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빛과 소금, 공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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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진 나라재산 찾아 길위를 떠도는 사람들

숨겨진 나라재산 찾아 길위를 떠도는 사람들

"숨어있는 국가 재산, 끝까지 추적해 찾아낸다"무단 점유됐거나 방치된 국가소유 부동산을 찾아내 권리화하는 국유 자산 '파수꾼'이 있다. 조달청 국유재산기획조사과 직원들이 주인공. 이들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국가 토지나 주인 없는 부동산 및 일본인 명의의 은닉재산을 발굴, 국유화하는 등 국유자산을 늘리는 일을 전담한다. 한마디로 나라의 재산을 살찌우고 보전하는 국가 재산관리인인 셈이다. 이들은 관련부서 인력을 풀가동, 전국에 흩어져 있는 무단 점유지를 판독해내는 것은 물론, 실태 확인을 위해 일선 지방청 직원들과 함께 전국의 국유지 현장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 공주(충남)=김원준 기자】지난 3일 오후 마곡사 인근 충남 공주 사곡면 호계리 유구천 제방. 경칩이 이틀 앞이지만 막바지 겨울 바람이 제법 매섭게 몰아친다. 둑 길 위에는 '국유재산실태조사'라는 글씨가 선명한 빨간색 조끼를 갖춰 입은 몇몇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이 들고 있는 장비는 현재의 위치를 알려주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태블릿PC. 이 장비와 지도를 대조하며 한참동안 대화를 나눈 이들은 제방 아래 쪽 농가 주택으로 발길을 옮긴다.이 집 터의 일부가 국유지를 침범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이런 사실을 집주인에게 통보하고 정확한 침범 사유를 확인하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확인 결과, 집 주인은 출타중인 상황. 주변 밭에서 일을 하고 있던 주민을 만나 연락처를 알아낸 이들은 곧바로 집주인과 휴대폰 통화를 했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를 집주인에게 알리고 추후 정확한 조사를 벌이겠다는 의사를 전했다.이날 현장 실사에 나선 이들은 조달청 국유재산기획조사과 현장 조사팀. 이들은 사전에 항공사진 대조작업을 통해 무단 점유된 국가 토지가 있는지를 분석한 뒤 현장조사를 거쳐 실제 상황을 최종적으로 파악한다. 만일 현장 조사결과 국유지 무단점유가 확인되면 그 내용을 시.군.구의 재산관리관에게 통보하게 된다. 재산관리관은 무단점유 등을 재확인한 뒤 사용료나 변상금을 부과하거나 용도폐지를 통해 민간에 매각한다.현장상황 파악을 마친 조사팀은 다시 차량으로 20여분을 이동, 대규모 공사현장에 도착했다. 공주시 사곡면 계실리 국민안전 교육연구단지 공사현장. 조사팀은 현장 실사 전 항공사진 확인 과정에서 국유지인 이 일대에 창고로 추정되는 건물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무단 점유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러나 현장을 찾은 이들은 이 일대가 이미 국민안전처 주관의 공사가 진행중인 만큼 별다른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국유재산 효용성 제고.국가자산 증대"조달청 국유재산 관련업무 가운데 핵심은 행정재산의 관리실태 점검. 전 국토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국유재산이 행정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정밀하게 조사하는 일이다. 무단 점유됐거나 의미없이 방치돼있는 유휴재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지난 2011년 기획재정부로부터 국유재산업무를 위임받은 조달청은 지난 한해동안만 총 7만9000필지, 1억3393만8000㎡(금액기준 36조원)에 대한 활용실태를 점검해 총 6632필지, 676만6000㎡(6069억원)규모의 유휴재산을 찾아냈다. 전년인 2014년 조사량(5만 필지)보다 58%늘어난 것이다.국가자산을 늘리고 가치를 보전하는 일도 국유재산관리 부서의 주요 업무다. 