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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돕지 않은 국가에 호르무즈 배상 청구"...韓 겨냥?

[파이낸셜뉴스] 지난 2월부터 이란을 공격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맞서 미국을 돕지 않은 국가들을 상대로 배상을 요구한다고 예고했다. 트럼프는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석유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우리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전 세계 국가들은 이 사기극 같은 분쟁이 끝났을 때 마땅히 미국에 비용을 상환해야 하며,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동시에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보다 다른 나라들을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으며 이는 여러 세대 동안 그래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란전쟁 개전 이후 지속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다른 동맹들을 상대로 해협 안정을 위한 파병을 요구했다. 그는 유럽 동맹들이 파병 의사를 보이지 않자 3월 17일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이미 상당한 군사적 성공을 이뤘기 때문에 더 이상 나토 회원국들의 지원이 필요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 6월 24일에도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최근 우리 미국의 소규모 군사 충돌 과정에서 우리에게 너무 불친절했다"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는 지난 7월에도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통과하는 화물 가액의 20%를 통행료로 징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하루 만에 이를 철회했다. 트럼프는 14일 게시물에서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는 다만 지난달 16일 트루스소셜 게시물에서 "다소 관련이 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란의 비핵화 노력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으나, 그들은 '사양한다!'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트럼프는 당시 게시물에서 자신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라며 '을지 자유의 방패(UFS)'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한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는 14일 다른 게시물에서 이란이 미국과 협상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패한 국가인 이란은 매우 급하고 절실하게 협상을 하고 싶어 한다"먼서 "미국이 대화에 응할지는, 않을지는 내가 결정할 것이다"고 적었다. 이어 "대화라는 콘셉트에 우리는 개방적"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지난 9일 발표에서는 이란과 전쟁이 11월 미국 중간선거 직후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고, 전날에는 중간선거 직후 또는 그 전에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email protected] 박종원 기자

트럼프 "러·우크라, 에너지시설 타격 중단 합의…기름값 폭등 막는다"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의 에너지 관련 시설을 타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미국 내 경윳값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며 중간선거 민심이 요동치자 유가 폭등의 책임을 자신이 주도한 '미·이란 전쟁'이 아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탓으로 돌리며 다급히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에너지 목표물을 타격하지 않기로 동의했고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로 그렇게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세계 디젤(경유) 가격 상승은 대부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지, 이란 (전쟁) 때문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전날 아일랜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내놓은 압박성 발언의 연장선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이 문제를 직접 논의했다며 "다른 목표물을 공격하되, 러시아의 경유 공급 시설 파괴는 멈춰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분쟁 개입에 나선 것은 미국 내 심각한 인플레이션 상황 때문이다. 최근 서민 경제 및 물류비와 직결되는 미국의 디젤유 가격은 갤런당 6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썼다. 중동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난이 가중된 상황에서,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의 정유시설마저 연일 타격을 입자 기름값이 걷잡을 수 없이 뛴 것이다. 결국 중간선거를 코앞에 두고 유가 폭등이 최대 악재로 부상하자, 가격 상승의 화살을 우크라이나의 무리한 드론 공격 탓으로 돌려 '이란전 책임론'에서 벗어나려는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과 연료 공급을 끊기 위해 국경에서 수백~수천㎞ 떨어진 러시아 내륙 정유시설을 장거리 드론으로 집중 타격해 왔으며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대규모 미사일·드론 복합 공격으로 맞불을 놔왔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불만 있는 건 사우디뿐" 트럼프의 냉대…'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빈 살만

