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최고의 선수를 가릴 때 빠질 수 없는 선수가 있다면 단연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입니다. 축구계에서 가장 영예롭다고 평가받는 상, 발롱도르를 각각 7회, 5회 수상하며 '메시'가 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메호 대전'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라이벌 구도를 이루는 두 선수는 놀라운 활약상을 통해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계 축구 팬들을 설레게 해왔습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메시'는 35세, '호날두'는 37세의 나이로, 선수 경력상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출전했죠. '호날두'의 라스트댄스는 이번 월드컵 기록을 써 내려간 모로코 '아틀라스의 사자들'을 상대하는 8강전에서 빛을 내지 못했고, 결국 경기를 패배하며 막을 내렸습니다.
반면 아르헨티나의 영웅, 축구의 신 '메시'는 차이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조별리그부터 결승전 진출까지 5골과 3도움을 기록하며 월드컵 도움 부문에서는 대회 단독 1위, 득점 부문에서도 프랑스 '음바페'와 공동 1위에 올라있었죠. 조별리그뿐만이 아니라 16강 호주전, 8강 네덜란드전, 4강 크로아티아전에서 모두 팀의 승리에 영양가 높은 득점을 하며 결승전에 출전, 득점 시 월드컵 경기 최다 출전(이전 25경기, 공동 1위) 기록뿐만 아니라 토너먼트 라운드 모든 경기에서 득점한 유일한 선수가 될 기회도 눈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FC 바르셀로나의 아이콘이던 '메시'는 지난 2021년 '파리 생제르맹 FC'으로 이적하며 13세부터 이어진 21년의 동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아쉬워하는 팬들도 많았지만, 이전 소속팀 동료 '네이마르'와 차세대 축구 황제로 떠오르는 '음바페', 축신 '메시' 조합이 만들어 갈 화려한 플레이에 대한 기대도 숨길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메시'의 이적 후 1년 만에 다가온 카타르 월드컵. 축구의 신과 황제는 모든 쟁쟁한 상대들을 물리치고 결승전에 올라왔습니다. 같은 팀으로 함께 호흡을 맞추던 두 선수는 이제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앞둔 마지막 한 경기, '음바페' '메시'의 이름을 따온
'음메대전'에서 서로를 상대하게 되었습니다.
프랑스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대회 역사상 82년 만에 2연속 대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통산 3회 우승을 꿈꾸며 경기에 나섰습니다. 2022년 12월 19일 한국 시각 0시, 결승전 무대인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립니다. 예상외로 일방적인 경기, 아르헨티나는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프랑스의 골망을 노렸습니다. 프랑스 선수들도 절박함에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결국 전반 23분, 경기의 균형이 깨집니다.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한 '디마리아(유벤투스 FC)'가 뒤따르던 '뎀벨레(FC 바르셀로나)'에게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이 선언되죠.
키커는 역시 '메시'. 타이밍을 뺏는 노련함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이번 대회 여섯 번째 득점을 기록합니다.
16강부터 결승전까지 토너먼트 모든 경기 득점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는 데 성공합니다. 같이 5골을 기록 중이던 '음바페' 선수가 득점하지 못한다면 대회 최다 득점 기록도 노릴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는 경기 운영을 느슨히 하지 않았습니다. 공세를 이어 나간 지 13분,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경기장의 중앙 근처에서 단 4번의 터치로 공을 '디마리아'에게 연결했고 이를 침착하게 득점, 추가골을 기록합니다.
이대로라면 '메시'가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 우승을 거두기까지 단 45분이 남은 상황,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 후반전이 시작됩니다. 여전히 아르헨티나의 창끝은 날카롭게 프랑스의 골문을 노립니다. 후반 15분경, 빠른 패스를 슈팅으로 연결한 '메시', 비록 공은 수비수에 막혔지만, 축신의 모습에서는 여유로움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전후반 경기를 약 20분 남긴 무렵, 프랑스는 '그리즈만'을 교체하는 등 다시 한번 변화를 줍니다.
