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진 철근
"비슷한 여편네들이 비슷한 형편의 살림을 하고 있었다." 작가 박완서의 단편 '닮은 방들'에서 주인공 여자는 아파트 입주를 끝낸 뒤 이런 평을 한다. 여자의 눈에는 자신의 십팔 평짜리 아파트 이웃집들이 하나같이 서로의 복사판으로 비친다. 여자는 확신했다. 자신이나 옆집 철이 엄마나 딴 방 여자들 모두는 서로 닮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라고. '닮은 방들'은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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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여편네들이 비슷한 형편의 살림을 하고 있었다." 작가 박완서의 단편 '닮은 방들'에서 주인공 여자는 아파트 입주를 끝낸 뒤 이런 평을 한다. 여자의 눈에는 자신의 십팔 평짜리 아파트 이웃집들이 하나같이 서로의 복사판으로 비친다. 여자는 확신했다. 자신이나 옆집 철이 엄마나 딴 방 여자들 모두는 서로 닮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라고. '닮은 방들'은 1974

"제 생각에 리더십에서 짜릿한 부분은 바로 이것인 것 같습니다. 썩은 동아줄을 붙잡고 있어도 이길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요. 어떻게 이길 수 있냐고요? 바로 그때가 회사의 본질이 드러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2010년 6월 미국 뉴욕타임스 인터뷰)" 이 말을 하고 있는 이는 세계 반도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60)이다. 앞서 여�

"지금 우리는 옳지 않은 경제적 비관주의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20세기 경제학의 거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이 문장으로 시작하는 에세이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을 쓴 때가 1930년이다. 케인스는 살벌했던 대공황 한복판에서 현실을 넘어 100년 후 미래를 봤다. 2030년쯤엔 생활 수준이 여덟 배로 높아질 것이며 생존보다는 잘사는 것에 더 많이 관심을 갖게 될 �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들어올린 웨이퍼가 조명을 받아 무지개색으로 빛났다. 2021년 4월 12일 오후 백악관 루스벨트룸. 바이든은 웨이퍼를 흔들며 "중국 공산당의 침략적 본성"을 대놓고 비판했다. 짤막한 그의 연설은 "미국이 다시 세계를 리드할 것"이라는 외침으로 끝났다. 워싱턴은 이날 이후 반도체 부양책으로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다. 반도체 전쟁�

캐나다가 주요7개국(G7)에 낀 것은 1975년 자유당 집권 때다. 지금의 캐나다 총리 쥐스탱 트뤼도의 부친 피에르 트뤼도가 그 시절 총리였다. 이웃 미국의 주선으로 서방 클럽에 합류하긴 했으나 존재감 약한 나라는 기를 펴지 못했다. 당시 캐나다 경제는 글로벌 2% 비중밖에 안 됐다. 더욱이 1970~80년대 내내 재정적자에 시달렸다. 1990년대에 접어들자 한 해 예산의 3분의 1이 �

아폴로 신전을 뒤로하고 아이들은 공을 차고 있었다. 신전 앞 민가의 뜰에선 젊은 여인이 빨래를 널고 있다. 10여년 전 튀르키예 서부 고대 헬레니즘 유적지를 다닐 때 이런 풍경을 자주 봤다. 들판에서, 산길에서 수천년 된 유물들이 아무렇지 않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튀르키예는 거대한 신화의 땅이었다. 성서의 주요 인물들이 생을 바친 곳도 튀르키예다. 이방인들에

베트남의 과거는 말 그대로 전쟁의 역사다. 그것도 상대는 매번 당대 최강의 나라들이었다. 숙적 흉노를 무찌르고 비단길을 장악해 한나라를 대제국으로 키운 이는 무제다. 중국의 베트남 1000년 지배 문이 이때 열렸다. 판을 뒤집기까지 포기를 몰랐던 베트남 선조들의 근성은 지금 봐도 놀랍다. 938년 하롱베이 인근 박당강에서 5대10국 중 하나였던 남한군을 대파해 비로�

다이소 창업주 박정부 회장(78)은 흙수저 정도가 아니라 무수저 출신이다. 아버지는 6·25전쟁 때 북한군에 저항하다 목숨을 잃었다. 집은 폭격에 불탔고, 가족들은 어머니 삯바느질로 연명했다. "절대 가족보다 먼저 죽지 않겠다." 이 비장한 결심을 다시 품은 것은 1980년대 중반이다. 파업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촉망받던 관리자에서 하루아침에

바야흐로 통근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은 철도 덕분이었다. 짐짝 말고 사람, 그러니까 도시에 일터를 둔 근로자들을 태워 나르는 철도(런던~그리니치 레일웨이)는 1836년 드디어 첫 기적을 울린다. 인류문화사를 주로 다룬 영국 작가 이언 게이틀리의 책 '출퇴근의 역사'에 나오는 내용이다. 1세대 통근자는 변호사 등 부유층 전문직이 많았으나 노동계급이 이 대열에 합류하�

대만 반도체의 거인 모리스 창 TSMC 창업자(91)는 2018년 6월 물러났지만 여전히 막후 힘을 발휘한다. 지난 8월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가 대만에 갔을 때 창은 TSMC 회장 마크 류와 함께 펠로시를 만났다.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동맹 새 판을 짜기 위해 미국은 지금 못하는 것이 없다. 대만은 반도체에 자국 안보의 명을 걸었다. 펠로시와 창은 서로에게 할 말이 많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