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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1만개 넘어선 알렉사 vs. 여전히 음악만 틀어주는 누구-기가지니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6 15:14

수정 2017.03.26 15:14

"생태계 확장 위한 전략 전환 시급...내부에서만 아이디어 찾으면 실패"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공룡기업들의 생태계 확장 전쟁이 불을 뿜고 있는 가운데, 아마존의 AI비서 '알렉사'가 수행할 수 있는 서비스가 1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알렉사의 서비스 종류가 많아질 수록 알렉사를 통한 AI비서 서비스 시장을 노리는 서비스 협력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마존은 AI비서 생태계 확장을 위한 고삐를 죄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 AI비서 서비스를 제공 중인 SK텔레콤의 '누구'나 KT의 '기가지니' 등은 여전히 음악 골라주는게 주요 서비스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AI비서 서비스가 좀체 다양화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이 생태계 개발을 통한 서비스 확장 보다는 대기업 내부에서 아이디어를 찾고 서비스를 개발하는 독자생존식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독자생존식 서비스 개발로는 생태계를 주도하는 기업과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이미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앱) 산업에서 입증됐는 사례여서, 국내 기업들도 서둘러 AI 서비스 생태계 확장 전략으로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아마존 AI 개인비서 서비스 '알렉사'
아마존 AI 개인비서 서비스 '알렉사'
■알렉사, 1만가지 이상 서비스 수행하는 만능비서
26일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알렉사'가 수행할 수 있는 서비스가 1만 개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1만가지 서비스는 아마존이 자체 개발한 서비스도 있지만, 아마존과 AI비서 사업에서 협력하고 있는 수많은 협력사들의 서비스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마존이 알렉사의 구조를 공개하고 스킬 개발용 소프트웨어의 제공을 시작한 지난 2015년 6월 이후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앱) 수는 1년 만에 1000여개를 넘어섰으며, 공개 후 약 2년여가 된 시점에서 1만개를 돌파하며 생태계 확산속도에 가속도가 붙은 셈이다. 이 추세를 이어가겠다고 나선 아마존은 최근 알렉사의 역량확장을 위해 개발자에게 무료로 개발도구를 지원하고, 개발 댓가로 아마존 웹 서비스에서 쓸 수 있는 100달러(한화 약 11만2000원) 쿠폰을 지급하는 등 생태계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올 초 열린 전미 소비자가전쇼(CES)를 통해 약 700여개의 글로벌 기업이 알렉사를 장착한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면서 "애플이 앱스토어 생태계를 통해 하드웨어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알렉사 생태계를 통해 스마트폰 이후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KT가 선보인 AI셋톱박스 기가지니
KT가 선보인 AI셋톱박스 기가지니
■음악만 골라주는 '누구-기가지니'...서비스 확장 위해서는 생태계 구축이 먼저
반면 국내 대형 통신사들이 내놓은 AI비서 서비스는 여전히 엇비슷한 초보적 서비스 제공에 그치고 있는게 현실이다.

SK텔레콤과 KT는 음성인식 기반의 AI 스피커인 '누구'와 '기가지니'를 각각 출시했는데, 음악 골라주기, TV켜주기, 피자 주문, 조명조절 같은 엇비슷한 초보적 서비스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후발주자로 나선 LG유플러스 역시 최근 KT뮤직에 직접 투자하면서 AI 관련 기기와 음악을 연동해 음악 골라주기 서비스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음성인식 기반의 초기 AI비서 서비스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음악골라주기여서 국내 주요 AI비서 서비스가 음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까지 나와 있는 비슷한 서비스로는 글로벌 서비스 경쟁에 동참하기도 어려운게 시장의 현실"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AI비서 서비스를 내놓는 국내 대기업들은 여전히 회사 내부에서만 아이디어를 찾고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과거형 독자생존 방식은 서비스 차별화를 어렵게 만들고, 이는 한국 AI비서를 위한 서비스 협력사 확보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연속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비서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주요 기업들이 눈을 회사 밖으로 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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