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월드컵 이모저모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월드컵 이모저모

1%의 가능성만 있다면

2022. 12. 12 공유

2022 카타르월드컵 최초의 기록

타국 월드컵 개막식 처음으로 등장한 한국 가수


현지 시각 11월 20일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서 공연하는 BTS 정국. 옆은 카타르 가수 파하드 알쿠바이시. 월드컵 주제가 '드리머스(Dreamers)'는 K팝 솔로 가수가 단독으로 부른 첫 곡이다. ⓒ알코르<카타르>AP=연합뉴스, 2022.11.21
현지 시각 11월 20일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서 공연하는 BTS 정국. 옆은 카타르 가수 파하드 알쿠바이시. 월드컵 주제가 '드리머스(Dreamers)'는 K팝 솔로 가수가 단독으로 부른 첫 곡이다. ⓒ알코르<카타르>AP=연합뉴스, 2022.11.21

카타르 현지 시각으로 11월 20일, 월드컵 개막식이 열리는 카타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습니다. BTS의 멤버 정국이 무대에 올라 월드컵 공식 주제가 '드리머스'를 열창했습니다. 스타디움에는 정국의 청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목소리는 방송을 타고 세계로 뻗어 나갔습니다. 시크한 올블랙 의상을 입고 '칼각' 군무를 추는 정국의 모습 역시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정국은 무대 중간 카타르의 국민 가수로 불리는 파하트 알쿠바이시와 함께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정국의 무대가 특별한 것은 단지 월드컵 개막식이 세계적인 무대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타국에서 개최하는 월드컵 개막식에서는 우리나라 가수를 볼 수 없었습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영국 가수 로비윌리엄스가, 2018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미국 가수 제니퍼 로페즈와 핏불, 브라질 가수 클라우디아 레이테가 개막식을 장식했습니다. 정국은 타국 월드컵 개막식의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가수가 되었습니다. 정국이 부른 월드컵 공식 주제가 '드리머스'는 미국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 2주 연속 정상에 오르는 등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서 공식 OST인 '드리머스'를 열창하는 정국. @알코르<카타르>=연합뉴스, 2022.11.20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서 공식 OST인 '드리머스'를 열창하는 정국. @알코르<카타르>=연합뉴스, 2022.11.20

92년 만에 처음, 월드컵 본선에 여성 주심


폴란드:멕시코 경기에서 대기심으로 등장한 스테파니 프라파르. 월드컵 역사 92년 만에 처음으로 탄생한 여성 주심이다. ⓒ로이터=뉴스1, 2022.11
폴란드:멕시코 경기에서 대기심으로 등장한 스테파니 프라파르. 월드컵 역사 92년 만에 처음으로 탄생한 여성 주심이다. ⓒ로이터=뉴스1, 2022.11

다양한 기록이 쏟아진 카타르월드컵, 또 하나의 아름다운 역사가 탄생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는 월드컵 최초로 '여성 주심'이 경기장에 등장했습니다. FIFA는 1930년 첫 월드컵 이후 2018년 러시아월드컵이 있기까지 월드컵 본선에 여성 심판을 기용하지 않았습니다. 남자 선수만 참여하는 대회의 특성상 심판의 성별에도 제한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하는 의견도 많습니다. 그러나 남자 월드컵이라 할지라도 심판의 성별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프랑스의 스테파니 프라파르(39)는 지난 11월 22일 조별리그 C조 1차전인 폴란드:멕시코 경기에서 대기심으로 등장했습니다. 대기심은 선수 교체 상황을 총괄하고 주심과 벤치 감독 사이를 중재하는 등 장외에서 대기하며 경기에서 주심이 사고를 당할 경우에 대비합니다. 프라파르 외에도 일본의 야마시타 요시미, 르완다의 살리마 무칸상사가 여성 주심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 12월 2일 조별리그 E조 3차전 독일:프랑스 경기에서는 주심과 부심이 모두 여성 심판으로 채워져 시선을 모았습니다. 주심에는 조별리그 C조 폴란스:멕시코 경기 심판을 맡았던 스테파니 프라파르가, 부심으로는 브라질의 네우사 백, 그리고 멕시코의 카렌 디아스가 나섰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활약한 여성 심판은 총 6명으로 주심3명, 부심 3명입니다. 월드컵 본선의 여성 심판은 국제사회에서 여성이 '유리 천장'을 깬 좋은 예시가 되고 있습니다. 덧붙여 여성 인권이 비교적 취약한 카타르에서 첫 여성 주심이 탄생했다는 점도 의미가 깊습니다.