후반 33분, '음바페'가 전방으로 높게 연결한 공을 아르헨티나 '오타멘디'가 처리하지 못해 '무아니'에게 연결됐고, 아르헨티나 선수는 그를 저지하려다가 페널티 지역 안에서 무리한 파울을 범합니다. '음바페'의 페널티킥, '마르티네즈' 골키퍼가 방향을 읽는 데 성공했으나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관중석에서 결승전을 초조하게 지켜보던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죠. 뒤늦게 터진 골, 아직 한 골 이상을 득점해야 하는 프랑스 선수들은 직접 공을 들고 중앙선으로 달려갑니다.
하프 타임 없이 진행되는 연장전 30분. 연장전에서도 경기의 승패를 가리지 못하면 2006년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결승전 이례로 16년 만에 월드컵 우승팀을 승부차기로 가려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소득 없이 지나간 18분, 침묵을 깬 건 아르헨티나였습니다.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강력하게 찬 슈팅을 프랑스 '요리스'가 쳐냈고 이를 기다리던 '메시'가 다시 밀어 넣습니다. 프랑스의 수비수가 뒤늦게 공을 걷어내지만, 공은 이미 골라인을 넘은 상황. '음바페'가 동점골까지 두 골을 기록하며 내주었던 대회 최다 득점자 타이틀은 '메시'의 연장전 득점으로 다시 동률을 이루게 된 상황. 도움 기록에서 앞서는 '메시'는 우승컵과 MVP '골든 볼', 최다 득점자에게 주는 '골든 부츠'까지 3관왕을 노릴 수 있었습니다.
경기장 중앙에 모여 승부차기를 기다리던 선수들. 심판과 양 팀 주장들의 '코인토스'가 끝나고 프랑스의 선축이 결정되며 '음바페'가 나섭니다. 방향은 다시 한번 왼쪽, '마르티네즈' 골키퍼가 방향을 읽고 공을 건드는 데는 성공했으나 완전히 막히지 않으며 골문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르헨티나의 1번 키커는 역시 '메시'. 다시 한번 타이밍을 빼앗는 동작에 역동작이 걸린 '요리스' 골키퍼. 급하게 방향을 틀어보지만 이미 공은 들어간 뒤였습니다. 각 팀의 에이스들이 모두 골에 성공하며 승부는 여전히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
기나긴 경기, 승리의 여신은 아르헨티나 '마르티네즈' 골키퍼에게 깃듭니다. 프랑스 2번째 키커 '코망'의 킥을 선방해내며 승기를 잡은 아르헨티나.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3번째 키커 '추아메니'의 킥이 골대를 벗어나고 맙니다. 아르헨티나는 모든 키커가 골을 넣으며 승부차기 '4 대 2',
36년만에 월드컵 우승을 확정 짓습니다.
직전 대회의 우승팀 '
디펜딩 챔피언'이 다음 대회에서는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 징크스는 1958년 브라질이 2연속 우승을 달성한 이례, 오랫동안 월드컵 역사와 함께했습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독일은 2014년 대한민국 대표팀과 조별리그 F조에 소속, 멕시코와 대한민국에 패배하며 조별리그 최하위, 최초의 조별리그 '광탈'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들고 귀국길에 올라야만 했죠.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프랑스. 팬들은 차세대 축구 황제라 불리는 '음바페' 등 우승 경험 멤버들을 다수 갖춘 프랑스를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징크스에 대한 우려도 늦추지 못했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선수들 앞에서 챔피언들을 괴롭히던 징크스는 마침내 꺾였습니다.
호주와 덴마크를 꺾으며 16강 진출을 일찍이 확정 지은 프랑스는
폴란드의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레반도프스키'의 라스트댄스를 저지하며 8강 진출도 이뤄냅니다.
폭발적인 경기력에 징크스에 대한 우려는 씻겨나가고 2연속 대회 우승의 기대감이 차올랐습니다. 황금 세대를 꾸린
잉글랜드 '삼사자 군단'을 상대로도 어려운 경기를 펼쳤으나 끝내 값진 승리를 따내며 준결승전에 진출했죠. 세계인의 축제, 그 하이라이트가 될 결승전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월드컵 최대의 이변을 만들어낸
모로코 '아틀라스의 사자들'의 뚫리지 않는 방패를 뚫어야만 했습니다.
