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 짓눌린 민생
치솟는 물가, 짓눌린 민생

고물가 시대에 깊어지는 한숨

2024. 0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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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에 시름 앓는 국민들

널뛰는 물가, 폐업률이 늘어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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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지 않은 코로나19의 여파

자영업자 대출 현황. ⓒ그래픽 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자영업자 대출 현황. ⓒ그래픽 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코로나19를 겪으며 자영업자들은 더 힘들어졌습니다. 바이러스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외출을 줄이고 홈파티를 여는 등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이때 정부에서는 자영업자들을 지원해 주는 대신 대출을 받도록 요구했는데요. 이는 자영업자들이 빚을 떠안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자영업자들의 대출은 코로나 사태 이후 약 738조 원에서 1,112조 원으로 1.5배가 늘어났습니다(지난 3월 기준).

심각한 기후위기가 문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후재난시대, 농민생존권대책촉구 결의대회'에서 벌마늘이 무대위에 수북히 쌓여있다. '벌마늘'은 마늘 쪽이 정상보다 많아지는 현상으로 먹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깐마늘 가공이 어려워 상품성이 낮다. ⓒ사진 2024년 5월 14일 뉴시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후재난시대, 농민생존권대책촉구 결의대회'에서 벌마늘이 무대위에 수북히 쌓여있다. '벌마늘'은 마늘 쪽이 정상보다 많아지는 현상으로 먹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깐마늘 가공이 어려워 상품성이 낮다. ⓒ사진 2024년 5월 14일 뉴시스

기후위기는농수산물 수확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갑작스러운 폭설과 폭염에 과일, 채소들은 제대로 자라지 못했고 이는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되었습니다. 가격 폭등으로 논란이 있었던 대파와 사과에 이어 양배추, 참외 등 채소와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난 4월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양배추 8kg의 중도매인 판매가격은 2만 2,860원으로, 3일 전보다 9.6% 올랐습니다. 한 달 전 가격인 9,376원에 비해서는 122%가, 1년 전에 비해서는 142.6%가 폭등한 수치였습니다. 다양한 외식 메뉴에서 기본으로 들어가는 양배추 값이 고공행진한 여파는 자연스레 자영업자의 매출 타격으로 이어졌습니다.

물가는 ‘껑충‘, 월급은 ‘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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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실질 임금 추이. ⓒ그래프 뉴시스 전진우 기자
근로자 실질 임금 추이. ⓒ그래프 뉴시스 전진우 기자

우스갯소리로 하던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지난 4월 21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의 1인당 평균 연간 임금 총액은 4,781만 원으로 2022년(4,650만 원)보다 2.8% 늘어났습니다. 해당 임금 인상률은 5.2%였던 전년보다 낮아졌을 뿐 아니라 3.6%였던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임금이 물가보다 더디게 오른 것인데요. 2023년 실질 임금은 지난해 1~8월(2월만 제외)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연평균 실질 임금 감소가 최근 높은 물가 상승률의 영향으로 보이는 가운데, 올해 노사 간 임금 교섭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1~11월까지 통계를 기준으로 실질 임금 마이너스 상승을 기록한 건 지난 2011년 관련 조사 시작 이후 처음입니다. 정부 당국자는 작년 12월 임금을 반영한 2023년 전체 실질 임금도 2022년보다 증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나날이 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실질 임금이 줄어들면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어 이미 침체된 국내 소비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가 고공행진, 외식비 부담으로 이어져

외식비,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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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중구 한 식당가에 메뉴 가격표가 붙어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삼겹살과 자장면 등 서울 기준 8개 외식 대표 메뉴의 가격이 모두 2월과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2024년 4월 12일 뉴시스
12일 서울 중구 한 식당가에 메뉴 가격표가 붙어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삼겹살과 자장면 등 서울 기준 8개 외식 대표 메뉴의 가격이 모두 2월과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2024년 4월 12일 뉴시스

치솟는 물가로 인해 만 원 한 장으로 점심을 사 먹기 힘든 요즘입니다. 직장인의 경우 구내 식당이나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요. 지출을 줄이기 위해 식후 커피나 디저트 같은 후식을 포기하는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의 지갑이 잘 열리지 않아 자영업자들은 곤란을 겪고 있고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8개 외식 대표 메뉴 중 김밥의 가격이 1년 전보다 7.7% 상승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지난 달 김을 포함한 김밥 재료들의 가격까지 오르며 김밥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친숙한 외식 메뉴인 자장면, 칼국수, 김치찌개 백반의 가격이 올랐으며 냉면의 경우 12,000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공요금과 인건비 등 부대비용이 늘어난 점 역시 외식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외식업 실태 조사 결과 일반 음식점의 연평균 영업 비용은 1억 8,405만 원이었습니다. 이 중 식재료비를 제외한 임차료와 인건비 등의 부대비용이 58.1%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결혼식 축의금, 5만 원은 이제 실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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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사진 신한은행 제공, 뉴스1
신한은행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사진 신한은행 제공, 뉴스1

