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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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①) 로마가 부러우면 로마법을 만들라

<1> 정치권 화두 '개헌'20년 묵은 개헌 논의 우리는 과연 새 헌법을 가질 수 있을까改憲 [개헌 : 성문헌법에 규정된 개정절차에 따라서 헌법의 기본적 자동성, 즉 근본규범을 파괴하지 않고 헌법조항을 수정·삭제 또는 증보하여 의식적으로 헌법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시대 못 따라오는 헌법알권리·생명권 등 명시 안돼 경제민주화도 뜻 제대로 살려 재벌집중적 경제구조 바꿔야개헌의 핵심은 권력구조공천·입법·예산권까지 장악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 더이상 큰 역할하기 어려워수년째 개헌은 정치권 화두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의원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손잡았던 'DJP' 연합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20년 가까이 됐지만, 실제 개헌을 향해선 한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권력 누수를 우려해 개헌 이슈 앞에 주저했다. 소위 '잠룡'으로 불리는 대선후보군의 거물 정치인들 역시 앞다퉈 개헌을 약속하지만 막상 유력주자로 올라서면 손에 잡힐 듯한 대권 앞에 마음이 바뀐다. 내년이면 1987년 개헌 이후 햇수로 30년째를 맞는다. 군사독재 종식과 대통령 직선제 쟁취를 목적으로 탄생한 1987년 헌법은 두번의 민주적 정권교체와 경제위기 극복 등을 거치며 그 수명을 다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사업화와 민주화를 완성한 국가의 미래를 설계할 밑그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새 헌법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현재 정치권의 개헌 화두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의원내각제 등 권력구조 개편에 매몰돼 있다. 제헌헌법 이래 총 아홉 차례의 헌법개정이 있었다. 그중 다섯차례가 전면개정이었지만 모두 국가적 격변기에 급작스럽게 탄생한 부산물이다. 따라서 새 헌법은 더 이상 국민적 논쟁이나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전체를 위한 규범으로 거듭나야 한다.특히 21세기 정보화에 따른 정보접근권과 정보보호권 등 정보기본권에 대한 기본권도 필요하다. 행정의 투명성과 주권자 의식 제고를 위한 정보공개제도의 근거인 '알 권리' 역시 헌법상 기본권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헌법학자인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새로운 헌법의 모색과 방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헌법상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는 21세기 정보사회 진전에 따른 자유와 권리가 체계적으로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를 통해 헌법적 가치를 갖는 기본권으로 인정받고 있으므로 이를 헌법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생명공학 등 과학기술의 발전, 우리 사회의 생명경시 풍조 등 생명과 관련된 이슈가 강조되는 현실을 고려해 '생명권'의 포함 여부도 논의해야 한다.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 소재 사립대 교수는 최근 개헌 논의에 대해 권력구조에만 매몰돼 있다고 지적하며 "헌법은 사회의 규약적 가치이다. 정통성을 계승하는 측면도 있지만 시대에 맞게 적응해야 하는 성격도 지니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이 구조적인 문제에 부딪혀있는 상황에서 국가를 재창조해보자 하는 관점에서 개헌도 과감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제민주화 역시 시대변화에 따라 개헌을 통해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제119조 2항에 명시된 '경제민주화 조항'은 1987년 직선제 헌법을 제정할 때 당시 김종인 경제수석(현 건국대 석좌교수)의 주장으로 만들어졌다.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경제민주화 공약을 최우선으로 내세웠지만 경제민주화 정책은 자취를 감췄다. 극심한 양극화로 계층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경제민주화의 헌법정신을 구현할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연말 국회에서 열린 대안담론포럼에서 "한국 경제는 지나치게 수출의존적인 데다 세계경제 전망이 밝지 않아 내수를 무시하는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 경제민주화 없이 성장도 제대로 할 수 없다"면서 "과거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경제 혹은 창조경제로 전환하는 데 경제민주화는 필수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특히 산업화와 압축성장에서 발생한 재벌집중적 경제구조로는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이 어렵다는 위기 의식도 깔려 있다. 이에 대해 김종인 건국대 석좌교수는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전 원내대표와의 대담에서 "정치가 민주화되면 경제세력이 모든 것을 장악할 수밖에 없다. 어느 한 쪽의 권력이 세지면 그 사회가 폭발한다"면서 "결국 정치와 경제에 대한 정확한 분리를 하려면 그 한계를 짓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새 헌법의 권력구조 개편은 어디로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은 권력분산을 통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추구한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장을 위해 국가권력을 분할해 상호견제하게 함으로써 균형을 유지시키려는 취지다. 우리 헌법은 표면상 입법·사법·행정이라는 전통적 3분법에 의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도모하고 있지만 실상은 대통령이 3권을 모두 통제하는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현재 우리나라는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 심해질대로 심해진 상태다. 지금과 같은 '승자독식' 구조의 정치환경으로는 갈등을 해소하긴커녕 심해질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고질적인 '불통' 역시 공천권을 가지고 여당을 장악한 점,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예산권 등을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새 헌법의 권력구조는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은 분산하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현재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분권형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등 권력구조 모델을 두고 갑론을박이다. 선학태 전남대 명예교수는 "전국민적 정통성에 기반한 실권 대통령과 의회의 신임여부에 의존하는 실권총리가 공존한 분권형 대통령은 남북교류·국방·안보·통일외교 등 특수 업무·권한을 초당적인 대통령에게 전담시킨다는 점에서 분단국가인 한국의 권력구조로 매력적이다"면서 "양당제와 결합한 미국 대통령제 역시 프랑스 분권형 대통령제보다 더 분권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 명예교수는 "연방제인 미국에서 운영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분권형 대통령제는 우리나라 정치환경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이고, 승자독식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한편 한국헌법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헌법학자로 이름이 높은 정종섭 현 행정자치부 장관의 대통령제 비판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13년 우윤근 전 원내대표가 각계 전문가와의 대담을 엮어 출간한 '개헌을 말한다'라는 책에서 정종섭 장관은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의원내각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당시 정 장관은 "대통령제는 이념적으로 공산주의와 싸울 때 굉장한 역할을 했고, 산업화 시대에는 일정 부분 인권침해를 감수하면서 고도성장을 하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미 민주화 단계에 들어선 지금 대통령의 역할은 더 이상 국민한테 필요도 하지 않고 국가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정 장관은 이어 "정부에 법률안 제출권을 주는 것은 권위주의적 대통령의 문제를 더욱 강화시킨다"며 "독일식 의원내각제와 같은 형태를 우리나라에 맞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답이다. 한국에서 대통령제가 더 이상 역할도 없고 기능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4년 대통령 중임제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4년 중임제는 대의정치, 책임정치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고 8년 대통령제를 보장하는 쪽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4년동안 대통령은 한 사람은 연임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대통령제라고 불리는 나라는 미국, 멕시코, 칠레, 한국 등 4개국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email protected] 박지훈 조지민 기자

  (3·⑤) 시스템 변경 불가피..

