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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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①) “대답 못해? 회장 나와” 국회의 포퓰리즘 국감

(1·①) “대답 못해? 회장 나와” 국회의 포퓰리즘 국감

'슈퍼갑(甲)' '공룡국회'. 국회 개혁이라는 우리 시대의 '화두'에서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이 국회의 권한 남용과 게으름이다. 국민을 위해 권한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 정당의 정치적 이해나 선거를 겨냥한 지명도 높이기, 지역구 치적 쌓기를 위해 권한을 남용하는 행태를 질타하는 것이다. 4일 국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정감사에 불려나온 기업 및 단체 인원은 증인 201명, 참고인 26명 등 모두 227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한 남용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는 '기업국감'은 19대 국회 들어 더욱 두드러졌다. 관련기사 ☞ 기획연재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18대 국회였던 2011년 주요 상임위원회에 불려간 기업단체 증인 및 참고인 수는 105명이었지만 19대 국회 첫해인 2012년에는 176명으로 증가했다. 2011년 일반증인 대비 기업단체 비율도 55.4%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지만 2012년에는 70.8%로 급증세를 보였고 작년에도 70.7%를 기록했다. ■국감 증인, 징벌적 조치 인식 국정감사가 '기업국감'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이유는 감사권을 정치적 이해나 대중적 인기를 위해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규제와 경제활성화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균형 있는 길을 걷고자 하는 진지한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국감 증인으로 거론됐지만 모 정당 한 지역구와 상생협력기구 설치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증인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경우 당초 증인이 아니었으나 계열사 이마트의 허인철 사장이 국감장에서 불성실한 대답을 한 것이 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려 국감장에 불려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증인 채택을 징벌적 조치로 여기는 이 같은 행태는 결국 기업과 의원들 간 모종의 거래를 의심케 한다는 측면에서 국회 불신을 자초하는 씨앗으로 지적된다. 회사 오너 또는 최고경영자(CEO) 호출을 피하기 위해 기업이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실을 찾아가 읍소하거나 후원금 등 금전적 대가를 치르고 지역구 민원 해결에 직접 나서는 일은 국회 주변에서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기업들 또한 경영전략에 집중하기보다 대관(對官) 업무에 능통한 보좌관 및 비서관 출신 인사 영입에 주력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예산안 심의.확정권한을 쥐고 있는 국회는 감당하기 버거운 존재가 됐다. 우리나라는 정부도 법안 발의권을 갖고 있지만 국회가 이를 강하게 견제하면서 삼권분립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대해진 국회 권력, 견제는… 각 부처 국회 담당관은 국회에 상주하면서 예산 편성을 비롯, 정보 보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가정보원도 수십명의 인원이 국회에 포진해 동향 파악 외에도 정무 업무에 집중해 온 게 아니냐는 시비 등으로 정치권의 쟁점이 된 바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정부나 기업의 잘못된 점을 짚어내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이제는 그 과정에 주목할 때가 됐다"며 "누구를 위해 비판에 나서고 있고 어떤 목적을 위한 협상을 하는지 등을 보다 상세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email protected] 김학재 기자