이를 위해 주인이 없는 무주(無主) 부동산과 일본인 명의의 재산을 찾아내고 국유재산대장과 등기부 간 관리기관이 일치하지 않는 건을 추려내 정비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무주 부동산 1851필지 149만㎡(금액기준 755억원)를 찾아내 국유화했다. 과거 일본인 명의의 은닉재산도 지난 한해동안 1247필지를 조사해 이 가운데 4.6%에 해당하는 은닉의심 57필지를 확인하고 계속 조사중이다. 올해도 의심이 가는 5062필지에 대해 은닉여부를 정밀조사할 예정이다. ■1조원 규모 무주.은닉부동산 찾아내조달청은 지난 2012년 6월 주인없는 부동산 등의 국가 귀속업무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 초까지 모두 7654필지 5520만㎡의 땅을 국유화했다. 서울 강남구 면적의 1.4배로 재산 가치만도 1조원에 이른다. 국가귀속 재산에는 지방자치단체 및 개인으로부터 소유자 없는 부동산으로 신고 접수된 토지 6029필지(9194억원) 외에도 조달청이 자체 조사해 국유화한 1625필지(955억원)가 포함돼 있다. 조달청이 자체 조사해 국유화하고 있는 재산은 일본인(법인) 명의 재산, 가지번 토지 및 장기간 소유자 변동이 없는 재산 등이다.이중 일본 정부 및 법인 명의 재산의 국가귀속을 추진해 조선총독부(310필지), 동양척식주식회사(26필지), 일본법인(88필지) 및 일본인 개인(1201필지) 소유지 등 총 1625필지에 대한 국가귀속을 마쳤고 일본인 개인재산 국가귀속 대상 2600여필지는 무주부동산 공고 뒤 국가귀속을 마무리할 계획이다.■"어려움 큰 만큼 보람은 두 배"거의 매일 낯선 장소에서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과 맞닥뜨리는 조사팀에게 황당하고 힘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농.어촌이나 산간에서는 차량진입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 농로나 산길을 몇 시간씩 걸어서 목표지점을 찾는 것은 예삿일. 산이나 들길을 걸을 때는 뱀이나 들개 등 야생동물과 조우해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조달청 국유재산기획조사과 현장 조사팀 강중호 사무관은 "지난해 인적이 없는 산길에서 국유재산 실태 조사중 야생들개들이 쫓아와 도망갔던 일이 있다"며 "그 이후로 산길 주변을 조사할 때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일본인 명의 부동산과 무주부동산 국유화 과정은 개인의 재산이 걸려있는 만큼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어 조사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조달청에 법적인 조사권한이 없는 것도 조사에 한계가 따를 수 밖에 없는 요인. 조사팀 이병권 사무관은 "은닉재산 국가환수는 개인 소유의 재산을 국유화하는 과정으로, 재산을 빼앗기는 상대를 조사해야만 한다"면서 "재산소유자가 면담에 불응하거나 자신의 불만을 강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힘이 들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에게는 불과 24명의 행정재산 실태조사인력과 보잘 것 없는 장비로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져 있는 토지를 전수 조사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이런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조사팀은 올해 안에 공중에서 촬영이 가능한 드론을 구입할 계획이다. 드론은 방사형 등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토지와 임야나 진입로가 없어 조사요원이 접근하기 힘든 지역, 광범위한 지역을 일시에 조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쉽지 않은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돌아오는 보람은 크다.김홍창 국유재산기획조사과장은 "국유재산 실태조사를 통해 찾아낸 유휴지나 무주부동산이 재산가치가 높은 경우나 후손에게 조상의 땅을 찾아주었을 경우 현장에서 뛰는 조사요원들은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이런 보람과 자부심이 현장을 누비는 원동력이 된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89) 한국마사회 문화공감센터

