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빛과 소금, 공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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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 북한산 인수대피소 대원들

(70) 북한산 인수대피소 대원들

지난 5월 26일 강봉균 북한산 인수대피소 반장이 암벽 중턱에 고립된 등산객을 구조하고 있다.지난 5월 26일 오후 4시30분 북한산 인수대피소 전화벨이 울렸다. 북한산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를 기점으로 4개 거점 초소에서 근무를 마친 대원들이 인수대피소로 막 복귀한 순간이다. 수화기 속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나뭇가지가 거센 산바람에 휘둘리는 듯한 괴음도 수화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휴대폰 배터리가 별로 없습니다. 어떻게 하죠. 여기가 지금 어딘지 모르겠어요." 전화를 받은 강균석 북한산 인수대피소 반장(44)의 표정이 굳어졌다. 대피소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그러면 휴대폰으로 사진 두 장만 찍어서 보내주세요. 정면 사진이랑 90도로 틀어서 찍은 사진을 보내주세요. 빨리요." 수화기를 내려 놓은 지 2분 후 강 반장의 휴대폰에 사진 두 장이 도착했다. 사진을 눈여겨볼 겨를도 없이 강 반장과 이동윤 북한산 인수대피소 대원(47)은 구조장비를 챙겨 사고현장으로 향했다. 강 반장은 "당시 사고자는 반바지 차림에 아무런 등산장비도 없이 절벽 바위 60m 정도를 올라가서 고립된 상황이었다"며 "아무 생각 없이 앞사람을 따라가다 바위 위에서 혼자 고립돼 구조를 요청한 것이었는데 정말로 긴박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북한산 인수봉대피소 제1거점인 백운대 초소.북한산 인수대피소 대원들의 출근시간은 오전 9시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위치한 백운대탐방지원센터까지 차로 이동한 후 1㎞ 정도 산을 올라야 대피소에 도착한다. 현재 대원은 총 11명이다. 이 가운데 2명이 여성이다. 대피소로 출근한 대원들은 30분 정도 장비를 점검하고 거점 초소로 향한다. 팀장 또는 반장이 대피소에 남아 신고 접수, 대원 동선 파악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대원들이 실제 근무를 하는 곳인 거점 초소는 총 4곳이다. 대피소에서 백운대, 숨은벽, 망경대, 인수봉 근처에 마련된 거점 초소까지의 거리도 약 1㎞다. 대원들은 매일 2㎞의 산길을 감당하며 출근을 하고 있다. 최성순 북한산관리사무소 안전계장은 "과거 초소가 마련돼 있지 않았을 때는 대피소에 있는 각종 구조장비를 챙겨서 나가야 했기 때문에 매일 15㎏정도 되는 배낭을 매고 거점으로 이동했다"며 "3년 전에 각 거점마다 초소가 설립돼 그곳에 기본적인 구조장비를 갖다 놓으면서 대원들의 배낭 무게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전했다. ■북한산 곳곳에 구조활동 기억 대피소에서 거점 초소까지 길은 가파르다. 나무로 계단을 만든 등산로도 있지만 바위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 등산객의 경우 40분 정도 걸리는 이 구간을 대원들은 보통 20여분 만에 주파한다. 대피소에서 거점 초소까지 가는 길에는 대원들의 '스토리'가 배어있다. 비탈길에서 미끄러진 사람을 응급조치했는가 하면 인근 암벽바위 중턱에 고립된 남성을 구조하는 등 생생한 구조 경험이 응축돼 있는 곳이다. 강 반장은 "현장근무를 위해 이동하면서 북한산의 경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점마다 발생했던 사고가 떠오른다"면서 "그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휴대용 자동제세동기(AED)는 거점 초소로 이동하는 대원들이 가장 신경 쓰는 장비다. 갑작스럽게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등산객을 대비한 응급치료 기기다. 지난 5월 초 대원들은 AED장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최 계장은 "지난 5월 1일 북한산을 등반하던 한모씨가 노적봉 삼거리 일대를 지나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호흡과 맥박이 불규칙해 동료인 손모씨가 급히 북한산국립공원에 구조를 요청했다"며 "당시 백운봉 거점근무 중이던 이주영 대원 등 4명이 신고를 받자마자 현장에 출동해 심폐소생술과 AED를 활용해 소중한 생명을 살려냈다"고 말했다. 이동윤 북한산 인수봉대피소 대원이 백운대 초소에서 근무를 서고 있다.■암벽등반장비 체크는 필수,안전산행 지름길거점 초소에서 대원들의 하루 근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보통 2인 1조로 팀을 짜 4개 거점 초소에서 근무한다. 일단 대피소를 떠나 초소 근무를 시작하면 퇴근을 위해 대피소로 복귀하기 전까지는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원들은 산 정상 문턱에서 생리현상을 다 해결해야 한다. 점심이 항상 도시락인 이유도 여기 있다. 강 반장은 "그래도 지금은 나은 편"이라며 "과거 초소가 없을 경우에는 겨울에도 그냥 노상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놨다.거점 초소 근무의 핵심은 '통제'다. 암벽등반을 하러 오는 등산객이 많은 북한산에서 대원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등산객의 장비 체크다. 암벽 등반로 초입에 위치한 각 거점 초소에서 헬멧, 안전벨트, 로프 등과 같은 장비를 갖추지 못한 등산객은 출입이 통제된다. '선 통제, 후 구조'가 대피소 근무 제1 원칙인 것이다. 이 같은 대원들의 통제가 자리 잡힌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2006년부터 북한산 관리사무소는 암벽등반객들의 장비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장비 통제가 시작된 초창기에는 대원들과 등산객 간에 크고 작은 승강이가 잦았다. 수십년을 아무 제재를 받지 않고 들락날락했던 곳에서 대원들의 통제를 받는 것에 불편을 느낀 등산객이 많았던 것이다. 이동윤 대원은 "등산객의 장비를 체크하면서 등산객들의 불만이 굉장히 많았고 심하면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며 "갑자기 검문받는 느낌일 것으로 충분히 이해가 됐기 때문에 사고 예방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꾸준히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장비 통제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장비를 갖춰야만 암벽등반이 가능하니 안전사고가 자연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강 반장은 "과거 1년에 8명 정도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 현재는 한 해 1명 정도 발생하고 있다"며 "다른 요인도 있지만 장비를 통제한 효과가 나타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암벽 전문가, 매년 해빙기에 낙석 제거 작업 매일 구조·통제 업무를 반복하는 대원들은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낙석 제거' 작업을 한다. 실제 대원들이 인수봉 등 암벽에 올라 낙석 위험이 있는 지점을 체크하고 바위를 정리하는 것이다. 대원들이 전문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암벽등반 실력을 보유한 이유다. 과거 민간 산악인을 대상으로 암벽등반 강사를 했던 이동윤 대원은 "암벽등반을 원래 했던 대원도 있고 그렇지 않은 대원들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피소 근무를 몇 년 하면 대부분 암벽등반에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낙석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계절적인 요인이 가장 크다. 바위 틈 사이의 흙이 얼었다 녹으면서 바위들의 위치가 틀어지는 과정에서 낙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수대피소는 매년 3월 말에서 4월 말 사이인 해빙기에 맞춰 '낙석 제거' 작업을 펼치고 있다. 강 반장은 "자주 얼었다 녹았다 하는 곳에서 낙석 위험이 크기 때문에 낙석 제거 작업은 주로 남향으로 있는 암벽에서 한다"며 "대원들이 대부분 암벽에는 실력이 있지만 굉장히 위험한 작업이기 때문에 그날 조금이라도 몸상태가 안 좋은 사람은 작업에서 뺀다"고 설명했다. 북한산 인수봉대피소 강균석 반장(왼쪽)과 이동윤 대원이 백운대 초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왜 이런 일을…"산이 좋고 사람이 좋아야" 북한산관리사무소는 현재 인수대피소 대원을 충원할 예정이다. 2명 정도의 대원을 뽑기 위해 채용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들 가운데 대원 자격에 적합한 사람을 고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피소 근무가 단순히 등산객을 안내하고 등산로를 점검하는 등 은퇴 후 소일거리 정도로 생각하며 지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인식을 갖고는 실제 대피소 근무를 할 수도 없고, 하더라도 며칠 못 간다는 것이 관리소의 입장이다. 최 계장은 "일반 지원자도 있고 민간 산악회에서 지원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대원 기준에 적합한 사람이 많지 않다"며 "대피소 근무가 굉장히 체력적으로도 힘이 들고 전문성도 필요한 일이면서 기본적으로 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원으로 채용이 됐더라도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입 대원의 경우 한 달이면 체중이 3~4㎏ 정도 빠진다. 출퇴근 4㎞의 등산길을 매일 오르락내리락 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서 무엇보다 신속히 현장에 도착해 구조활동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보다는 2~3배 빠른 속도로 산길을 왔다갔다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혹독한 훈련이 필요하다. 하루 근무를 마치고 일부러 험한 길을 택해 대피소로 복귀하는 이유다. 강 반장은 "신입 대원의 경우 일부러 험한 길로 출퇴근을 시켜 어떤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사고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며 "쉽게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다가 이 같은 힘든 교육을 견디지 못하고 초반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고 털어놨다. 길게는 10년 넘게 대원들은 왜 이같이 힘든 일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을까. 대원들의 급여가 높은 것도 아니다. '사명감'이라는 말은 너무 거추장스럽다. 대원들은 산이 좋은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은 것이다. 강 반장은 "이 일을 하는데 급여를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되고, 일단 산을 좋아해야 한다"며 "산속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고에서 사람들을 지켜주는 데 보람을 느끼는 것이 이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이승환 기자

