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88억 포기하고 쓴소리 들었다"…스타벅스, 조기 영업 종료한 '그 날' [쓸만한 이슈]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전국 2160여개 매장 오후 3시 영업 종료…한국 진출 27년 만에 처음
'사회적 감수성' 말한 구정우 교수…"기업 철학·가치에 대한 문제 공유"

22일 스타벅스코리아는 전국 모든 매장의 영업을 오후 3시께 조기 종료했다. 영업 조기 종료는 지난달 발생한 마케팅 논란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임직원들의 역사의식과 사회적 감수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사적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사진은 종로와 청계천 등 서울시내 불꺼진 스타벅스 매장의 모습. /사진=서윤경 기자
22일 스타벅스코리아는 전국 모든 매장의 영업을 오후 3시께 조기 종료했다. 영업 조기 종료는 지난달 발생한 마케팅 논란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임직원들의 역사의식과 사회적 감수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사적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사진은 종로와 청계천 등 서울시내 불꺼진 스타벅스 매장의 모습. /사진=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22일 오후 3시. 전국의 스타벅스 매장에 있던 손님들은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하나, 둘 매장을 빠져나왔다. 이어 조명이 꺼지고 블라인드가 내려갔다. 문도 닫혔다.

손님이 떠나고 순식간에 조용해진 매장 안에서 직원들은 본사에서 지급한 27인치 모니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3시간에 걸쳐 교육 영상을 시청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이날 전국 2160여개 매장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역사 인식 및 사회적 감수성 교육' 현장의 모습이었다. 교육은 이른바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에 대한 후속 조치로 진행됐다. 전국 매장이 일괄적으로 조기 영업을 종료한 것은 1999년 한국 진출 이후 처음이었다.

이날 '사회적 감수성과 윤리 기준'을 주제로 강의한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쓴소리를 듣기 위해 (저를) 불렀으니 쓴소리를 많이 했다"며 "지난 17일 강연한 내용을 이날 스타벅스 직원들이 공유했는데 기업 철학과 가치에 대한 문제를 모두가 공유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는 기업과 학교, 공공기관, 정치권 등 사회 전반에 사회적 감수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인식시켜 줬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설명했다.

"왜 문을 닫았나요?"…영문 모른 외국인 관광객들

이날 광화문에서 시작해 청계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까지 약 3.5㎞를 걸으며 스타벅스 매장들을 둘러봤다.

대다수 매장은 최소한의 조명만 켜 놓은 상태였고 일부 매장은 아예 불이 꺼진 상태였다.

다만 각 매장 출입구에 게시된 게 있었다. '6월 22일(오늘) 오후 3시 영업 마감 안내'라는 제목과 함께 "전 스타벅스 매장은 역사 인식과 사회적 감수성을 공감하기 위한 교육과 스타벅스 사명을 되새기는 브랜드 가치 워크숍을 진행한다"며 "영업시간 단축으로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내용의 안내문이었다.

미처 상황을 알지 못하고 매장을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도 만날 수 있었다. 종로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선 굳게 잠긴 문에 당황한 외국인 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다.

캐나다에서 왔다는 제이든씨(38)는 '직원 교육 때문'이라는 간단한 설명에 "역사와 관련된 문제라면 제대로 교육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한국 사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익명을 요청한 강모씨(42)는 "스타벅스에서 제공한 쿠폰 유효기간이 오늘까지라 부랴부랴 왔는데 영업 시간을 앞당긴다는 걸 깜빡했다"고 전했다.

"민주화 운동 왜곡은 대한민국 정체성 훼손"

22일 대구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스타벅스 직원들이 오후 3시께 영업을 조기 종료하고 교육 자료를 보고 있다. 영업 조기 종료는 지난달 발생한 마케팅 논란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임직원들의 역사의식과 사회적 감수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사적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서다./사진=연합뉴스
22일 대구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스타벅스 직원들이 오후 3시께 영업을 조기 종료하고 교육 자료를 보고 있다. 영업 조기 종료는 지난달 발생한 마케팅 논란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임직원들의 역사의식과 사회적 감수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사적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서다./사진=연합뉴스

문이 잠겨진 이날 스타벅스 직원은 약 3시간 동안 교육을 받았다.

직원들은 각각 50분 분량의 강연 영상 두 편을 본 뒤 소감과 의견을 공유했다. 이 영상은 앞서 구 교수가 말한 대로 지난 17일 스타벅스코리아 본사 직원과 이마트 부문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강연을 녹화한 것이다. 이날 교육에는 스타벅스코리아 매장 및 본사 직원 약 2만3000명이 참여했다.

'기업이 가져야 할 올바른 역사 인식'을 주제로 강연한 오제연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민주화 운동을 폄하·왜곡·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기업 역시 올바른 역사관을 바탕으로 인권과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교수는 국내외 기업들의 마케팅 논란 사례를 소개하며 사회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고 발생 원인으로 기업 내부 시각에만 갇힌 의사결정, 매출 압박과 속도 중심 조직문화, 형식적 승인 절차와 동질적 구성원 중심의 조직 구조 등을 꼽기도 했다.

구 교수는 "사회적 감수성은 선의만으로 갖춰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읽는 능력"이라며 "꾸준한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후 6시께 교육이 종료된 뒤 일부 매장에선 직원들이 다음 날 영업을 위한 정리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에게 교육과 관련해 질문했더니 각자의 소회를 전했다.

서울 중구의 한 스타벅스 직원 A씨는 "논란이 발생한 뒤 개인적으로도 마음의 부담이 컸다"며 "역사 인식과 사회적 감수성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였지만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처음에는 '내가 왜 이 교육을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교육을 듣고 나니 특정 부서만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매장 불은 더 이상 꺼지지 않는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2일 오후 3시를 기해 전국 모든 매장의 영업을 일제히 조기 종료한다. 지난달 발생한 마케팅 논란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임직원들의 역사의식과 사회적 감수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사적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이날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의 불이 꺼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타벅스코리아는 22일 오후 3시를 기해 전국 모든 매장의 영업을 일제히 조기 종료한다. 지난달 발생한 마케팅 논란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임직원들의 역사의식과 사회적 감수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사적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이날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의 불이 꺼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날 교육을 위해 막대한 손실을 감수했다. 하루 매출을 약 88억원 수준으로 추산한다면 평일 오후 핵심 영업시간을 포기할 경우 발생할 손실은 상당했다. 그럼에도 전 직원 교육을 선택한 건 단기 매출 손실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신뢰 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을 맡은 구 교수도 "회사 측에서 쓴소리를 요청한 만큼 강연 당시 상당히 직설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임원들이 주로 참석한 자리였는데 '여기 계신 분들이 검증 시스템을 만들고 작동시키지 못한다면 조직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며 "쓴소리를 요청했고, 실제로 조직을 바꾸겠다는 진정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본사가 잘못했는데 왜 매장 직원들에게 교육 부담을 떠넘기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다른 뜻을 전했다.

구 교수는 "어느 한 부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며 "이는 특정 직원의 잘못이 아니라 기업 철학과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교육이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신세계그룹이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교육 체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이런 가치가 실제 조직문화로 내재화되는지 여부이고, 소비자와 국민이 계속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외부 전문기관 자문을 받아 '사회적 민감도 체크리스트'를 구축하고 온·오프라인 마케팅 검증 절차 전반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또 스타벅스코리아의 모회사인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회장은 오는 24일 사장단 회의에 앞서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이번 교육 영상을 시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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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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