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기억력·언어능력·판단력 같은 신경 인지 기능이 저하돼 일상생활에 장애가 초래된 상태를 말합니다. 주로 65세 이후에 발병하지만 50대 이하 등 더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매 초기 증상은 흔히 단순 건망증과 혼동되지만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다. 건망증은 잊었던 내용을 떠올릴 수 있고 기억력만 저하될 뿐 다른 기능은 문제가 없지만, 치매는 기억을 잊은 사실조차 떠올리지 못하며 언어·계산 등 다른 인지 기능도 전반적으로 함께 저하돼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줍니다.
무엇보다 건망증은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회복 가능성이 있지만, 치매는 뇌 신경세포의 영구적 손상과 퇴행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치매로 인해 상실한 기능은 다시 회복되지 않습니다.
치매의 가장 흔한 유형은 △알츠하이머 치매로 전체의 약 71%를 차지하는데요. 뇌세포가 손상되면서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이 줄어 기억력, 언어 능력, 판단력이 점차 상실됩니다.
그다음으로 많은 유형은 △혈관성 치매(17%)입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병, 비만 같은 기저질환이나 과도한 흡연·음주 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뇌에 '루이소체'라는 이상 단백질이 쌓여 발생하는 △루이소체 치매는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입니다. 파킨슨병 치매와 병리적으로 비슷하지만, 루이소체 치매는 인지 저하와 운동 증상이 동시에 또는 1년 이내에 나타나는 반면, 파킨슨병 치매는 운동 기능 저하와 근육 경직 등 신체 증상이 먼저 나타난 뒤 수년 후 인지 기능이 악화되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밖에 전두엽과 측두엽이 먼저 망가지는 △전두·측두엽 치매와 과음으로 뇌 손상이 반복돼 발생하는 △알콜성 치매, 매독균이 중추신경계를 침범해 나타나는 △매독 치매 등이 있습니다.
대화 중 ①가족이나 친구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면 치매 초기 증상일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이것' '저것' 같은 대명사를 자주 사용하는 특징도 나타납니다.
②자주 다니던 길을 헷갈리거나 방향감각을 잃는 것도 치매의 초기 증상 중 하나입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나 동네에서 길을 잃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지 몰라 헤메는 경우 치매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오전인지 오후인지, 무슨 계절인지를 빨리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등 ③시간의 흐름에 대한 인식이 흐려지는 것도 치매 의심 신호입니다.
④간단한 계산이 어려워지거나 익숙한 일을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물건값 계산이나 현금 인출기의 사용법이 낯설어지거나, 자주 하던 음식의 레시피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여기에 속합니다.
평소보다 ⑤말과 행동이 느려지고, 멍하게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도 특징이다. 낮잠 자는 시간이 늘어도 치매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온화했던 사람이 별 것 아닌 일에 쉽게 화를 내는 등 ⑥급격한 성격과 행동의 변화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매주 등산을 가거나 골프를 치던 사람이 귀찮아하며 피하는 등 평소 즐겨하던 취미 활동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는 경우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처럼 인지 기능의 저하나 성격·행동의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치매의 종류에 따라 ⑦망상 현상이 선행될 수도 있습니다.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는 기억력 장애 없이도 "누가 내 물건을 훔쳐갔다"거나 "이 집은 내가 살던 집이 아니다"와 같은 말을 반복 하는 등 망상 증상부터 먼저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치매의 원인이 인간의 노화나 유전적 위험 때문에 발병한다고 알고 있지만, 최신 의학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생활 습관이 치매 발병률이 최대 60%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작성된 란셋 치매 위원회의 보고서는 치매 환자의 약 45%는 환경적 위험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생활 습관의 개선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①하루 50분 고강도로 걷기는 뇌 속 치매 독성 물질 축적을 줄입니다. 서울대병원과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연구팀은 치매가 없는 노인 151명을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고강도·장시간 걷기'를 실천한 경우 치매 독성 물질인 아밀로이드 축적이 크게 줄었습니다. 다만 단순한 가벼운 산책으로는 효과가 미미했다는 점에서, 대화하기 힘들 정도의 빠른 걸음으로 하루 50분 이상 걷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②사회적 활동을 늘리는 것이 치매 예방에 유리합니다. 미국 노인협회 저널에 실린 미국 건강 및 노화 경향 연구(NHATS)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9년 내 치매 발병 위험이 28% 더 높았습니다. 정기적인 모임이나 동호회 활동 등 사회적 교류는 언어와 기억, 판단력을 함께 쓰는 복합적인 뇌 활동이기 때문에 치매 예방 효과가 큽니다.
③하루 7~8시간의 숙면은 치매 원인 물질이 축적되지 않도록 억제합니다. 미국 미네소타 메이요 클리닉 연구팀이 70세 이상 노인 2750명을 6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만성 불면증 환자는 정상군보다 치매와 경도인지장애(MCI) 등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4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④스트레스를 관리도 치매 예방에 중요합니다. 스웨덴 스톡홀름 카롤린스카 대학병원 연구진에 따르면 스트레스로 인한 코르티솔의 수치 상승이 뇌 속 '인지적 비축분'을 소진시켜 기억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지적 비축분이란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이뤄진 교육과 학습을 통해 쌓인 정보로서 뇌 기능 손상 및 저하로부터 뇌를 보호하고 최적의 수행력을 유지하도록 합니다.
⑤글을 읽고 쓰는 지적인 활동을 늘리는 것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미국 의사협회지 네트워크 오픈에 실린 호주 모나시대 연구팀이 호주에 거주하는 70대 이상의 노인 2만3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기나 편지 쓰기, 컴퓨터를 사용한 글쓰기 등의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11%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뇌 혈관 질환 발생률을 높이는 ⑥술은 줄일 수록 치매 예방에 이롭습니다. 과음이나 습관적 음주는 인지기능 손상으로 인한 알코올성 치매의 원인이 됩니다. 적당한 수준을 벗어난 과음과 폭음은 인지장애의 확률을 1.7배 높이고 중년기부터 많은 음주를 한 사람의 경우 노년기에 인지장애를 보일 확률이 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⑦담배 역시 끊는 것이 뇌 건강에 이롭습니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금연은 나이가 들수록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흡연자의 치매 발병 위험은 비흡연자에 비해 1.5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세계 치매 사례의 14%가 흡연과 관련있다고 추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