최근 급격히 오른 물가는 결혼식 축의금에서도 갈등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다름 아닌 식대 때문인데요. 식대 이하의 축의금을 내는 것이라면 차라리 참석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는 의견이 있을 정도입니다. 지난 16일 웨딩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웨딩홀의 평균 예식 비용은 8만 원 안팎입니다. 업체에 따라 6만 원부터 10만 원대까지 편차가 있지만 모두 일반적인 축의금 기준인 5만 원은 훌쩍 넘는 금액이었습니다. 호텔 웨딩홀은 이보다 식대가 훨씬 비싸 13만 원~20만 원에 달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외에도 홀 대관료, 꽃값 등 한 번의 결혼식에는 약 수 천만 원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됩니다. 이 가운데 물가 상승과 펜데믹 이후 예식장 업체 감소가 맞물리며 웨딩 비용은 더욱 급증했는데요. 중소 규모의 예식장이 폐업하고 남은 예식장에 예비 신혼부부들이 몰리며 예식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처럼 급증한 웨딩 비용에 맞춰 축의금도 더 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3만 원~5만 원 선이었던 축의금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참석하면 10만 원, 불참하면 5만 원'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결혼식 축의금은 축하하는 대상과의 관계에 따라 금액대가 달라지는 만큼 사람들의 고민이 깊어져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한은행이 17일에 발표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결과에서 '지인 결혼식에 축의금을 얼마 내느냐'라는 질문에 직접 참석하는 경우는 10만 원을 낸다는 응답이 67.4%로 가장 많았습니다.

고물가시대에 살아남는 방법

짠테크 열풍, 소비 방식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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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늘어난 '홈파밍족'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고물가의 여파로 식탁에 오르는 채소, 과일 가격이 상승하며 '홈파밍족'이 늘어났습니다. '홈파밍(Home Farming)족'이란 채소, 허브, 과일 등 재배 및 관리가 비교적 쉬운 품종을 집에서 직접 키워 먹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식재료를 구매하기 어려워진만큼 직접 집에서 채소를 키워 먹는 소비자가 증가했습니다. 한결 쉽게 집에서 새싹채소를 길러 먹을 수 있는 실내용 반려식물 재배기도 다양해졌습니다. 과일에 이어 채소값까지 오르며 한 온라인 마켓에서는 텃밭 가꾸기 세트 판매량이 1년 전보다 50% 이상 늘기도 했습니다.

짠테크, 무지출 챌린지가 답?

고물가 시대 사용되고 있는 유형별 앱테크 현황. ⓒ자료 아이지에이웍스 제공, 뉴시스
고물가 시대 사용되고 있는 유형별 앱테크 현황. ⓒ자료 아이지에이웍스 제공, 뉴시스

명품 소비, 호캉스, 오마카세 등 소비를 즐겨오던 2030세대들이 고물가가 지속되며 지갑을 닫고 있습니다. 지출이 줄이며 소소하게 재테크를 하는 '짠테크' 열풍이 불고 있을 정도인데요. 외식 빈도를 줄이고 편의점 PB 상품을 구매해 끼니를 해결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추가적인 수입을 얻기 위해 걷기, 광고 시청 후 포인트를 모아 현금화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이들도 늘었습니다.

고강도 '지출 줄이기' 방식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무지출 챌린지'는 하루 종일 돈을 쓰지 않는 방식입니다. 이외에도 일별로 정해진 금액만 사용하거나 소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현금을 이용하는 청년층이 증가했습니다. 숙명여대 소비경제학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경제적 어려움과 직면하며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수입이 높지 않아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으니 지출을 통제하는 행동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인플레이션, 해결방안은?

정부의 물가상승 대처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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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속 계속되는 유류세 인하

유류세 인하기간 및 인하폭. ⓒ자료 기획재정부 제공, 뉴시스
유류세 인하기간 및 인하폭. ⓒ자료 기획재정부 제공, 뉴시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화폐 가치가 하락하여 물가가 전반적으로 계속해서 상승하는 경제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재화 값이 상승해 국민들의 생활이 고달파집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월 아홉 번째 유류세 인하 조처를 결정했습니다. 유류세 인하는 생업을 위해 차를 운전해야 하는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유류세 인하가 적용되면 기름값을 아끼는 데 큰 도움이 되기에 매일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경제적인 여유를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 조처가 계속되며 소득 상위 10% 가구의 연간 유류세 감면액이 소득 하위 10% 가구 감면액의 25배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유류세 인하 조처가 연장되면서 올해 세입에 차질이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인플레이션 대책
→ 정부는 재정지출을 줄여 총수요를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여 물가상승폭을 줄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 기업은 효율적인 기업 경영과 기술 개발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생산성 향상은 노동자의 임금이나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상품 가격 인상 요인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 노동자의 경우 노동생산성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기술력 향상을 위해 힘써야 합니다.
→ 소비자들의 물가가 더 오를 것을 예상하고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사재기하게 되면 물가상승을 부추기게 됩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건전하고 합리적인 소비 생활을 해야 합니다.

정부, 여름철 물가 불안 요인 선제 대응

정부가 하절기 물가 불안요인에 선제 대응한다. 일부 작황이 부진한 마늘과 양파는 수급 상황에 따라 비축을 추진하고, 배추는 비축과 출하 조절물량을 활용해 수급을 관리한다. 사진은 2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양파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 2024년 5월 26일 뉴시스
정부가 하절기 물가 불안요인에 선제 대응한다. 일부 작황이 부진한 마늘과 양파는 수급 상황에 따라 비축을 추진하고, 배추는 비축과 출하 조절물량을 활용해 수급을 관리한다. 사진은 2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양파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 2024년 5월 26일 뉴시스

여름철 장마나 가뭄, 이상 기온 등은 물가 불안 요인으로 꼽혀왔습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농수산물 비축과 출하 조절 등을 통해 선제적인 수급관리에 나섰습니다. 지난 5월 24일 기획재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병환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제41차 경제관계차관회의 겸 제22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개최해 부처별 물가안정 대응상황을 점검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 작황이 부진한 마늘과 양파의 경우 수급을 살피며 필요에 따라 비축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또한 휴가철 성수기에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는 숙박, 여행, 항공요금, 지방축제 물가 등에 갑작스러운 인상이 없도록 소관부처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잇달아 점검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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