(1·①) 무능한 의원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차라리 세비 반납 받아서 기부하자."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세비를 반납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권한을 휘두르는 데 열중하면서 정작 입법활동을 하지 않는 데 대한 국민의 감정을 대변하는 주장이다. 현행법상 세비를 반납받을 방법이 없으니 각 정당의 대표들이 스스로 일하지 않는 소속 의원들로부터 무노동에 상당하는 세비를 돌려받아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라는 시민단체의 주장도 나온다. '개점휴업'. 정기회와 임시회 등 국회가 활동기에 들어갈 때마다 함께 등장하는 용어다. 즉, 여야 간 합의로 국회를 열어 놓고도 법안 논의는 뒤로한 채 정쟁만 일삼는 경우를 일컫는다. 구태라고 해서 멀리 사례를 찾을 것도 없다. 최근까지도 민주당 등 야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국회 전체가 파행을 겪었다. 정치권 안팎에서 상시국회 도입론 속에 '무노동 무임금' 시스템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관련기사 ☞ 기획연재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달 초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며 상시 국회, 상시 국정감사, 상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제안했다. 현행 국회법은 짝수 달인 2, 4, 6월에 임시국회를, 9월부터 100일 동안은 정기국회를 열도록 규정돼 있다. 국감과 예결위는 정기국회 기간에 이뤄지는데 이 모든 것을 상시체제로 운영하자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하지만 약 보름 만인 지난달 19일 민주당 지도부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등을 쟁점화하며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나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8월에도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파행 등에 반발해 비상체제를 선언, 장외투쟁에 돌입한 바 있다. 장외 투쟁과 국회 보이콧은 야당이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다. 민주화 이전에는 야당이 대여투쟁을 벌일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었다. 국회 내 의원 수는 물론이고 사회 각 분야의 전문인력이나 제기관과 단체의 지원를 받는 데도 열세에 있었다. 정책 기획력, 자금력 등에서도 여당과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가 성장하고 정권교체라는 분수령을 넘으면서 각 정치진영의 역량도 커졌다. 그런데도 야당이 사용하는 정치적 무기는 여전히 장외투쟁, 물리력 동원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을 설득하고 여당을 승복시킬 새로운 정치적 수단을 창조해 낼 지도자가 없는 것이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상시국회를 도입하되 국회의원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시스템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세비와 정당 국고보조금이 국민 혈세인 까닭이다. 식물국회를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은 '게으름'이다. 지난 2월은 국회가 열려있는 기간이지만 줄잡아 60여명의 국회의원이 외국에 나갔다. 강창희 국회의장도 지난달 8일부터 13박15일, 회기의 절반을 할애해 여야 의원 8명과 함께 남극과 뉴질랜드.호주 출장을 다녀왔다. 한국정당학회 관계자는 "의원외교상 상대 국가의 일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임시국회 중에 출국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입법권에 무게중심을 둔 국민 여론의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2월 3~27일)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주요 민생법안 처리를 다짐했지만 이번에도 공염불에 그쳤다. 일부 법안만 겨우 통과됐을 뿐 기초연금법 등 쟁점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열릴 4월, 6월 임시국회도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7~8월이 휴회기인 점을 감안하면 결국 9월 정기국회에서나 본격적인 법안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 사이 정부의 주요 정책은 후속 법률안 미처리로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전직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는 "정부 정책과 입법 사이에 공백이 생기면서 부동산대책 등 정부의 주요 정책들이 발목이 잡힌 것은 그야말로 통탄할 일"이라며 "이제는 정부의 개념에 입법부를 포함, 국정에 대한 공동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이두영 부장 김기석 전용기 최경환 김학재 김미희 예병정 박소현 이승환 기자

  (1·①) 기업에도 정부에도 의원님들은 ‘슈퍼 甲’

(1·①) 기업에도 정부에도 의원님들은 ‘슈퍼 甲’