[파이낸셜뉴스]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핵심 송유관이 멈춰 서며 궁지에 몰린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싸늘한 외면에 깊은 '전략적 충격'에 빠졌다.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밀착했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정작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파트너의 군사 지원을 거절당하며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동부 유전과 서부 홍해 얀부항을 잇는 총연장 1200km의 동서 송유관이 지난 11일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조직의 드론 공격을 받아 며칠째 가동을 멈췄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핵심 안보 인프라가 파괴된 것으로, 파손된 주요 가압장 등을 복구하는 데 최소 3~5주가 걸릴 전망이다. NYT는 이를 두고 사우디가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최근 남쪽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 요충지를 장악한 데 이어, 북쪽 이라크 무장조직의 송유관 타격까지 사우디를 겨냥한 이란의 전방위적 대리전 포위망이 급격히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믿는 도끼'였던 미국의 태도다. 사우디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후티 반군 등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타격을 요청했으나 단칼에 거절당했다. 확전을 우려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아일랜드 방문 중 취재진에게 "후티 반군은 우리(미국)와 싸우길 원치 않는다. 불만이 있는 나라는 단 한 곳(사우디)뿐"이라며 철저히 선을 그었다. 그동안 막대한 자본과 정치적 자산을 쏟아부으며 미·사우디 밀착을 과시해 온 사우디 지도부는 깊은 좌절감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직 미 외교관은 "사우디가 이처럼 절박한 순간을 대비해 미국과의 안보 파트너십에 그토록 엄청난 투자를 했던 것"이라며 미국의 냉대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군사적 해법이 막힌 사우디는 껄끄러운 적대국 이란을 포함해 주변국들과 원치 않는 외교적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딜레마에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분노하고 있지만 미국과 공개적으로 거리를 두지는 못할 것"이라며 당분간 독자적인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쓸 것으로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트럼프 "AI 이기는 자가 승자" 선긋기에도... 'AI 속도조절론' 美중간선거 핵심쟁점 부상

【 뉴욕=이병철 특파원】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논쟁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넘어 워싱턴 정치권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AI기업 최고 경영자들이 잇따라 AI가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이 문제가 11월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같은 논쟁에 대해 13일(현지시간) "AI에서 이기는 자가 승자"라며 사실상 속도조절론에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일랜드 둔베그의 자신의 골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AI 산업이 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AI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다"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국가이고, 솔직히 나는 이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AI에서 이기는 자가 승자(whoever wins AI wins)"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정한 안전장치는 둘 수 있다면서도 AI의 극단적인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매우 부정적인 세력(very negative forces)"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이 실제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논쟁이 기술업계를 넘어 미국의 정치 문제로 급속히 확산하는 가운데 나왔다. 특히 미국이 독자적으로 AI 개발 속도를 낮출 경우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AI 안보론'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말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에서도 AI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 샌더스 "멈춰라"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다. 아모데이는 12일 공개한 장문의 글에서 AI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최첨단 AI의 능력 향상 속도를 늦춰 안전·통제 기술이 따라잡을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등 경쟁사 수장들도 잇따라 공감을 나타냈다. 다만 아모데이는 미·중 AI 경쟁을 최대 걸림돌로 꼽았다. 미국만 속도를 늦추면 중국이 군사·경제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어 국제적인 속도조절과 이를 확인할 검증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AI 속도 논쟁은 이제 워싱턴의 정치 문제로 옮겨붙고 있다. 주목할 점은 규제 목소리가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강경한 목소리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다. 그는 AI가 인류를 파괴할 가능성이 10%인지 2%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지금 당장 멈춰라"고 초지능 AI 개발 중단을 촉구했다. 오는 16일에는 'AI의 대부' 제프리 힌턴과 미래생명연구소 공동창립자 맥스 테그마크 등을 불러 여야 상원의원들을 대상으로 AI 위험에 관한 초당적 브리핑을 연다. 반대편인 공화당에서도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AI 제품이 초래할 수 있는 '실존적 위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애나 폴리나 루나 하원의원은 AI 문제를 다루기 위해 의회 특별회기까지 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로 칸나 하원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독립적인 AI 규제기관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AI의 위험을 인정하는 것과 개발 속도를 실제 늦추는 문제에서는 정치권의 입장이 갈린다.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훨씬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쟁 때문에 개발 자체를 늦추는 데는 반대했다. 그는 "킬러 로봇이 생긴다면 중국의 킬러 로봇보다는 미국의 킬러 로봇이 낫다"고까지 말했다. AI 위험과 중국의 추격을 동시에 우려하는 워싱턴의 딜레마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치권 지도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 주요 AI 기업 CEO들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열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 의원들과 AI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 'AI 위험이냐 中 추격이냐'논쟁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로 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AI에 대한 우려가 워싱턴뿐 아니라 선거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환경 문제와 일자리 대체, 빅테크의 권력 집중에 이어 AI 자체를 어디까지 개발하도록 허용할 것인지가 정치권의 새로운 논쟁거리로 등장한 것이다. 특히 기존의 진보·보수 구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진보 성향의 샌더스와 보수 성향의 홀리는 모두 AI 위험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요구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크루즈 등은 AI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먼저 속도를 늦추는 데는 선을 긋고 있다. 결국 워싱턴에서 시작된 질문은 단순히 'AI를 규제할 것인가'를 넘어섰다. 통제할 수 없는 AI가 가져올 위험과 개발 속도를 늦췄다가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위험 사이에서 미국이 어디에 선을 그을 것인가가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브릭스 정상회의...갈등 속 세력 과시·한계도 명확했다 [윤재준의 월드뷰]

