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곳간 터졌다" 154조원 자사주 매입에 日증시 환호
소니·히타치도 4.7조원대 자사주 매입
올해 日 상장기업 자사주 매입 190조원 전망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상장기업들의 올해 1~5월 자사주 매입 한도가 16조엔(약 154조원)을 넘어서며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설정액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일본 증시 강세를 떠받치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상장기업들이 올해 1~5월 설정한 자사주 매입 한도가 16조2000억엔(약 154조34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규모로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연간 자사주 매입 한도 설정액인 17조7000억엔(약 168조6314억원)에 근접했다.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기업은 약 620개사로 전년보다 14% 감소했지만 소니그룹과 히타치제작소 등 대기업들의 대규모 매입이 전체 규모를 끌어올렸다.
실제로 소니그룹과 히타치는 각각 최대 5000억엔(4조7636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양사는 모두 2027년 3월 결산 기준(2026년 4월~2027년 3월)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예상된다.
소니그룹은 자사주 매입 확대 배경에 대해 현금창출력이 크게 개선되면서 전략 투자와 주주환원을 동시에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히타치 역시 대형 인수합병(M&A)이 없었던 점과 양호한 실적을 언급했다.
일본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자본 효율성 개선 요구가 있다. 자사주는 회계상 순자산 차감 항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매입 후 소각할 경우 자기자본이 줄어들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특히 일본 증시가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하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이 이어지는 것은 기업 내부에 쌓여 있는 막대한 현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무라증권은 "일본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크게 증가하면서 주주들의 자본 효율 개선 요구도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다이킨공업은 미국 행동주의 투자자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요구 이후 약 3500억엔(약 3조334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기업 간 주식 상호보유 해소를 위한 거래도 활발하다. KDDI는 최근 최대 3000억엔(약 2조8582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약 2500억엔(약 2조3818억원)은 도요타자동차와 교세라가 보유한 지분을 공개매수(TOB) 방식으로 사들인다.
주목할 점은 실적 감소가 예상되는 기업들까지 자사주 매입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4~5월 결산 발표와 함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기업 가운데 약 35%는 향후 순이익 감소를 전망했다.
후지쯔는 2027년 3월 결산 기준 순이익이 전년 대비 31%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자사주 매입 규모를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아직 집행되지 않은 자사주 매입 한도만 약 8조엔(약 76조2176억원)에 달하는 만큼 향후 실제 매입이 진행될 경우 일본 증시에 상당한 수급 개선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일본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20조엔(약 190조544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동 정세 불안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기업들이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것은 향후 실적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