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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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①) 그밥에 그나물 혁신.. 그나마도 실천 안해

(5·①) 그밥에 그나물 혁신.. 그나마도 실천 안해

#1. 지난 9월 3일. 국회는 철도 부품 제작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예상을 깨고 부결시켰다. 당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두고 여야 간 의견차로 민생·경제 법안까지 처리하지 못해 '식물국회'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높은 상황에서 송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방탄국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다음 날인 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여부에 대한 긴급여론조사에서 폐지에 찬성하는 비율이 68.6%에 달했다. 같은 달 출범한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는 이달 6일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보고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 가결로 간주하고 체포동의안의 국회 표결 시 현행 무기명 투표를 기명 투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2. 사정당국이 현역 국회의원 5명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에 나섰던 지난 8월. 뇌물 혐의를 받는 일부 의원이 출판기념회에서 마련한 합법적인 정치 자금이라고 주장, 편법 정치자금 통로로 지목받던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폐지 여부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현장에서 책을 정가로 판매하는 것을 제외한 일체의 금품 모금행위 금지를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새누리당 혁신위는 출판기념회를 아예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 2월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출판기념회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국회의원 윤리 실천 특별 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여야의 국회 혁신 경쟁이 한창이다. 식물국회, 방탄국회, 막말국회 등 국회의 신뢰도가 추락하자 국회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회 품격도 높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야 혁신위가 추진하는 혁신과제 면면을 살펴보면 혁신의 본질은 놔둔 채 '가지치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여야가 선거철만 되면 정치쇄신·혁신 방안을 내놨지만 정작 입법화가 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혁신안이 추진될 수 있을지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여야의 혁신 경쟁이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법제화 등 강도 높은 개혁안의 실천에까지 이르지 못할 경우 오히려 국회 신뢰도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야 혁신위 '실천가능 혁신안' 강조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지난달 보수혁신위원회와 정치혁신실천위원회를 각각 발족했다. 새누리당은 보수혁신위의 위상을 높이고 추진 의지를 보이기 위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위원장으로 영입했고 당내 내홍을 겨우 봉합한 새정치연합은 합리적 성향의 원혜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내세웠다. 여야는 당내에서 개혁과 쇄신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 온 초선의원을 혁신위로 배치, 정치 제도 및 당내 혁신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 혁신위는 혁신방안 주제 설정과 향후 일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주 2회 '끝장 토론' 형식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고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도 매주 정례회의를 열고 권역별로 혁신에 관한 당원 의견 수렴에 나섰다. 특히 여야 혁신위는 실천 가능한 혁신안을 선정해 입법화를 추진하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역대 국회마다 여야는 국회 및 당 쇄신방안을 마련했지만 정작 법제화에 성공하지 못하거나 원안보다 쇄신안이 후퇴하면서 번번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전당대회 공약에 맞춰 새누리당 혁신위를 출범시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쩨쩨하지만 실천하는 게 혁신"이라며 새누리당 혁신위의 활동 방향을 제시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새누리당 혁신위는 매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등 실현이 가능한 혁신방안부터 차례로 발표하고 있다. 새누리당 혁신위 관계자는 "이번 혁신위 활동의 목표는 국민의 신뢰 회복을 통해 국회 품격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일단 쉬운 것부터 실천해서 공감을 얻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 또한 새로운 혁신안 발굴 대신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발표한 '새정치 공동선언' 손학규 대표 시절 천정배 최고위원이 만든 당 개혁안,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시절 당 혁신안 등을 검토하면서 실천 과제를 추린 뒤 실행에 옮긴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의원 윤리감독위원회 설치,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중앙선관위 이전, 재보궐 선거 원인 제공 정당의 해당 선거구 공천 금지 등 대부분 국회의원 기득권을 내려놓는 문제가 주로 포함됐다. ■열쇠는 입법화·오픈프라이머리 일단 국회 신뢰 회복의 첫 문은 여야가 '실천 가능하다'고 강조한 혁신안이 정말 현실화 될지에 달려 있다. 여야는 지난 6·4 지방선거를 치르기 5개월 전인 지난 1월에도 '실천 가능한' 혁신안을 내놓은 바 있지만 지방선거가 본격화되면서 법안 논의 자체는 '뒷전'이 됐다. 당시 새누리당은 황우여 당 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출판기념회 제도 정비 △의원 해외출장 윤리 강화 등의 계획을 밝혔지만 이번 새누리당 혁신위안에 똑같이 포함됐다. 당시 민주당은 △국회의원 주민소환제 도입 △출판기념회 회계관리 투명성 강화 △향응.출장.경조사.후원회 내용 보고 △해외출장 비용 제출, 국내외 공항귀빈실, 의전실 사용 국회의원 제외 △국회의원 세비심사위원회 설치 등을 실천하겠다고 밝혔지만 역시 선거를 치르는 동안 '공염불'이 됐다. 당시 여야가 공통으로 약속한 국회 특별위원회 3개월 미활동 시 활동비 지급 중지는 지난 4월 운영위 소위에서 활동보고서 제출로 후퇴했고 내실 있는 국정감사를 위한 6·9월 분리 실시는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대치하는 동안 무산돼 현재 부실국감이 진행되고 있다. 김 대표가 공천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시도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새누리당은 6·4 지방선거 전에 부작용이 많은 기초선거 공천권 폐지보다는 '제한적' 오픈프라이머리로 선회했지만 그마저도 '우선공천'을 남기면서 후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하지만 여야 혁신위원장이 의지를 갖고 뛰고 있는 완전한 오픈프라이머리가 법제화된다면 계파싸움 등 구태정치 답습에서 벗어나 정책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과 전문가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다만 완전한 오픈프라이머리 법제화는 실천 가능한 혁신안보다 고강도의 개혁안으로 추진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오픈프라이머리가 적어도 사당(私黨)화된 현재 정당을 공당으로 변모시켜 이익정당이 아닌 가치나 이념 중심의 정당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국회 본분 지켜야 하지만 국회 혁신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국회의원의 본분인 정부예산안 및 법안 심사를 성실하게 하는 것이라는 게 시민단체 및 여론조사 전문가의 진단이다. 한국갤럽 허진재 이사는 "방탄국회를 막기 위한 불체포특권 포기의 경우 국민들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서 "오픈프라이머리 법제화도 실현된다면 2년 뒤의 일인데다 긍정적인 영향력을 현재로서 예측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허 이사는 "오히려 소폭이라도 지지율 상승이 있는 것은 세월호법 타결처럼 일하는 국회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예산안을 법정처리기한 내에 처리하고 국정감사를 충실히 하는 등 본분을 지키면 된다"고 조언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이 사무총장은 "개혁이나 혁신은 문제를 정면돌파하는 것"이라면서 "혁신을 흉내내지만 말고 젊은 피를 수혈해 정치 카르텔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이두영 부장 김기석 전용기 최경환 김학재 김미희 예병정 박소현 이승환 기자