(89) 한국마사회 문화공감센터 "말 달리던 모니터에 '만원의 행복'이 달립니다"

"승마를 하면서 말이 파트너이자 친구라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몸이 맞닿고 마음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도봉 승마교실 수강생 김나영 회원"우선 아이들이 즐거워 합니다. 운동신경이 없는 편인데 트니트니를 통해 운동의 즐거움을 알게 돼, 체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도봉 트니트니교실 추형우 어린이 어머니 이현주씨 과거 '화상경마장'이라 불리며 기피시설로 인식됐던 장외발매소가 누구나 찾고 싶은 공간인 렛츠런 문화공감센터로 새롭게 태어났다. 문화공감센터는 경마장이 있는 렛츠런파크 외에 일정 건물에 경주를 볼 수 있는 최첨단 중계시스템을 갖춰 거리상 직접 렛츠런파크를 방문할 수 없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문화공감센터는 단순한 경주 중계 서비스를 넘어 평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다양한 문화 강좌를 개설, 운영하는 한편 동아리 활동, 공부방 등 시설 개방을 통해 지역사회 주민들의 문화 체험과 소통의 장소로 적극 활용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렛츠런 문화공감센터와 유사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세수 증대는 물론, 성인의 여가 및 레저 욕구 충족, 불법도박 이용을 방지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과거 반성, 미래 준비하는 렛츠런지난 2013년 취임한 삼성물산 회장 출신 한국 마사회 현명관 회장은 한국마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현 회장은 고객을 최우선에 두고 지속적인 성장 기반 마련을 목표로 정했다. '혁신'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한 현 회장의 고객중심경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은 다양한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 렛츠런 문화공감센터도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전국 30개 렛츠런 문화공감센터는 연간 70만명 이상의 고객 및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렛츠런 문화공감센터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다양한 문화를 배우면서 즐기고 소통하는 공간인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이를 통해 지역사회와 상생을 통한 고객 감동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전국 렛츠런 문화공감센터의 문화 강좌 프로그램 기획과 센터운영 지원은 상생문화공감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문화가 기획자들에 의해 일방향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이 원하는 분야를 직접 찾아 즐겁게 배우면서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상생문화공감팀은 강좌를 개설하기 전에 고객들을 대상으로 수강하고 싶은 강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한다.문유진 상생문화공감팀장은 "문화공감센터 회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 배우고 그 기쁨과 감동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묵묵히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국 30개 센터서 700 강좌 운영한국마사회의 이런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 지난해 렛츠런 문화공감센터 회원 수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문화센터에 학기제(3개월 단위) 개념을 도입, 달성목표를 설정하는 등 동기부여는 물론이고 수준별 수업을 진행해 회원의 만족도를 높였다. 자연스럽게 지역주민 참여가 증가해 수강강좌 기준 지난해 1학기 1만 4000여명에서 올해 첫 모집된 2016년 1학기에는 2만5000여명이 수강 등록을 마쳤다. 불과 1년 사이 문화공감센터 학기별 수강 인원이 180% 이상 급증한 것이다.전국적인 관심과 인기에 힘입어 강좌도 더욱 풍요로워졌다. 분야와 장르를 넘나드는 50여종의 다양한 커리큘럼에는 흔히 볼 수 없는 승마교실부터 트랜드를 반영한 천연화장품 및 반려동물 옷 만들기 프로그램 등도 포함됐다. 단순한 분야라도 강좌를 다변화해 선택의 폭을 넓힌 점 역시 렛츠런 문화공감센터만의 장점. 댄스 분야의 경우 '밸리댄스' '챠밍댄스' '리듬댄스' '훌라댄스' '한국무용' '진도북춤' 등 다채로운 강좌를 운영, 각자 취향에 맞춰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성인 위주 강좌가 아니라 인기 많은 영유아 강좌인 '숙명 유리드믹스' '5-터치 오감발달 놀이' '트니트니 트니짐' 등을 개설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단순 강좌 넘어 지역숙원사업도 추진렛츠런 문화공감센터는 문화강좌 개설에 그치지 않고 지역 숙원사업 추진에도 앞장서고 있다. 2015년 22억4000만원의 재원을 마련해 총 71개 사회복지 사업에 지원했다. 상생문화공감팀은 직접 지자체 및 주민자치회 등으로부터 신청서를 접수받아 지자체와 회의를 거쳐 환경개선, 교육환경 구축 등 다양한 사업에 기여했다.렛츠런 문화공감센터 강동은 지난 2013년부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 노인복지정책의 미흡함을 인식하고 매년 봄과 가을이면 강동구청에서 실시하는 '독거노인 바깥 나들이'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프로그램 참가자는 "멀리 여행을 떠나 본지가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데 나들이를 준비해 준 구청과 문화센터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렛츠런 문화공감센터 도봉은 '사랑을 담은 집 고쳐주기'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보금자리 마련에 힘쓰고 있다. 렛츠런 문화공감센터 일산은 다문화 가정을 후원하기 위해 결혼이주여성 대상 전문 직업교육 기초과정을 제공한다. 관계자는 "언어와 문화가 낯설어 마땅한 취미나 직업을 갖지 못한 여성들에게 내실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기대해 다문화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중"이라고 설명했다. ■최우선 가치, 아이들 꿈 키우는 렛츠런 멘토링한국마사회 상생문화공감팀은 지난해부터 '(사)행복한 재단' 등과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해 '수퍼 파워 멘토링'을 추진중이다. 현재 전국 30개 렛츠런 문화공감센터가 동참, 시작단계였던 2014년(3개 문화공감센터)과 비교하면 불과 3년 만에 참여 문화공감센터 수는 10배 늘어났고 멘토와 멘티를 합친 참여자는 1500여명에 이른다.렛츠런 문화공감센터가 소재한 지역에 거주하는 중.고생이라면 누구나 '수퍼 파워 멘토링'에 참여할 수 있다.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과 중.고등학생을 1대 1로 매칭해 운영하고 있으며 학업 외에 개인적인 고민이나 진로에 대한 상담 등도진행함으로써 넓은 범위에 걸쳐 멘토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게 했다. 멘토 및 멘티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대부분이 멘토링 참가에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95.3%가 멘토링을 통해 성적이 향상됐다고 답하는 등 학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도 큰 것으로 입증됐다.여기에 상생공감팀은 컨퍼런스를 개최, 멘토.멘티와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하고 우수 참가자들에게는 장학금도 수여하는 화합의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박나원 기자