  (69) 백령도 병원시설 부족 가족들 육지로 보내고 혼자사는 직원 대부분

(69) 백령도 병원시설 부족 가족들 육지로 보내고 혼자사는 직원 대부분

지난달 24일 취재 당시 백령도기상관측소에서 근무하고 있던 직원들. 백령도관측소 직원은 모두 9명이지만 4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함께 모일 시간이 거의 없다. 왼쪽부터 김성준 소장, 오병찬 주무관, 김종역 레이더소장,홍군제 청원경찰.【 백령도=장용진 기자】 백령도 고층기상관측소 근무 7개월차인 오병찬 주무관에게는 막 백일이 지난 아들이 하나 있다. 아이들은 백일부터 돌 사이가 가장 예쁘다는 말처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다. 하지만 오 주무관은 지금 아들을 볼 수 없다. 아들과 아내는 인천에 나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달려가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오 주무관이 아들을 볼 수 있는 것은 한 달에 몇 번 되지 않는다. '퇴근하면 밤새 헤엄이라도 쳐서 만나고 오고 싶다'는 게 그의 마음이지만 쉽지 않다.하지만 번번이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은 여의치 않은 뱃길 사정이다. 백령도에서 인천까지 뱃길은 4시간. 오전에 인천을 출발한 여객선은 정오가 조금 지나 백령도에 잠시 입항했다가 곧바로 인천으로 돌아간다. 전에는 오전에 백령도에서 출발하는 배가 있었지만 선박회사 사정으로 없어졌다.오 주무관이 아들을 보려면 정오 무렵 들어오는 여객선을 타고 인천에 들어갔다가 다음 날 오전 9시 출발하는 배를 타고 돌아와야 한다. 집에 도착해도 늦은 저녁일 수밖에 없어 잠이 든 아이의 얼굴을 잠시 본 다음 새벽같이 배를 타고 돌아와야 하는 셈이다. 만약 기상 상황이 나빠서 태풍특보라도 내리게 되면 꼼짝없이 발이 묶인다. 나갈 때 미리 복귀 시점의 날씨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당장 날씨가 멀쩡해도 나갈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사정은 다른 직원들도 비슷했다. 하나같이 "학원은 백령도에서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되지만 병원 문제는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119응급헬기가 있지만 뇌출혈이나 심근경색같이 초응급환자가 아니면 이용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병원 문제는 단순히 기상관측소 직원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만큼 보건소에 그치고 있는 현재 의료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69) 대한민국 날씨의 바로미터, 백령도 고층기상관측소