  (5·①) 정치인 막말은 세계공통?

(5·①) 정치인 막말은 세계공통?

정치인의 막말은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해외 정치인들도 이따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발언을 던지며 유쾌하지 않은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14일 BBC와 일본, 호주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호주 야당 대표는 중국인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을 했다가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한 시사 대담프로그램에 참석한 클라이브 파머 파머연합당(PUP) 대표는 욕설을 섞어가며 "그들(중국 기업)은 우리 항만을 인수하고 공짜로 우리 자원을 얻으려 하고 있다. 그런 짓을 못하도록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자가 중국 기업으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은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다소 강한 발언을 한 것이다. 이어 중국 기업과의 소송 건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는 연방법원과 서호주 대법원 그리고 이 중국 잡종견들을 상대로 한 중재를 통해 세 번의 판결을 받았다"면서 "중국 정부는 노동자들을 호주로 불러와 우리의 임금체계를 파괴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블렌트 아른츠 터키 부총리는 성차별을 하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 7월 라마단 종료 축하행사에서 연설자로 나선 그는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웃어도 안 되고, 남의 주의를 끌려고 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휴대폰으로 사소한 문제를 얘기해서도 안 된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여성의 정숙을 강조한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 터키 여성들은 웃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며 자신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웃는 사진을 게시하며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정치인의 막말은 정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등장한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나섰던 한 후보가 다중살인사건 범인은 모두 민주당원이라는 막말을 했다가 사과하는 곤욕을 치른 것. 발언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결국 그는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한 발언이다.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내용의 해명을 해야 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비교적 자주 구설에 오르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지난 2009년 "돈이 없다면 결혼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하며 젊은층의 분노를 산 그는 지난 2013년에는 노인층의 공분을 샀다. 고령자 대상 의료보험에 대해 논하다가 "죽고 싶은 노인은 빨리 죽어야 한다"는 내용의 막말을 한 것. 막말이 사회문제로 확산되자 결국 아소 재무상은 개인적 바람일 뿐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특별취재팀