  (84) 최전방 GOP 장병들, 칠흑같은 밤.. 조국을 지키는 젊음들

(84) 최전방 GOP 장병들, 칠흑같은 밤.. 조국을 지키는 젊음들

어둠이 내려 앉은 뒤 본격 임무수행을 시작하는 육군 제25사단 72연대 승전부대 GOP소초원들이 야간 경계근무에 들어가기에 앞서 근무자 신고를 하고 있다. 사진=장용진 기자해가 지고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할 무렵. GOP소초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하루를 마무리하고 귀갓길을 서두를 시간이지만 최전방 GOP 장병들은 이 때부터 본격적인 임무수행 준비에 들어간다. 남들이 다 퇴근할 무렵이 이들에게는 출근시간인 셈이다."군장검사 5분 전!"나지막하면서도 엄중한 목소리가 소초 내 방송을 통해 전파되자 장병들의 동작은 한층 빨라졌다. 40~50명이 생활하는 곳인 만큼 시끌벅적할 수 밖에 없건만 부산하게 오가는 와중에도 소음만큼은 절간같이 조용하다. 군대식 표현을 빌리자면 '기도비닉(아군의 활동이나 위치 등을 숨기는 행동. 불빛이나 소음을 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진짜 최전방, 육군 제25사단 72연대 승전부대 '악어'소초의 하루는 어둠과 함께 시작됐다. 최전방 GOP소초들을 지휘하는 김기형 대위■조용한 경례… 최전방은 경례도 다르다"부대 차렷! 소초장님께 대해 경례."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예비역이라면 다음에 무엇이 이어지는지 안다. 바로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경례구호다. 지휘관에 따라 경례구호 소리의 크기로 '군기수준'을 가늠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경례구호는 일단 크게 지르고 봐야 한다는 것이 군대의 정설이다. 통상 '충성'이 제일 많지만 부대에 따라 '필승'이나 '단결' '통일' '돌격' 등 다양한 구호를 붙인다. 경례구호가 부대의 전통이나 특징을 상징하는 것이 되기도 하는 셈이다. 현역시절이나 예비역으로 전역한 이후 새로운 부대를 접할 때 마다 그 부대의 경례구호에 왠지 모를 관심이 은근히 생기곤 한다. 이날 악어소초의 경우도 마찬가지.하지만 그런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놀랍게도 악어소초에서는 경례구호를 붙이지 않았다. 경례구호 없이도 군인다운 절도와 패기가 느껴졌지만 통상의 부대가 근무자 신고 때 목청껏 경례구호를 외친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편 당황스럽기도 했다. 사실 25사단의 경례구호는 '단결'이다. 하지만 수년전부터 야간경계근무 과정에서는 경례구호를 생략하는 것으로 지침이 변경됐다. 악어소초장 임무혁 소위(25)는 "다만 기도비닉을 유지해야 하는 GOP 소초의 특성을 고려해 경례구호를 생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소초장 임무혁 소위■'스마트'해진 철책선어둠이 짙어지면서 휴전선 일대에 설치된 투광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도시의 불빛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철책을 따라 주변이 제법 환하게 밝아진다. 이 무렵이 되면 155마일 휴전선을 따라 설치된 각 GOP들은 전반야 근무자들이 투입되기 시작한다. 전반야는 해질 무렵부터 자정까지를 말하는 것으로, 전반야 근무는 통상 부사관인 부소초장이 지휘를 맡는다. 자정부터 다음날 새벽 해 뜰 무렵까지를 후반야라고 하는데 보통 장교인 소초장이 지휘한다. 과거에는 철책을 따라 설치된 매복진지를 따라 밤새 밀어내기식으로 근무했지만 수년 전부터 CCTV와 TOD 등 과학화.자동화 경계장비가 들어오면서 경계근무 형태도 많이 바뀌었다. 일례로 과거에는 철책을 일일이 손으로 만져보며 이상유무를 점검했지만 이제는 철책을 건드리지 않는다. 철책에 센서가 설치돼 있어 손을 대면 경보가 울린다. 최전방 철책선도 스마트해진 셈이다. 악어소초도 마찬가지. 과거에 비해 부담이 많이 줄었다는게 부대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투광등이 곳곳에 설치돼 밝아졌다고 해도 도시의 불빛에 비할 바는 아니고 철책선이 스마트해졌다고 해서 사람이 살펴봐야 할 곳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 수월해졌다고 하지만 최전방 경계가 만만할리 없다.■만만찮은 순찰코스당장 경계근무를 서는 철책까지 가는 것만 해도 쉽지 않았다. 우선 첫 번째 철책에 설치된 소통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파른 사다리를 타고 7~8m 높이의 방벽을 내려가야 했다. 겨울철에 눈이라도 내리게 되면 미끄러지는 것은 너무나도 뻔해 보였다. 매일 오르내리는 곳이다 보니 장병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려갔지만 전역한지 20년이 다 돼가는 기자에게는 상당히 버거운 코스였다. "위험하지 않나요?"첫 관문부터 쩔쩔매는 것을 숨기려고 앞서가던 병사에게 말을 걸자 시큰둥한 표정이 돌아온다. '뭐 이 정도 갖고 그러느냐'고 말하는 듯 했다. 주근무지인 철책에 도착해도 난관은 계속됐다. 통행이 쉬운 곳에 철책이 설치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교적 완만한 곳도 있지만 올라가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급경사도 곳곳에 있다. 그나마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는게 부대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악어소초 장병들은 매일 밤 이 길을 몇 번씩 반복해 지나다니고 있다. 언제 어느 곳에서 적이 튀어 나올지 모르는 만큼 오감을 칼날처럼 바짝 곤두세운 채 말이다. 부소초장 김동률 중사는 "적이 반드시 내 앞으로 온다고 생각하고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근무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익히 들었던 말이지만 이상하게도 믿음이 갔다. ■최전방 근무해도 진급하기 힘들어"GOP근무하고 나면 진급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나요?"기자의 질문에 GOP소초들을 거느리고 있는 중대장 김기형 대위는 대답 대신 알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여러 차례 최전방 근무를 했던 만큼 아무래도 좀 수월하지 않겠느냐 싶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게 부대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전체 전력의 절반 이상이 휴전선 부근에 집중돼 있다보니 최전방 근무자가 그다지 특별한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군인한테는 진급이 가장 큰 격려인데…좀 서운하겠네요."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에 한마디를 던졌지만 이내 '아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은 GOP에 배치되는 병사들도 모두 지원을 받아 충원하고 있는데 전방근무 좀 했다고 간부가 진급이나 기대하고 그러면 안된다는 부대 관계자도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군인이 전방근무를 하는 건 당연하지요. 그런 사명감없이 군인을 할 수 있겠습니까?" 승전대대 주임원사인 문덕진 원사의 말이다. 이날 문 원사와 승전부대 부사관단은 자기 주머니를 털어 악어소초 병사들에게 피자를 돌렸다. 문 원사를 비롯한 부대 부사관단은 돈을 거둬 한달에 한두번씩 피자와 같은 '사제음식'을 병사들에게 돌린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 그런다는게 그들의 설명이다. 시킨 사람은 없지만 '그렇게 행동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 그 느낌을 아마도 사명감이라 부르지 않을까 싶다. [email protected] 장용진 기자