#. 지난해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A대기업의 국회 담당자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B의원실을 찾았다. 해당 의원실에서 자사 환경관리설비에 대한 질의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질의서를 미리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B의원실에서는 지역구 내 지인이 운영하는 시설에 헬스·운동기구를 협찬해 달라고 요구했다. 가격만 해도 수천만원에 이르는 부담 탓에 결국 담당자는 상부에 사정을 보고한 뒤 질의서 받는 것을 포기했다. 관련기사 ☞ 기획연재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국회의 입법권과 감사권의 사정거리에 있는 기업들은 한사코 실명을 드러내기를 꺼렸다. 당연한 일이다.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불만은 하늘을 찔렀다. 앞선 A기업도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국감에서 피해를 보게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들이 부정과 부패를 숨기고 있으니 제 발 저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의원들이 기업을 잡고 늘어지는 것이 정당한 비판이라면 굳이 '슈퍼갑(甲)의 횡포'라는 말은 들리지 않을 것이다. 기업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트집잡기, 군기잡기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국회와 기업, 억지 '상부상조' 정부와 연계된 사업을 진행하는 C기업은 국회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가 없다. 편성되는 예산 규모에 따라 이 회사의 매출이 사실상 결정되기 때문이다. C기업 국회 담당자가 하루가 멀다 하고 해당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찾아 다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의원실을 드나들 때마다 마음을 졸여야 했다. C기업 관계자는 4일 "국회의원과는 직접적으로 만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며 "국회의원이 직접 어떤 사안을 부탁하면 회사 입장에서 큰 부담이 돼도 거절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지역구에 투자를 요청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심지어 앞선 사례와 같이 의원들의 지인을 도와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와 기업 사이에 모종의 거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감 증인채택에서도 거래가 숨어 있다. 실제 일부 기업은 자사 직원들에게 국감 시기에 맞춰 해당 상임위 위원장과 소속 위원들에게 후원금을 낼 것을 독촉했다. 그 덕분에 해당 기업 사장은 당시 국감 증인채택에서 제외돼 후원금을 지원한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국회의원들이 기업에 요구하는 민원이 지역구 전반에 걸친 '거시적'인 것이 아닌, 일부 특정인을 위한 '미시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자칫 이권 개입 등 심각한 사안으로 번질 수 있다. 기업은 각종 법안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규제를 받고 있고, 국회는 정부와 소속 기관을 감독·규제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기업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같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힘의 연결고리는 늘 부적절한 거래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국회의원의 일상적 활동은 모두 당선을 위한 행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지역 유권자에게 점수를 딸 수 있는 치적 쌓기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지역 민원 해결을 위해 소속 당론에 배치되는 행동도 개의치 않는다. 시의원이나 구의원의 영역까지 넘나들며 지역 민원 해결사를 자임한다. 의원들이 해결할 민원이 관련 기업에 자연스레 떠넘겨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 지역구 의원으로 재선에 성공한 모 의원은 "여의도 국회에 있을 때의 나 자신과 주말에 지역구 활동을 하는 나는 180도 다른 사람"이라며 "지역 민원 해결을 위해 소관 부처 산하기관 취업 의뢰는 물론 예산 확보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에도 '갑질' 삼권분립제. 우리나라는 국가의 권력을 입법권.행정권.사법권의 3권으로 나눠 상호 견제하면서 권력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입법부의 고유 권한인 입법권과 예산안 심의.확정권이 오히려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주어진 권한을 행정부를 견제하는 데 사용하지 못하고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삼는 의원들의 자질은 늘 문제가 돼 왔다. 대표적인 예로 대정부질문의 경우 각종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보다는 해당 부처 수장을 향한 훈계식 호통이나 의원의 일방적인 자기 주장만 펼치다 끝나는 사례가 더 많다. 국회의원들이 정부를 상대로 질의할 때 장관의 답변을 듣고 추가 질의를 하는 식으로 주고받기식 대화가 이뤄지는 것이 정상이다. 이때 장관이 국회의원의 지적을 수긍하거나 사과하면 의원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장관이 항변을 하거나 의원의 논리가 틀렸다고 지적할 경우 의원이 당황하는 모습이 TV에 중계되면 크게 위신이 깎일 수밖에 없다. 이럴 때를 대비하는 의원들의 '비기(秘技)'가 바로 호통치기다. 대정부 질문서를 작성했던 한 보좌관은 "의원이 질의할 때 어느 정도 예정된 시나리오를 짜 놓고 총리나 장관의 답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형별 질문을 두세개 정도 추가한다"며 "만약 예상 밖 답변이 나오거나 반박이 제기될 경우에는 말을 중간에 자르거나 '자세가 그게 뭡니까'란 식으로 면박을 주는 것으로 대처하는 것은 하나의 요령"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국회가 상하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예산안 심의.확정권을 쥐고 있어서다. 각 부처가 제출한 새해 예산안은 국회로 넘어와 계수조정된다. 이때 신규 사업 추진비 등을 확보하려면 소관 의원들에게 '읍소'할 수밖에 없는 게 행정부의 실정이다. 단적인 예로 국회 정무위 야당 의원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가보훈처의 안보교육용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자료제작 협찬사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으나 보훈처장은 끝까지 거부했다. 협찬자 본인이 밝히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정무위는 연말 국가보훈처 예산안 심의에서 안보교육예산 15%를 삭감 의결했다. 이른바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국정감사에서 시종일관 뻣뻣한 태도로 임했다는 이유로 2012년 사업예산 중 3개 사업이 전액 삭감되는 등 대부분의 사업이 삭감대상에 오르는 유례없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사무처장이 계수조정소위원회 회의장 등을 직접 방문해 예산 살리기에 나섰지만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해 1년 내내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특별취재팀 이두영 부장 김기석 전용기 최경환 김학재 김미희 예병정 박소현 이승환 기자

