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은 올해 9월 간장순살·레드순살 등 주요 순살 메뉴의 조리 전 중량을 700g에서 500g으로 줄였습니다. 줄어든 비율은 약 30% 수준이지만, 메뉴 가격은 그대로 유지돼 '꼼수 인상'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사용 부위도 기존 다리살 100%에서 안심살 혼합 방식으로 바뀌어 원가를 낮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또래오래 역시 닭고기 규격을 11호에서 10호로 낮춰 약 100g의 중량을 줄였지만 가격은 조정하지 않아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이 같은 사례들이 공개되면서 "같은 한 마리인데 실질 양이 다르다"는 소비자 불만이 급격히 커진 상황입니다.
송종화 교촌F&B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10.14/뉴스1
교촌치킨의 용량 축소 논란은 국정감사장까지 이어졌습니다. 송종화 교촌F&B 대표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순살 메뉴 중량을 줄인 사실을 충분히 알렸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송 대표는 "홈페이지를 통해 고지했지만,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리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고 답하며 사실상 소통 부족을 시인했습니다. 온라인 공지에 그친 채 매장 내 안내나 배달앱 화면에서 중량 변화를 직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국감 이후 "업계 자율에 맡길 단계는 지났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설 명분이 확보됐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2/뉴스1
정부가 문제 삼은 슈링크플레이션은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제품의 양을 줄이는 방식의 숨은 가격 인상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이런 용량 꼼수가 소비자를 기만할 뿐 아니라 민생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전년보다 가격 대비 용량이 줄어든 제품이 수십 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가공식품은 용량이 20% 이상 줄어든 사례도 적발돼, 소비자가 체감하는 인상 폭이 단순 가격 상승보다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러한 흐름이 외식업으로 확산되면, 소비자는 같은 가격을 내고도 계속해서 더 적은 양을 받게 되는 구조에 놓이게 됩니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민생회복과 소비자 주권 확립"이라는 이름으로 묶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소비자물가 지수에는 개별 품목의 용량 변화가 정교하게 반영되지 않아, 가격이 그대로면 통계상 물가는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 장바구니에서는 용량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체감물가는 통계보다 더 빠르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정부는 식품분야 용량꼼수 대응방안 발표 자료에서 "가격 변동 없이 중량만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은 통계에 포착되지 않는 만큼 체감물가 상승을 더욱 가중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이번 조치는 단순한 업계 규제가 아니라, 통계와 체감의 괴리를 줄이기 위한 물가 정책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12.02/뉴시스
정부는 우선 치킨 프랜차이즈 10개 본부와 이들 소속 가맹점을 대상으로 중량 표시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대상은 BHC, BBQ치킨, 교촌치킨, 처갓집양념치킨, 굽네치킨, 페리카나, 네네치킨, 멕시카나치킨, 지코바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등 10대 브랜드입니다. 전국적으로 약 1만2560개 가맹점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들 매장은 이달 15일부터 메뉴판과 배달앱 화면에 가격과 함께 '조리 전 총 중량'을 반드시 표시해야 합니다. 정부는 우선 외식업 중 프랜차이즈 비중이 높고 소비자 이용 빈도가 높은 치킨 업종부터 규제를 적용한 뒤, 향후 다른 외식 품목으로도 확대 여부를 검토할 방침입니다.
중량 표시는 기본적으로 그램(g) 단위를 원칙으로 하되, 한 마리 단위로 거래되는 특성을 고려해 호(號) 단위 병기도 허용합니다. 예를 들어 '10호(951~1050g)'처럼 닭 크기에 따른 범위를 함께 제시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는 생닭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체별 편차를 어느 정도 감안하되, 최소한의 정보 제공은 보장하겠다는 절충안으로 볼 수 있습니다. 표시 의무는 매장 내 메뉴판뿐 아니라 온라인 주문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소비자는 배달앱에서 브랜드·가격뿐 아니라 중량까지 한 번에 비교할 수 있어, "같은 돈을 내고 어느 매장이 더 많이 주는지"를 상대적으로 평가하기 쉬워집니다.
치킨 전문점의 메뉴 가격은 그대로 두고 무게를 줄이는 꼼수 인상 '슈링크플레이션' 견제를 위해 중량 표시 제도가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2일 서울 시내 한 치킨집. 이날 정부는 치킨 전문점이 메뉴판에 가격과 함께 닭고기의 조리 전 총중량을 반드시 명시하도록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식품분야 용량꼼수 대응방안'(이하 대응방안)을 합동으로 발표했다. 2025.12.2/연합뉴스
중량 표시제가 안착하면 소비자는 가격뿐 아니라 '가격 대비 중량'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치킨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같은 브랜드, 같은 메뉴라도 지점별 중량이 다르면 소비자 선택이 바뀌면서 자연스러운 압박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브랜드 간·매장 간 중량 편차를 줄이고, 업계 전반의 슈링크플레이션 시도를 사전에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중량 정보가 공개되면 언론·소비자단체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감시와 비교 분석을 수행하기 쉬워집니다. 결국 "얼마나 올랐나"를 넘어 "얼마나 줄었나"까지 확인하는 소비자 감시 체계가 강화되는 셈입니다.
업계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부작용을 우려합니다. 특히 순살 메뉴처럼 특정 부위만 사용하는 부분육 시장은 중량 규제가 도입되면 수요가 한쪽 부위로 쏠리면서 원재료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국내 치킨전문점 가운데 프랜차이즈 가맹점 비중은 약 75%로, 한 번 규제가 시작되면 가격 인상이나 메뉴 조정이 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부는 자영업자 부담을 고려해 내년 6월 말까지는 위반 시 영업정지 같은 제재 없이 올바른 표시 방법을 안내하는 계도 기간을 운영합니다. 계도 기간 이후에도 반복 위반이 적발되면 시정 명령과 영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