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32개국이 펼치는 조별리그 '별들의 전쟁', H조에 속해 경쟁을 펼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이변을 일으키며 12월 3일 새벽, 조 2위로 '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뜻깊은 순간이었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3번의 대회 만에 밟은 토너먼트 라운드 무대. 그 과정의 기록과 이야기는 우리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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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 무대, 우리 대표팀의 첫 번째 상대는 H조 2시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였습니다. 비록 오래 전 치러진 대회이긴 하나 1930년, 1950년 두차례 우승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대한민국과의 상대 전적 또한 8전 중 6승으로 크게 우세했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허정무호'는 16강전에서 우루과이를 상대, '루이스 수아레즈(클루브 나시오날 데 풋볼)'에게 두 골을 허용하며 패배한 아픈 기억도 있었습니다.
우루과이의 피파 랭킹은 13위. 28위인 대한민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순위에 올라있습니다. 비록 축구 선수로서는 고령에 속하는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한 기량을 뽐내는 '수아레즈' '카바니(발렌시아 CF)' '고딘(CA 벨레스 사르스필드)' 등 베테랑 선수와 세계 최고의 축구 프로팀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 CF'의 미래를 이끌어갈 자원으로 꼽히는 '발베르데', 역대 5위 이적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구단 '리버풀 FC'로 이적한 '누녜스'와 같이 어린 선수가 조화롭게 구성된 선수단은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당할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죠.
조 추첨이 끝나고 국내 여론은 가나를 16강 진출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상대로 지목했습니다. 가나의 피파 랭킹은 61위, 본선 진출 국가 중 최하위로 포르투갈이나 우루과이에 비해 승리하기가 용이할 것이라는 예상에서였죠. 방심은 금물이라는 여론도 뒤따랐습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같은 아프리카 국가인 알제리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한 경험과 6전 3승 3패로 동률을 이루고 있는 가나와의 상대 전적 때문이었습니다.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 직후 치뤄진 포르투갈전에서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턱밑까지 추격했던 가나 대표팀이기에 어려운 승부가 예상되었습니다.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 FC)' 선수가 우루과이전에 이어 가나전도 출전하지 못하는 가운데, '김민재(SSC 나폴리)' 선수도 1차전에서 입은 부상으로 출전이 불확실하다고 알려졌습니다. 경기력 외적으로 우려되는 요소도 있었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일관성이 없는 판정을 내려 악명을 떨치던
'앤서니 테일러' 심판이 한국과 가나의 경기 주심으로 배정되었다는 사실에 팬들은 걱정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H조에 속한 모든 팀이 2차전을 치른 이 후, 가나전에서 아쉽게 패배를 기록한 대한민국은 16강 자력 진출 가능성이 없어졌습니다. 조 1위인 포르투갈은 2승, 승점 6점으로 3차전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16강 진출을 이미 확정 지었고, 가나가 1승 1패(승점 3점)로 조 2위에 올라가 있는 상황. 1차전 상대였던 우루과이와 대한민국은 나란히 1무 1패(승점 1점)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16강 진출 경우의 수' 계산은 그렇게 4년 만에 대한민국을 다시 찾아왔습니다.
대한민국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3차전을 무조건 승리해야 했습니다. 패배나 무승부를 기록하는 경우 가나와 우루과이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대한민국은 16강에 올라갈 수 없었죠. 피파 랭킹 9위, 유럽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 대한민국이 어렵게 승리를 따내더라도 가나가 우루과이를 상대로 승점 3점을 챙긴다면 포르투갈과 가나가 승점 6점으로 16강에 진출. 무승부를 기록한다면 대한민국과 가나의 승점이 4점, 우루과이가 승리한다면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승점이 4점으로 동률을 이루는 상황이었습니다. 월드컵 대회 조별리그에서
두 팀의 승점이 같은 경우, 골득실 차가 순위 산정의 기준이 되고 골 득실 마저 동일하다면 다득점을 따지게 됩니다. 대한민국이 3차전을 2 골 차 이상으로 승리하면 우루과이와 가나가 무승부를 기록하더라도 조 2위로 16강 진출이 가능한 상황. 그러나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는
우루과이가 가나를 2골 이하, 적은 점수차로 승리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였죠.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기. 대표팀은 무거운 부담감을 가지고 조별리그 3차전, 어쩌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경기에 출전합니다. 가나전 승리를 위해 큰 부상 위험을 안고 출전했던 '김민재' 선수의 부재를 '권경원(감바 오사카)' 선수가 채웠고 우루과이전과 가나전 교체 투입되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이강인' 선수가 선발 명단에 오릅니다. 가나전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경기를 종료해버린 주심에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은
'벤투' 감독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이후 20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된 두 국가. 역대 전적은 1전 1승, 당시 대한민국은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진출,
4강 신화를 이뤄냈었습니다. 경기장 입장 전 중계 카메라에 잡힌 선수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해 보였습니다. 시작된 전반전, 대표팀은 그러나 5분 만에 포르투갈의 빠른 측면 돌파를 막지 못해 '오르타(SC 브라가)'에게 선취골을 내주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에 필요한 골은 최소 2골. 대표팀은 포기하지 않았고 아쉬운 상황도 여러 차례 만들었습니다. 전반 16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월드컵에 출전한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FC)' 선수가 측면에서 올린 빠른 크로스가 '조규성' 선수의 헤딩슛으로 연결됩니다. 포르투갈의 '코스타(FC 포르투)' 골키퍼가 막아낸 공은 완전히 처리되지 못해 흘러나왔고, '김진수' 선수가 슈팅, 포르투갈의 골망을 흔듭니다. 그러나 부심의 깃발이 올라가며 오프사이드가 선언되고 말았죠.