(3·⑤) 시스템 변경 불가피.. "분리국감이라도 서둘러 도입하자"

"국감 하면 뭐하나요, 고쳐졌는지 확인도 안하는데" 현실적 개선 방안 없나 국정감사NGO모니터단,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국정감사 평가단은 △시정조치 사항에 대한 점검부서 설립 △상시국감&분리국감 도입 △증인신청 절차 제도화 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붕어빵 국감' '이벤트성 국감' '맹탕국감' 등 매년 국정감사 철이면 국감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끊이질 않지만 매년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되면서 국감의 효율성 개선은 차치하고 '무용론'과 '폐지론'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이라는 국정감사 본연의 목적을 되새기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붕어빵 국감은 '이제 그만' 국정감사 평가단은 매년 반복되는 '붕어빵' 시정조치를 개선돼야 할 첫번째 문제로 지적했다. 전담부서를 설치, 철저한 이행여부 점검이 필요하다고 개선책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상임위 전문위원의 시정처리결과에 대한 검토보고 작성 의무화 △감사위원별 시정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이행점검방안 마련 필요 △결과보고서 채택 신속화와 시정조치사항에 대한 이행시한 마련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금애 국정감사NGO모니터단 총괄집행위원장은 "국감이 끝나면 결과보고서가 나오고 시정조치사항이 나온다"며 "하지만 매년 똑같이 반복되는 시정조치사항 비율이 너무 높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감을 하면 뭐하느냐. 고쳐졌는지를 점검해서 똑같은 질문이 나오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똑같은 질문이 계속 나온다"며 "점검하는 부서도 없고, 점검하는 사람도 없다.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니 결과보고서 도장은 다 받아가는데 누구도 확인하지 않는다"고 무성의함을 질타했다. 증인신청 절차 제도화에 대한 의견도 많다. 어떤 증인을, 무슨 목적으로, 어떻게 신청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명시와 이에 대한 상임위원회에서의 공론화 절차를 통해 필요한 사람을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여야 간사 입맛에 따라 채택 여부를 결정해서는 매번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상시국감 체제 자리 잡아야" 국정감사를 '일회성' 행사가 아닌 '상시국감'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국정감사라는 것이 상임위원회가 10여개 있지만 피감기관은 무려 수백개에 달한다. 국감기간을 통해 짧은 기간에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며 "보좌관들이 전화해서 '꺼리' 좀 달라고 한다. 이 말은 의원실도 버겁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감을 통해 입법부가 감시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이런 식의 이벤트성은 안된다. 상시국감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분리국감이라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 전문가들도 국정감사 시스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정감사제도를 정기국정감사와 상시국정감사를 병행하거나 정기국정감사 시기를 임시회 기간으로 변경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며 "국정감사 대상기관도 정책.기획업무를 다루는 중앙행정기관 위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관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도 "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상황에서는 국정감사를 폐지하고 상임위원회를 활성화해 국정조사권 발동 요건을 현행보다 완화하고 상시 정부감시를 할 수 있게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mail protected] 김호연 기자