(69) 대한민국 날씨의 바로미터, 백령도 고층기상관측소

백령도기상관측소 북쪽에서 바라본 장산곶. 기상청 관계자에 따르면 백령도 기상관측소에서 장산곶이 보이면 시정거리가 20㎞ 이상 되는 날이다. 【 백령도=장용진 기자】 "꼭 가야 돼요?" 남북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달 24일, 백령도행 여객선을 타게 된 기자에게 가족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거기가 일터인 사람들도 있는데 뭘 그러느냐'며 태연한 척했지만 기자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쟁터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살아서는 그곳을 나오지 못하는 것 아닌지 하는 방정맞은 생각에 표정은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하는 백령도행 여객선은 한산했다. 여름 휴가철이 끝나가는 시점이기는 했지만 승객은 평소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원래 2척이 투입되던 항로였지만 이날은 1척만 투입하고도 자리가 남을 정도였다. 한산해진 승객 때문에 의외의 행운도 만났다. 당초 다른 배를 탈 예정이던 백령도 고층기상관측소 직원을 같은 배에서 만난 것이다. 우리나라 기상관측의 최전선 백령도 고층기상관측소에 대한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다. ■백령도는 '날씨 타임머신' 백령도는 한반도의 서쪽 끝이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인천에서 서북쪽으로 250km 떨어진 곳에 있다. 배로는 4시간30분, 헬기로는 2시간이 걸린다. 공기의 흐름은 배의 속도와 비슷해서 편서풍이 불 경우 백령도의 공기는 대략 4~5시간 뒤에 서울에 도착한다. 이 때문에 백령도의 날씨는 4~5시간 뒤의 서울의 날씨가 된다. 여기에 섬과 육지라는 지형적 특성만 대입하면 상당부분 예측이 가능해진다. 황사같은 것은 백령도 상공을 지난 지 4~5시간이 지난 뒤 서울에 도착한다고 보면 된다. 백령도 관측소 김성중 소장은 "기류의 흐름이 조금 바뀌어서 서울을 비켜갈 수도 있고 가다가 먼지입자가 가라앉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4시간 뒤에는 서울에 황사가 도착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입장에서 보자면 백령도는 4시간 뒤의 날씨를 볼 수 있는 '타임머신'과 같은 곳이다. 비단 서울 뿐만이 아니다. 북서계절풍이 부는 시점에는 백령도의 날씨가 얼마 뒤 전국의 날씨를 내다볼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근거가 된다. 이 때문에 백령도관측소는 다른 곳에 비해 많은 기상관측 장비를 갖추고 있다. 최신 기상레이더를 비롯해 낙뢰감지장비, 황사관측장비가 있고 고층기상관측을 위해 라디오존데를 매일 2차례 성층권으로 날려보낸다. 또 인근 대청도에는 파도를 관측하는 장비도 있다. 라디오존데란 헬륨가스를 가득 채운 기구로, 각종 기상관측 장비가 달려있다. 주로 지상 10km이상~성층권 사이의 기상의 흐름과 상태를 살피기 위해 띄우는 것이다. 국내에는 모두 5곳(민간기준)에서 라디오존데를 날려보내고 있다. 백령도관측소에 따르면 이 정도의 관측장비는 국내 다른 관측소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으로 제주도에 있는 고산관측소에 버금가는 장비를 갖추고 있다. 오병찬 주무관은 "얼마 전부터 기상예보는 하지 않기 때문에 업무가 조금 줄긴 했다"면서도 "백령도관측소가 갖는 중요성이나 다양한 장비 때문에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공습 사이렌 울려도 대피 못해 육지와 거리만 감안하면 백령도는 북한에 훨씬 가깝다. 북한 땅인 황해도 옹진반도가 훤히 보일 정도다. 거리는 대략 17km. 인천까지 거리와 비교할 때 30분의 1 수준이다. 북한이 가진 방사포가 평균 120km의 사거리를 갖고 있고 각종 야포의 사거리는 40~50km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포격 사거리 내에 들어가고도 남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얼마 전처럼 남북한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온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쏠린다. 기자가 방문하기 이틀 전인 8월 22일 오후 4시께 실제로 공습 사이렌이 울려 전 주민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날 오후 5시까지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포격을 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바로 그 시점이었다. 당시 백령도 주민의 절반 정도가 가까운 대피소로 피난을 갔지만 백령도관측소 직원들은 대피할 수 없었다. 매일 오후 3시 전국을 화상회의시스템으로 연결하는 기상청 예보회의가 끝나지 않았기도 했지만 그 많은 장비를 두고 도저히 내려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업무 특성상 산꼭대기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만약 포격을 한다면 표적으로 삼기 딱 좋은 곳이 기상관측소다. 위험도로 따진다면 다른 어떤 곳보다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백령도관측소의 기상레이더를 담당하고 있는 김종역 소장은 "언제 대피소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겠느냐"면서 "관측소 건물 지하에 임시대피시설도 있으니 비상사태가 생기면 그곳으로 대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사일이나 야포의 탄도 분석을 하려면 바람이나 기류 등 고층의 기상상황을 분석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면서 "전쟁이 나면 더욱 기상관측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백령도기상관측소에 설치된 기상레이더. 24시간 관측이 이어지며 500km까지 비구름 추적이 가능하다. 최근 새로 설치된 것으로 비구름의 위치 뿐만 아니라 구름 속에 포함된 물방울의 종류와 수량까지 알수 있다. ■가족들이 걱정하지만… 남한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북한과는 가까운 곳, 북한이 포를 쏘면 바로 맞을 수 밖에 없는 곳, 하지만 포에 맞는 한이 있더라도 도망갈 수 없는 곳에서 근무하는 당사자보다 가족들의 애가 더 끓기 마련이다. 백령도기상관측소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 지난 8월말처럼 남북한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면 전화통이 불이 날 정도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태연자약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그들의 한결같은 말이었다. "육지에 있는 가족들은 늘 걱정하죠. 요즘같은 때도 걱정이고, 태풍이 불어도 걱정이고... 하지만, 그렇다고 여길 내팽개치고 나갈 순 없잖아요. 공무원인데…." 백령도관측소 오병찬 주무관의 대답에 물어본 기자가 더 머쓱해질 정도였다. 백령도 생활 10년째인 김종역 레이더 소장은 특별한 노하우를 내놓기도 했다. 남북한 사이의 해상에 중국배가 많이 들어와 있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오랫동안 살다보니 중국배가 있을 때는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실제 당시 남북한 사이의 바다에는 중국배 수십척이 조업을 하고 있었고 그들을 내보내기 위해 남북한의 경비정들이 연신 방송을 해대고 있었다. 기상관측소 직원들 뿐만 아니라 백령도 주민들의 반응 역시 대체로 비슷했다. 육지의 시선에서 보자면 걱정스럽고 불안한 곳이지만 막상 백령도 안의 분위기는 지극히 평온하기만 했다. 오히려 매시간 격앙된 말투로 '전쟁위기'를 강조하는 TV속보 방송이 더 무서울 지경이라는 주민들도 많았다. ■누군가는 있어야 하는 곳 백령도관측소는 말 그대로는 '격오지'다. 당장 백령도만 해도 서울에서 배로 4시간을 가야 닿을 수 있는 오지인데, 그 오지에서 또 한참을 산을 올라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지 속의 오지'인 셈이다. 몇날 며칠을 가도 동료들 외에는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없고 바람소리 외에는 들리는 소리도 없다. 그렇다고 할일이 적은 것도 아니다. 보유장비로는 한두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다 보니 장비만 살펴도 하루 해가 넘어갈 정도다. 외롭고 위험한데 할일은 많은 곳이다. 그렇다고 보수가 많은 것도 아니다. 통상 이런 격오지에는 당연히 수당이 따라오지만 기상청의 경우 6만원이 전부다. 연평도 포격 이후 중앙정부 차원에서 '서해5도지원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지방직 공무원만 해당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상청 내에서는 기피하는 근무지가 됐다. 심지어 어떤 여직원은 이곳으로 발령이 나자 사표를 낸 적도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사명감과 책임감이 없으면 견딘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올해가 3년째인 김성중 관측소장을 비롯해 올해로 10년째라는 김종역 레이더 소장은 "오겠다는 후임자가 없어 그냥 눌러 앉았다"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군대로 치면 최전방 GP와 같은 곳입니다. 누군가는 여기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곳에 관측소가 없으면 안되는데…." 현재 백령도고층기상관측소에는 김 소장을 비롯해 레이더를 담당하는 김종역 소장, 오병찬 주무관 등 6명의 기상청 직원과 3명의 청원경찰이 근무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68) 취임 6개월 맞은 임정혁 법무연수원장