[파이낸셜뉴스]  지난 12~1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 자리에서 "브릭스 국가들이 더 이상 기존 규칙을 따르는 '규칙 수용자(rule-takers)'가 아닌, 새로운 국제 질서를 구축하는 '규칙 제정자(rule-shapers)'가 되어야 한다"고 선언하며 블록의 위상 강화를 촉구했다. 이번 회의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셰이크 칼레드 아부다비 왕세자 등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국경 분쟁과 군사적 대립 이력을 가진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만으로도 인도의 외교적 성과이자, 중동 전쟁 등으로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은 브릭스를 미국과 서유럽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거점으로 활용하길 원해왔다. 반면 개최국 인도는 브릭스가 '반(反)서방' 블록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브릭스가 "특정 국가나 집단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인도 외교관을 지낸 아닐 트리구나야트는 "일부 회원국은 반서방 연대를 원하지만 브릭스의 본질은 그렇지 않다"며 "인도는 전쟁의 시대에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회원국 간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회원국 간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첫날 '뉴델리 선언'이 전격 채택됐다. 올해 앞서 열린 두 차례 장관급 회의가 공동성명조차 내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진전이지만, 강한 이견이 대립하는 쟁점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타협의 산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동 사태는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하고 민간 시설 및 평화적 원자력 시설 공격을 비판했으나 가해 국가는 명시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지난 선언들과 달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무역 문제는 "무차별적인 관세 인상"과 단독 제재를 비판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반발을 의식해 미국을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다. 국제위기그룹(ICG)의 프라빈 돈티 선임 연구원은 "갈등 상황을 비판하면서도 특정 국가명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인도가 주도한 외교 문법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공식 선언의 미진함과 달리 현장에서는 주목할 만한 외교적 접촉이 이뤄졌다.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정상급 회담이며 이란의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UAE의 칼레드 왕세자는 중동 전쟁 이후 양국 간 최고위급 면담을 갖고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시진핑 주석은 2020년 국경 충돌 이후 7년 만에 뉴델리를 방문했다. 모디 총리와 시 주석은 악수를 나누며 무역 장벽 해소와 경제 및 운송 연계 강화를 약속했다. 다만 시 주석이 공식 만찬에 불참하고 체류 시간을 24시간 미만으로 줄이는 등 여전히 냉기류가 흘렀다. 이번 뉴델리 회의는 브릭스가 서방 중심 기관을 벗어나 적대적인 관계의 국가들조차 대화할 수 있는판을 마련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다변화된 국제 질서를 원한다는 공감대 속에서도, 기존 질서를 대체할 구체적인 대안과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정상회의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불참하면서 중국의 관심이 줄어들지 않냐는 추측이 나왔다. 당시 회의에서 브릭스는 미국 달러에 도전할 화폐 도입 문제를 놓고 아무런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 여기에는 회원들국간 경쟁 의식으로 인해 새로운 경제 모델을 도입하기를 꺼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음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새로운 국제 질서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회원국들이 무엇으로 어떻게 대체해야할지가 중대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기자