  (3·⑤) 1년에 한번 20일간 몰아치기식 국감. 결국 남는 건 여야 정쟁뿐

(3·⑤) 1년에 한번 20일간 몰아치기식 국감. 결국 남는 건 여야 정쟁뿐

3부. 입법시스템, 이젠 품질이 우선 <5> 수십년째 달라지지 않는 국정감사 예산안심사·법률안처리 집중된 정기국회 기간중에 국감 진행 역량 집중하기도 힘들어 비용은 작년에만 11억3천만원 휴일 빼면 하루평균 1억원 쓴셈 비용대비 효과는 '글쎄' '행정부 견제' 목적 살리기 위해 분리국감제 도입 합의했지만 다른 현안에 밀려 처리 무산 "여야가 정치적 욕심 버리고 국민에 약속한 것만 지켜도 국감행태 어느정도 개선될 것" 국회 국정감사 제도의 비효율성 문제는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국감이 행정부를 감시·견제한다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는 등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의회에선 우리나라 국회처럼 일정한 기간을 정해 놓고 감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회가 실시하는 국정감사 운영 형태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하다. 국감의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이 국회 안팎에서 제기되면서 정치권에서도 본격적으로 국감 관련법 개정작업에 돌입했지만 각종 정치 현안과 여야 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개정안 실시를 위한 입법화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수십년간 고비용·저효율 문제점 방치 국정감사 제도는 유신헌법하에서 폐지됐다가 지난 1987년 헌법이 개정되면서 부활한 이후 매년 정례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 실시 이후 제도상의 문제점으로 인해 효율적인 감사가 어렵다는 지적이 줄곧 이어졌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감의 제도적 문제점은 △정기국회 중 예산안·법률안 심사와의 중복 △광범위한 대상기관 및 단기간의 감사기간 △당리당략적 및 폭로성 소재 집중 △무차별적인 증인출석 요구와 방대한 자료제출 △감사 종료 후 사후조치 미비 등이 꼽힌다. 국정감사조사법에 국감은 매년 9월 10일부터 20일간 실시한다고 규정돼 있고, 본회의 의결에 의해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대체로 국감은 매년 9월 중순에서 10월 초순에 걸쳐 시행되고 있다. 올해는 다소 앞당겨져 9월 4~23일 실시된다. 문제는 600개가 넘는 기관에 대한 감사를 2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진행하게 돼 감사 시간과 인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심도 있는 논의와 해결방안 제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동시다발적으로 전국에서 실시되는 감사로 인해 행정부의 일상적 업무수행에도 차질이 발생한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또 국감기간이 예산안 심사와 주요 법률안 처리가 집중되는 정기국회에 하도록 돼있어 국감에 역량을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이 국회의원들과 국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정감사가 운영상 고비용·저효율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국회 사무처로부터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해 국감 경비로 약 11억3000여만원을 사용했다. 지난 2012년과 2013년엔 각각 약 15억원, 12억5000만원을 집행했다. 휴일과 자료정리 등의 기간을 제외하면 2주 남짓한 기간에 평균 13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하루 1억원가량 쓴 셈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공개적으로 사용된 비용을 제외하고도 피감기관들의 준비비용, 일반행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발생됐거나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된 기업인들의 비용 등을 고려할 때 국감으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지출되면서도 이에 걸맞은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정쟁의 도구·민원장으로 전락 무엇보다 국감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국감이 행정부에 대한 견제도구가 아닌 정쟁의 도구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제도 취지는 '정부 대 국회'의 대결구도를 통한 견제와 비판이지만 지금까지 실시된 국감에선 '정부·여당 대 야당'의 공방전이 주를 이뤘다는 평가다. 국감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대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감사 시점에서 현안으로 부각되는 각종 정치적 이슈에 감사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국감이 공전되거나 파행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국정감사가 당리당략에 따라서 상대 정당을 향한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변질됐다"면서 "행정부 견제와 비판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여당은 정부를 두둔하고 야당은 비판하면서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국감이 유지되기 위해선 정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 비판과 합리적인 대안 제시 등을 통해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판단의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국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민원 챙기기 구태와 관심을 끌기 위한 '보여주기식' 질의가 만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의원실 인력의 대부분이 지역구 업무에 치중되면서 올해 국감은 어느 때보다 부실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개선안 만들어 놓고도 처리는 뒷전 국정감사에 대한 제도적 문제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던 만큼 수많은 개선안들이 쏟아졌다. 지난해 여야가 합의한 분리국감제도가 대표적이다. 여야는 지난해 6월 국감의 내실화를 꾀하기 위해 분리국감 추진에 합의했다. 통상 9월 정기국회에서 20일 동안 열리던 국감을 두 차례(1차 8월 26일~9월 4일, 2차 10월 1~10일)에 나눠 치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 처리 등을 두고 여야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국정감사조사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현실화하지 못했다. 올해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국회법 파동 등 다른 현안에 밀려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도 올해 초 국감을 수시화해 임시국회에서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일반증인 채택을 상임위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가능하도록 규정을 엄격하게 만드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이 제도 개선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정작 법 개정에 있어서는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본부 사무총장은 부실 국감의 이유에 대해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과 국회의 준비 부족 탓"이라면서 "정부가 성실한 자세로 임하고, 여야 의원들이 국민에게 약속한 것만 이행해도 지금의 국감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도 국정감사 제도가 개선에 앞서 정치인들의 근본적인 의식 전환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여야가 상대 정당을 흠집내고 비난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정치적인 욕심이 문제"라면서 "분리국감 등 다른 방법들이 제안된다고 하더라도 의원들의 근본적인 의식변화 없이는 국감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조지민 기자