(68) 취임 6개월 맞은 임정혁 법무연수원장

연수는 도끼 날을 가는 과정 업무와 똑같이 치열함 있어야 "지역 사회 발전에 보탬이 되는 법무연수원이 되겠습니다." 지난 12일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장실에서 만난 임정혁 원장(59.사법연수원 16기·사진)은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연수원 이전 취지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법무연수원은 지난 3월 경기 용인에서 충북 진천으로 이전했다. 임 원장은 법무연수원의 '진천시대'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 주민과 교류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임 원장은 "연수원은 굴러온 돌이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 녹아들어 하루 빨리 지역 주민들과 동화돼야 연수원 본연의 임무 수행이 정상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 원장은 연수원 내 '위원회'를 구성해 민주적인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을 시도했다. 임 원장은 "연수원 건물 설계와 시공 마무리 과정에서 간부들이 자주 교체되다보니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시설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전 직원의 의견을 듣고 모든 것을 결정하니까 반발이 줄어들었고 더 책임감 있는 임무 수행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임 원장은 과거 사법연수원에서 검찰 실무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 대검찰청 공안 2.3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대검 공안부장 등을 역임한 '공안통'이기도 하다. 서울고검장과 대검 차장검사를 거쳐 올 2월 제 40대 법무연수원장으로 부임했다. 검사 경력만 28년이다. 임 원장은 연수원에서 직접 강의에 나서기도 한다. 그는 "말재주는 없지만 공직자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게 의무이자 도리"라며 "특강 제목은 '대한민국 바로알기 1일 집중교육'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공안 수사 역량을 더 연구해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임 원장이 강의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바로 '흥미'다. 흥미롭지 않으면 몰입도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흥미를 끌기 위한 방식으로 '퀴즈'를 택했다. 임 원장은 기자에게 "대한민국 국기법, 민법, 형법, 헌법 중 표기가 잘못된 것은 무엇일까"라고 질문했다. 기자가 답을 맞히지 못하자 임 원장은 "헌법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이 맞는 표기"라고 정답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사소한 부분이라 생각될 수 있지만 법조인은 보다 정확하고 디테일한 부분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수에 대한 임 원장의 원칙은 확고하고도 엄격했다. 그는 "법조인에게 연수나 교육은 도끼나 칼의 날을 가는 과정"이라며 "일선의 업무에서 잠깐 벗어나지만 업무 이상의 치열함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신아람 기자

  (68) 취임 6개월 맞은 임정혁 법무연수원장

(68) 취임 6개월 맞은 임정혁 법무연수원장

연수는 도끼 날을 가는 과정 업무와 똑같이 치열함 있어야"지역 사회 발전에 보탬이 되는 법무연수원이 되겠습니다."지난 12일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장실에서 만난 임정혁 원장(59.사법연수원 16기·사진)은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연수원 이전 취지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법무연수원은 지난 3월 경기 용인에서 충북 진천으로 이전했다. 임 원장은 법무연수원의 '진천시대'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 주민과 교류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임 원장은 "연수원은 굴러온 돌이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 녹아들어 하루 빨리 지역 주민들과 동화돼야 연수원 본연의 임무 수행이 정상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임 원장은 연수원 내 '위원회'를 구성해 민주적인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을 시도했다. 임 원장은 "연수원 건물 설계와 시공 마무리 과정에서 간부들이 자주 교체되다보니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시설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전 직원의 의견을 듣고 모든 것을 결정하니까 반발이 줄어들었고 더 책임감 있는 임무 수행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임 원장은 과거 사법연수원에서 검찰 실무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 대검찰청 공안 2.3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대검 공안부장 등을 역임한 '공안통'이기도 하다. 서울고검장과 대검 차장검사를 거쳐 올 2월 제 40대 법무연수원장으로 부임했다. 검사 경력만 28년이다.임 원장은 연수원에서 직접 강의에 나서기도 한다. 그는 "말재주는 없지만 공직자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게 의무이자 도리"라며 "특강 제목은 '대한민국 바로알기 1일 집중교육'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공안 수사 역량을 더 연구해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임 원장이 강의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바로 '흥미'다. 흥미롭지 않으면 몰입도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흥미를 끌기 위한 방식으로 '퀴즈'를 택했다. 임 원장은 기자에게 "대한민국 국기법, 민법, 형법, 헌법 중 표기가 잘못된 것은 무엇일까"라고 질문했다. 기자가 답을 맞히지 못하자 임 원장은 "헌법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이 맞는 표기"라고 정답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사소한 부분이라 생각될 수 있지만 법조인은 보다 정확하고 디테일한 부분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연수에 대한 임 원장의 원칙은 확고하고도 엄격했다. 그는 "법조인에게 연수나 교육은 도끼나 칼의 날을 가는 과정"이라며 "일선의 업무에서 잠깐 벗어나지만 업무 이상의 치열함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신아람 기자

  (68) 법무·검찰공무원 교육의 산실 '법무연수원'

(68) 법무·검찰공무원 교육의 산실 '법무연수원'