트럼프, 中의 이란 조력 의혹에 "우리도 中 염탐한다" 논란 일축

[파이낸셜뉴스] 오는 24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초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이란 조력 의혹에 대해 별일이 아니라고 반응했다. 트럼프는 이란이 중국에서 미군 기지 위성 사진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를 두고 미국 역시 중국을 염탐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AF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이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대해 "사람들이 중국이 우리를 염탐한다고 말한다면, 나는 그 말이 맞지만 우리 역시 그들을 염탐한다고 말한다"며 "그건 우리가 하는 일이고, 그들 역시 기본적으로 우리가 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앞서 WSJ는 11일 미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지난 7월 17일 요르단의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를 공격하기 전에 중국 민간 기업으로부터 고해상도 미군기지 위성사진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해당 기지에서는 이란의 탄도미사일이 숙소를 타격하면서 미군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이란은 공격 이후에도 위성사진을 추가 입수했다고 알려졌다. 미국은 해당 정황을 확인한 뒤 중국 측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중국은 증거가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WSJ는 중국 정부가 직접 개입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미 트럼프 정부는 지난 5월 이란에 미군 공격에 활용될 수 있는 위성사진을 제공하거나 수집·공개했다는 이유로 미자비전, 어스아이, 창광을 포함한 중국 기업 3곳을 제재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달 시진핑 방미에 앞서 중국과 마찰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4일 발표에서 시진핑이 "9월 24일 온다. 우리는 그걸 고대하고 있다. 그는 훌륭한 신사"라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는 "우리는 아주 잘 지낸다. 우리는 매우 좋은 무역 관계를 갖고 있다. 그들은 경쟁국이기도 하지만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13일에도 시진핑에 대해 "그는 꽤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고, 우리 역시 꽤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영 매체들은 아직 시진핑의 방미 일정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외신들은 4일 보도에서 2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시진핑이 24일 방미 행사에 대규모 중국 기업인 대표단을 함께 데려간다고 전했다. 시진핑이 기업 대표들과 미국으로 향한 것은 약 11년 만에 처음이다. 트럼프는 11일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중국이 미국에 와서 자동차를 만들 공장을 열고 싶다면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도 그렇게 해서 우리 국민을 고용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을 고용한다는 점"이라며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트럼프의 전임자였던 미국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지난 2024년에 중국산 전기차를 겨냥하여 100%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외에도 각종 규제를 통해 중국 자동차 기업의 미국 내 생산 및 판매를 사실상 금지했다. [email protected] 박종원 기자

이스라엘·레바논, 10월 로마 재회동

[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오는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미국의 중재 하에 다시 만나 국경 지대에서의 적대 행위 완화를 위한 안보 협정을 논의한다. 13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당국자는 "협정의 지속적인 이행이 레바논 주권과 이스라엘 안보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메커니즘으로 남아 있다"면서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주미대사가 다음 주 워싱턴 DC에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프랑스 AFP통신 역시 "두 대사가 다음 주 미 국무부에서 따로 만나 최근 정세와 지난 6월 워싱턴 DC에서 합의한 이른바 '3자 프레임워크' 이행 상황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합의는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무장해제 △레바논 남부 진주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 △레바논군의 남부 지역 배치 등을 골자로 한다.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이후 지난 7월에도 로마에서 미국의 중재 하에 회담을 갖고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월 말 시작된 이란 전쟁을 계기로 헤즈볼라를 격퇴하기 위해 레바논에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전투를 중단하기로 합의했지만, 최근 들어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습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 레바논 측 집계에 따르면, 그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레바논에선 4300명 이상이 숨졌다. 로마에서 열린 양측의 7차 협상은 레바논 남부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지난달 종료됐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현재 국경을 따라 레바논 영토 안쪽 약 10㎞를 '완충지대'로 설정해 사실상 점령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무장을 유지하는 한 무조건 철군할 순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부의 이스라엘 직접 협상에 반대하며 전면적인 무장해제 또한 거부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홍채완 기자