  (3·④) 달라도 너무 다른 한·미 국정조사

(3·④) 달라도 너무 다른 한·미 국정조사

3부. 입법시스템, 이젠 품질이 우선 ■미국, 검찰총장 비리 연루되자 압수수색 나선 유타주 의회지난 2013년 1월, 존 E 스왈로는 미국 유타주의 검찰총장 겸 법무장관으로 취임했다. 공화당 소속인 스왈로 총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유권자의 선거에 의해 뽑힌 선출직이다. 주정부 사법 수장에 오른 스왈로 총장의 성공 가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제동이 걸렸다. 같은 주의 재력가인 제레미 존슨이 사업상 비리로 연방정부에 의해 기소되면서 스왈로의 부정행위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자신의 선거에 자금을 지원한 기업 및 대부업체에 특혜를 베풀었다는 내용이다.대부분의 권력형 비리사건이 그렇듯 스왈로 사건 역시 실체적 진실을 드러내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았다. 주정부의 현직 검찰 수장이 연루된 사건에서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탓이다. 검찰 수사에 신뢰성이 의심되자 여론이 들끓었다. 같은 해 7월, 마침내 주의회 하원은 검찰 수사와 별개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유타주 의회는 특별위원회의 조사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증인의 증언을 강제할 수 있도록 법률상 소환장을 발부할 권한을 부여하고, 민간 자문위원의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했다. 지방의회의 위원회가 특별검사 수준의 힘과 조직을 갖춘 것이다. 로펌 등 민간영역의 전문가는 실체적 진실의 접근 방향, 자료수집, 증인 선정 및 심문 등에 대해 조언했다. 또 민간 전문가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주의 전문가를 도입하는 등 객관성도 확보했다.주정부 검찰총장 비리 스캔들의 진상은 특별조사위가 조사한 스왈로의 e메일을 통해 드러났다. 스왈로의 e메일 중 상당수가 검찰 서버에서 삭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특위는 압수수색을 통해 이를 복구했다. 그 결과 총장 임기 전 차장검사 시절부터 직권남용과 대가성 특혜 등 수년간의 검은 거래를 밝혀냈다. 이 같은 조사 과정은 실시간으로 공개돼 신뢰성을 높였다. 결국 스왈로 검찰총장은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같은 해 12월 사임했다. 2015년 7월 현재 그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이 사례는 미국 연방의회의 활약이 아니다. 일개 주정부 하원 의회가 실제 이뤄낸 성과다. 연방체제인 미국과 우리나라의 정치체제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그러나 당리당략적 공방과 버티기로 일관한 끝에 종료하는 우리 국회의 국정감사에 많은 것을 시사하는 사례다.지난 5월 미국 국무부의 '세계 차세대지도자 초청프로그램'에 참가해 유타주 의회의 특별조사 사례를 현장 탐방한 윤재관 전 새정치민주연합 보좌진협의회(민보협) 회장은 "의회와 행정부 간 권력의 견제"라고 평가했다. 윤 전 회장은 "연방의회도 아닌 주 하원 의회가 검찰 고위직의 비위사건을 조사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힌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라며 "의회가 강력한 조사권한을 가진 동시에 민간부문과 협력하며 객관성을 높인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평가했다.한편 스왈로 총장의 특별조사를 주도한 유타주 의원들이 같은 공화당 소속이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윤 전 회장과 함께 유타주 의회 탐방을 진행한 참여연대 장정욱 팀장은 공격과 방어에 치중하는 여야 대립에서 벗어나 행정부 감시라는 국회 본연의 임무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팀장은 "반면 우리 국회의 국정조사는 주요 증인의 채택을 막을 목적으로 물타기 식 증인신청이 비일비재하다. 국회의 권한을 높이는 제도 개선과 함께 입법부 고유 기능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자원외교도 용두사미 된 대한민국 국회국회는 지난여름과 올해 초 두 차례 국정조사를 했지만 공통적으로 청문회 한번 열지 못하고 '파행'으로 끝났다. 국회 기관보고에서 정부는 부실한 자료를 제출하거나 성의 없는 답변으로 일관하다가 야권이 반발했고, 국정조사 청문회에 부를 증인 채택을 위한 협상에 시일을 허비하다 협상이 불발되면 자동으로 국정조사가 종료되는 '예정된' 수순을 밟은 것이다.세월호 국정조사특위는 시작부터 여야 갈등 속에 출범했다. 지난해 5월 29일 국정조사계획서가 채택됐지만 정부 등 기관보고 일정을 합의하는 데만 20여일을 흘려보냈다. 여야는 진도 팽목항과 세월호의 쌍둥이배로 불리는 오하마나호,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 등에도 따로 다녀왔다. 청와대 등 22개 기관에 관한 보고를 지난해 6월 30일 시작했지만 대부분 기존 언론에 보도된 문제점을 재차 언급하는 데 그쳤다. 한국해운조합이 운항관리자가 허위로 보고한 세월호 과적 내용을 국회에도 그대로 보고하거나, 특위 야당 위원이 요구한 청와대 관련 자료 269건 가운데 기관보고가 끝나기 3일 전까지도 13건밖에 도착하지 않아 야당이 기자회견을 통해 분통을 터뜨리는 등 부실한 자료제출 관행도 여전했다.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를 낸 MBC는 기관보고에 아예 불참했다. 청문회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서는 아예 특위가 멈춰섰다. 야당은 청문회에서의 '한 방'으로 만회하려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 유정복 현 인천시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이에 여당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의 출석으로 맞섰다. 특위가 전형적으로 정쟁화된 것이다. 8월 4일부터 열리기로 한 청문회는 무산됐고,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교착화되면서 2차 국조 실시도 물 건너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의혹 제기는 국민 여론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도움이 될지 몰라도 상대하는 입장에서 '물타기' 정도의 반대 의혹만 제기하면 되니까 대응하기가 훨씬 쉬운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해외자원외교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국회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또한 여당이 주장한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와 맞바꿔 지난 1월 출범했지만 불안한 출발은 세월호 국조 특위와 다르지 않았다. 여야는 △국정조사 대상 및 시기 △기관보고 증인 출석 △청문회 증인 출석을 두고 석달 내내 파행을 거듭했다. 자원외교 국조특위가 기관보고 중에 '한 방' 없이 겉돌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해 이상득 전 의원, 최경환 현 경제부총리이자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 윤상직 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자원외교 핵심 증인 5인 출석에 매달렸다. 새누리당은 당장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정세균 당시 산업부 장관, 임채정 상임고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출석을 요구했고 합의는 결렬되고 국조 특위 역시 청문회 없이 끝났다. 특히 자원외교 국조특위는 '용두사미'로 끝나는 한계점을 보였다는 혹평을 받았다. 자원외교 국조 특위 출범 전부터 새정치민주연합은 '빈손 국조'를 우려하며 소속 의원의 특위 차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같이 국정조사가 파행만 거듭하다 빈손으로 끝난 사례는 19대 국회가 처음이 아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정조사가 부활한 13대 국회부터 지난 18대 국회까지 78건의 국정조사 요구가 발의됐지만 이 중 조사활동으로 이어진 경우는 22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조사보고서가 채택된 것은 9건에 불과했다. 1987년 이후 실제 국회가 국정조사에 착수해 완벽하게 마무리한 확률은 10.2%에 그친 것이다. [email protected] 박소현 박지훈 기자

  (3·④) 국정조사 정상화 되려면?

(3·④) 국정조사 정상화 되려면?

1. 직·간접 조사권 강화 2. 국회 차원의 역량 강화 3. 국정조사 후 사후조치 국회 국정조사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제대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 부여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 '폭로하고 아니고 말고 식', '막무가내식' 국정조사가 반복되는 1차적인 원인이 부실한 자료 조사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 독일 등 해외 선진국이 국회 국정조사특위에 직·간접적인 조사권을 부여한 것과 같이 자료조사권을 강화해 국정조사의 전문성과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국회 국정조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국정조사 전문조사관 도입 등 국회 차원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21일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 참여한 정치권 관계자와 시민단체,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회 국정조사 정상화의 방안은 △국회의 조사권 강화 △국회 차원의 역량 강화 △국정조사 사후조치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야권은 특히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들며 국정조사의 정쟁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회 조사권 강화는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국정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가 정부 측에 사실관계 규명을 위한 자료요청을 하더라도 법령 충돌 등으로 실질적으로 제출되는 자료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이는 야권이 의혹제기를 통한 여론몰이나 증인 채택을 고집하는 수순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조특위에 참여한 한 야권 의원실 관계자는 "감사원도 현장에 가서 직접 자료를 볼 수 있는데 현재 국회 권한은 감사원만 못한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자료제공을 회피하거나 증인참석을 거부했을 때 처벌조항을 강제하든가 아니면 국민적 의혹이 있는 경우 해외처럼 국회에 권한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독일 연방의회의 국정조사위원회는 증인 불출석 시 강제구인이 가능하고, 자료제출을 거부할 경우 법원의 심사를 거쳐 압수수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조사 권한을 가지고 있다. 미국 역시 위원회 직원에게 예비조사를 통해 증언청취 등 비공식적 조사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입법부의 행정부 감시 및 견제라는 국정조사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국회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국회의원은 국정조사 전문조사관 도입에 뒷짐을 지고 있고 국회의원 보좌진은 정쟁을 핑계삼아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조차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정당 차원에서 국정조사를 지원할 수 있는 조직은 정책연구원이고 국회의원은 국정조사 전문조사관을 양성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 초 해외자원개발 국조 특위에 참여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부가 예민한 자료를 숨기거나 은폐하더라도 객관적인 사실확인을 위해 어떤 자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조목조목해야 하는데 그런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입법조사처 또한 지난해 8월 내놓은 '국정조사제도 운영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예비조사 활성화를 통한 국정조사 효율성 및 전문성 제고를 조언했다. 예비조사요원의 중립성을 보장하되 비밀자료를 열람하거나 제출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아울러 사후조치가 미흡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상임위원회 사후 처리를 위임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박지훈 박소현 기자