"이곳에선 검사들도 교육생.. 포승줄에 묶여 감옥체험 한답니다"20년차 보호관찰관의 초심보호직은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시작하는 직업이다. 실패를 겪으면 믿음과 자신감을 잃기 쉽다. 그럴 때 이곳에서 인간에 대한 관점을 바로 세우고 초심을 찾는다.교정시설의 축소판수감시설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신발장의 흰 운동화마저 실제와 똑같다. 예비검사들은 모의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되는 체험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감자들의 인권을 되새긴다.용인에서 진천으로 대이동진천으로 옮긴 지 6개월, 아직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많다. 통근시간이 길어지고 주변 편의시설이 없어 불편한 점도 많지만 대한민국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교육의 산실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한다.법무연수원 내 교정종합훈련장. 실제 교정시설이 복원돼 있는 곳으로, 지난 4~5월에는 신임 검사과정 교육을 받던 예비검사 64명이 이곳에서 하루 수용체험을 했다. 검사들은 모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포승에 묶여 호송차량을 타고 수감됐다가 자정이 지나 풀려났다.【 진천(충북)=신아람 기자】 흔히 법무연수원을 사법연수원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사법연수원이 사법시험에 합격한 예비 검사.판사.변호사들을 교육하는 기관이라면 법무연수원은 기존 법무·검찰 공무원을 대상으로 법률 관련 임무 수행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재교육하는 기관이다. 1951년 형무관학교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법무연수원이 1971년 개원한 사법연수원 보다 20년 역사를 더 갖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법무부 소속 교육.연구기관인 법무연수원의 교육 현장을 함께 했다.■검사도, 보호관찰관도 모두 '교육생'지난 12일 충북 진천 덕산면에 위치한 법무연수원을 찾았다. 제1강의동 3층 강의실에서 번져 나오는 향학열은 대단했다. 약 50명 정도의 교육생들이 필기도구로 열심히 강의 내용을 받아 적으며 강의를 경청하고 있었다. 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보호관찰관들이었다. 보호관찰관은 범죄자 가운데 유죄가 확정됐지만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고 사법 당국으로부터 보호 관찰 조치가 내려진 이들을 관리 감독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법무연수원 일반연수과 소속 이영미 교수(51.여)는 "연수원에서 보호관찰 대상자를 지도.감독하는 기법 등 보호관찰 실무과목을 담당하고 있다"며 "수용이 아닌 사회 내 처우인 만큼 전자발찌 감독에 대한 조사업무도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커리큘럼은 법률에서 정한 지침에 따라 짠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다루기 어려운 관찰 대상자를 어떻게 지도할지에 대해서는 분임토의를 통해 교육생 간 쌍방향 소통으로 해법을 찾도록 한다"며 "전국에 흩어져 있는 법무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다보니 다른 기관의 전문 지식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공무원들에게 연수원 교육은 고단한 일상 속 피로감을 씻어내 주는 '오아시스'가 되기도 한다. 사무실에 갇혀 있으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연수인 셈이다.대전에서 24년째 보호직에 종사 중인 우종한씨(51)는 "기계가 아닌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들의 변화가능성을 믿고 시작한다"며 "때로는 초심을 잃기도 하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연수원에서 인간의 관점을 바꾸는 차별화된 교육을 받으면 다시 마음을 부여잡게 된다"고 전했다.9년 가량 보호직으로 일한 임성숙씨(37.여)는 "연수를 통해 어떤 방향으로, 또 어떤 수준으로 관찰 대상자를 지도.감독해야 하는지 많은 지식을 전달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연수를 받다보면 마치 대학생이 된 기분"이라며 "같은 직군의 사람들과 만나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 각 지역 업무의 좋은 점을 공유하면서 어려운 사례를 해결하는 방법을 손쉽게 찾을 수 있어 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법무연수원 교육 일정은 1년 내내 빠짐없이 차 있다. 연수원 내 부착된 일정표에는 색깔별로 직군이 분류돼 있었다. 일반직 연수는 빨간색, 검사직은 노란색, 교정직은 초록색이었다. 대체로 한 사람 당 1~2년에 한 번 꼴로 받는다고 한다. 교육기간은 보통 3~5일 씩이다. 특히 검사들은 신임 검사, 경력 검사, 부장검사, 차장검사, 검사장 등 연차에 따른 맞춤식 리더십 교육을 받는다. 또 공안, 특수, 강력, 환경 등 전문 분야에 대한 교육도 '투트랙'으로 진행된다.지난 12일 법무연수원 강의실에서 교육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사람 대하는 업무… 인성 교육 강조법무연수원의 교정훈련센터는 교정시설의 축소판이었다. 1층은 실제 수감시설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8개의 방 안 게시판에는 교정본부의 통합교화방송 주간방송계획, 폭행.갈취 등 가혹행위 피해신고 요령안내, 규율사항이 붙어 있었다. 또 한 쪽에 침구류가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책장에 꽂힌 책들과 선반 위 그릇, 신발장에 놓인 흰색 운동화도 실제 수감시설과 동일하다고 연수원 관계자가 설명했다. 건물 한 켠에는 수감자가 자살시도를 하거나 소란을 피웠을 때 머무는 진정실이 마련돼 있었다.연수원 관계자는 "신임 검사과정 교육을 받던 예비검사 64명이 지난 4~5월 하루동안 수감자 체험을 했다"고 소개했다. 모의재판을 통해 형선고를 받고 법정 구속 돼 수용 생활을 한 뒤 출소하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예비검사들은 모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포승에 묶여 호송차량을 타고 수감됐다가 자정이 지나 풀려났다. 연수원 관계자는 "교정 행정을 이해하고 수용자의 인권 보호의식을 고취한다는 차원에서 도입됐다"고 설명했다.윤웅걸 법무연수원 기획부장(49.사법연수원 21기)은 "교정훈련센터에서는 전문 지식과 인성 두 가지를 강조한다"며 "검사 업무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검사로서의 자세와 사명에 중심을 둔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에 대한 탐구를 높이려고 인문학 교육도 많이 하고 국가관과 공직관, 헌법관도 비중있게 가르친다"고 덧붙였다. ■충북 활성화.법무한류에 기여 톡톡법무연수원은 지난 3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에 따라 경기 용인에서 충북 혁신도시가 들어선 진천으로 이전했다. 연수원은 지방 경제 활성화라는 이전 취지에 맞게 인근 마을 주민들과의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진천 실원마을과 자매결연 협약을 맺고 농번기 일손돕기를 진행한 지는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임정혁 법무연수원장(59.사법연수원 16기)은 "충북혁신도시가 생기면서 터전을 잃은 주민을 위해 조성된 음성군 맹동면 두성리 마을을 찾아가 인사도 하고 주민들을 법무연수원으로 초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법무연수원은 지난 4월부터 충북대 인문학연구소와 업무협의로 직원과 교육생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법무연수원과 함께 이전한 한국소비자원, 한국고용정보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5개 기관 직원들도 법무연수원에서 강의를 듣고는 한다.법무연수원은 '법무한류'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오는 28~30일에는 제7회 한.일 검찰 친선 축구대회가 열린다. 일본 법조인들과의 교류의 장이 마련되는 셈이다. 지난 3월에는 하 흥 끄엉 베트남 법무부장관 등 일행이 연수원을 방문해 한국 법무교육 현황을 소개받고 돌아갔다. 연수원은 또 한국국제협력단(KOICA)와 함께 개발도상국 등 해외 법조인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 수만 지난 한해 239명에 달했다.물론 애로사항도 있다. 직원들이 갑작스럽게 '시골 생활'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직원 수는 연수원 정규직 125명을 포함해 구내식당, 시설 관리 근로자까지 모두 170여명에 이른다. 수도권과 진천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 중이긴 하지만 통근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연수원 직원은 "아직 용인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도 있고 이쪽으로 이사 온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도 "출.퇴근 시간도 오래 걸리고 주변에 편의시설이 부족해 불편함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이런 이유에서인지 연수원 내부에는 노래방, 탁구장 등 각종 편의시설이 설치됐다. 개인 숙소도 1인실로 마련해 편리하게 생활하도록 했다. 연수원 관계자는 "연수원 외부에 편의 시설이 없다보니 직원들과 교육생들이 가급적 연수원 내에서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좋은 시설과 주변 자연 환경을 벗삼아 일상 속에서 찌든 때를 씻고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43년 법무.검찰 공무원 교육 산실법무연수원은 검사, 검찰직, 보호직, 교정직, 출입국관리직 등 법무부와 검찰청 소속 공무원에 대한 교육 훈련과 형사정책.법무행정 발전을 위한 조사.연구업무를 담당한다. 진천 신청사는 부지면적 62만4025㎡, 건물연면적 6만3043㎡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됐다. 연수원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국가송무 담당자에 대한 교육, 특별사법경찰과 중소기업인, 지역주민, 해외 법조인 등에 대한 법교육도 병행한다. 용인 분원에서는 외국인 법조인과 중소기업인들과 로스쿨 출신 검사에 대해 집합 교육을 한다. 연간 13만명, 사이버교육까지 합하면 총 30여만명이 연수원을 거쳐간다[email protected]