전반 26분, '이강인' 선수의 코너킥이 '호날두' 선수의 몸에 맞고 굴절돼 골문 앞에 떨어집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카잔의 기적'을 만들어낸 '김영권(울산 현대 축구단)' 선수의 왼발이 포르투갈전에서도 반짝입니다. 놀라운 집중력으로 바운드되는 공을 정확하게 차내며 포르투갈의 골문을 갈랐죠. 진정한 '강팀 킬러'의 면모를 보여준
'김영권' 선수의 동점골로 경기는 다시
'1 대 1' 상황. 하프타임 휘슬이 올리기 전까지 포르투갈은 매서운 공세를 펼칩니다. 전반 41분 '비티냐(파리 생제르맹 FC)'의 위협적인 슈팅을 '김승규(알샤바브 FC)' 골키퍼가 선방, 흘러나오는 공이 '호날두' 앞에 떨어지는 등 아찔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호날두' 선수가 몸을 날려 헤딩한 공이 골대 멀리 날아가며 우리 대표팀은 추가 실점 없이 전반전을 마무리했습니다.
후반전 시작, 우리 대표팀은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하지만 득점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20분이 지나고 '벤투' 감독을 대신해 팀을 지휘하던 대표팀의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는 1, 2 차전 출전하지 못했던 '황희찬' 선수를 투입해 팀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후반전 정규 시간 45분은 모두 지나고 대한민국에게 남은 시간은 추가시간 단 6분. '도하의 기적'은 시작됩니다. 후반 추가시간 1분, 포르투갈의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 '김문환' 선수가 걷어낸 공은 '손흥민' 선수에게 향했고 '손흥민' 선수는 엄청난 속도로 하프라인을 지나 포르투갈 페널티 지역 문전까지 드리블합니다. 포르투갈 선수 3명을 앞에 두고 우리 선수들이 올라오길 기다리며 공을 지킨 '손흥민' 선수는 '디오고 달롯(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선수의 다리 사이로 공을 패스합니다. 골문을 향해 황소같이 쇄도하던
'황희찬' 선수에게 이어진 패스, 정확한 슈팅으로 포르투갈의 골문을 가릅니다.
천금 같은 역전골로 경기는 이제 '2 대 1', 불과 5분도 채 남지 않은 경기 동안 실점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16강 진출에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었습니다.
12년만에 이룬 16강 진출에 팬들은 밤을 새며 한국시간 12월 6일 화요일 새벽 4시에 예정된 브라질과의 16강전 경기를 기다립니다. G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브라질은 피파랭킹 1위,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이적시장 총 가치가 한화 약 2조 원 정도로 대한민국 선수단의 9배에 달하는 호화로운 선수단을 구성한 강력한 우승 후보입니다. 대한민국은 브라질과 지난 6월 펼쳐진 평가전에서 '5 대 1'로 패배한 것을 포함, 역대 A 매치 총 7번의 승부에서 1999년 단 한번을 제외하면 모두 패배한 상대 전적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대표팀, 비록 포르투갈전에서 이변을 일으키며 기적같은 16강 진출을 이루긴 했지만, 브라질전은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강세였습니다.
포르투갈을 이기고 16강에 진출한 대한민국을 상대로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던 브라질 대표팀 '치치' 감독의 말대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 CF)' '히샤를리송(토트넘 홋스퍼)' '티아고 실바(첼시 FC)' '카세미루(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하피냐(FC 바르셀로나)' '알리송(리버풀 FC)' 등 주전 선수들이 모두 선발 명단에 오릅니다. 거기에 세르비아와의 1차전에서 부상을 당해 나머지 경기를 뛰지 못했던 세계적인 축구 스타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 FC)'도 훈련에 복귀, 16강 전 선발 출전이 발표됩니다. 한 통계 전문 업체에서 공개한 대한민국 대표팀의 8강 진출 가능성은 16개국 중 중 최하위인 17%.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이변이 생기길 바라는 팬들의 바람 속에서 경기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