  (3·③) 능력 있는 사람보다, 약점 없는 사람을 찾습니다

(3·③) 능력 있는 사람보다, 약점 없는 사람을 찾습니다

3부. 입법시스템, 이젠 품질이 우선 <3> 정쟁도구로 전락한 인사청문회신상털기 청문회의 폐단청문회마다 여야 세력대결로 번져 야당, 후보자 신상털기에 올인정책경험·정치역량 없더라도 국회와 친하면 통과되는 '아이러니'후보자의 버티기의혹에 침묵했던 국무총리 청문회 각종 자료 제출도 끝내 거부사전검증 부실 문제로 지적되자 개선하겠다던 국회, 결국 뒷짐인사가 만사라는데..장관 낙마땐 국정운영에 치명타 편향된 인물 내세우는 청와대도 무조건 발목부터 잡는 야당도 한발짝씩 물러나 대안 찾아야 '이상한 청문회'■후보자 정책 경험 중요성↓7일 한국인사행정학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10년간의 청문회 내역에서, 고위공직 후보자의 직위 업무와 과거 경력 관련성을 기준으로 정책 역량을 분석한 결과 정책역량이 없는 후보자 15명 중 13명(86.67%)이 청문회를 통과했다.국무총리의 경우 정책 역량이 없다고 판단된 후보자 3명 중 1명이 청문회를 통과하는데 그쳤지만, 장관 등 국무위원은 달랐다. 국무위원 후보자 중 정책역량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후보자 12명 전원이 통과하기도 했다.국무총리는 전 부처의 정책적, 정치적 조정이 주요 역할이나 국무위원은 특정 분야 전문성이 더욱 중시된다는 점에서 이같은 통과 양상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정치적 경험 유무를 다룬 정치역량 여부의 경우, 국무위원에선 정치역량이 없는 후보자들이 정치역량이 있는 후보자들 보다 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는 등 정치역량은 청문회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이같이 정책역량과 정치역량 등 고위공직자의 자격 관련 변수는 청문회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도덕성과 관련, 부동산 투기 의혹 및 병역의혹이 있을 때 낙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정책적 이슈를 잃은 청문회 탓에 도덕성 검증에만 목을 맨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인사청문회에서 재산과 병역, 탈세 등 도덕성 의혹을 검증하는 것은 공직자 윤리 기반 마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도덕성에만 초점이 맞춰질 경우 향후 업무 수행 정당성을 떨어뜨리고 정치적 신뢰 저해를 야기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이에 따라 역량 검증 뿐 아니라 도덕성 검증에 있어서도 구체적 검증 범위와 검증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여야 '세 대결'로 변질여야는 당초 이달초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인사청문 개선 소위'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여권 내분으로 인해 본격화 되지 못하고 있다.일단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사전 검증을 비롯해 부실한 답변으로 점철된, 메르스 여론에 묻힌 '운 좋은 청문회'였다는 점에서 청문회 개선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그러나 향후 개선방향을 놓고 여야간 이견이 커 난항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여당은 '흠집 내기와 신상 털기'에 대한 개선을, 야당은 '자료부실과 검증회피' 등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라 접점이 없는 논의테이블에서 쉽게 타협안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인사청문회 때마다 여야 정쟁으로 변질되는 세태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시스템을 재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일각에선 인사청문회 모의실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후보자를 선정하거나 국가인적자원정보체계 구축을 통해 후보자 임용을 할 것을 제안했다.주요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경력과 재산내역, 학력, 친인척 등 세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민간 인물 데이터베이스(DB)와 청와대 및 관련부처의 자료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것이다.인사청문 모의 프로그램도 검색조건에 특정 직무, 성별, 지역, 공직경험 여부, 청렴도 등의 입력으로 인사청문회 통과 확률을 보여줄 수 있도록 청와대·국회·민간·행정의 공조 구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사검증을 위한 충분한 시간 확보와 청와대, 국회간 긴밀한 논의, 정책중심의 인사검증이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며 "인사청문회를 위한 국회 검증기준이 우선적으로 설정된다면 후보자들의 도덕성을 중심으로 한 여야의 당파적 힘겨루기는 상당히 없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부정적 현장 목소리 '여전'무엇보다 여러가지 제도 개선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의 인사청문회 개선 의지가 약하다는 점은 제도개선의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문화부터 바뀌지 않는다면 청문회 제도 개선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비판이 대다수다.인사청문회를 통해 후보자를 낙마시킬 경우 야권에서 얻을 수 있는 반사 이익이 상당하다는 점은 여야간 합의가 쉽게 이뤄지기 어렵게 하는 요소다.'인사가 만사'라는 점에서 정권의 인사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할 수 있는 인사청문회는 야권에겐 큰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사청문회가 정쟁으로 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만연했다는 지적이다.이와 관련, 여당 관계자는 "장관 등 주요 인사가 낙마할 경우 청와대와 여당이 받는 치명타가 크다"면서 "국정 공백 보다 정치적 이미지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야당으로선 사활을 걸고 달려들 수 밖에 없고 여권은 철벽방어하는 전략을 쓸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야권 관계자는 "야당이 무조건 문제점을 지적하도록 하는 것도 피해야 하지만 여권에서 지나치게 편향되거나 흠집있는 인물을 내세운 것도 문제"라면서 "모두가 한발 물러나 야당은 대안을, 여당은 합리적인 인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로선 단숨에 개선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학재 기자