  정치후진국 결국 정당 탓, 인재는 없고 특권만 남아

정치후진국 결국 정당 탓, 인재는 없고 특권만 남아

"정당이 변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발전할 수 없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 회의실에서 연간 정치개혁 시리즈 '우문정답' 자문위원단이 참석한 가운데 좌담회를 갖고 정치개혁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우리나라가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나가고 있는 사이 유독 정치만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날 토론자들은 우리 정치의 핵심 문제는 정당에 있다고 한결같이 지적했다. 정당들이 그동안 무엇을 해 왔는가를 살펴보면 그 성격이 분명히 드러난다. 정책과 미래 가치에 따라 움직이기보다는 이권과 권력을 얻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정치에 국가전략과 국가경영에 대한 고민이 없다"며 "정당이 이념과 정책을 중시하는 가치정당이 아니라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목적인 이익정당, 공당이 아니라 사당(私黨)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종 변호사는 "정치라는 것이 정당인만이 누리는 특권이라 생각하고 정당 내부의 논리가 민의에 우선한다고 보거나 정당 내부의 논리를 민의와 같다고 보는 오류를 저지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최승노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은 "정치가 권력을 획득하는 것은 국가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인데 지금은 권력을 통해 사익을 얻으려는 경쟁으로 보인다"며 "거칠게 싸우는 사람이 인기를 얻고 당을 위해 헌신한 것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에 당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폭력은 악순환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런 정당의 모습은 결국 다양한 분야의 능력있는 사람들을 정당 내에 품지 못하고 자질이 떨어지는 정치인을 양산하는 구조를 낳게 된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정당 민주주의가 실종되면 눈치 빠른 사람들이 국회에 대거 입성하게 되고 결국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보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소동을 부리는 일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장선 전 의원은 "정치권에 유능한 사람도 많지만 아직도 미흡하다"며 "어느 당에는 검찰 출신이, 어느 당에는 운동권 출신이 너무 많이 집중돼 있다든지 하는 문제가 있는데 시대를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인재들을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긍정적인 변화는 정치개혁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기대도 나왔다. 손교명 변호사는 "우리나라가 짧은 시기에 경제 발전을 이룩하고 고도성장하다보니 다른 나라에서 오랜 세월 거쳐온 문제가 쌓여있어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국 정치도 더디지만 발전하고 있고 요즘에는 의원 스스로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별취재팀 [email protected] 최경환 기자

  (1) “정치판, 상식은 사라지고 포퓰리즘과 보스만 남았다”