'삼바 군단' '세계 축구 최강팀' '영원한 우승 후보'. 축구 황제 '펠레'의 나라 브라질의 이야기입니다. 항상 세계 최고라고 평가받았지만 2002 한일월드컵 우승 이후 단 한 번도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브라질은 우승 20주년인 2022 카타르 월드컵,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 FC)'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 CF)' '호드리구(레알 마드리드 CF)' '안토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등
선수단 26명의 이적시장 가치 합계가 약 1조 6천억에 달하는 당대 최고의 팀을 꾸려 우승 사냥에 나섰습니다.
조별리그 G조에 속한 브라질. 16강 진출을 이미 확정 짓고 주전 선수를 대거 휴식하게 하며 패배를 기록한 카메룬전에서조차 슈팅 숫자와 점유율 등 기록은 압도적인 모습으로 '피파 랭킹 1위'의 위엄을 증명했습니다. 그렇게 2승 1패로 진출한 16강, 출전이 불확실했던 '네이마르'의 복귀로 다시 완전체를 이룬 브라질의 공격진은 대한민국과의 경기, 전반전에만 4골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경기력을 펼칩니다. 골을 넣을 때마다 신나게 웃고 춤추며 승기를 자축하던 '네이마르'와 선수들. 세 번째 '히샤를리송(토트넘 홋스퍼 FC)'의 득점 세레모니에는 '치치' 감독도 함께 비둘기 춤을 추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논란을 사기도 했죠. 각국의 선수 출신 유명 해설가들이 상대 팀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며 비판을 이어가자 '치치' 감독은 존중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해명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발롱도르 5회, 피파(FIFA) 공식 집계 최다 득점, 최다 승리 1위에 올라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그러나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 직전 방송 인터뷰에서 당시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와 감독 '에릭 텐하흐'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논란을 일으킵니다. 결국 '호날두'는 월드컵 대회 기간 중 팀에서 방출되며 무소속으로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경기에 출전하게 됬죠.
다음 월드컵 대회는 4년 뒤
2026년, '호날두'는 41세로 월드컵 우승 도전의 꿈은 사실상 끝나게 됩니다. 여러 구설수에 오르긴 하지만 세계적인 선수로 오랫동안 활약을 이어갔었던 만큼 축구 팬들은 슈퍼스타 '호날두'의 라스트댄스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H조 대한민국, 우루과이, 가나와 경기를 펼쳤습니다. 첫 경기 쉬운 상대로 예상되었던 가나에 후반전 추격골을 두 차례나 허용하며 불안한 수비력을 보이기도 했으나 2차전 우루과이전에서 깔끔한 승리를 거두며 의심을 떨쳐냈습니다. 연이은 승리로 승점 6점을 따내며 조 1위에 오른 포르투갈, 남은 한 경기 승패와 무관하게 H조에서 16강 진출을 가장 먼저 확정 짓습니다.
이어진 3차전은 대한민국과의 경기. '유벤투스 FC' 시절 '팀k리그'와의 친선경기 '노쇼' 논란으로 악연을 빚은 바 있는 '호날두'의 선발 출전 소식에 국내 축구 팬들은 복수를 기대하는 한편 우려의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죠. 결과는 통쾌한 복수였습니다. '호날두'는 경기 내내 실점의 빌미가 되거나 기회를 날려버리는 등, 전성기 시절의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후반전에 교체,
대한민국은 포르투갈을 '2 대 1'로 꺾고 16강에 진출합니다.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는 우승팀만큼이나 주목받은 한 팀이 있습니다. 4강 돌풍을 일으킨 모로코죠. 마법사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CF)'가 지키는 중원에 비해 다소 빈약한 공격 자원을 가진 크로아티아, '황금 세대'의 노쇠화를 겪고 있는 벨기에 그리고 월드컵 경험이 부족한 캐나다와 함께 조별리그 F조에 속한 모로코는 다른 조보다 상대적으로 약세인 팀들과 경기를 펼친다는 평가를 받았었습니다. 물론 F조에 속했던 모로코와 크로아티아가 함께 4강 라운드까지 오르며 이러한 평가는 사실이 아니었음을 증명했죠.