  (4·④) '부실 심의' 매번 되풀이되는 입법지원

(4·④) '부실 심의' 매번 되풀이되는 입법지원

국회 조직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입법지원 등 본질적 대국민서비스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의원 수는 그대로인데 국회에서 처리되는 법안이 지난 16년간 10배 가까이 늘어나 부실심의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기 어렵다면 이들을 지원하는 입법조사처나 예산정책처 등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됐다.■의안 수 기하급수적 증가7일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8대 국회 의안 접수는 13대 국회에 비해 10.3배 많았고, 법률안 접수 규모는 14.8배 컸다. 그러나 국회의원 정수는 13대 299명에서 18대 300명으로 1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이 같은 조건에서 국회가 처리한 법안은 13대 국회 대비 18대 국회에서는 9.4배 늘어나면서 같은 인원이 25년 전과 비교해 9배 이상 많은 법안심의를 하고 있는 셈이다.이런 상황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되는 법안은 47.7배로 급증, 이로 인해 부실심의 가능성이 제기되는가 하면 사회적 정책수요에 대한 국회의 반응성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고 행정연구원은 지적했다.지난 18대 국회는 300석 규모로 7612건의 법안을 심의.의결했다. 18대 국회에서 접수 법률안이 가장 많았던 행정안전위원회에는 약 40개월의 활동기간 총 1671건의 법률안이 회부돼 월평균 42건의 법률안을 받았다.행안위는 이 중 1524건을 처리, 위원회 회의 회당 평균 12.4건을 의결한 셈이다. 행안위는 4년의 임기 동안 위원회 회의가 총 123회 개최됐다. 문제는 너무 많은 의안심의 부담 탓에 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의안심의를 위한 기초적 과정조차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이다.행정연구원 임성근 부연구위원은 "대개의 경우 법안심사소위의 결정이 그대로 채택되고 있다"며 "국회의 입법은 국가 정책과 재정운용의 근간을 결정하는 것인데 이런 식의 부실심의가 지속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의원 간 정쟁으로 의안심의가 부실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같이 객관적으로 의안 증가 압력이 커지고 있어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장기적으로 정당능력 강화와 민간 정책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국회 밖의 정책지원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그러나 이 같은 근본적 대안은 단기간에 실천되기 어려워 주어진 현실적 조건에서 국회 내부의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조직 간 소통·맞춤형 서비스입법지원 기능을 원활히 하기 위해 업무중복을 최소화하고 정보공유 시스템 구축 등으로 입법지원 서비스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의 연구 결과로 제기됐다.예컨대 실제 국정감사 대응 자료집을 전문위원실과 입법조사처에서 동시에 발간하거나 예·결산 분석업무를 예산정책처와 전문위원실에서 작성하는 것이 대표적 업무중복 사례로 꼽힌다.국회 입법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기관 간 업무 과부하 상태에서 벗어나게 할 대책 또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우선 요구되는 것이 조직 간 소통으로 중복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업무중복을 줄여 협업을 통한 업무 추진으로 수요자 맞춤형 입법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청사진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한국정당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회의원 보좌진과 입법지원 조직 간 상호교류 및 업무협조조차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한 보좌관은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개정안 발의 과정에서 입법조사처나 예산정책처에 의견을 의뢰해도 신뢰도 수준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시간도 오래 걸려 의원실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있어 관련 기관에 모두 의뢰를 맡기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소통되지 못한 상황이 일방적 의뢰 남발로 이어진다는 것으로, 제도개선과 함께 인식개선 필요성이 대두되는 부분이다.아울러 정보기술(IT) 역량을 살려 맞춤형 서비스로 접근성을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특별히 업무부담이 많은 조사 의뢰에 대해 제한된 인력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조사의뢰 수요를 효율적으로 파악하고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 수준에서는 조사 의뢰를 한 국회의원이 기밀성을 요구한다면 그에 맞춰 기밀성이 보장되면서 입법지원 조직 간에는 조사의뢰 현황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도 그리 어렵지 않게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별취재팀 이두영 부장 김기석 전용기 최경환 김학재 김미희 예병정 박소현 이승환 기자

(4·④) 국회 내 지원기관 개혁 '말로만'

국회의원에 대한 개혁뿐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는 국회 내 여러 지원기관 개혁도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비판을 의식, 국회사무처는 자체적으로 별도의 기구를 설치해 국회 지원기관 개혁을 추진했지만 수개월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부 비판자 역할을 해야 할 국회 노동조합조차 '긁어부스럼'이라는 식으로 무대응하고 있다. 지난 7월 초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개혁 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우리나라 정치 개혁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가 국회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가동된 자문위는 큰 관심을 끌었다. 당시 정 의장은 "대한민국 정치 개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국회 개혁"이라며 "앞으로 입법조사처 등 국회 내 입법지원 조직이 원래의 설립 목적을 살리고 국회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안을 마련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국회 지원기관의 조직과 인력 구조를 개혁해 입법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자문위는 최석원 전 공주대 총장을 위원장으로 15인의 위원으로 구성됐고 향후 합리적인 국회운영 및 제도개선, 국회 윤리 및 정치문화 쇄신과 입법 지원기능 강화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심차게 출범한 자문위는 현재 '깜깜 무소식'이다. 활동 결과물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내부적으로도 현재 자문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자문위 활동에 참여했던 국회 관계자는 "자문위가 국회 개혁 관련 방안을 만들었는지 잘 모르겠다"며 "지금 (자문위가) 운영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대외 홍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 역시 "자문위의 활동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담당하는 부서에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정 의장 취임 당시 국회 개혁을 주문했던 노조는 정작 외부 비판의 목소리에 입을 닫고 있다. 실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회사무처지부는 지난 7월 3일 '제19대 후반기 정의화 국회의장님께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세월호 침몰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무능력한 대응에 국민들의 분노와 좌절감은 국정의 통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국회로 향하고 있는 엄중한 시기"라며 "국회개혁의 감시자와 민주적인 조직 문화 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하위직의 대변자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회사무처지부의 건전한 비판과 제언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입법기관 정상화를 위해 내부적으로 감시와 견제 기능을 주도해야 할 국회 노조는 현재 자신들을 향한 문제 제기를 외면하고 있다. 국회 지원기관의 조직에 대한 문제점 및 개선 방안에 대해 공식적인 발언을 하지 않기로 내부적인 방침도 세웠다. 국회 노조 관계자는 "내부 회의를 통해 국회 조직 개혁과 관련해서 어떤 발언도 하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며 "현재 국회를 둘러싼 정치적 이슈가 많아 국회 개혁에 대한 발언을 할 경우 논란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1부·4) 국회라는 거대 파도에 막힌 크루즈 시장