  (3·②) 이슈 터질때마다 우르르 쏟아지는 법안들, 솎아내라

(3·②) 이슈 터질때마다 우르르 쏟아지는 법안들, 솎아내라

3부. 입법시스템, 이젠 품질이 우선 <2> 과잉입법 양산하는 국회19대국회 의원발의 1만3936건 10년 새 의원발의 10배나 늘어 특정집단 민원 위한 청탁법안, 이름만 끼워넣는 공동발의 등 건수 올리기식 발의 자제해야 #. 지난 5월 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병 이후 이와 관련해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은 총 16건, 이 중 4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메르스 대응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하루에도 3~4건씩 발의된 날도 있었다.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지난 10년새 10배 가량 급증할 만큼 홍수를 이루고 있다. 충실한 입법기관의 역할을 했다는 긍정 평가도 있지만 법률의 잦은 변경으로 법적 안정성이 흔들리고 낮은 가결률, 겉핥기식 법안통과 등의 부작용도 낳고 있다.특히 지난해 세월호 사태와 올해 메르스에서 집중적으로 너도 나도 이슈만을 뒤쫓는 '뒷북 법안' 현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정부나 단체 등으로부터 법안발의를 부탁받는 '청탁 법안', 이름 하나 더 얹는 '공동발의제도' 등 소위 '의원발의 남발 3종 세트'가 입법부 위상을 뒤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뒷북·몰아치기·이름끼워넣기' 발의 백태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금까지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은 총 1만4838건으로, 아직 임기가 남았는데도 이미 지난 18대 국회(2008~2012년) 법안 1만3913건을 훌쩍 넘어섰다. 전체 법률안 중 의원발의 건수는 1만3936건이다.특정 사회적 이슈에 편승해 몰아치기식으로 법안을 쏟아내는 경우가 대표적인 과다발의 현상 중 하나다. 실제로 메르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어린이집 학대 등 사회적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물 만난 고기처럼 법안발의가 쏟아졌다.이처럼 시류에 편승해 단기간에 쏟아져 나오는 법안들은 사실상 포퓰리즘 성향을 가진 뒷북법안인 경우가 허다하고 충실한 검토 시간 없이 쏟아낸다는 점에서 부실한 법안일 확률도 높다. 부산대 김용철 교수는 "최근 법안 발의는 종합적 검토 없이 시류나 이슈에 따라 단기간에 비슷한 법안이 급조돼 쏟아져나오는 경향이 많다"며 "의원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이나 실적쌓기용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충분한 논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적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슈가 있다 하더라도 이해관계자나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 등을 통한 충분한 논의 속에 법안이 발의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남궁석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법이 너무 자주 바뀔 경우 법적 생활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고 법안 심의가 부실해질 수 있다"며 "법안 하나 하나 신중하게 논의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많으면 충분한 논의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동발의제도 역시 기본취지가 무색하게 졸속 및 과잉 입법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 2000년 법안실명제 도입과 2003년 공동발의 정족수를 20명에서 10명으로 줄인 이후 의원발의 건수가 급증한 바 있다. 국민대 홍성걸 교수는 "국회의원이 얼마나 의정활동을 열심히 했는지에 대한 주요 평가 지표가 법안발의 건수"라며 "내년 선거를 의식해 실적을 내야하고 상대 후보의 비판거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마구잡이식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이름 올려두기식'으로 발의해 자신이 무엇을 발의했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의 경우 우리처럼 몇건 발의했다는 것을 내세우는 '보여주기 위한 법안발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동발의제의 부작용을 바로 잡기 위해 법안 발의 건수 외에도 국회의원을 평가하는 잣대를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청탁 법안도 과잉 법안을 양산하는 데 한몫 한다는 평가다. 일부 지역민이나 업계의 이해관계 민원을 받아들이거나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정부입법 대신 의원발의로 해달라고 정부 측이 부탁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 부산대 김 교수는 "특정 지역의 집단 민원이 너무 과도한 경우 '청목회' 사건처럼 청부입법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한 정치권 관계자는 "입법조사처나 입법을 도와주는 부처가 2000년대 초반에 생겨 입법하기 전에 검토를 받으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의원 대다수가 검토를 거치치 않는다"며 "검토과정을 거치면 본인 스스로가 얼마나 황당한지 자기검열을 하게 돼 무차별적인 발의를 자제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비현실적 법안 솎아내는 제도 시급설익은 법안이 마구잡이로 남발되는 또 다른 배경으로 국내 정치 시스템의 문제가 지목되고 있다. 의원 자신이 낸 법안이 입법화될 때 얼마나 비용이 드는지 추론해볼 수 없어 현실과 동떨어진 법안을 찍어내는 관행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의원들은 다른 나라보다 입법활동하기에 불가능하거나 힘든 부분이 있다"며 "외국의 경우 예산 조성권을 입법부가 갖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예산심의권만 갖고 있다. 또 우리나라 국책연구소들은 대부분 행정부 산하에 있는 등 외국처럼 입법부에 재정을 확인해줄 수 있는 국책연구소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각종 고질적인 부작용 논란 속에서도 의원발의 증가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김철근 동국대 교수는 "포퓰리즘적인, 대책없는 입법의 양산 가능성을 제외하고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며 "과잉 양산된 법안이 바로 통과 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법안심사 소위원회와 상임위, 본회의 등을 통과해야 하는 절차에 따라 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남궁석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은 "결국 입법 주도권이 정부에 있다가 국회로 넘어오면서 생기는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며 "국회의원 활동이 점차 체계화되면서 즉흥적이거나 시류 편승적인 법안이 쏟아지듯 발의되는 일 등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이정은 기자