  (73) 생계유지곤란 사유 병역감면제도는

(73) 생계유지곤란 사유 병역감면제도는

서울 신길동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조영아 주무관(왼쪽)이 '생계유지곤란 사유 병역감면제도' 이용을 위해 방문한 민원인을 도와주고 있다. '생계유지곤란 사유 병역감면제도'는 본인이 군복무를 할 경우 가족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에게 현역 복무 대신 제2국민역으로 편입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으로, 대한민국 국군이 탄생한 1949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제2국민역으로 편성되면 실제 현역 또는 보충역 복무를 하지 않게 된다. 신청 대상자는 입영통지서를 받은 후부터 입영일 5일 전까지인 현역병 입영대상자이며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 역시 징병검사를 받은 다음해부터 언제든 출원이 가능하다. 이미 현역병 또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사람도 신청 가능하다. 대상자는 서울병무청을 포함한 각 지방병무청에서 제도와 관련한 민원서류를 접수하면 된다. 생계곤란 병역감면제도 심사 과정은 상담.접수.조회.감면결정. 감면통보의 다섯 단계로 나뉜다. 1차 상담 단계에서는 입영통지 등 접수 대상 여부 확인, 부양비 등 감면기준 확인, 구비서류 및 작성방법 안내 등이 이뤄진다. 접수 단계는 접수인이 병무청을 방문해 구비서류를 제출하고 미비 서류가 있을 경우 추가 제출을 요구한다. 조회 단계는 서류에 기입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유관기관과 자료를 대조한다. 고용노동청, 세무서, 국민연금공단 등에서 소득이나 예금 등 자료를 받아 제출된 서류와 동일한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감면결정 단계에서는 조회 회신 자료를 검토하고 실태조사대상자가 있으면 직접 조사를 나간다. 생계곤란심의 대상의 경우 심의를 실시한다. 마지막 감면통보 단계는 실질적인 결과를 통보하는 단계다. 입영 또는 소집 대상은 병역의무자에게 직접 통보하고, 현역병 또는 사회복무 복무자는 군부대나 복무기관을 통해 통보한다. 결과 통보까지는 보통 90일 정도 소요된다. 김규태 기자