(1부·4) 국회라는 거대 파도에 막힌 크루즈 시장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지난해 7월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크루즈법)'을 발의했다. 크루즈 시장은 선박강국인 우리나라가 충분한 저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각종 규제에 묶여 경쟁력을 지켜 내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3만t급 국적 크루즈선 1대를 띄우면 968명을 고용할 수 있어 대규모 사업장 하나를 유치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현재 연간 80만명 수준인 국내 크루즈 시장을 2020년까지 200만명으로 키울 경우 선박 건조 1만1000명, 운항 8400명, 관광 1만1300명 등 3만명 이상의 고용효과가 있고 5조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거둘 것으로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크루즈산업의 현실은 후진국 수준이다. 여러 항구를 순회하는 크루즈 관광객들에게 지나치게 까다로운 입국심사를 강요하거나, 항만 인접지역에 숙박, 쇼핑 시설을 짓지 못하게 하는 '손톱 밑 가시' 때문이다. 국내 선사들도 외국인 승무원 채용 규정이 까다롭고 서비스직 인원까지 선원 선발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등 지나친 규제가 힘들다고 호소한다. 이런 규제를 풀고 시장을 키워보자는 것이 크루즈법이다. 하지만 여야 간 의견차로 크루즈법은 해를 넘기고 올 2월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국회에서 발목을 잡은 이유는 선상 카지노 허용 문제. 전체 크루즈 산업에서 보면 너무나 지엽적인 문제다. 야권은 크루즈 선상 카지노를 허용할 경우 크루즈법이 도박 육성법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반면 정부 여당은 카지노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크루즈선 수익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카지노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한국에서 크루즈 시장 자체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야권과 대립하고 있다. 【 인천=특별취재팀】 지난 18일 오전 7시 인천항 제1부두. 안개가 짙게 내려앉은 새벽 바다를 뚫고 대형 크루즈선 한 대가 미끄러지듯 부두로 들어왔다. 이날 정박한 크루즈선은 프랑스 국적 4만t급 규모의 '세븐 시즈 보이저(Seven Seas Voyager)'호였다. 선박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면 4만t급이 어느 정도 큰 것인지 선뜻 가늠이 되지 않겠지만 이 배는 길이(전장) 204.2m, 너비(전폭) 28.8m에 이른다. 승객은 총 708명을 태울 수 있고 승무원까지 더하면 1100명이 넘는 사람이 탑승할 수 있다. 아름다운 내부시설 덕분에 '움직이는 6성급 호텔'이라고 불린다. ■크루즈 관광객은 늘지만… 최근 부산항과 인천항을 중심으로 크루즈선의 한국 기항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크루즈선을 타고 제주.부산.인천 등 국내 항만으로 들어온 관광객이 총 79만5603명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2년 28만2000명에 비해 2.8배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크루즈선 입항횟수도 414회에 달해 1년 전(226회)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 크루즈 관광객이 대부분 부유한 중장년층이어서 소비 규모도 큰 편이다. 지난해 크루즈선 관광객의 국내 소비액은 최소 4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1명당 평균 55만원을 소비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한국으로 오는 주요 크루즈 관광객인 중국인의 경우 1명당 평균 105만원을 한국에서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루즈선이 정박하자 관광버스들이 부두에 즐비하게 늘어섰다. 이들을 맞이하러 나온 관광 가이드의 모습에서도 크루즈에 대한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침 8시 30분이 되자 세븐 시즈 보이저호에서 관광객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들에게는 특징이 있었다.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라는 것. 부두에서 만난 크루즈 관광 가이드는 "한번 크루즈 여행을 시작하면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 달 넘게 여행을 하게 된다"며 "최고급 호텔과 같은 크루즈선에서 한 달 넘게 투숙하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 비용 문제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크루즈 여행을 하기 힘들고 부유한 중장년층이 관광객의 주류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크루즈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희망적이지만 아직 우리나라 항구들은 크루즈 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돼있지 않아 보였다. 인천항 앞에는 선원들과 직원들이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허름한 식당이 일부 있지만 크루즈 관광객들이 음식을 즐길 만한 식당이나 쇼핑을 할 수 있는 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컨테이너를 옮기는 대형 트럭이 쉴 새 없이 지나 다녀 크루즈 여행의 낭만을 훼방 놓는 '어글리 항구'로 비칠까 걱정될 정도였다. 크루즈 관광 가이드는 "인천항으로 들어온 크루즈 관광객 가운데 항구 주변에서 관광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대부분 차를 타고 곧바로 서울로 이동해 반나절 정도 관광 및 쇼핑을 한다. 주요 관광지는 경복궁과 남대문시장, 광장시장 등"이라고 설명했다. 크루즈법에서 핵심으로 꼽고 있는 항구 배후단지 활성화와 입지 규제 완화가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날 세븐 시즈 보이저호를 맞이하러 나온 40인승 대형 버스는 총 23대였지만 이 가운데 인천을 관광하는 버스는 1대뿐이었다. 크루즈 관광객을 유치하는 입장에서 시간은 곧 돈이라고 할 수 있다. 대형 크루즈선이 정박해 항구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야 10시간 정도다. 관광과 쇼핑을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시내 관광과 쇼핑 공간을 가진 부산이나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은 그나마 크루즈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만 동해나 목포 등 지방 중소도시는 크루즈법 통과를 통해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다면 항구 인근에 크루즈 관광객을 위한 관광 및 쇼핑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실패한 국적 크루즈선 도전 한국을 방문하는 크루즈선은 늘어나고 있지만 90% 이상이 체류기간 하루 미만인 단순 기항이다. 부산과 인천 등 국내항을 모항으로 이용하는 크루즈선은 현재 전무한 상황이다. 모항에 3만t급 국적 크루즈 1척을 투입할 때 경제효과는 902억원, 고용효과는 968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크루즈선 모항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259달러인 반면 기항지는 126달러에 그친다. 크루즈 산업을 통해 경제효과를 보려면 기항지로는 한계가 있고 모항지가 돼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동안 국내항을 모항으로 하는 국적 크루즈에 대한 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부산항을 모항으로 지난해 출항한 2만6000t 규모의 하모니크루즈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기대한 것과 같은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출항 1년 만에 운항 중단을 선언했다. 쌓여만 가는 적자가 400억원을 넘기자 두 손, 두 발 들고 포기한 것이다. 과거 하모니크루즈에서 일한 바 있는 해운업계 관계자는 "크루즈 사업의 핵심은 사람들이 배에서 즐길 수 있는 선상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확보"라며 "하모니크루즈는 스파 등 3~4가지 프로그램을 갖고 운항했지만 핵심 콘텐츠인 카지노가 법적으로 막히면서 수익을 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모니크루즈는 전용 크루즈선이었기 때문에 선상 카지노 시설을 갖추고는 있었지만 사용해보지도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퇴직한 하모니크루즈 직원에 따르면 현재 하모니크루즈를 운영하던 임직원들도 모두 퇴사했고 배는 목포항과 광양항을 오가며 매각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구매를 타진하는 사람조차 없다는 전언이다. 그는 "하모니크루즈가 실패로 돌아갔지만 국내에는 여전히 크루즈 사업을 해보겠다는 해운업자들이 많이 있다"며 "크루즈법이 4월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지고 있어 해운업계 기대가 크다. 한국에서 크루즈 산업이 시작되려면 크루즈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부·4) “여객으로만 수익 내야 하는 크루즈, 선상 카지노는 꼭 필요”