美 참여하는 우크라 종전 3자 협상, 10월 재개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이달 미국 특사단과 8개월 만에 다시 접촉한 러시아 정부가 오는 10월에 미국 및 우크라이나와 함께 우크라 전쟁 종전을 위한 3자 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지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10월에 회담을 재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그런 가능성을 배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가까운 미래를 이야기 하고 있으며, 그러므로 10월에 만날 가능성도 있다. 10월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4년 넘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는 러시아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선으로 지난 1~2월 사이 3차례에 걸쳐 미국 및 우크라 대표단과 3자 종전 협상을 벌였다. 1~2차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열렸으며 마지막 회담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됐다. 미국의 중재 노력은 미국이 2월 말부터 이란을 공격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이란전쟁이 소강상태에 빠지자 다시 우크라로 눈을 돌렸다. 트럼프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대통령 중동 특사는 지난 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8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위트코프 등은 다음날 우크라 키이우로 이동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과 회동했다. 페스코프는 7일 발표에서 미국 및 우크라와 3자 종전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회담 장소와 시기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11일 인터뷰에서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푸틴과 만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푸틴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면 나도 마이애미로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페스코프는 12일 발표에서 젤렌스키에게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면 모스크바로 오라"고 역제안했다. 13일 크렘린궁의 유리 우샤코프 외교정책보좌관은 UAE의 왕세자가 러시아에 3자 회담 장소 제공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박종원 기자

美 트럼프, 9월 FOMC 앞두고 금리 인하 독촉 "무역 중단" 경고

[파이낸셜뉴스] 최근 정부 빚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했다. 그는 세계 최저 수준으로 금리를 낮춰야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일부 국가와 무역을 멈춘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세계 최저로 낮춰야"...무역 중단 위협미국 UPI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둔베그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15~16일 열리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언급했다. 그는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 경제가 너무 강해서 그들(연준)의 공식과 상관없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신용도는 세계 최고다. 우리는 다른 나라들을 부유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2분 안에 그런 상황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에도 금리 인하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밝힌 무역 중단 계획을 실행할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 나는 몇몇 나라에 대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싶지 않다. 흑자를 내거나 적어도 무역수지 균형을 보고 싶다"며 "하지만 이전 대통령들은 막대한 적자를 허용해왔고, 우리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니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이는 일정 기간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지난 4일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미국의 재정 문제를 다른 국가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미국은 금리가 1%p 오를 때마다 연간 6500억달러(약 874조원)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며 "미국이 모든 것을 움직이게 만들고 실패할 뻔한 다른 나라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부를 안겨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우리가 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들과 무역을 중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1기 정부부터 정부 이자 절감 및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주장했던 트럼프는 지난 5월 취임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에게 거듭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미국의 정부 부채는 지난달 역대 최초로 40조달러(약 5경 3820조원)를 넘어섰고, 30년물 미국채 가격은 이달 1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0년물 국채 가격도 12일 기준 3년 만에 가장 낮았다. 미국 재무부는 9일 발표에서 국채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재매입하는 규모를 3배로 늘린다고 밝혔다. 연준, 3년 만에 금리 인상 가능성연준은 올해 들어 5회 연속으로 기준금리(3.5∼3.75% 구간)를 동결했다. 13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제공하는 시장분석도구인 '페드워치'로 미국 기준금리 선물 거래인들의 매매 형태를 분석한 결과,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p 올릴 가능성은 86.2%에 달했다. 동결할 가능성은 13.8%로 파악됐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2023년 7월 이후 약 3년 만에 금리를 올린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위축된다는 주장은 최근 고용 증가로 인해 힘을 잃었다. 11일 공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4%로 여전히 연준 목표치(2%)를 웃돌았으며, 4일 발표된 8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전월 대비 16만2000명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를 큰 폭으로 앞섰다. 이와 관련해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의 푸자 스리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올해 9월에 이어 12월까지 2차례 금리를 올린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물가상승률이 2% 목표치를 향해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을 우려한다면 단 1차례의 금리 인상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 BNY웰스은행의 앨리샤 러바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워시가 이달 금리를 올리면서 물가를 잡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신호를 보낼 경우 "시장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의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3일 CNN에 출연해 "트럼프는 워시의 독립성을 100% 존중한다"며 "워시와 연준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리는 100%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무역 중단 발언에 대해 "무역이 제로(0)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지만, 대통령은 금리가 더 크게 낮아져야 한다는 매우 강한 의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박종원 기자

