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월 1일, 2002 한일 월드컵을 약 1년 반 남긴 시점에 대한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합니다. 1991년과 1996년 두 차례 외국인 감독을 선임해 IOC 주최의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경험을 바탕으로,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을 4강으로 이끈 히딩크 감독을 선임한 것이죠.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좌절되었던 16강 토너먼트 라운드 진출을 달성하고 개최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우고자 했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프랑스 월드컵 이후에도 세계 최강을 앞다투는 스페인 축구 리그 명문 팀 레알 마드리드 CF 등에서 감독을 맡으며 커리어를 쌓아왔습니다. 훗날 히딩크 감독은 자서전에 '대한축구협회가 제안할 당시에는 수락이 내키지 않았다'라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나 '조직력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본인이 가볍게 남긴 조언에 국내 프로 리그 팀 합숙 일정을 합의하는 등 축구협회의 노력이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결국 히딩크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합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4강 진출을 이끈 히딩크 감독.
히딩크 감독은 부임 직후 선수들의 체력, 정신력, 조직력 강화에 알맞은 훈련을 도입했습니다. 대표팀은 고된 훈련과 크고 작은 대회의 경기를 소화하며 다가오는 월드컵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 부임 후 약 5개월이 지난 2001년 5월 30일, 대표팀은 피파가 주최하는 다른 대륙 간 컵 대회인 컨페더레이션스컵 조별리그에서 강팀 프랑스에 무득점 5골 차로 패배합니다. 2개월 뒤인 8월에도 체코에 0:5로 패배, 일부 부정적인 여론마저 생깁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강팀을 상대로 패배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라며 흔들리지 않고 월드컵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월드컵 직전, 대표팀은 다시 만난 프랑스와의 친선 경기에서 1년 전 설욕을 갚기라도 하는 듯 달라진 경기를 선보였습니다. 박지성 선수와 설기현 선수가 득점하며 전반전을 2:1로 리드했습니다. 2:3으로 역전패한 경기였으나 결과와는 다르게 국내외 언론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히딩크호는 월드컵 조별리그에 나서며 아름다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전례 없던 성적을 쓰며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4강 신화'의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대한민국은 히딩크 감독에 대한민국 명예국민, 서울특별시 명예시민 등 다양한 훈장을 수여하며 각별히 애정을 드러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