  (73) 서울지방병무청 현역모집과 생계팀

(73) 서울지방병무청 현역모집과 생계팀

생계유지곤란 병역감면제도 부양비율·재산·월수입 기준으로 작년에만 1255명에 면제 혜택재산·수입 등 허위로 적어 제도 악용하는 경우도 많아 조사관들이 불시에 가족들 찾아 근로능력 여부 확인하기도1949년부터 제도 운영했지만 몰라서 현역 입대한 사람 다수 병무청 적극적 홍보활동 나서 군부대 찾아 상담 서비스도"가정붕괴 줄이는 데 사명감 상황은 감면대상 해당되지만 서류상 구제 안될땐 가슴 아파"서울지방병무청 현역모집과 생계팀 신현경·조영아 주무관, 심종보 계장, 박지은 주무관(왼쪽부터)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김무열 사건은 어떻게 된 거죠?" 기자의 질문에 서울지방병무청 현역모집과 생계팀 담당자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연예인 김무열은 생계곤란을 이유로 병무청으로부터 2010년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지만 이후 감사원 조사에서 그와 어머니의 월수입이 병역감면 기준액을 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병역기피 의혹이 불거졌다. 조영아 주무관은 "당시 규정상 제출 서류 내용은 문제가 없었고 지급받을 예정이던 출연료인 채권 4600여만원은 미래 소득으로 분류 됐던 사건"이라며 "당시엔 채권 관련 규정이 모호했지만 이젠 확실히 보완한 상태"고 말했다. 당시에는 채권이 미래소득으로 취급돼 관련 규정에서 소득으로 파악되지 않았으나 사건 이후 병무청은 관련 규정을 개정, 채권까지 모두 병역감면제도 심사 기준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후 김무열은 제2국민역편입처분취소처분 및 현역병입영통지처분 취소 소송을 냈으나 패소, 2012년 10월 경기 의정부 306보충대를 통해 육군에 입대했다.우리나라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든지 가야 하는 곳이 있다. 군대다. '군대라는 대학'이라고 말하기에는 약 2년이란 시간을 적은 보수와 힘든 노동으로 버텨내야 하는 곳이어서 회피하려는 사람도 많다. 대개 권력층 자제, 연예인 등 좋은 배경의 사람들이다. 그들 상당수는 군대를 갈 수 있지만 회피한다. 반면 본인이 입대하면 가정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장애가 있는 부모를 모시거나 나이 어린 동생 등 본인이 없으면 가족 생계가 곤란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가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합법적으로 군 복무 면제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지방병무청 현역모집과 생계팀이다. "병역복무변경 면제 신청서 가져오셨나요?" 조 주무관은 박모씨(22)가 제출한 서류 18장을 일일이 검토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박씨가 '생계유지곤란 사유 병역감면제도' 심사용으로 제출한 서류에 빠진 게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조 주무관이 서류를 넘기다 가족관계 진술서를 보며 "형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박씨는 "형은 태어나서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답했다. 조 주무관은 "1차적으로 서류에 기재된 내용과 본인의 말이 맞아야 하고 관련서류 모두 정확하게 구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개인정보 제공동의서, 예금통장 사본, 보험증권 사본 등 이날 박씨가 제출한 서류만 13가지였지만 이상 없이 서류는 접수됐다. 박씨는 "1차상담 때 병무청에서 잘 알려줘 서류를 문제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며 "3개월 후 심사 결과가 나온다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병역과 생계 모두 중요하잖아요"박씨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정신장애 3급인 어머니와 월세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박씨는 "이복형제인 형은 찾아온 적이 없어 내가 입대하면 어머니 혼자 남게 돼 생계를 이어갈 방법이 없다"고 사정을 털어놨다. 조 주무관은 "생계유지곤란 사유 병역감면제도는 가정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정파괴 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생계유지곤란 사유 병역감면제도' 심사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며 안내책자에 기재된 부양비율.재산액.월수입액을 가리켰다. 부양비율은 가족 중 부양할 수 있는 사람과 부양을 받아야 할 사람의 비율을 나눈 것으로, 통상 남성은 부양의무자 1명에 피부양자 3명 이상, 여성은 부양의무자 1명에 피부양자 2명 이상이지만 피부양자 건강상태 등에 따라 완화기준이 다양하다.재산액은 2015년도 재산액 기준 5600만원이며 월수입액은 2015년 기준, 보건복지부 최저생계비 구분에 따라 1인 61만7281원이다. 