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사회복지사 “도와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가족이니까”
서울 강서구청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인 김정환씨는 "사회복지사란 직업은 돌보는 이를 내 가족같이 생각하는 마음과 사명감으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가 강서구청 인근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인 황금자 할머니를 돌보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강서구 사회복지사 김정환씨 독거어르신과 장애인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구청사를 나선다. 병원에 계신 황금자 할머니부터 찾는다. 할머니는 가족이 없다. 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는 그때 기억으로 사람을 믿지 못한다. 자주 오가며 진심을 다하자 이젠 아들처럼 가까워졌다. #. 선린원 근무하는 조선화·송유아씨 5명의 복지사들이 10명의 중증 장애인을 돌본다. 가정집처럼 꾸며져 분위기가 포근하다. 청소, 목욕, 음식까지 복지사들의 몫이다. 입소자 대부분이 남자라 목욕은 공익요원이나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는다. 매일 같이 먹고, 자니 한가족이나 다름없다. 유난히도 춥던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서구청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사회복지사)인 김정환씨(50)는 작은 수첩과 필기도구를 챙겨 구청사를 나섰다. 독거 어르신과 장애인 시설 등을 둘러보고 요구사항과 개선해야 할 점을 챙기기 위해서다. 이날 김씨가 가장 먼저 발길을 찾은 곳은 구청 인근의 한 병원이다. 노환으로 인해 얼마 전부터 입원한 황금자 할머니(91)를 찾아 뵙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보살펴줄 가족이 한 명도 없는 독거 어르신이다. 그의 보호자라면 사회복지공무원인 김씨가 유일하다. 간병인이 24시간 할머니를 보살펴주고 있지만 김씨에게 이 할머니는 좀 더 특별하다.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업무 관계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부모 관계로 발전한 것이다. 관련기사 ☞ 기획연재 [대한민국 빛과 소금,공복들] ■업무 관계에서 모자 관계로 할머니가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 할머니라는 것을 안 것도 이때쯤이다. 마땅히 기댈 곳 없던 할머니가 김씨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의지하면서 김씨가 황 할머니의 양아들 역할을 하기에 이르렀다. 김씨는 "할머니는 일제 위안부 시절의 충격 때문인지 쉽게 사람을 믿지 못했다"며 "진심으로 대했고 점차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오늘 이런 인연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병실에 들어서 할머니를 보자 김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화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안된다"며 안타까워했다. 할머니의 손을 어루만지면서 김씨는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할머니의 몸 상태에 대해 세심하게 물었다. 할머니는 현재 노환으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는 등 위독한 상태다. "어머니 식사는 좀 하셨나요? 잠은 얼마나 주무셨어요?" 할머니 상태에 대해 간병인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눈 김씨는 이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또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김씨는 "노환으로 병세가 악화돼 병원에 입원한 이후에는 거의 매일 병원을 찾아 어머니의 안부를 챙기고 있다"며 "건강을 다시 회복하셔야 할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황금자 할머니는 지난 2006년과 2008년, 2010년 등 3차례에 걸쳐 서울 강서구 장학회에 장학금으로 1억여원을 기증했다. 이런 공로가 인정돼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강서구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구민 조례에 따라 구민장으로 장례를 치를 계획이다. 김씨는 "친인척 없이 혼자 계신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재산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이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 중 하나로 생각하며 가장 가까이에서 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도움 손길 '톡톡' 병원을 나선 김씨는 오후 3시께 화곡동의 장애인 단기거주복지시설인 '선린원'을 찾았다. 이 시설은 여느 장애인 복지시설과는 외관부터 좀 달랐다. 복지시설이라기보다는 일반 가정집 같은 건물이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시설 분위기를 가족적인 분위기로 만들기 위한 배려라고 시설 관계자는 설명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시설 입소자에 대한 목욕이 한창이었다. 공익근무요원과 자원봉사자 등 2명이 남자 장애인 입소자를 목욕시키고 있었다. 시설 입소자들 모두 중증 장애를 앓고 있어 몸을 움직이기가 어려워 목욕시키는 것이 무척 힘겨워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한두 번 해본 것이 아니라는 듯 능수능란했다. 목욕을 시키고 있던 자원봉사자인 박기완씨(27)는 매주 금요일 오후 이곳을 찾는다. 이 곳에서 박씨는 장애인 목욕시키기는 물론 청소 등 온갖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도 매주 와서 일을 도와주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씨는 "자원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뒤 여러 가지 봉사활동도 생각했지만 복지시설에서 소외계층을 돕는 것이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해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며 "처음에는 힘들고 어렵기도 했지만 자주 하다 보니 그냥 형 같고 동생 같은 한가족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음식 준비부터 서류 작성까지 이곳 시설에는 소속 사회복지사 5명이 10명의 중증 장애인을 돌보고 있다. 김씨는 수시로 이곳에 들러 시설운영에 대한 어려움을 듣기도 하고 장애인들과 소통한다. 자원봉사자들이 장애인을 목욕시키고 있는 사이 김씨는 방에 있던 장애인들의 안부를 살폈다. 시설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지, 지원이 필요한지 등을 꼼꼼히 둘러봤다. 그러고나서 김씨는 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조선화(42), 송유아씨(33)와 함께 생활여건과 시설운영 전반에 대해 토론했다. 이 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5명은 주야로 교대근무를 하면서 24시간 시설 입소자들을 돌본다. 청소와 목욕, 음식 준비, 서류 정리 등 시설의 모든 업무가 이들의 일이다. 사회복지사 모두 여성인 탓에 입소자들의 목욕이 쉽지 않다. 입소자는 대부분이 남성이기 때문이다. 목욕은 공익근무요원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사회복지사 조선화씨는 "시설 입소자들과 매일 같이 먹고 자니 이제는 가족이나 다름이 없다"며 "기본적인 음식 준비부터 서류 정리까지 해야 하니 힘이 들기도 하지만 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낸다"고 말했다. 송유아씨는 부부가 사회복지사다. 남편은 노원구의 한 복지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다. 송씨는 "남편과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서로 업무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어려운 일은 조언도 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들과 시설 전반에 대해 대화를 나눈 김씨는 시설을 나와 구청으로 향했다. 김씨의 수첩에는 이날 둘러본 현황에 대한 메모가 꼼꼼히 적혀 있었다. 김씨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먹고, 자고, 입는 것 의식주를 도와주는 직업으로 사명감이 없으면 하루도 버티기 힘들다"며 "도움을 준다는 생각보다는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기 때문에 힘든 줄도 모르고 일한다"며 밝게 웃었다. [email protected] 김서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