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2002년, 21세기 첫 번째 월드컵이 막을 올립니다. 전설로 기억되는 2002 한일 월드컵은 그 출발점인 유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유치 경쟁 상대이던 일본은 월드컵을 개최한 첫 번째 아시아 국가가 되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둔 상태였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휴전 상태라는 점이 큰 걸림돌이 되어 일본 단독 개최가 유력한 상황이었습니다.
월드컵 본선 진출 경험과 양 국가의 공식 대회 상대 전적이 대한민국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결국 양국은 공동 개최에 합의하였고, 대회의 꽃인 결승전이 치르는 장소를 일본에 양보하는 대신 대회 공식 명칭은 2002 FIFA 월드컵 한국 일본 (2002 FIFA WORLD CUP KOREA/JAPAN)으로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한일 월드컵은 2026년 월드컵 개최지가 미국, 캐나다, 멕시코로 확정되기 전까지 최초이자 유일한 공동 개최 월드컵이었습니다.
2002월드컵 공식 엠블럼
미국, 포르투갈, 폴란드와 함께 조별리그 D조에 편성된 우리 대표팀의 첫 번째 경기는 2002년 6월 4일, 폴란드를 상대로 치러졌습니다. 황선홍, 고 유상철 선수가 전반전, 후반전에 각각 득점하며 2-0으로 승리한 이 경기는 대한민국 월드컵 본선 최초의 승리입니다. 첫 승으로 기세를 올린 히딩크호는 미국과 1-1 무승부를, 포르투갈을 상대, 박지성 선수의 골로 1-0으로 승리하며 2승 1무, 조 1위의 성적으로 최초로 16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 짓습니다.
이미 기대를 넘은 최고 성적을 기록했지만, 대표팀의 활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16강 전 이탈리아를 상대로 1-0으로 끌려가던 중 설기현 선수가 경기 후반 극적인 동점 골을 성공시켰고, 이어진 연장전 안정환 선수의 아름다운 헤딩이 골든 골로 이어져 우리 대표팀은 8강 진출마저 성공합니다.
[서울=뉴시스] 2002 한일월드컵 16강전 안정환의 이탈리아전 골든골.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뉴시스
8강 상대는 스페인, 연장전을 포함 120분간 무득점 끝에 경기는 승부차기로 이어지게 됩니다. 스페인 대표팀 4번째 키커 호아킨의 슛이 골키퍼 이운재 선수의 선방에 막힌 반면 대한민국 대표팀은 마지막 키커인 홍명보 선수까지 골을 성공시키며 대한민국은 준결승전(4강)에 진출하는 기적을 이뤄냅니다.
'꿈은 이루어진다.', 전 국민의 응원 속에 펼쳐진 독일과의 4강 준결승전에서 16강과 8강 유럽 강팀을 상대로 거듭된 연장전으로 체력 소모가 컸던 대표팀 선수들이 고군분투했지만 1-0 석패를 당하며 영광의 기록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어진 3, 4위 결정전에서도 투르키예를 상대, 2-3으로 아쉽게 패배함으로 대한민국은 브라질, 독일, 투르키예를 뒤이어 최종 4위로 월드컵을 마감하긴 했으나, 토너먼트 진출을 넘어 준결승전 진출까지 이뤄내는 과정과 기록은 전 국민에게 생생한 감동을 선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