  (67) “자신을 '쓰레기'라 부르는 아이들에게 작은 빛이 되고싶다”

(67) “자신을 '쓰레기'라 부르는 아이들에게 작은 빛이 되고싶다”

자신을 '쓰레기'라 부르는 아이들에게 작은 빛이 되고싶다 갈 길 잃은 아이들 교과서를 덮어버린 아이들이 있다. 교실에선 어느 순간 투명인간이 되어버린다. 이런 아이들이 전국에 6만명이 넘는다.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도 2만5천명이다. 이 아이들은 결국 거리로 내몰리고 만다. 대안 교실이란 서울에는 76개의 대안교실이 있다. 1213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학업보다 치유가 먼저다. 마음을 다스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자기계발을 하기도 한다. 또 쪽방촌을 찾아 도배를 하고 연탄을 배달하며 성취감을 배운다. 교사로서의 양심 일반 교실에서의 교사들은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 '없어도 될 놈'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그랬던 교사들이 대안교실에선 아이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한다. 진심으로 호소하면 알아준다. 어느 순간 소통하면 아이들도 교사도 외롭지 않다. 세현고 대안교실 학생들이 봉사 활동으로 저소득가정에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어느 순간 교과서를 덮어버린 아이들이 있다. 수업시간에 수업에 집중하기 보다 교과서에 낙서하고 몰래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엎드려 있거나 친구들과 잡담으로 수업 분위기를 흐트린다. 심지어는 사춘기 혈기에 '센 척'하며 교권에 도전하기도 한다.이른바 학교 부적응 학생, 학업 중단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교에서 6만568명(학업 중단 학생), 이 중 고교 부적응 학업 중단학생은 2만5016명 규모다. 학교 부적응은 결국 학교 이탈로 이어진다. 실제로 고교 중단자의 83%가 교교 부적응 학업 중단 학생이다. ■'찐찌버거'…갈 곳 잃은 아이들 현직 교사들에게 듣는 학교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중학교에 입학하자 마자 맞닥뜨리는 주입식 교육과 대입을 향한 '레이스'는 아이들을 성적으로 줄세운다. 이 속에서 적응하지 못한, 밀려난 아이들은 학교 속에서 '투명 인간'이 된다. 뒤쳐짐이 거듭될수록 한글은 깨우쳤지만 수업 내용은 전혀 알 수 없는 '수업 문맹'으로 도태된다. 모르는 언어들의 홍수 속에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거나 딴 짓을 하는 것 외에는 없게 된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교사들에게도 부담이다. 가능하면 모든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수업을 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현실속에서 한참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아이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는 것. 스스로를 '찐찌버거'(찐따 찌질이 버러지 거지), 극단적으로는 '쓰레기'로 부르면서 음주, 화장, 불량 서클 등의 활동에서 안식을 찾는다. 서울지역의 한 교사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떠들면 안되니까 자는게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고 암묵적으로 '없으면 좋을 애들'이라는 '딱지'를 붙이게 된다"며 "그 속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학교 밖에서 풀고, 결국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사는 "공부에서 손을 놓은 순간 아이들에게 남은 건 거리의 '어른 흉내내기' 놀이 밖에 없다"며 "교사들도 경험과 시간의 한계로 많은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손을 잡아주기 힘들다. 눈앞에서 그대로 방치돼 있다는 생각에 괴롭다"고 털어놨다. 대안교실은 이같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습 중단 위기를 맞은 학생들을 위해 마련했다. 학교에서 이탈하는 아이들을 맞춤형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한 포용하겠다는 목표다. 서울지역 대안교실 운영 교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세현고 김융희 교사는 "치열한 경쟁 속에 발전을 거듭해온 우리 사회는 아래를 보는 눈이 약하다. 교실에서도 수업을 못 따라가는 아이들을 제도적으로 버려온 것이 사실"이라며 "대안교실은 이런 아이들과 학교가 같이 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울지역 대안교실 76곳 교육당국은 학교내 대안교실을 2013년 시범운영한 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 중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2013년 11개교에서 2014년 33개교, 올해 76개교에서 늘었고 현재 1213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당 1000만~2000만원 이내에서 활동을 지원한다. 대안교실은 크게 전일제와 부분제로 나뉜다. 전일제는 한 반을 따로 만들어 정규교과시간 전부를 대안교육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것이고 부분제는 정규교과시간 중 오전이나 오후 등 일부 시간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안교실 담당 교사는 학교별로 자원을 받거나 지정할 수 있으며 대안교실 전담 교과교원의 수업을 대체하는 시간강사도 활용할 수 있다. 대안교실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시교육청은 공공기관, 평생교육시설, 직업훈련기관, 산업체, 문화예술기관 등과 연계해 학생들이 보다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바리스타·제과제빵·농기계·지게차 자격반 등 진로·직업 중점 프로그램을 비롯해 자아발견 프로그램·개인상담·심리검사·원예치료·독서치료·미술치료·분노조절·감정코칭 등 지쳐있는 마음을 다스려 정신적 회복을 유도하는 치유 중점의 프로그램도 있다. 또 텃밭가꾸기 등의 농사체험, 문화예술체험·봉사활동 등 체험 중점 프로그램과 수준별 맞춤 교육활동, 스포츠·예술·인문학 등 자기계발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대안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교사들도 '21세기 교실 상록수'가 되겠다는 열정으로 가득차 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학생을 위해 한 반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해 1박 2일 여행을 떠나고, 가출한 아이를 찾아 근방의 고시원을 일일이 뒤지기도 한다. 학교에 오지 않는 학생을 찾아 데리고 오고 밥 굶는 애들을 위해 도시락을 싸오는 등 엄마 이상의 역할을 하면서 아이들과의 소통에 최선을 다한다.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 학부모와 함께 놀러가 게임이나 퀴즈 등의 놀이 활동을 통해 아이와 부모의 소통을 돕기도 한다. 종암중의 조광희 교사는 휴일만 되면 대안교실 학생들과 산을 찾는다. 조 교사는 '너희도 할 수 있다' '대학은 나와야 한다' 등의 말은 일체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냥 놀아라'고 권한다. 그는 "밑으로 보는 눈 없이 위로만 보는 '엘리트적 가치관'은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며 "많이 놀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 피해의식이 없어지면 무엇을 하겠다는 동기와 목적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아이들에게는 학습보다 치유가 먼저라는 말이다. 세현고 김융희 교사의 경우 봉사활동을 주로 한다. 쪽방촌 도배, 연탄배달, 농촌봉사활동 등을 통해 사회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경험을 쌓아간다. 김 교사는 "도배의 경우 어떤 때는 8시간씩 걸리는 중노동이다. 그런데 이걸 애들이 팀을 이뤄서 완성해보면 성취감과 '함께 한다'는 경험을 갖게 된다"며 "나도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을 통해 자존감도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언남중의 대안교실인 '기지개 교실' 학생들이 '내 생애 최고의 해' 프로젝트에서 바다를 찾아 모래에 담당 교사인 '유숙현 샘 감사해요'라고 썼다. ■학교폭력 줄고 이탈학생 돌아와 올해로 3년차를 맞은 대안교실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 대안교실을 운영하는 학교도 아직까지는 소수인데다, 필요성은 공감하나 학교내·외 분위기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전일제와 부분제 체계도 장단점이 나뉜다. 학급 단위 활동이 가능한 전일제는 동일한 공간과 시간을 함께 함으로써 학생 지도가 상대적으로 쉽고, 부분제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전일제는 교육과정 편성이 어렵고, 부분제는 수업시간의 불규칙, 원래 학급과의 이질감 형성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한 반에 이른바 '문제아'들을 모으면 일탈 등 부정적인 영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학교가 대입이라는 '성과'에서 벗어나 '치유'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대안교실의 뚜렷한 성과를 구분하기는 어렵겠지만 운영 학교에서 학교 폭력 사건이 줄고 부적응 학생들이 학교를 찾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서울 종암중의 경우 학교 폭력 사건이 크게 줄었고 퇴학생이 지난해 단 한 명도 없었다. 대전의 법동중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20여명에게 집중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흡연 학생들이 금연에 성공하고 학교를 자주 나오지 않았던 학생도 상담받는 날에는 꼬박꼬박 참석하는 변화를 보였다. 대안교실 교사로 활동 중인 한 교사는 "(학생들로부터) 욕도 많이 듣고, 최악의 경우 맞을 각오도 했다. 처음 관계 형성이 가장 힘들다. 그런데 어떤 요령보다는 진심으로 호소를 하면 통한다. 아이들이 알아준다"며 "사실 교사들도 학생들 앞에 외로웠다. 단절됐던 서로가 대안교실을 통해 소통을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에게 대안교실 참여 이유를 묻자 '교사로서의 양심의 가책'으로 답했다. 교사로서의 20~30년을 뒤돌아보면, 그간 공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출석 외에는 신경쓰지를 못했다고. 항상 마음속에 남아있던 앙금이 대안교실 활동으로 많이 희석돼 오히려 고맙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조윤주 기자