(1부·4) “여객으로만 수익 내야 하는 크루즈, 선상 카지노는 꼭 필요”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팬스타그룹 김현겸 회장(사진)은 질문을 받기도 전에 한국 크루즈 산업에 대해 2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그동안 담아두었던 말을 쏟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회장은 한국에서 최초로 정통 크루즈 사업에 도전했다가 최초로 실패를 경험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28세 젊은 나이에 팬스타를 창업해 화물과 카페리(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운송하는 배) 선박을 운영했던 김 회장은 지난 2008년 4월 한국 최초로 연안 크루즈선인 '팬스타허니호(1만5000t)'를 출항시켰다. 유럽의 10만t급 초대형 크루즈선에 비해서는 초라할 정도로 작았지만 크루즈 산업 불모지인 한국에서는 의미 있는 시작이었다. 그러나 팬스타허니호는 다달이 쌓여 가는 적자를 버티지 못한 채 1년 만에 운항을 중단했고 배는 매각됐다. 비록 크루즈 사업은 실패한 실험이 됐지만 김 회장은 규제완화 등으로 여건만 갖춰지면 한국에서도 크루즈 산업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오랜 시간 김 회장이 설명한 내용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팬스타크루즈와 하모니크루즈 등 실패 경험만 있는 한국 크루즈 산업의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선박과 항구는 물고기를 낚고 수출품을 실어 나르는 산업시설이었다. 그러다 보니 관련법도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다. 항만 인근에는 물류 등 항구와 직접 관련된 시설 외에는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남아 있는 게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해운업계가 정부에 크루즈 선상 카지노를 허용해달라는 것은 특혜를 달라는 뜻이 아니고 여객만으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것"이라며 "크루즈를 하게 되면 카페리선과 달리 화물 없이 여객만으로 수익을 내야 한다는 말인데 선상 카지노가 없는 상황에서 여객만으로 수익성을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과 유럽처럼 크루즈 산업이 발전한 지역의 크루즈 업체들은 수익의 최대 40%까지를 선상 카지노에서 만들고 있으며 하모니크루즈의 실패 원인도 선상 카지노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동북아 크루즈 시장을 한국이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선상 카지노 허용은 필수적이라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김 회장은 "이미 대형 크루즈선을 보유한 중국과 일본도 최근 수익 창출을 위해 선상 카지노 허용을 법제화하자는 움직임이 있다"며 "가장 먼저 법제화 논의를 시작한 한국이 선도적으로 선상 카지노를 허용하면 한국.중국.일본의 동북아 크루즈 고객 유치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루즈육성법이 통과된다면, 이후 가장 시급한 것은 한국에서 크루즈 사업이 가능하다는 성공사례를 만드는 데 있다고 김 회장은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 카페리선이나 여객선을 보유한 업체들이 크루즈 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중간 규모인 5만t급 크루즈선 한 대 만드는 비용이 3억달러에 이르고 하루 운영하는 유류비만 수천만원이 다"라며 "크루즈 사업 실패 사례만 있는 상황에서 선뜻 수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자본은 없을 것이다. 이미 카페리선이나 여객선을 갖고 있는 해운업체들이 크루즈 사업에 진출, 성공사례를 만들면 대규모 자본 투자를 유치해 본격적인 크루즈 산업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email protected] 예병정 기자

(1부·3) 안철수 실험 진행중.. 신당 대신 합당 ‘실망스러운 선택’