(2·③) 공천권다툼 해법 찾는 정치권

與 '오픈프라이머리' 野는 혁신기구 신설 국민 신뢰 되찾을까 "결국 저는 속았습니다. 국민도 속았습니다." 지난 2008년 3월 23일.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4.9공천 관련 견해를 밝히며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강력 비판했다. 기자회견에서 "이번 18대 총선의 한나라당 공천 과정을 보고 우리 정치의 현주소에 좌절과 부끄러움을 느끼며 이 자리에 섰다"면서 "한마디로 정당정치를 뒤로 후퇴시킨,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였고 과거 국민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호소해서 얻은 천금 같은 기회를 날려버린 어리석은 공천이었다"고 격노했다. 이 같은 공천갈등은 친이(친이명박)와 친박(친박근혜)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로 안내했다. 18대 총선에선 친박연대의 돌풍이 불었고, 이명박정부에 뼈아픈 상처를 남겼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 후에 나타났다. 광우병 파동과 행정수도 이전 문제 등에서 친박의 협조를 전혀 받지 못했다. 오히려 야당보다 더한 비토세력이 되면서 국정 운영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친이와 친박의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시계를 5년 전으로 좀 더 돌려 야당을 보자. 지난 2003년 11월 11일. 민주당을 탈당한 의원 40명과 한나라당 탈당파 의원 5명, 개혁국민정당 의원 2명 등 47명이 100년 정당을 내세우며 열린우리당을 창당한다. 당시 김원기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역주의 타파를 지향한다"면서 "선거제도 등 제도 개혁을 통해 지역주의가 힘을 쓰려야 쓸 수 없는 환경을 기필코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명분은 지역주의 타파였지만 속내는 친노(친노무현)계와 옛 민주계의 결별이었다. 결국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하고 이로 인해 촉발된 탄핵정국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의 원내 과반수 정당으로 우뚝 섰다. 당시 한나라당 121석과 민주노동당 10석을 얻었으며 새천년민주당은 9석을 얻는 데 그쳐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상실했다. 이후 야당의 역사는 친노계와 옛 민주계의 갈등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새정치민주연합은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당 대표가 스물아홉 번이나 바뀌었다. 그사이 친노계와 옛 민주계는 김근태(민평련)계, 김한길계, 정세균계, 노동.시민단체 등으로 더 세분화됐다. 사안별로 결합과 분열을 하면서 이합집산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당을 견제할 건강한 야당이 되지 못하면서 국민의 정치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내부 정치에 몰두하면서 건전한 대안세력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친이 세력이 위축되면서 이제 친박·친이 갈등은 사라졌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내 계파 간 갈등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 같은 형국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여야 모두 갈등의 원인이 '이념'보다는 '공천'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 집권당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최근 "정치인의 철학, 고집을 꺾는 힘이 공천권"이라며 "당 권력자나 청와대 권력자가 자기 사람 심는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홍에 대해서도 "공천권을 내려놓으면 해결된다"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당론으로 확정한 상태이고 새정치민주연합도 곧 각 계파가 참여, 공천 관련 사안도 다루는 혁신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럭비공 같은 공천권이 어떻게 굴러갈지 또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지켜볼 일이다. [email protected] 전용기 기자

  (2·③) 계파갈등, 그것은 오로지 금배지를 향한 공천권 투쟁

(2·③) 계파갈등, 그것은 오로지 금배지를 향한 공천권 투쟁

2부. 구태 정당 틀 새판짜기 <3> 정치권 끝없는 계파분열"국회의원에게 정권창출 보다 중요한 것은 공천이다"… "정치인의 철학·고집 꺾는 힘이 공천권" "국회의원에게 정권 창출보다 중요한 것은 '공천'이다."국회에 있는 의원과 보좌진이 늘 하는 얘기다. 당으로선 정권 창출이 중요하겠지만 의원 개인 측면에선 일자리(?)가 걸린 만큼 공천은 정치권의 핵심 이슈다. 문제는 이런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근원지가 '계파'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20대 총선이 1년도 채 안 남은 시점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공천권을 놓고 계파 간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면으로 부상했느냐 안했느냐의 차이일 뿐 여야의 계파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공천'과 '계파' 간의 역학관계를 고려한다면 두 요소의 연계성을 희석하는 작업과 함께 두 문제를 각각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절실해지고 있다.특히 보스정치 이후 현재 계파정치로 이어진 폐해를 극복하고, 인물 위주 계파가 아닌 정책 위주의 계파를 생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성숙되지 못한 정치문화와 계파 간 이해관계를 고려한다면 이런 움직임이 쉽게 탄력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19일 정치권에 따르면 MB(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와 내각에 입성하며 정권의 핵심 역할을 했던 국회의원 10명 중 19대 국회에 입성한 인사는 4명가량이다.MB정부 정권 창출에 일조하면서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되던 95명 규모의 여당 국회의원 중 현역 의원으로 자리매김한 의원은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0명가량에 그쳤다.과거 친이계와 친박(친박근혜)계의 계파 다툼으로 '공천학살'이 반복돼 친이계가 대거 공천 탈락하거나 반타의적으로 불출마를 선택한 탓이다.'왕의 남자'로 불리던 이재오 의원과 함께 정권 창출을 도왔던 진수희 전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하며 승승장구했으나 공천에서 탈락했다.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실장을 지냈던 임태희 전 의원은 지난해 재·보궐선거 지역구 공천에서마저 제외됐다. 당시 임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모셨기 때문이냐"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후 기반이 약한 다른 지역으로 전략공천됐지만 낙선했다. 고흥길 전 의원과 김효재 전 의원은 정권 말 각각 특임장관과 정무수석을 맡으며 자연스럽게 총선 불출마를 선택했다. 김금래 전 의원도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내각에 참여하면서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났다.과거 정권과 함께했던 친이계들은 이제 당내 비주류(비박계)가 됐지만 박근혜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이하면서 이젠 친박계가 불안해하고 있다. 친박 인사들의 원내 입지가 새누리당이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에 나서자 서청원 최고위원 등이 '친박계 물갈이 신호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내부 갈등은 여전하다. 여권 관계자는 "친이계는 친이 직계와 이재오계, 이상득계 등으로 갈려 있었고 몇몇 의원은 특정 계파에 의존한 채 무리한 행보를 보이다 자충수를 두기도 했다"며 "MB 집권 3년차부터 일부 친이성향 중립인사가 친박으로 계파 갈아타기를 시도하면서 미래권력 쏠림이 강화됐다"고 말했다.과거부터 계파 유지를 위한 도구 중 하나는 공천권이었다. 한국 정치에서 '제1야당'이란 타이틀로 다수의 국회의원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야권 특성상 공천권 논란은 유난히 부각돼 왔다. 이 때문에 야권의 계파는 여권보다 다양하다는 평가다.1970년대 야권은 DJ(김대중)의 '동교동계'와 YS(김영삼)의 '상도동계'라는 양대 계파로 나뉘었다. 당시 보스정치 시대에는 위에서 정하는 방식의 하향식 공천이 일반적이었다. 3당 합당 이후 동교동계는 비주류와 구별됐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으로 친노(노무현)계는 주류로 부상했고 동교동계로 상징되는 옛 민주계와 갈등이 시작됐다.10년 동안 집권했으나 야권은 다수의 지도부 교체를 비롯한 분열로 친노계, 옛 민주계, 정세균계, 손학규계, 김근태계, 김한길계, 안철수계 등의 계파로 쪼개졌다.다양한 계파로 분파되면서 그나마 하향식 공천은 희석됐으나 결국 뚜렷한 구심점 없이 계파가 나뉘면서 분열 양상만 표출됐다. 각 계파 이기주의를 앞세운 공천 논란은 공천 실패로 귀결돼 선거에서 패하는 악순환만 생긴 것으로 지적됐다.공천과 계파 간 연결고리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최근 미발표 입장문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입장문에는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막연하게 친노 패권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온당한지 묻고 싶다"며 "지도부를 무력화시켜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거나 공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사심이 있다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전직 야권 보좌관 출신 인사는 "현재의 야권은 오히려 기득권 세력에 취해 있다. 집권에 실패해도 제1야당으로 힘을 가질 수 있으니 국회의원 자리라도 확보하기 위한 계파 간 분쟁만 반복되는 것"이라며 "중도소장파 그룹의 목소리가 약해 주류와 비주류 사이의 다툼이 생겨도 변화를 꾀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정치는 뜻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그들이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인 만큼 계파가 구성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때문에 인물에 얽혀, 특정 인물의 이미지에 편승하는 폐쇄적 계파 구성보다 정책에 따라 유연하게 세력화가 이뤄지는 계파 구성을 지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 등 재정문제를 비롯해 대북문제 등 정책 프레임에 맞춰 계파가 구성되는 흐름이 일반화된다면 그나마 계파정치의 부작용이 완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과거 이념 논리를 앞세운 1차적 대립을 떠나 굵직한 정책 현안에 대한 계파 구성 움직임이 활발해질 경우 정책적 다양성이 야기되고 이에 따른 활동으로 공천심사의 공정성이 일부 확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그러나 현재의 이합집산 정치문화와 분열된 계파구조 아래에선 헛된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회의론이 다수다. 익명의 의원 보좌관은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국정감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책에 따라 계파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아직 정치권은 위기를 한 번에 잠재울 인물 찾기에만 골몰하고 있어 계파 선진화 작업은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김학재 기자