(1) “정치판, 상식은 사라지고 포퓰리즘과 보스만 남았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 회의실에서 파이낸셜뉴스 연중 정치 기획시리즈 '우문정답' 자문위원으로 참가한 정장선 전 국회의원(오른쪽 첫번째), 최승노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오른쪽 두번째), 손교명 변호사(왼쪽 세번째) 등이 우리 정치의 문제점과 지향점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항간에 국회 권한이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의문이 수없이 제기되고 있다. 무슨 권한이 새로 생긴 것도 아닌데 국민, 기업, 행정부가 체감하는 국회의 힘은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성장하고 글로벌 무대로 활동 영역이 확장되면서 입법부의 작은 결정 하나가 큰 파장을 일으키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우문현답이라는 고사에 빗대어 '우문정답'이라는 시쳇말도 생겨났다.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는 이 말은 정치가 모든 것을 막고 있어 정치에서 풀리지 않으면 실마리를 찾기 힘들다는 말이다. 정치에 대한 힐난이자 푸념인 셈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시중에 회자되는 '우문정답'이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통해 국회의 현재 모습과 국민이 바로보는 시각, 변화의 싹을 담아보려 한다. 정치 문제를 얘기하지만 현실정치 현안이나 쟁점을 다루려는 게 아니다. 정치라는 근본에 대한 질문을 던지려 한다. 도덕적 해이에 빠진 국회, 선거제도.예산안.국감 개혁 등이 주요 내용이다. 미국.일본.유럽의 정당정치에서 배울 점도 취재, 보도하고 정치 원로들로부터 우리 국회가 가야 할 길 역시 들어볼 예정이다. 특히 언론의 포퓰리즘을 스스로 경계하기 위해 학계, 법조계, 정치계에서 자문위원 6명을 위촉, 시리즈를 함께 진행하기로 하고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 회의실에서 자문위원 좌담회를 열었다.                       <편집자주> 사회=조석장 정치경제부장 ―한국정치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정당이 공당이 아니라 사당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이익집단 민주주의' 폐해가 등장하고 있는데 정치인들이 표만 의식한 포퓰리즘과 결합해 합리적 국가의사결정을 못하게 하고 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일반적으로 정치가 성공한 나라는 경제가 발전하고 풍요로워진다. 한국의 현실은 '정치실패'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정치실패의 원인은 포퓰리즘적인 정치 시스템에서 나온다고 본다. 정치인들은 사익이라고 할 수 있는 정권 창출을 통해 공적이익인 국가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정치는 사적 이익인 정권 창출을 위해 대중적 인기를 얻는 수준에 멈춰 있다. 정치인 개개인의 자질의 문제가 아닌 정치 구조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정장선 전 국회의원=상식에 기반한 정치가 돼야 한다. 여의도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합의를 도출한다는 상식이 홀대받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민주화.반독재 투쟁의 기간이 길다보니 합의도출이라는 기본이 어색한 것이다. 정치는 6 대 4나 55 대 45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여전히 한국의 정치에서는 이른바 '제로섬 게임'으로 보고 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오래전에 '3김 시대' 종식을 선언했지만 내용상으로는 패거리 정치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가치와 지향, 정책에 따라 정파가 생성되는 게 아니라 보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후진적 정치에 머물고 있다. ▲손교명 변호사=정치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은 짧은 시기에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쌓여왔다. 단순히 정치만 좋아지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전반적인 국민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 국민도 정치인들이 인기를 위해 포퓰리즘적인 정치를 펼칠 때 거기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만을 탓하기보다는 국민의 의식을 바꿔야 한다. ▲정 전 의원=한국 정치에서 청와대의 변화가 중요하다. 청와대와 국회의 관계가 다른 나라와는 다른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이 강하다보니 취임하게 되면 여당을 정부를 뒷받침하는 정도로 여긴다. 이러다보니 여야와의 충돌이 심해진다. 청와대가 국회를 보는 시각부터 교정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정치문제는 국회에서 푼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정치가 회복될 수 있도록 대통령도 여당에 권한을 주고 국회에서 여야가 문제를 풀어내는 것을 습성화해야 한다. ―국회 입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최 사무총장=입법부의 기능이 좀 더 건강하고 효율화돼야 한다. 현재와 같이 정파 다툼에 내몰린 수뇌부 중심에서 사안별로 바꿔야 한다. 가령 안건에 대해 투표를 할 때도 국회의원들이 안건을 알고 투표하는지 의심스럽다. 국회는 356일 열린 상황에서 안건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논의가 없다보니 수십건의 안건이 한꺼번에 처리되는 구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의원입법이 강화되는 시기다. 의원 입법이 단기적으로 인기를 얻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 남발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의원입법에 대한 평가 및 규제, 감시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 전 의원=국회의 핵심은 입법권이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은 정부가 입법을 주도하다보니 국회는 종속적인 모습이었다. 현재 국회의 입법권이 강화되는 모습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국회 심의과정은 상임위제도로 돼 있어 국회의원 개개인은 법에 대해 잘 모른다. 상임위에서 하루 정도 논의하고 법안소위로 넘어오면 대부분이 통과되는 구조여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임위를 강화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사무총장=대통령제하에서 행정부 수반과 입법권력을 동시에 선출하는데 국민들이 국회에 위임한 입법권한이 비민주적 정당운영으로 훼손되고 있다. 국감도 집권세력은 수비수 역할을, 야권은 공격수 역할을 하는데 정파만을 위한 국감으로 전락한 결과다. ―국회의원 특권과 고비용 정치, 파당정치 등의 문제에 대한 대책은. ▲정 전 의원=상식으로 돌아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 우선 대통령부터 반성과 노력을 해야 한다. 