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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건강 악화가 호재?" VIP운용, '주가누르기 방지법'으로 승계 왜곡 손봐야 [fn마켓워치]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낮은 주가가 절세되는 구조부터 바꿔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행위 규제 아닌 인센티브 개편…'주가 눌러도 세금 안 줄어야'"

VIP운용. 연합뉴스 제공.
VIP운용. 연합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저평가가 아니라 '저평가가 이익이 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VIP자산운용은 기업가치를 끌어내리는 행위를 단속하기보다 낮은 주가에서 대주주가 얻는 경제적 이익 자체를 없애는 것이 해법이라며 이른바 '주가누르기 방지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전일 국회에서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주가누르기 방지법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대주주의 건강 이상설이나 승계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주가가 오르는 시장은 정상적인 자본시장이 아니다"며 "주가를 낮게 유지할 유인을 없애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VIP자산운용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국내 증시 상승은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반면 코스피 상장사의 73%인 586개 기업은 여전히 PBR 1배를 밑돌고 있다. 지수는 올랐지만 저평가 기업은 줄지 않은 셈이다.

김 대표는 이 배경으로 '상속·증여세 평가방식'을 지목했다. 현행 제도는 상속·증여 시 일정 기간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산정하기 때문에 주가가 낮을수록 대주주의 세 부담도 줄어든다. 그는 "승계를 앞둔 대주주 입장에서는 기업가치를 높일 유인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오너의 건강 악화나 사망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승계 비용 감소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는 왜곡도 이런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VIP자산운용은 주가를 일부러 누르는 행위를 처벌하는 방식은 한계가 크다고 주장했다. 배당 축소와 과도한 현금 보유, 자사주 활용, 중복상장, 소극적인 IR 등은 모두 경영 판단의 영역이어서 위법 여부를 가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행위를 일일이 규제하는 것은 두더지 잡기식 접근"이라며 "주가를 낮춰 얻는 절세 효과를 없애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언급했다.

이소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가누르기 방지법은 상장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시장가격이 순자산가치의 80%를 밑돌면 순자산가치의 80%를 과세 하한으로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상장주식에 적용 중인 평가방식을 상장주식에도 일부 준용하는 방식이다.

VIP자산운용은 법안이 시행되면 대주주의 이해관계도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를 낮춰도 세금이 줄지 않는 만큼 현금을 장기간 쌓아두기보다 투자와 배당, 자사주 소각 등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유인이 커지고, 일반 주주와 최대주주의 이해관계도 자연스럽게 일치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지금 제도는 대주주와 일반주주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게 만든다"며 "기업가치를 높일수록 모두가 이익을 보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IB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주가를 올리는 정책'에서 '주가를 일부러 낮출 이유를 없애는 정책'으로 정책 축이 이동하는 신호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는 기존 밸류업 정책과 달리 세제 인센티브 자체를 손보는 접근인 만큼, 향후 상속·증여세 개편 논의와 맞물려 자본시장 제도 개편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mail protected]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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