모로코는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0 대 0' 무승부, 벨기에전에서 2골 차, 캐나다에 1골 차로 승리하며 2승 1무(승점 7점), 무패를 거두며 F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습니다.
러시아의 레전드 골키퍼 '레프 야신'의 재림이라 불리는 '야신 부누'와 최강의 밀집 수비는 모로코의 가장 큰 무기로 꼽혔죠. 2차전 벨기에와의 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 선발로 출전하며 총 3번의 클린시트를 기록했습니다.
12월 7일, 스페인을 상대로 치러진 모로코의 16강 전, 양팀은 연장전이 모두 지나서도 득점을 기록하지 못합니다. 경기는 '승부차기'만을 남겨둔 상황. '야신 부누'는 골키퍼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알려진 페널티킥을 무려 두 차례나 선방하며 모로코를 월드컵 8강에 올립니다. 모로코의 질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8강전 대한민국과 같은 조에 속해 16강 진출을 다퉜던 포르투갈을 상대로 전반전 득점, 경기 종료까지 리드를 이어갑니다. 후반 추가시간이 모두 지날 무렵, 동점골 득점을 노린 포르투갈 '페페(FC 포르투)'의 날카로운 헤더가 골문에서 빗나가자 모로코 선수가 다가와 머리에 입을 맞추는 장면은 세계 축구 팬들에게 색다른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했죠. 그렇게 '아틀라스의 사자'들은 아프리카 최초로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뤄냅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크로아티아는 조별리그부터 단 한 차례도 패배하지 않으며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위한 마지막 계단,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3위의 최고 기록을 이미 경신하며 결승전에 오른 크로아티아는 16강, 8강, 4강 토너먼트 라운드 모든 경기를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를 펼쳤습니다. 선수들의 체력은 이미 고갈 상태, '중원의 마법사'라 불리는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CF)'를 필두로 한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전후 반전 한 골씩을 득점해내지만, 경기는 결국 '4 대 2'로 마무리되고 우승을 자축하는 프랑스 선수들의 뒤로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4년 뒤 2022 카타르 월드컵. 공격진의 세대교체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아 지난 대회에 비해 약세라고 평가받은 크로아티아. 그러나 '메시'와 '호날두'의 양분 독식을 막고
2018년 발롱도르를 수상한 '모드리치'의 마법은 또 한 번 이변을 만들어냅니다. 이번 대회 아프리카 최초의 4강 진출을 이뤄낸 모로코, 벨기에와 캐나다와 조별리그를 치른 크로아티아. 캐나다를 상대로 '4 대 1' 승리, 모로코와 벨기에를 상대로는 득점 없는 무승부를 기록하며 비록 1승 2무, 조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하긴 했으나 탄탄한 수비와 중원 장악에 비해 확실한 골 메이커의 부재가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공은 둥글다'. 전후반 총 90분의 경기 중, 어떤 이변이 일어날지 모르니 항상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뜻으로 자주 사용되죠. 전력이 비교적 약세라고 평가받는 언더독 팀일지라도 승리의 가능성이 언제나 열려있다는 점은 분명 팬들이 축구 경기에 더 열광하게 하는 매력 중 하나입니다.
대한민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포르투갈, 16강 이탈리아, 8강 스페인을 차례로 꺾으며
월드컵 4강에 진출, '공은 둥글다'는 것을 증명,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변을 만들어낸 경험이 있습니다. 더욱 최근인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도 대표팀은 당시 피파 랭킹 1위이던 '전차 군단' 독일을 상대로 승리,
'카잔의 기적'을 이뤄 내기도 했습니다.