실리콘밸리發 'AI 브레이크론' 워싱턴 강타…美 정치권도 갈렸다

【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논쟁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넘어 워싱턴 정치권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AI기업 최고 경영자들이 잇따라 AI가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이 문제가 11월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같은 논쟁에 대해 13일(현지시간) "AI에서 이기는 자가 승자"라며 사실상 속도조절론에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일랜드 둔베그의 자신의 골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AI 산업이 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AI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다"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국가이고, 솔직히 나는 이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AI에서 이기는 자가 승자(whoever wins AI wins)"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정한 안전장치는 둘 수 있다면서도 AI의 극단적인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매우 부정적인 세력(very negative forces)"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이 실제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논쟁이 기술업계를 넘어 미국의 정치 문제로 급속히 확산하는 가운데 나왔다. 특히 미국이 독자적으로 AI 개발 속도를 낮출 경우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AI 안보론'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말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에서도 AI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샌더스 "멈춰라"…공화당에서도 규제론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다. 아모데이는 12일 공개한 장문의 글에서 AI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최첨단 AI의 능력 향상 속도를 늦춰 안전·통제 기술이 따라잡을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등 경쟁사 수장들도 잇따라 공감을 나타냈다. 다만 아모데이는 미·중 AI 경쟁을 최대 걸림돌로 꼽았다. 미국만 속도를 늦추면 중국이 군사·경제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어 국제적인 속도조절과 이를 확인할 검증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AI 속도 논쟁은 이제 워싱턴의 정치 문제로 옮겨붙고 있다. 주목할 점은 규제 목소리가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강경한 목소리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다. 그는 AI가 인류를 파괴할 가능성이 10%인지 2%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지금 당장 멈춰라"고 초지능 AI 개발 중단을 촉구했다. 오는 16일에는 'AI의 대부' 제프리 힌턴과 미래생명연구소 공동창립자 맥스 테그마크 등을 불러 여야 상원의원들을 대상으로 AI 위험에 관한 초당적 브리핑을 연다. 반대편인 공화당에서도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AI 제품이 초래할 수 있는 '실존적 위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애나 폴리나 루나 하원의원은 AI 문제를 다루기 위해 의회 특별회기까지 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로 칸나 하원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독립적인 AI 규제기관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AI의 위험을 인정하는 것과 개발 속도를 실제 늦추는 문제에서는 정치권의 입장이 갈린다.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훨씬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쟁 때문에 개발 자체를 늦추는 데는 반대했다. 그는 "킬러 로봇이 생긴다면 중국의 킬러 로봇보다는 미국의 킬러 로봇이 낫다"고까지 말했다. AI 위험과 중국의 추격을 동시에 우려하는 워싱턴의 딜레마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치권 지도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 주요 AI 기업 CEO들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열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 의원들과 AI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AI 위험이냐 中 추격이냐'…중간선거 쟁점으로 논쟁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로 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AI에 대한 우려가 워싱턴뿐 아니라 선거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환경 문제와 일자리 대체, 빅테크의 권력 집중에 이어 AI 자체를 어디까지 개발하도록 허용할 것인지가 정치권의 새로운 논쟁거리로 등장한 것이다. 특히 기존의 진보·보수 구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진보 성향의 샌더스와 보수 성향의 홀리는 모두 AI 위험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요구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크루즈 등은 AI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먼저 속도를 늦추는 데는 선을 긋고 있다. 결국 워싱턴에서 시작된 질문은 단순히 'AI를 규제할 것인가'를 넘어섰다. 통제할 수 없는 AI가 가져올 위험과 개발 속도를 늦췄다가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위험 사이에서 미국이 어디에 선을 그을 것인가가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