'정주영, 박찬종, 이인제, 정몽준, 문국현.' 유력 정치인들이 제3당을 만들었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이들이 만든 정당은 '반짝 돌풍'을 일으켰지만 금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 2012년 새정치 열풍의 주역으로 정치권에 쇄신바람을 일으킨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위원장도 6·4 지방선거를 넉달 앞두고 제3신당 창당을 선언했지만 돌연 민주당과 사실상 합당 수순을 밟고 있다. 정치권에서 제3인물이 부상하고 사라지는 과정을 보면 기존 정치세력의 기득권을 뛰어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제3인물이 내세우는 가치는 언제나 '새정치'였지만 인물 교체, 선거혁명을 통한 기존 정당의 교체가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다. 제3인물들이 선거시기에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철수 위원장 역시 지난 대통령 선거를 통해 부상했지만 출마를 포기했다. 이후 지방선거의 목전에서 민주당과 '제3지대' 창당을 선언하면서 또 한번의 실험을 시작했다. 안 위원장은 창당의 변으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을 혁신해 정치권의 공고한 기득권 구조를 깨뜨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 위원장의 선택은  '인물난'에 기인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새정치연합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를 모두 내겠다고 발표했지만 참신성과 중량감을 아울러 갖춘 인물 영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여론사회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새정치연합이 영입에 공을 들인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와 김상곤 경기도지사 후보가 새정치연합 후보로 뛰기를 꺼렸다"면서 "주요 인물을 영입하지 못한 채 지방선거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 것이 (합당 결정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참신한 인물 영입에 실패한 제3신당이 과연 선거 승리를 통해 개혁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안 위원장의 선택을 평가절하하기에는 아직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안 위원장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변화를 얼마나 이끌어 내는지를 보고 평가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윤 실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 30% 속에는 안철수가 민주당의 한계를 깨뜨려주기 바라는 희망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기존 정당과 손잡은 순간 새정치를 위한 노력은 당 내부 투쟁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정이 될 것이라고 정치권에선 평가한다. 안철수표 '새정치'가 기존 민주당의 색채에 묻혀버리거나 기존 정치인들의 힘에 밀려 안 위원장이 제 역할을 못한다면 '안철수 현상'은 제3인물 한계론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사례로 남을 것이다.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창당한 김종필(JP) 총재의 자유민주연합도 '국민의 정부'에서 공동정부를 구성하고 원내 캐스팅보트를 쥐며 위력을 떨쳤지만 창당 11년 만인 참여정부 시절 존재감을 상실하며 한나라당에 흡수된 바 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합당은 안철수 위원장 입장에서 볼 때 쉬운 길이 아니다"라면서 "안 위원장은 JP 모델을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이두영 부장 김기석 전용기 최경환 김학재 김미희 예병정 박소현 이승환 기자

  (1부·3) 정치 개혁, 말로만 실험? 국민은 실행을 보고 싶다

(1부·3) 정치 개혁, 말로만 실험? 국민은 실행을 보고 싶다

#. 한국 정치의 역사는 정치개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수한 개혁 약속이 쏟아졌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기에 집중됐다. 정치개혁이 정치권 스스로 제살을 깎아 내는 결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국민적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궁여지책이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치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무수한 정치개혁이 시도됐고 좌절됐다. 한국 정치에서 늘 제3인물이 부각되는 것도 기존 정치세력들이 추진하는 정치개혁이 흉내내기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기성정치에 희망이 없다고 국민이 좌절한 그 지점에서 제3인물이 높은 지지율로 부상하곤 했다. 정주영, 이인제, 문국현, 최근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도 정치개혁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우며 등장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누가 더 개혁적인가, 누가 더 약속을 안 지켰는가, 각 정치세력의 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민은 허탈하다. 이미 대선 때 개혁 약속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제3인물의 정치개혁 실험은 기존 정당과 합당을 선택함으로써 또 한번의 좌절인가, 창조적 실험인가 기로에 서 있다. 선거철만 다가오면 정치권에 불어 오던 정치쇄신 바람이 벌써부터 힘을 잃고 있다. 여야가 지난 18대 대선을 앞두고 중앙당의 특권인 공천권 폐지를 앞다퉈 공약했지만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공천권 폐지의 부작용을 주장하며 일찌감치 상향식 공천제 도입으로 돌아섰다. 이마저 공천룰을 두고 잡음이 무성하다. 야권인 민주당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새정치연합도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를 매개로 제3지대 신당창당을 선언하고 창당 작업에 매진하고 있지만 '지분 나누기' 등 분열 조짐이 심상찮다. ■정당공천·전략공천 폐지해도 불씨 여전 지난 1월부터 국회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놓고 연일 충돌했다. 여야는 4자회담에서 극적 합의한 대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신설했지만 논의는 한 달 내내 헛돌았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대선후보는 모두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언했지만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의 각종 폐해를 부각시켰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위헌 가능성 △정치신인과 여성 정치인 진입 제한 △토호세력 부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신 상향식 공천제인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공약 파기 정당'으로 연일 몰아 세웠으나 새누리당은 결국 당헌·당규를 뜯어고치면서 상향식 공천제를 관철했고, 퇴로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던 민주당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새정치연합과 깜짝 신당 창당을 감행하면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키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새누리당은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하면서 하향식 공천인 '전략공천'을 폐지했다고 발표했지만 '우선공천'이라는 불씨를 남긴 탓에 진통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우선공천 지역 선정에 있어 중앙당 지도부 또는 공천관리위원회 심사위원의 입김이 반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번엔 우선공천의 조건으로 '여론조사 등을 참작하여'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그러자 여성 우선공천 지역이 문제가 됐다. 땜질에 땜질이 거듭되면서 지난 1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상향식 무제한 공천 설명회는 여성 우선공천 지역 선정에 대한 항의로 아수라장이 됐다. 당 최고위도 수차례 비공개 회의를 열고 여성 우선공천 지역 논의에 나섰지만 인천, 경북 등 지역은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 한 의원은 "기왕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하려면 예외규정 없이 제왕적 당권을 모두 내려 놓는 당헌당규가 마련됐어야 옳았다"고 지적했다.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과감히 폐지했으나 사실상 '내천'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초선거 후보자가 정치 홍보물을 만들면서 누가 봐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임을 알 수 있는 문구나 색깔, 디자인, 특정인과 찍은 사진 등을 사용할 경우 공천 받은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명분을 사수하기 위해 내천을 철저히 경계한다는 입장이지만 여권은 벌써부터 '무공천=내천'이라는 프레임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은 "무공천은 내천을 한다는 의미"라면서 "내천은 당 내부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그 과정에서 왜곡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특권 내려놓기·제도개선 '유명무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출판기념회의 폐해는 19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치권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속히 선거 체제로 전환되면서 관련 개혁 법안 심사는 벌써 뒷전으로 밀려났다. 민주당이 지난달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발의한 '국회의원 윤리 실천 특별 법안'이나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국정감사 분리실시 법안에 대한 논의는 아예 지방선거 이후로 밀릴 공산이 크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감사를 올해부터 2차례로 나눠 6월부터 실시하려면 4월에 법안을 개정해야 하는데 솔직히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면서 "(국감) 6월 실시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의원 윤리실천 특별법은 편법 정치자금 모금 통로로 전락한 출판기념회를 투명하게 운영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또 국회의원이 일정 이상의 강연료를 받지 못하게 하고 축·부의금 규모에 제한을 두는 내용도 함께 담겨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제기한 법안이지만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출판기념회 시즌이 끝나고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회 주변의 시각이다. 실제 지난해 7월 안철수발 정치쇄신 바람을 타고 통과된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에 관한 법안이 올해 시행을 앞두고 예외규정의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회의원 겸직금지법의 예외조항인 '공익 목적의 명예직'에서 '공익'의 범위를 '영리 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에서의 직', '명예직'의 범위도 '비상근·무보수'로 규정함으로써 유명무실한 법이 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지난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한 특별감찰관제도 특별감찰 대상에서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논리로 국회의원을 제외, '무늬만' 특권내려놓기에 대한 거센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선거 전과 선거 후가 달라지는 '두개 혀'를 가진 정치인에게 유권자들이 더 이상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치개혁보다 잿밥에만 관심 정치권에 쇄신 바람이 불었다가 선거가 끝나면 사그라지는 현상은 어느새 관행이 되고 있다. 이는 정치권의 관심이 애당초 정치개혁이 아닌 '당권' 등 자신의 목숨을 쥐고 있는 잿밥에 쏠려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 사무총장은 "이미 국회의원의 관심은 6월 지방선거가 아닌 7월 전당대회와 7·30 재·보궐선거에 가 있다"면서 "지방선거를 누가 당권을 쥘 것인지 결정하는 승부처로 생각하니 유권자들을 만만하게 보고 특권내려놓기 등 쇼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이기기 위해 당을 창당하는 거지만 막상 6·4 지방선거에서 지고 7·30 재·보선을 치를 때면 주도권 다툼으로 '도로 민주당'이 될지 분당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보름 만에 통합했다 해체한 정당도 있다"고 꼬집었다. 여야가 국회의원 선거 직전 겉으로만 정치개혁을 외치며 통과시켰다가 낭패를 본 대표적 법안이 바로 국회선진화법이다. 18대 국회가 '최루탄 국회' '몸싸움 국회' 등 각종 폭력으로 얼룩지며 국회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자 여야가 앞다퉈 국회선진화법 도입에 찬성한 것. 하지만 쟁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과반수가 아닌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이 반대로 19대 국회를 '식물국회'로 전락시키는 폐해를 낳았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만 52일, 정기국회는 폐회를 6일 앞두고서야 정상가동되는 등 국회선진화법의 부작용이 속출했다.   특별취재팀 이두영 부장 김기석 전용기 최경환 김학재 김미희 예병정 박소현 이승환 기자