현지시간으로 12월 1일,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3차전 코스타리카와 독일의 경기에 스테파니 프라파르 주심과 네우사 백 부심이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알코르=연합뉴스, 2022.12.2
현지시간으로 12월 1일,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3차전 코스타리카와 독일의 경기에 스테파니 프라파르 주심과 네우사 백 부심이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알코르=연합뉴스, 2022.12.2

뜨거운 세대교체, 라스트댄스 선보인 선수들

마지막 월드컵에서 우승컵 들어올릴까, 리오넬 메시

이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월드컵에서 볼 수 없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월드컵을 비롯해 축구 명가라 불리는 다양한 클럽에서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로 명성을 떨치던 선수들이 황혼기에 접어들어 라스트 댄스를 선보였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선수 리오넬 메시는 축구 선수에게 주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발롱도르상을 7번이나 수상한 '축구신'으로 통합니다. 피파 올해의 선수상을 6회 수상했고 스페인 라리가 득점왕의 자리에도 6번 올랐습니다. 메시는 라리가 FC바로셀로나에 몸담으며 리그 우승컵을 10번 들어 올렸고 한 해 91골을 몰아넣어 독보적인 득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리오넬 메시가 2022 카타르월드컵 8강전인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루사일 로이터/연합뉴스, 2022.12.11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리오넬 메시가 2022 카타르월드컵 8강전인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루사일 로이터/연합뉴스, 2022.12.11

1987년 생으로 올해 만 35세인 메시는 2022년 카타르에서 마지막 월드컵 경기에 출전합니다. 축구팬들이 메시를 두고 '월드컵 우승컵 빼고 다 가졌다'라고 말할 만큼 메시는 유독 월드컵 우승컵과 인연이 닿지 않았습니다. 월드컵 토너먼트에서는 득점 기록조차 없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월드컵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까요?

메시는 아르헨티나의 주장으로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활약하고 있습니다. 조별리그 2차전인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중거리 슛으로 멕시코의 골문을 열고 어시스트에도 성공했습니다. 16강전에서는 호주를 상대로 토너먼트 첫 골을 기록했고 네덜란드와의 8강에서도 1골 1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한국 시간으로 다가오는 12월 14일 새벽 4시 크로아티아와 4강에서 격돌합니다.

8강 탈락으로 통곡의 은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1985년생으로 올해 만 37세가 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역시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포르투갈의 호날두는 2006년 독일월드컵, 2010 남아공 월드컵, 2014년 브라질월드컵,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월드컵에 총 4번 출전했고 모든 대회에서 1점 이상 득점했습니다. 포르투갈 대표 선수로써 월드컵에서는 우승하지 못했지만 2016년 유로, 2018-2019 네이션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유로에서는 5회 연속 출전해 14골을 득점하는 등 독보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세계적인 플레이어로 활약하며 메시의 라이벌로 불렸습니다. 월드컵 전까지 세리에A 유벤투스FC,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이 세계적인 클럽에서 활약했습니다.

하지만 찬란한 빛 뒤에는 그림자가 있듯 호날두는 이번 월드컵에서 예기치 못한 시련을 맞닥뜨렸습니다. 월드컵 도중 멘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방출되었고 월드컵 조별리그 1위로 우리나라와 함께 16강에 진출, 1 6강에서 스위스를 6:1로 격파했지만 8강에서 모로코에 0:1로 패배했습니다. 경기장에 주저앉아 통곡하는 호날두의 모습이 연일 방송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또 월드컵 이후 몸담을 클럽을 찾기 위해 몸값을 대폭 낮추어 이적 시장에 나선 그에게 아직 러브콜을 보낸 클럽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사진과 "슬프게도, 꿈은 끝났다"라는 문장을 업로드하는 등 은퇴를 암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이런 호날두를 보는 국내 팬들의 시선은 차갑습니다. 2019년의 기억 때문입니다. 호날두가 유벤투스FC에서 뛰던 당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방한 경기가 열렸지만 호날두는 경기에 뛰지 않고 벤치를 지켰습니다. '우리형'으로 불리던 호날두는 이후 '날강두'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2022 카타르월드컵 8강전, 포르투갈은 모로코에 0:1로 패했다. 경기를 마친 호날두의 모습. ⓒMANAN VATSYAYANA,AFP/연합뉴스, 2022.12.10
2022 카타르월드컵 8강전, 포르투갈은 모로코에 0:1로 패했다. 경기를 마친 호날두의 모습. ⓒMANAN VATSYAYANA,AFP/연합뉴스, 2022.12.10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국민 울린 명대사

태극기에 쓰인 굵직한 한 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 예선. 한국은 우루과이와 무승부를 기록하고 가나에 패배하며 마지막 경기인 포르투갈전을 준비했습니다. 16강을 진출할 수 있는 온갖 경우의 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한국에는 '포르투갈전 승리'라는 선택지만이 유일하게 존재했습니다.