(66) 서울청사 시설관리 정부기관 첫 KS 인증

에너지경영시스템은 국제표준 규격 따내 시스템을 바꾸는 작업은 쉽지 않다. 익숙한 것을 버리고 낯설고 어색한 것들을 받아들여야 진정한 변화를 이룰 수 있다. 정부서울청사와 같은 거대 기관일수록 이런 작업은 시도하기도 부담스럽다. 정부청사관리소는 최근 시스템 변화를 이끌어내며 두가지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달 말 정부서울청사가 KS서비스 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지난 7일에는 에너지경영시스템 국제표준규격인 ISO 50001 인증까지 받았다. 정부서울청사가 한국표준협회로부터 인증받은 것은 KS 1004(시설관리서비스) 부문으로, 정부기관중 최초다. 시설, 통신, 승강기, 조경, 안내 등 5개 분야에서 표준 메뉴얼·규정 등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업무의 표준화를 이뤘다. 총 8개 분야 29개 항목을 심사 받아 인증을 통과했다. 시설관리를 시스템적으로 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인증 획득작업은 6개월 이상의 준비기간이 걸렸다. 이 기간 고객서비스부터 안전, 장비관리까지 모두 규격에 맞도록 바꿨고 심지어 청소를 할때도 복장부터 순서, 용품 비치장소까지 일일이 정해 움직이도록 했다. 고통이 뒤따른 작업이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청사관리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처음 배치된 직원들이 적응하려면 3개월 정도가 걸리는데 이젠 한달이면 무리 없이 업무가 가능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ISO 50001 인증은 에너지 효율 개선활동을 규정하는 국제표준으로 국가기관 최초로 획득했다. 직원 모두 에너지 절약에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1년 365일 전체를 중·장기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특히 최고경영자가 주도하는 탑 다운(Top Down) 형태기 때문에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서울청사 1층 엘리베이터 입구에는 KS 1004 인증과 ISO 50001 인증 팻말이 나란히 붙어 있다. 이 관계자는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할때는 힘들고 어려웠지만 해 놓고 보니 보람이 있다"면서 "품격있는 청사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덕 기자

  (66) 대한민국 100만 공무원들의 일터를 돌보는 '숨은 손'

(66) 대한민국 100만 공무원들의 일터를 돌보는 '숨은 손'

