사이로 처연하게 일렁이는 억새의 물결은 단풍과 다른 아름다움을 자아냅니다.

간월재를 오르는 등산로는 다양하나 '사슴농장코스'라 불리는 코스의 난도가 가장 낮습니다. 해당 코스는 편도 6km 정도의 거리로 왕복 3시간 소요됩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의 배내2공영주차장에서 시작하며 자전거, 유모차도 다닐 수 있는 포장 도로가 간월재까지 이어집니다. 간월재 정상에는 휴게소가 있어 트레킹 코스로도 인기가 좋습니다.

아름다운 풍광 덕에 간월재는 '백패킹 성지'로 꼽혔고 심지어는 고급(?) 박지로도 꼽혔습니다. 정상에 데크가 설치되어 땅에서 올라오는 한기와 흙바람을 차단할 수 있는 데다 정상에 화장실과 휴게소까지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산불 위험과 등산객의 민원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어 지자체에서 엄격하게 관리, 현재 간월재 일대에서의 백패킹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대신 지난해 12월 울주군에서 간월재대피소를 준공해 '백패킹 양성화'를 위해 다양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타는 황혼, 관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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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도의 관리도캠핑장에 텐트를 친 모습. 배를 타고 들어와야 하는 특성상 크기가 큰 오토캠핑용 텐트보다는 백패킹 텐트를 주로 피칭한다. ⓒ파이낸셜뉴스
관리도의 관리도캠핑장에 텐트를 친 모습. 배를 타고 들어와야 하는 특성상 크기가 큰 오토캠핑용 텐트보다는 백패킹 텐트를 주로 피칭한다. ⓒ파이낸셜뉴스

관리도캠핑장에서 바라보는 일몰. 텐트 안에 앉아도 바다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파이낸셜뉴스
관리도캠핑장에서 바라보는 일몰. 텐트 안에 앉아도 바다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파이낸셜뉴스

전라남도 군산, 새만금방조제를 달리다 새만금 방조제와 다리로 이어진 섬 신시도로 접어듭니다. 신시도에서 도로를 타고 무녀도, 선유도를 지나 장자도에 다다릅니다. 장자도 한쪽의 작은 선착장에서 역시나 작은 여객선을 타면 서해 바다 끝자락에 걸려있는 관리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여객선을 놓쳤다면 관리도나 장자도의 어민을 통해 '사선'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바다를 세차게 바르는 고속정 위에서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여유와 낭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관리도는 우리나라 같은 위도의 섬 중 최서단에 있는 섬입니다. 예로부터 내륙으로 침입하고자 하는 적을 막기 위해 있는 듯하여 이름 붙여진 만물상 바위, 절벽에 나 있는 기이한 동굴 천공굴까지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키가 큰 해송은 빽빽하게 섬을 채우고 있습니다.

관리도의 백미는 서해의 여느 해변이 그렇듯 '일몰'로 꼽힙니다. 하지만 관리도의 일몰이 남다른 이유는 보기 드문 서해의 망망대해를 눈 앞에 두고 깎아지른 벼랑 끝에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바다 위에 서있는 듯 가까이에서 보이는 일몰은 지글거리며 바다를 적시고 이내 바닷속으로 사라집니다.

관리도에서는 '관리도 캠핑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오지, 노지를 사랑하는 백패커라 할지라도 관리도에서는 대부분 캠핑장에서 묵어갑니다. 캠핑장의 위치가 절벽 사이에 있고 소규모로 운영하는 덕에, 조용한 분위기에서 순도 높은 자연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리도캠핑장을 마주하고 점차 떨어지는 해. 해가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바다는 붉게 물든다. ⓒ파이낸셜뉴스
관리도캠핑장을 마주하고 점차 떨어지는 해. 해가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바다는 붉게 물든다. ⓒ파이낸셜뉴스






섬 속의 섬, 비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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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도는 제주도 동북쪽의 우도에 딸려있는 아주 작은 섬입니다. 일출로 유명한 성산일출봉보다 더 동쪽에 있으니 제주도에서 일출을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의 두문포항에서 우도의 하우목동포구로, 혹은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의 성산포항에서 우도 천진항으로 배를 탄 후 비양도까지는 연도교를 통해 차량이나 도보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비양도의 크기는 8800여 평, 그러니까 2만9000여㎡에 불과하고 흔한 오름이나 언덕도 없이 평평하고 납작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몇 채의 건물과 조성한 길을 제외하고는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억센 풀이 섬을 뒤덮고 있습니다. 작고 소중한 섬에 가만히 서있노라면 곧 바다에 잠기기라도 할듯 찰박이는 파도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들리고, 이에 질세라 바닷물에 부서지며 뛰어드는 햇살에 눈이 부십니다. 마치 어린왕자의 소행성을 만난 듯 신비로운 감상속에 사로잡힙니다.

밤이 되면 두 사람이 겨우 누울만 한 작은 크기의 텐트에 조명이 켜집니다. 알록달록, 별 같기도 하고 수평선에 보이는 오징어잡이 선박의 불빛 같기도 합니다. 여객선과 무역선도 숨을 죽여 지나는 밤, 파도 소리는 점점 커져갑니다.

비양도에는 백패커들이 자유롭게 텐트를 칠 수 있는 '연평리 야영지'가 있습니다. 전기 시설이 없으니 전열기구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화기 사용 또한 엄격하게 제한합니다. 대신 다른 백패킹 장소와 다르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맛집'이 있습니다. 비양도 유일의 식당이자 제주도 맛집으로 손꼽히는 비양도해녀의집입니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맑은 제주 바다에서 자란 건강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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