그러나 재산액과 월수입액 기준 역시 가정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기준이 있어 관련 기준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조 주무관은 "세 가지 기준에도 각 가정형편에 따라 설정된 기준이 다른 만큼 잘 확인해야 한다"면서 "병무청을 찾아오거나 전화로 상담해 본인이 요건에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현장조사, 속이는 사람 잡고 진짜 어려운 사람 구제 서류상 조건에 해당되지 않지만 피부양자의 근로능력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조사관들이 현장에 직접 나가는 경우도 다반사다. 서울병무청 현역모집과 신현경 주무관은 최근 서울 고척동 김모씨(21)의 집을 방문했다. 김씨는 이 제도를 모르고 지난해 4월 입대한 현역군인으로, 뒤늦게 제도를 알고 지난 1월 관련서류를 제출했다. 그러나 김씨는 같이 사는 어머니가 피부양자 연령 기준에서 벗어나 질병 또는 심신장애로 근로능력이 없는 상태여야 피부양자로 인정되고 그래야 면제가 가능했다.어머니 근로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김씨의 집을 찾은 신 주무관은 당시 상황이 처참했다고 전했다. 그는 "좁은 집 입구부터 쓰레기더미가 쌓여 있었고 개수대에는 음식 국물이 고여 냄새가 진동했다"며 "어머니와 대화를 나눠보니 정신장애가 심각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 어머니는 신경정신과적 질병(우울증)으로 인정받아 생계곤란심의위원회에 회부됐고 김씨는 병역면제 처리가 됐다. 신 주무관은 "어머니가 가족과 함께 지내면 심리적인 안정을 느끼지 않겠느냐"며 "한 가정을 지킨 것 같아 뿌듯했다"고 설명했다.이와 반대로 군 회피를 위해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모씨(25)는 아버지(52)가 주민등록상 말소(거주불명등록) 상태여서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 생계곤란 사유 병역감면원을 신청했다. 그러나 생계팀의 조사 결과 아버지는 인근 시장에서 일하며 고정수입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면제 처리는 불발됐다.조 주무관은 어머니 이혼으로 본인이 나이 어린 동생을 부양해야 한다며 서류를 제출한 사람이 있었지만 진술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불시에 현장을 나가보니 본인이 아닌 이혼한 어머니가 동생을 맡고 있어 병역감면처분이 취소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가끔 면제 기준을 맞춰오는 사람도 있는데 불시에 조사를 나가 서류와 다른 내용이 있으면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생계곤란 사유 병역감면 처리를 받기 위해 재산 또는 수입 등을 허위로 기재해 신청한 경우 병역법에 따라 고발되고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제도 홍보 주력…"현역 복무자 다수"병무청은 이 혜택을 몰라 현역 입대한 사람도 많아 현역병을 대상으로도 적극 홍보 중이다. 조 주무관은 "입영대상자뿐 아니라 가정형편이 어려운데도 제도를 몰라 현역 복무한 사람이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병무청은 이런 사람들을 위해 '찾아가는 병무청'을 2009년부터 운영 중이다. 생계 병역감면 대상자가 제도를 모르고 입영하거나 복무 중 가사상황이 악화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병무청 조사관들이 해당 군부대로 나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2011년부터 올 8월까지 총 704회 진행돼 2327명이 상담을 받고 226명이 병역감면 혜택을 받았다.병무청의 노력으로 제도 혜택을 받는 사람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1405명이 신청, 1255명이 생계유지곤란 사유로 병역감면을 받았다. 현역입영대상이 986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사회복무(군복무 대신 공기업 등에서 근무) 대상 207명, 현역 혹은 사회 복무를 하고 있는 사람도 228명이나 됐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8월을 기준으로 906명이 신청해 818명이 면제를 받았다. 현역대상이 614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현역 혹은 사회 복무 중 혜택을 받은 사람도 202명으로 증가했다.병무청 김용두 부대변인은 "자체적으로 제도를 계속해서 홍보하고 수시로 '찾아가는 병무청'을 통해 현역 혹은 사회복무 대상자들을 상대로 상담해주고 있는데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박씨는 서류를 접수하고 병무청을 나서면서 " 생계팀 덕분에 제도를 알았고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며 "이런 제도가 있어 고맙고 팀에도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조 주무관은 "어려운 사정인데 서류상 도와주기 힘든 경우가 있다"며 "사실상 모시고 살지만 거주사실이 등록되지 않아 규정상 인정할 수 없는 경우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인정받을 수 없어 마음이 아팠다"고. 신 주무관 역시 "사정이 어려워도 규정에 맞지 않을 경우 위원회 회부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이들은 생계유지곤란 사유 병역감면제도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mail protected] 김규태 기자