어느 나라나 국회의원에 대해 특권을 준다. 핵심은 싸움 등으로 저효율 정치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국회의원 특권이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커졌다는 점이다. 우선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집단의 정치.조직의 논리를 떠나서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본다. ▲손 변호사=국회의원 특권은 대부분 국회의원의 직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국회의원이 존경받는 사람으로 위상을 확립하지 못한 데 있다. ▲정 전 의원=결국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을 어떻게 충원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국회의 문제는 특정계층이 너무 많이 포진했다는 점이다. 어느 당에는 검찰 출신이, 어느 당에는 운동권 출신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 있어 이들이 국회를 움직이고 있다. 여야가 모두 시대를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을 충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 이사장=국회는 권한은 큰데 능력이 낮다. 그러나 권한을 줄이는 방법보다는 국회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시급하다. 특권은 가져도 좋으니 국가전략이나 바로 세워주고 국가경영을 제대로 해주기 바란다. ▲김경종 변호사=국회의원에게 주어진 권한에 비해 임기 내에는 책임을 물을 방법이 적다. 국민의 대변자로서 의정활동을 하라고 많은 권한을 준 것이지만 주어진 권한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회기 중에 출석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외유나 개인 활동에 국가의 세금을 낭비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잘못된 권한 행사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논란 거센 국회 선진화법에 대한 생각은.  ▲최 사무총장=선진화법은 인기를 위해서 통과됐지만 보편적 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다.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을 지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반면 선진화법은 합의를 문서화한 것이다. ▲정 전 의원=한국 정치에 선진화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는 반드시 통과시키려 하고 야당에서는 반대하는 경우 언제 날치기할지 모르니 상임위 자체가 열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선진화법은 날치기를 할 수 있는 직권상정을 못하게 막은 것이다. 직권상정을 막아 상임위에서 심의하고 논의할 수 있게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적어도 몸싸움하는 모습이 이제는 없어지지 않았나. ―정치는 협상이라는데 대결의 장이 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거칠게 다투는 모습이 자주 나타났다. ▲최 사무총장=한국 정치에서 거칠게 싸우는 것이 인기를 담보하고 당내 입지를 강화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이는 우리 사회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다툼의 정도에 대해 아직은 용인하고 있다. 국민들이 품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거칠게 싸우는 국회의원들을 뽑아주지 말아야 한다. 방송에 나와 막말 하는 것이 다음 선거에 효과가 있으니 그런 행동이 반복되는 것이다. ▲손 변호사=제도적으로는 국회윤리위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원끼리 하면 결국에는 자기 식구 감싸기 식이 된다. 이 때문에 외부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박 이사장=지역주의와 결합돼 있는 양당제, 이것을 강화하는 소선거구제가 승자독식의 정치, 양극화의 정치를 조장한다. 제도를 중대선거구제와 다당제로 바꾸면 덜 대결적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 사무총장=대화와 타협의 정치라는 것은 주고받는 거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의 공적기능 소멸, 대화 실종, 사적 이해가 공공의 선을 무시하는 것이 문제다. ▲김 변호사=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변자라는 생각이 있다면 경제·민생법안을 소홀히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민생법안에 대해서는 정쟁과 관계없이 처리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정치와 돈의 문제를 어떻게 보나. ▲정 전 의원=기본적으로 정치에서 돈을 써야 한다는 구조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돈이 들어갈 부분은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 최근 정치권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출판기념회의 경우 하지 않거나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 허용하려면 지금과 같은 편법을 허용하지 말고 정확하게 돈을 주고 책을 사도록 해야 한다. ▲손 변호사=현재 의원들의 소득 수준을 보면 1억원 조금 넘는다. 국회의원도 입법활동뿐 아니라 생활도 하고 대외활동도 해야 하기 때문에 돈은 필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비공식적으로 유입되는 돈은 양성화해야 한다. 특히 출판기념회의 경우 정치자금을 모은다는 것이 아니고 개인의 축재 수단화되고 있다. 출판기념회로 모인 돈이 개인의 사재가 된다면 제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최 사무총장=정치에는 돈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까다롭게 정치자금법을 만들면 편법이나 불법을 부를 수밖에 없다. 지키기 어려운 수준으로 까다롭게 만들지 말고 지킬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되 돈을 적게 써도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구조화해야 한다. 너무 까다로운 법은 신입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지 못하게 막는 진입장벽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사무총장=선출직의 첫 덕목은 청렴이다. 외국의 경우 정치와 검은돈의 문제는 무관용 원칙이 적용된다. 정책개발에 돈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나 검은돈은 별개인데 정치권에서 너무나 관대한 문화를 갖고 있다. 특별취재팀 이두영 부장 김기석 전용기 최경환 김학재 김미희 예병정 박소현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