'대이변'의 시작은 11월 22일, 사우디아라비아였습니다. 커리어의 마지막 월드컵을 우승으로 장식하기 위해 출전한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 FC)'의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메시' 외에도 '디 마리아(유벤투스 FC)' '라우타로 마르티네스(FC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 등 호화로운 공격진을 꾸린 아르헨티나.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은 이런 아르헨티나를 상대, 오직 하나의 페널티킥 실점만을 내주며 전반전을 마무리했으며 후반전 동점골에 이어 역전 골을 만들어내며 '2 대 1'로 승리, 소중한 승점 3점을 따냅니다. 안타깝게도 이어진 폴란드전과 멕시코전은 연달아 패배하며 1승 2패, C조 최하위를 기록하긴 했으나 '메시'를 상대로 따낸 승점 3점은 앞으로도 월드컵 역사와 이야기에서 오랫동안 회자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4월 카타르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는 여러 탄식과 안도가 교차했습니다. 월드컵을 위해 4년간 철저한 준비를 마친 각국 대표팀들은 모두 저마다 약세라고 평가하는 상대와 같은 조를 이루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개최국인 카타르를 포함, 피파랭킹 상위권 국가들이 포진한 1, 2 시드의 추첨이 마무리되고 다음 순서 추첨을 기다리는 3 시드 국가의 팀 관계자들과 팬들은 반드시 피해야 할
'죽음의 조'에 이구동성으로 E조를 꼽았습니다.
1 시드는 스페인, 2 시드에는 독일이라는 유럽의 전통 강호들이 나란히 속해 있었기 때문이죠. 추첨은 계속 진행되고 대한민국, 모로코와 일본이 남겨져 E조, F조, H조 빈자리를 채우게 된 상황. 3 포트 추첨자로 나선 카타르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아델 아흐메드 말알라'는 일본을 E조, 모로코를 F조, 대한민국을 H조에 추첨합니다.
'죽음의 조'에 속하게 된 일본. 아시아 최초 2 대회 연속 16강 진출, 그리고 그 이상의 성적도 기대하던 일본이기에 조 추첨 결과가 더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조별리그,
일본의 11월 23일 첫 경기 상대는 2 시드 국가인 독일. 2018년 대한민국에 패배해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한 이후 4년간 재정비를 거치며 유럽 지역예선도 1위로 통과한 만큼, 독일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되던 경기였습니다. 날카로운 역습으로 성공한 득점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되고 경기 전반 33분 페널티킥을 주며 실점하는 순간에도 이변은 없어 보였죠.
독일과의 경기에서 승리했지만 코스타리카에 '1 대 0', 아쉽게 패배를 기록하며 월드컵 16강 진출이 다시 불투명해진 일본 국가대표팀. 마지막 상대가 코스타리카를 '7 대 0'으로 꺾은 스페인이기에 일본의 16강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피어났습니다. 독일전 선발 멤버를 대거 제외한 것이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첫 경기 때 빛을 발한 '모리야스' 감독의 용병술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는 비판도 더러 있었죠.
독일전과 마찬가지로 전반 일본 대표팀은 스페인에 끌려다니며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습니다. 경기시작 후 11분 '모라타(유벤투스 FC)'의 선취골을 포함,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며 마무리된 전반전
일본의 공 점유율은 단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프타임 이후 재개된 경기. '모리야스' 감독은 '도안 리츠(SC프라이부르크)'와 '마토마 카오루(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FC)'를 교체 투입합니다. '도안 리츠'는 그라운드에 선지 5분도 채 안 되어 동점골을 득점, 그리고 '마토마 카오루'는 바로 뒤이은 역전 골을 어시스트하며 두 선수 모두 일본의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합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 '벤투호'는 12년 만에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룩합니다. 2차전 가나와의 경기는 아쉽게 패배했지만, 1차전 우루과이를 상대로 무승부, 3차전 포르투갈을 상대로 승리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아시아의 반란' 주역으로 부상했죠.
비록 월드컵 A조에 속한 개최국 카타르가 3패, 아르헨티나를 꺾은 C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시아 축구 강국 B조의 이란은 1승 2패로, 서아시아 3국은 16강 진출에 실패하긴 했으나, 호주와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가 차례로 16강 진출을 확정 지으며 아시아 축구의 달라진 위상을 증명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로써
카타르 월드컵은 2002 한일 월드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로 한국과 일본이 모두 16강에 진출한 첫 월드컵이자,
3개 이상의 아시아 국가가 16강에 오른 최초의 월드컵으로 기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