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①) 그밥에 그나물 혁신.. 그나마도 실천 안해
#1. 지난 9월 3일. 국회는 철도 부품 제작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예상을 깨고 부결시켰다. 당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두고 여야 간 의견차로 민생·경제 법안까지 처리하지 못해 '식물국회'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높은 상황에서 송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방탄국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다음 날인 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여부에 대한 긴급여론조사에서 폐지에 찬성하는 비율이 68.6%에 달했다. 같은 달 출범한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는 이달 6일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보고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 가결로 간주하고 체포동의안의 국회 표결 시 현행 무기명 투표를 기명 투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2. 사정당국이 현역 국회의원 5명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에 나섰던 지난 8월. 뇌물 혐의를 받는 일부 의원이 출판기념회에서 마련한 합법적인 정치 자금이라고 주장, 편법 정치자금 통로로 지목받던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폐지 여부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현장에서 책을 정가로 판매하는 것을 제외한 일체의 금품 모금행위 금지를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새누리당 혁신위는 출판기념회를 아예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 2월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출판기념회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국회의원 윤리 실천 특별 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여야의 국회 혁신 경쟁이 한창이다. 식물국회, 방탄국회, 막말국회 등 국회의 신뢰도가 추락하자 국회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회 품격도 높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야 혁신위가 추진하는 혁신과제 면면을 살펴보면 혁신의 본질은 놔둔 채 '가지치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여야가 선거철만 되면 정치쇄신·혁신 방안을 내놨지만 정작 입법화가 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혁신안이 추진될 수 있을지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여야의 혁신 경쟁이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법제화 등 강도 높은 개혁안의 실천에까지 이르지 못할 경우 오히려 국회 신뢰도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야 혁신위 '실천가능 혁신안' 강조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지난달 보수혁신위원회와 정치혁신실천위원회를 각각 발족했다. 새누리당은 보수혁신위의 위상을 높이고 추진 의지를 보이기 위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위원장으로 영입했고 당내 내홍을 겨우 봉합한 새정치연합은 합리적 성향의 원혜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내세웠다. 여야는 당내에서 개혁과 쇄신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 온 초선의원을 혁신위로 배치, 정치 제도 및 당내 혁신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 혁신위는 혁신방안 주제 설정과 향후 일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주 2회 '끝장 토론' 형식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고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도 매주 정례회의를 열고 권역별로 혁신에 관한 당원 의견 수렴에 나섰다. 특히 여야 혁신위는 실천 가능한 혁신안을 선정해 입법화를 추진하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역대 국회마다 여야는 국회 및 당 쇄신방안을 마련했지만 정작 법제화에 성공하지 못하거나 원안보다 쇄신안이 후퇴하면서 번번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전당대회 공약에 맞춰 새누리당 혁신위를 출범시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쩨쩨하지만 실천하는 게 혁신"이라며 새누리당 혁신위의 활동 방향을 제시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새누리당 혁신위는 매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등 실현이 가능한 혁신방안부터 차례로 발표하고 있다. 새누리당 혁신위 관계자는 "이번 혁신위 활동의 목표는 국민의 신뢰 회복을 통해 국회 품격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일단 쉬운 것부터 실천해서 공감을 얻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 또한 새로운 혁신안 발굴 대신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발표한 '새정치 공동선언' 손학규 대표 시절 천정배 최고위원이 만든 당 개혁안,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시절 당 혁신안 등을 검토하면서 실천 과제를 추린 뒤 실행에 옮긴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의원 윤리감독위원회 설치,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중앙선관위 이전, 재보궐 선거 원인 제공 정당의 해당 선거구 공천 금지 등 대부분 국회의원 기득권을 내려놓는 문제가 주로 포함됐다. ■열쇠는 입법화·오픈프라이머리 일단 국회 신뢰 회복의 첫 문은 여야가 '실천 가능하다'고 강조한 혁신안이 정말 현실화 될지에 달려 있다. 여야는 지난 6·4 지방선거를 치르기 5개월 전인 지난 1월에도 '실천 가능한' 혁신안을 내놓은 바 있지만 지방선거가 본격화되면서 법안 논의 자체는 '뒷전'이 됐다. 당시 새누리당은 황우여 당 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출판기념회 제도 정비 △의원 해외출장 윤리 강화 등의 계획을 밝혔지만 이번 새누리당 혁신위안에 똑같이 포함됐다. 당시 민주당은 △국회의원 주민소환제 도입 △출판기념회 회계관리 투명성 강화 △향응.출장.경조사.후원회 내용 보고 △해외출장 비용 제출, 국내외 공항귀빈실, 의전실 사용 국회의원 제외 △국회의원 세비심사위원회 설치 등을 실천하겠다고 밝혔지만 역시 선거를 치르는 동안 '공염불'이 됐다. 당시 여야가 공통으로 약속한 국회 특별위원회 3개월 미활동 시 활동비 지급 중지는 지난 4월 운영위 소위에서 활동보고서 제출로 후퇴했고 내실 있는 국정감사를 위한 6·9월 분리 실시는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대치하는 동안 무산돼 현재 부실국감이 진행되고 있다. 김 대표가 공천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시도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새누리당은 6·4 지방선거 전에 부작용이 많은 기초선거 공천권 폐지보다는 '제한적' 오픈프라이머리로 선회했지만 그마저도 '우선공천'을 남기면서 후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하지만 여야 혁신위원장이 의지를 갖고 뛰고 있는 완전한 오픈프라이머리가 법제화된다면 계파싸움 등 구태정치 답습에서 벗어나 정책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과 전문가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다만 완전한 오픈프라이머리 법제화는 실천 가능한 혁신안보다 고강도의 개혁안으로 추진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오픈프라이머리가 적어도 사당(私黨)화된 현재 정당을 공당으로 변모시켜 이익정당이 아닌 가치나 이념 중심의 정당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국회 본분 지켜야 하지만 국회 혁신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국회의원의 본분인 정부예산안 및 법안 심사를 성실하게 하는 것이라는 게 시민단체 및 여론조사 전문가의 진단이다. 한국갤럽 허진재 이사는 "방탄국회를 막기 위한 불체포특권 포기의 경우 국민들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서 "오픈프라이머리 법제화도 실현된다면 2년 뒤의 일인데다 긍정적인 영향력을 현재로서 예측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허 이사는 "오히려 소폭이라도 지지율 상승이 있는 것은 세월호법 타결처럼 일하는 국회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예산안을 법정처리기한 내에 처리하고 국정감사를 충실히 하는 등 본분을 지키면 된다"고 조언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이 사무총장은 "개혁이나 혁신은 문제를 정면돌파하는 것"이라면서 "혁신을 흉내내지만 말고 젊은 피를 수혈해 정치 카르텔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이두영 부장 김기석 전용기 최경환 김학재 김미희 예병정 박소현 이승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