경기 당일, 한국은 세계 최강 함대라 불리는 포루투갈과 최선을 다해 겨루었습니다. 경기 5분 만에 포르투갈의 히카르두 오르타가 득점했지만 후반 27분에 김영권이 득점해 동점을 이루고, 후반이 끝난 후 추가 시간이 주어지자마자 손흥민이 어시스트한 공을 황희찬이 받아 시원하게 득점하며 경기를 마쳤습니다. 경기 후 같은 조인 가나와 우르과이의 경기가 끝나지 않아 6분여의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대한민국 국민과 선수들은 한마음으로 대한민국의 16강 진출을 바랐습니다. 바람은 이루어져 대한민국은 마침내 16강에 진출했습니다. 12년 만의 쾌거였습니다.

선수들은 경기장을 누비며 경기장을 찾은 관중과 멀리 대한민국에서 중계를 시청하고 있을 국민을 위해 세리모니를 펼쳤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을 꺾었을 때 보여주었던 슬라이딩 세리모니를 재현했고,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횡보 했습니다. 이때 관중에게 건네받아 선수가 펼쳐든 태극기에 한 문장이 국민의 마음에 새겨집니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에서 승리하고 관중에게 받은 태극기를 든 대표팀. 태극기 하단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대한축구협회 SNS캡쳐)뉴스1, 2022. 11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에서 승리하고 관중에게 받은 태극기를 든 대표팀. 태극기 하단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대한축구협회 SNS캡쳐)뉴스1, 2022. 11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우리 대표팀의 투지를 떠올리게 하는 이 문장은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 대회인 '2002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유래했습니다. 롤드컵에 출전한 우리나라 E스포츠팀 DRX는 비교적 약팀으로 여겨졌고, 그룹스테이지 첫 경기에서 패배했습니다. 하지만 팀의 김혁규 선수는 "저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라는 희망적인 말을 남겼습니다. 인터뷰는 쿠키뉴스에 의해 <롤드컵 첫패, '데프트'는 꺾이지 않는 마음을 주문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쓰여진 썸네일의 유튜브 영상으로 탄생했습니다.

놀랍게도 DRX는 이어진 경기에서 강팀을 차례로 밀어내며 최종전까지 올라갔습니다. 결국 최종전에서 전설로 여겨지는 프로게이머 이상혁 선수(페이커)와 대결해 우승까지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오뚝이 같은 투지를 상징하게 된 '꺾이지 않는 마음'은 월드컵에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월드컵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모든 국민의 슬로건이 되었습니다.

캡틴을 뛰게 한 ‘1%의 가능성만 있다면’

월드컵 경기를 마친 손흥민 선수가 SNS로 국민에게 안부와 인사를 건넸다. '1%의 가능성'이라는 말이 눈에 띈다.(손흥민 인스타그램 캡처) ⓒ연합뉴스, 2022.12
월드컵 경기를 마친 손흥민 선수가 SNS로 국민에게 안부와 인사를 건넸다. '1%의 가능성'이라는 말이 눈에 띈다.(손흥민 인스타그램 캡처) ⓒ연합뉴스, 2022.12

대한민국 대표팀의 캡틴 손흥민은 월드컵을 앞두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소속팀 경기를 치르던 중 부상을 당했습니다. 눈 주위의 뼈가 네 곳이나 골절돼 수술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온 국민이 캡틴의 부상에 안타까워할 때, 캡틴은 인스타그램에 환하게 웃는 자신의 사진을 업로드해 되려 국민을 안심시켰습니다. 사진 아래에는 '2년여의 시간 동안 여러분들이 참고 견디며 써오신 마스크를 생각하면 월드컵 경기에서 쓰게 될 저의 마스크는 아무것도 아니다' '1%의 가능성만 있다면 가능성을 보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앞만 보며 달려가겠습니다.'라는 말이 쓰여있어 보는이를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손흥민은 월드컵에 부상 부위를 가리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했습니다. 아직 뼈가 완전히 붙지 않은 상황인지라 경기를 마친 후에는 부상 부위가 퉁퉁 부어올랐지만 손흥민은 모든 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캡틴의 역할을 다했습니다.

한편, 지난 8일 한국 축구대표팀 주치의인 왕준호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YTN '뉴스 라이더'에 출연, 손흥민이 도핑과 약물검사 때문에 수술 당일 마취를 제외하고 약한 진통제에 해당하는 타이레놀 계통의 약으로 버텨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가 끝난 후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은 손흥민이 부상을 당했을 당시 "수술 날짜를 최대한 당겨달라고 했다"라며 월드컵 출전에 굳은 의지를 보이던 아들의 모습을 회고했습니다. '1%의 가능성'을 믿은 캡틴의 결단에 온 국민이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었습니다.

김현선 기자kind@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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