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장원영이 쓴 제품 있나요" 외국인 고객보며 K뷰티 인기 실감

김현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메디큐브 성수 일일 근무
美·日·佛 등 다양한 국적 고객들
기기 사용법·기능 질문 이어져
얼굴·손등에 직접 체험해보기도
고주파·미세전류 등 낯선 용어
외국어로 설명하려니 더 긴장

지난 5월 29일 서울 성동구 메디큐브 성수에서 본지 기자가 외국인 고객에게 기기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현지 기자
지난 5월 29일 서울 성동구 메디큐브 성수에서 본지 기자가 외국인 고객에게 기기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현지 기자

"이 기기는 전기 니들 기술로 피부 표면에 손상 없는 미세 통로를 형성해, 모공 탄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제품입니다(This device uses precise electrical pulses to create micro-passageways that help refine pores and improve skin texture)"

지난 5월 29일, 기자는 대학 졸업 이후 처음으로 영어 문장을 필사적으로 달달 외우고 있었다. 고주파, 중주파, 흡수율, 전도성 젤 등 평소 입에 올릴 일이 거의 없던 단어들이 이날 만큼은 '생존 영어'였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에이피알의 플래그십 스토어, 메디큐브 성수 아르바이트 일일 근무 체험 현장이었다.

이 매장은 전체 방문객 중 외국인 비중이 약 80%에 달하는 'K뷰티 최전선'이다. 이날 기자가 맡은 업무는 피부관리기기(디바이스) 매대에서 고객을 응대하고 제품의 기능과 사용법을 설명하는 일이었다. 육체적으로는 크게 힘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수십만원대 기기의 차이를 외국어로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긴장이 몰려왔다. 영어와 일본어는 자신있다고 자부해왔지만, 우리말로도 어려운 화장품 및 피부 관련 용어를 보니 눈앞이 뱅뱅 돌았다.

■"고주파·EMS·흡수율"…30분 만에 벼락치기

메디큐브 성수에 도착한 뒤 직원 안내를 받아 복장을 갖추고 2층 판매 공간으로 올라갔다. 기자가 맡은 디바이스 매대의 주요 업무는 고객 응대였다. 디바이스를 보러 온 고객에게 제품 설명 및 기기 체험 등을 진행해주고, 고객이 없을 때는 매대를 정리하면 됐다. 문제는 제품마다 기능과 사용법, 권장 사용 횟수, 적합한 피부 유형이 달랐다는 점이다.

현장 투입 전 두꺼운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를 건네받았다. 실전에 들어가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약 30분. 영어로 미세전류, 전도성 젤 같은 낯선 용어와 기기별 기능 차이를 빠르게 외워야 했다. 일본어로도 피부 타입과 사용법을 설명할 수 있도록 관련 표현을 익혔다.

이런 암기식 공부는 대학 졸업 이후 처음인 것 같았다. 혹시 설명을 까먹을까 봐 양해를 구하고 자료를 매대 아래쪽에 몰래 숨겨뒀다. 고객이 없을 때마다 슬쩍 자료를 꺼내 기능을 다시 확인했다.

■"원영이가 광고한 제품 뭐예요?"…국적마다 다른 고객 유형

초반에는 적당한 수의 고객이 매장을 찾아, 여유롭게 응대하고 매대 정리까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점심시간을 넘기자, 식사를 마친 외국인 고객이 급격히 몰려들었다. 체감 상 이날 매장을 방문한 고객의 90% 이상이 외국인이었다. 직원들도 대부분 영어로 응대할 수 있었고, 일본어가 가능한 직원도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국적별로 질문 방식에 일정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영미권 고객은 주로 "어떤 제품이 가장 최신 모델이냐"고 물었다. 간단한 기능 설명을 들은 뒤 추가 질문을 많이 하지 않고 바로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델인 장원영이 광고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묻는 고객도 종종 있었다. 반면 중화권 고객은 제품을 직접 얼굴에 대보거나 손등에 시험해보는 등 체험형 방식을 선호했다.

일본 고객은 기자가 일본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특히 반가워했다. 자신의 피부 타입에 어떤 제품이 맞는지, 특정 모드는 얼마나 자주 사용해야 하는지 등 세부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가장 오래 응대한 고객은 프랑스에서 부모님과 함께 온 20대 여성이었다. 평소 화장품에 관심이 많다며 챗GPT에 질문할 내용을 미리 물어보고 정리해왔다. 민감성 피부도 사용할 수 있는지, 어떤 모드가 자극적일 수 있는지 등을 하나씩 물었다.

기자도 개인적인 사용 경험도 곁들여 일부 모드는 예민한 피부에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니 낮은 강도부터 시작하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상담은 약 30분간 이어졌다. 최종적으로는 함께 온 부모가 제품을 사준 것으로 보였다.

몇 년 만에 제대로 써보는 외국어라 초반에는 말이 자꾸 꼬였다. 하지만 몇 시간 동안 계속 응대하다 보니 퇴근할 무렵에는 어느 정도 감을 되찾았다. 이날 기자가 판매한 최신형 모델 부스터 프로 X2만 최소 10대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단가가 높은 제품인데도 고객들이 큰 고민 없이 구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체력보다 기가 빨렸다"…K뷰티 열기 가장 가까이서 체감

메디큐브 성수는 지난해 12월 에이피알이 홍대와 도산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인 플래그십스토어다. 1층에는 전시 공간, 2층에는 제품을 직접 써볼 수 있는 테스트존과 쇼핑존이 마련돼 있다.

오픈 한 달 만에 누적 방문객 1만5000명을 넘겼고, 최근에도 하루 평균 수백명이 방문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방문객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약 70~80%다. 에이피알은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 신제품을 확대하고 해외 판매 채널을 넓히는 한편, 미용 의료기기 영역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직접 일해보니 피부관리기기 판매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업무가 아니었다. 고객의 피부 상태와 고민을 듣고, 기능이 비슷해 보이는 기기들의 차이를 정확히 설명해야 했다. 사용 횟수와 주의사항을 잘못 안내하면 안되기 때문에 제품 이해도도 중요했다.

육체적 업무 강도는 높지 않았다.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빠르게 뛰어다닐 일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몇 시간 동안 서서 낯선 사람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외국어를 사용하다 보니 퇴근할 때는 허리가 아프고 기가 완전히 빠졌다. 그럼에도 현장 분위기는 활기찼다. 무엇보다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과 업무를 좋아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성수동 매장에서 K뷰티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수십만원대 기기를 구매하는 모습을 보면서 몇 년 사이 성수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객들의 장바구니가 단순 화장품을 넘어 뷰티 디바이스, 패션 등 K컬처 전반으로 넓어졌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도 든 체험이었다.

"장원영이 쓴 제품 있나요" 외국인 고객보며 K뷰티 인기 실감

[email protected] 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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