  (1·②) 발묶인 법안 700여개.. 당리 앞에 국민 없다

(1·②) 발묶인 법안 700여개.. 당리 앞에 국민 없다

'지방은 없고 중앙만 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지 20여년이 흘렀지만 현실은 '지방자치제'가 아니라 여전히 중앙에 예속돼 있다. 지자체의 부패와 비리도 문제지만 여의도 정치권의 당리당략적 접근이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논란이다. 정당공천 폐지는 2012년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대선공약으로 등장할 정도로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다. 그동안 기초선거에서도 정당공천을 받아야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전직 모 국회의원 보좌관은 "기초의원은 물론 시장, 군수까지 지역 국회의원이 후보 공천을 사실상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공천 비리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특히 일부 지역은 기초의원이 현역 의원의 조직원처럼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실제 국회의원이 자기 선거에서 기여도를 기초의원과 구청장 공천의 기준으로 삼으면서 사실상 그 지역 '소통령' 역할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런 폐해는 모두 지방선거에 정당공천제를 도입한 결과다. 신당 창당을 선언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 중앙운영위원장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핵심 의제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간의 시선은 새누리당으로 향했다. 새누리당은 "상향식 공천으로 유권자에 공천권을 돌려드리는 공천 혁명을 할 것"이라며 유지 방침을 밝혔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기초선거는 지금이라도 대선공약을 지켜서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고 당 지도부에 재차 요구했으며 같은 당 이인제 의원 역시 "긴 얘기 할 것 없이 우리 당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국민 앞에 솔직히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혼란을 겪기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곳은 정당공천이 사라짐에 따라 현 기초단체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가 형성돼 정치 신인이나 도전자들이 엄청난 낭패를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은 또 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에 대해선 공천을 추진하는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즉 비례대표 후보는 공천을 하고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서 비례대표가 당선되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공천을 하지 않으면 뽑힐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처럼 지난해 대선공약으로 여야 모두 제시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새누리당은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해 야당 공격의 빌미가 되고 있고,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 역시 철저한 준비 없이 정당공천 폐지를 내놓아 혼란을 가중시켰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둘러싼 정치권의 이 같은 이전투구는 중앙정치가 지방정치의 목줄을 놓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별취재팀 이두영 부장 김기석 전용기 최경환 김학재 김미희 예병정 박소현 이승환 기자