  (2·①)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화두로

(2·①)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화두로

2부. 구태 정당 틀 새판짜기 나눠먹기 공천 막을 국민경선, 여야 엇갈린 셈법에 표류 내년 20대 총선을 1년 앞두고 밀실 정당정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혁신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당내 실세 권력층의 독단과 패권적 계파정치에 의한 기존 공천 방식의 병폐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면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화두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오픈프라이머리 실시를 강조한 것도 '공천 학살' 문제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 2007년 여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후 이듬해 공천에서 탈락하며 공천학살 논란의 중심에 놓였었다. 이에 선거제도 개선으로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한 방안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이 오픈프라이머리다. 여론의 지지가 높고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 공천의 혁신을 위해선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그러나 오픈프라이머리가 시행까지 가는 길은 첩첩산중이다. 제도적 보완은 물론 상반된 여야 간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어서다. ■산적한 걸림돌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들이 모순적인 면이 많아 시행까지는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새누리당이 의원총회를 열어 내년 20대 총선부터 도입키로 한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살펴보면 정치 신인을 배려했다는 제도가 오히려 등용문을 좁혀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치 신인에게 문턱을 낮춘다는 취지로 현재 선거일 120일 전인 예비후보 등록을 선거일 전 1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는데 1년 전부터 선거 준비를 할 수 있는 정치 신인이 얼마냐 되겠냐는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새누리당 의총 이후 김용남 의원은 당이 추진하는 완전국민경선제가 현역의원에게 절대 유리한 제도라고 평가하며 "기존 제도와 많이 달라진다는 면에서는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결과나 정당성에 있어서도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개혁 공천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공천 결과는 국민에게 혁신으로 다가가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성 후보자 의무 할당도 대표적인 제도적 모순으로 꼽힌다. 새누리당 혁신안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경선에 출마하는 여성과 장애인에 10~20%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의 6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토록 했다. 더불어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에 대해 여성 추천 30%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선거보조금을 깎는 내용의 법 개정도 추진키로 했다. 이러한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공정 경쟁의 토양을 만든다는 오픈프라이머리 기본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다른 후보자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더불어 일반 시민의 참여는 늘리는 대신 당원의 권한이 줄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에 따라 정당정치에 맞지 않은 제도라는 반론도 있다. 올 초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함께 개최한 오픈프라이머리 토론회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 실시로 인해 당원들이 정당을 떠나면서 정당정치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신대 조성대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가 실시되면)정당으로 지지자들 들어오지 않아 당원이나 지지자 없는 공동화 현상 일어날 가능성 있다"면서 "극단적으로 가면 당에는 엘리트만 남게 돼 파벌 정치가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야, 서로 다른 셈법 내년 20대 총선에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있어 여야의 행보가 엇갈렸다.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의 전면 도입을 추인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략공천을 유지하고 일부지역에서만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 방향으로 방침을 정하면서 대조를 이뤘다. 올 초까지만 해도 여야 모두 이구동성으로 정치혁신을 외치며 이를 위한 방안으로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해야 한다고 했던 것과는 다른 결론이 나온 셈이다. 이러한 양당의 엇갈린 행보에 대해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의 차이라기보다는 오픈프라이머리 실시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해득실을 두고 여야의 셈법이 각기 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은 개혁 이미지를 선점해 내년 총선에서 우호적인 여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오픈프라이머리 전면 도입을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이 비협조적으로 나와 시행이 불발되더라도 책임을 야당 탓으로 돌릴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계산은 더욱 복잡하다. 지역구, 선수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는 것은 여당과 다를 바 없지만 복잡한 계파 구조를 가진 당의 특성을 고려해 전략공천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총선 공천 기준을 정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계파 안배를 위해 전략공천을 버리지 않았다는 비판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실현 가능성 '희박' 아무리 혁신적인 방안을 만들었다고 한들 중요한 것은 실현 여부다. 여야가 오픈프라이머리 실시에 대한 계산은 다를지라도 실현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대체적으로 엇비슷하다. 한 마디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년 총선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의 전면적인 시행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인식이 정치권 저변에 자리 잡고 있다. 새누리당 의총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중심으로 한 혁신안이 만만찮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추인된 것도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한 재선 의원은 "오픈프라이머리는 여당이 혼자 추진한다고 해서 될 것이 아니다"라며 "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상당했지만 이번에 전원 찬성한 것은 대다수 의원들이 적어도 내년 총선에선 시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픈프라이머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역선택'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선 여야 동시에 경선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여야가 전면 도입에 대해서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어 내년 총선에서의 제도 시행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단독으로라도 완전국민경선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야당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계의 중론이다. 전면 도입을 추인한 여당 내부에서도 여전히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이 상당수 있어 본회의 표결에서 원만히 처리될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email protected] 조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