(66) 청사 신축부터 사후관리까지.. 행자부 정부청사관리소 5년 만에 새롭게 단장한 정부서울청사의 외벽. 울타리 중앙부에 태극과 정부문양을 넣고 기둥 위쪽에는 국기봉 모양으로 만들어 이전의 고압적이고 딱딱했던 이미지를 친근하고 부드럽게 바꿨다. #. 서울시 세종대로의 정부서울청사. 정부기관의 위압감과 거리감을 상징하던 높이 70cm의 철조망이 사라지고 태극 마크와 정부 마크가 번갈아 새겨진 알루미늄 외벽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지난 1970년 준공 이후 실질적으로 45년 만이다. 달라진 외벽은 국민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정부청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관광객까지 나올 정도다.#.'청사가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 정부서울청사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국무조정실·행정자치부 등 13개 기관 공무원 4500여명과 국민 1000여명 등 매일 6000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드나드는 갑급 시설인 만큼 철저하면서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곳. 표시가 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정부기관이 움직이게 만드는 행정자치부 정부청사관리소가 하는 일이다.■"청사가 움직이도록 하는게 우리 일" 정부청사관리소가 책임지는 청사는 서울, 과천, 대전, 세종 등 종합청사 4곳과 복합화청사 6곳(광주, 제주, 대구, 경남, 춘천, 고양) 등 총 10곳이다. 관리의 범위에는 청사의 수급계획부터 사후관리까지 포함된다. 청사가 필요하면 신축을 할 것인지 임차를 할 것인지 먼저 결정을 하고 새로 짓게 되면 내부 설계와 부대시설, 용역 등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한다.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완공 후에는 입주 공무원들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안전·편의시설 관리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면서 "냉·난방, 식당, 통신, 엘리베이터, 전기 등 모든 것이 원활하게 만드는 게 우리 일"이라고 설명했다. 맡은 분야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온갖 민원 전화가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부서 안에서는 스스로를 감정 노동자라고 표현할 정도다. 입주기관만 120곳에 달하고 여기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숫자만 3만명이 넘는 만큼 규모도 크다. 정원 715명(현원 664명)으로 모든 부서중 최대 규모이고 2급 이상 고위 공무원도 4명(정원 5명)이나 된다. 이 관계자는 "정부기관이 늘어나고 공무원 숫자가 증가하면서 어디나 공간부족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청사를 건립하는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공간 배치, 복지 시설 등을 계획하지만 예산은 항상 현재를 기준으로 해 아쉽다"고 토로했다. 정부세종청사는 기존 건물들과 달리 하나로 이어져 마치 용을 보는 것 같다. 특히 3.5km에 달하는 옥상정원은 기네스북 등재를 앞두고 있다. ■황무지에서 '세종시'를 만들다정부청사관리소 최대의 역작은 세종시다. 시설사업비만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세종청사 사업은 한마디로 무에서 유를 만드는 사업.청사이전사업과 유완엽 사무관은 "후반부에는 각종 개발사업이 한꺼번에 진행되다 보니 인력 뿐만 아니라 철근·콘크리트가 부족한 상황까지 생겼다"면서 "건축, 기계, 통신 등 분야별로 업체들을 만나고 조율하고 주말·야간 불문하고 정신없이 일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일은 끝이 없었다. 기반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교통편, 주차시설, 구내식당을 만들고 상상치도 않았던 어린이집 보육교사까지 구해야 했다. 청소용역 업체도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직접 인근 시·군 농가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러 다니는 상황도 벌어졌다.이렇게 해서 연면적 62만9145㎡, 길이 3.5km의 정부세종청사가 만들어졌고 가동됐다. 특히 설계부터 기존 청사와는 달리 수평으로 넓게 펼쳐진 캔버스형으로 만들었고 건물간 옥상을 연결해 정원도 조성했다. 1일 3회 민간에 개방하는 세종청사의 옥상정원은 지난 3월 이후 방문자가 1만3000여명에 달하는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특히 세계 최대의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 등재를 앞두고 있다.■'모아서 편리하게' 복합화청사 사업현재 정부청사관리소의 핵심 사업은 지역별로 떨어진 정부 기관을 하나로 모으는 복합청사화 사업이다. 지방 국세청, 세관, 검역소, 노동청 등 개별 건물을 갖고 있거나 임차해서 쓰고 있던 기관을 하나로 모으는 것. 이경태 관리총괄과장은 "하나의 건물에 정부 기관을 모으는 것이기 때문에 시너지도 발생하고 국민들은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면서 "처음에는 반대하던 기관들도 들어오기를 잘했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지자체들은 한꺼번에 10여개 공공기관이 들어서며 개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유치 경쟁이 치열할 정도다. 때문에 복합화 청사의 입지는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해 정해진다. 인천의 경우 구도심 지역에 복합화청사를 지으면서 인근 지역이 살아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27개 대상지역중 6곳이 완료됐고 앞으로 남은 17곳도 순차적으로 복합화청사를 추진중이다. 한경호 정부청사관리소장은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서비스 마인드"라며 "눈에 보이는 큰 변화보다는 보이지 않는 작은 부분을 개선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한 소장 취임후 청사 출입을 위해 통과해야 하는 검색대가 한 대 더 늘었다. 비오는 날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후문까지 우산을 쓰고 기다려야 했던 입주 공무원들의 불편이 사라진 것. 큰 표시가 나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이 쾌적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것. 정부청사관리소의 일이다. [email protected]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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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안녕, 내이름은 검역탐지견 제니야"

"안녕하세요. 전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에서 일하고 있는 검역탐지견 '제니'라고 해요. 1월(January)생이라 제니예요." 제 품종은 '비글'이에요. 호기심이 많고 활동성은 좋은데다 외모도 작고 귀여워서 국내·외 여행객들에게 거부감이 없다는 점 덕분에 검역탐지견으로 선택 받았어요. 이 곳 검역본부에서 저와 함께 지내는 검역탐지견 친구들은 대부분 비글이에요. 함께 지내는 검역탐지견은 총 36마리인데, 현재 일하고 있는 친구들은 14마리예요. 지난 2001년 11월 2마리가 처음으로 투입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휴대품검역본부에서 12마리, 국제우편물류센터에서 2마리가 탐지견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탐지견이 되기 위해선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요, 여기 특수검역과 탐지견 센터에서 훈련을 받아요. 훈련은 후각·체력·친화성·목적의식·놀이식 반복학습·보물찾기·보상 등으로 이뤄지는데 재미있어요. 동·식물 37품목의 불법 휴대축산물을 찾아내고 있는데,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는 물론이고 이런 고기들로 만든 가공품도 찾아내요. 또 망고, 사과, 배는 물론 각종 식물의 종자들도 저희들 코로부터 자유롭지 못해요. '개코'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니까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해외여행객 휴대품검역 실적 가운데 46%가 저희들이 찾아낸 거예요. 엑스레이(X-ray) 1대가 하루에 잡아내는 건수는 평균 2건이거든요. 이에 비해 저희들은 하루에 8.5건씩 잡아내고 있어요. 어때요? 엑스레이보다 낫죠? 1년 동안 저희 검역탐지견 1마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313만8790원이거든요. 비용 대비 효율 최고죠? 게다가 앞으로는 탐지견이 많이 늘어날 거예요. 2011년 이전까지만 해도 저 같은 비글 탐지견은 한 마리당 250만~400만원을 주고 사와야 했어요. 하지만 서울대학교에서 실력이 괜찮은 친구들의 체세포를 복제해 복제견을 제공해주고 있어요. 올해에도 16마리가 들어왔고, 저도 그 중 하나예요.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