  (1·②) 권력 쏠림 현상과 정치 과잉

(1·②) 권력 쏠림 현상과 정치 과잉

입법 권한에 대한 권력 쏠림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 부동산, 제조업, 정보기술(IT) 등 전 산업분야와 연관된 정부 정책들이 번번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발목을 잡히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들이 여야 간 정쟁의 희생물이 되고 있는 상황이 문제다. 박근혜정부 출범 2년째를 맞은 시점에서 국회의 과잉 권력으로 인해 앞길이 막힌 대표적인 정책 사례는 우리금융 민영화다. 올해로 네 번째 시도되고 있는 이번 민영화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경남·광주은행 매각작업이 국회 파행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경남.광주은행 매각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2월 국회 처리가 결국 무산되면서 이들 지방은행 매각작업이 당초 계획보다 최소한 2개월 이상 늦춰질 전망이다. 13년 동안 회수하지 못한 수조원의 국민혈세를 회수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정치권 대립에 막혀 삐걱대면서 지방은행 매각·인수 주체들은 여의도 정가만 바라보는 처지가 됐다. ■네 번째 지방銀 매각, 국회 권력 '희생양' 네 번째 시도되는 우리금융 민영화는 지난해 7월 15일 지방은행 매각공고로 신호탄을 올렸지만 정치 논리가 개입되면서 출발부터 불안했다. 매각공고가 나기 전부터 경남·광주 지역에서 '지역 환원' 주장이 거셌다. 실제 홍준표 경남지사까지 나서 "부산.대구은행이 인수하면 경남은행에서 도(道) 금고를 빼겠다"며 경제논리에 앞서 정치적 결단을 주문했고 광주에서도 지역 상공인이 모여 '지역 우선 협상권'을 요구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지난해 9월 23일 예비입찰을 마감했으나 경남·광주은행 매각 방식인 인적분할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 문제가 논란이 됐다. 지방은행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인세, 소득세 등 6500억원 규모의 세금을 면제해 주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매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민영화 성공의 열쇠가 국회로 넘어간 것이다. 정부·여당은 부랴부랴 지방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세금을 면제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했다.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이 정부 의견을 반영해 지난해 11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조특법)을 발의했다. 안 의원은 법안을 제안한 이유로 '우리금융 민영화는 공적자금 회수 차원에서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소유 및 경영권을 민간부문에 돌려줌으로써 우리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며 시급한 과제'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조특법 처리 논의는 정치권의 지역 논리와 여야 간 정쟁에 밀려 진전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BS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를 경남·광주은행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각각 선정했지만 여전히 국회에서는 세금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법안 심사를 담당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위원들이 '지역환원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남·광주 지역 정치인들의 반발에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조특법을 처리하지 못한 여야는 우여곡절 끝에 2월 임시국회에서 조특법을 처리키로 잠정 합의했다. 이 같은 소식에 지방은행 매각작업은 속도가 붙는 듯했지만 정작 2월 임시국회가 시작되고 여야 간 잠정 합의는 정쟁 속에 묻혔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을 비방한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의 트위터 글이 이슈가 되자 민주당 기획재정위 의원들이 일정을 전면 거부하면서 조세소위가 무산된 것이다. 국회 기재위의 파행으로 조특법 처리가 2월 임시국회에서 최종 무산된 탓에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26일 오후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경남.광주은행의 분할기일을 3월 1일에서 5월 1일로 두 달 미루는 임시처방을 내렸다. 지방은행, 증권, 우리은행 계열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추진되던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첫 번째 그룹 매각부터 국회 벽에 부딪힌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은행 매각은 당초 계획보다 2개월가량 연기되고, 향후 일정 역시 뚜렷이 결정된 것이 없는 불확실한 상황을 이어가게 됐다. ■정파 이익 앞세운 입법 권한, 경제 '발목' 비대해진 입법 권한의 부작용은 경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기대했던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대부분 처리되지 못하면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700여개 법안이 계류돼 4월 임시국회만 바라보고 있다. 이 가운데 130여건은 민생관련 정책 법안이어서 경제 활성화와 민생 살리기라는 여야의 공통 어젠다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는 지난해 7월 이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않고 있다. '방송사 편성위원회 구성'을 놓고 여야 대치를 이어가면서 법안 처리 논의가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미방위의 거듭되는 파행으로 개인정보보호법,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원자력안전법 등 주요 법안 처리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법안들 역시 여야 간 의견차로 법안 심사가 요원한 상황이다. 여당은 주택법 개정을 통해 공공주택 관련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고수하며 맞서고 있다.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안들도 국회 관문에 막혀 있긴 마찬가지다. 구체적으로 서비스 연구개발(R&D) 및 정보기술(IT) 활용 촉진 등 서비스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학교 주변에 관광숙박시설 건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 진흥법' 등이 국회 법안 심사 테이블에서 배제되고 있다. 아울러 산업별 프로젝트 사업도 법안 미처리로 발이 묶인 상황이다. 우리나라 주요 항만을 활용해 크루즈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크루즈산업 육성 지원법' 전시.박람회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마리나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등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전문성을 갖고 추진하는 경제정책 관련 법안들을 여야가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이 문제"라며 "전문성이 부족한 정치권이 과도한 입법 권한을 남용하면서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이두영 부장 김기석 전용기 최경환 김학재 김미희 예병정 박소현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