(72) 감사관실 조사관들이 해결한 일들

조사담당관실 직원들은 지자체 등 비위행위 적발을 위해 일주일에 다섯 번 이상 지방에 머물기 일쑤다. 조사관들은 전국 각지에서 밤샘 잠복근무, 위장, 탐문수사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비위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밤샘 잠복해 비위행위 적발해내기도 올해 초 조사담당관실은 A의료원 공중보건의와 B국군통합병원 군의관이 야간에 근처 C민간병원 응급실에서 당직근무를 하고 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은 복무기간에는 공무원으로 취급돼 공중보건업무 외의 업무에는 종사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담당 조사관들은 감찰을 위한 전략회의에 들어갔다. 민간병원 응급실에서 당직근무 중인 공중보건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관할 보건소 직원과 동행해 당직의사 신분을 확인할 수 있지만 단속일에 공중보건의가 당직을 서고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조사관이 환자로 위장해 병원에 잠입, 의사 신분을 확인하기로 했다. 조사관 2명은 환자 방문이 적은 자정께 해당 병원을 찾아 "감기 증상이 심하다"며 창구에 접수했다. 1명은 직원 지시에 따라 응급실로 향했고 다른 한명은 의사가 나오는 경로를 확인했다. 응급실에 들어서자 20대로 추정되는 의사가 나와 진료를 봤는데 인상착의가 A의료원 공보의와 흡사했다. 조사관이 처방전을 재차 요청하자 의사는 겨우 처방전을 발급해줬다. 처방전에 명시된 진료의사를 확인해보니 C민간병원에 재직 중인 40~50대의 외과 의사로 확인됐다. 타인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도 위법이다. 조사관들은 해당 의사가 퇴근하는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병원 근처에서 밤을 새웠다. 조사관들은 다음날 오전 6시30분께 문제의 당직의사가 대기실에서 나와 병원 직원에게 하얀색 봉투를 건네받는 모습을 확인했다. 공보의들은 자신의 신분을 속이기 위해 통상 당직수당을 현금으로 수령하곤 한다. 결정적으로 당직의사 차량번호가 조사관들이 지자체를 통해 확인한 공보의 차량번호와 일치했다. 확신을 갖게 된 조사관들은 보건소 직원과 함께 C병원의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집중 확인했다. 조사 결과 C병원은 그간 공중보건의 2명, 군의관 6명 등을 응급실 당직근무자로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조사관들은 관할 지자체와 국방부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다. ■성추행 사건…5일 만에 자백받아 조사관실은 성추행 사건 해결을 위해 5일 동안 조사를 강행하기도 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D도서관의 도서관장인 E씨가 상습적으로 미혼의 사서직 여직원을 성추행한다는 제보가 올해 초 들어왔다. 결재를 받으러 관장실에 들어가면 특정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다는 것. 조사관들은 D도서관에 근무하거나 인근 정부기관에 종사하는 지인들을 만나 일상적인 이야기와 해당 내용에 대해 물었다. 제보내용과 비슷한 말이 쏟아져나왔다. E씨가 전 근무지에서도 노래방 등 회식자리에서 여직원들의 가슴을 만진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는 말도 나왔다. 사실 확인을 위해 D도서관장실을 찾았다. E씨는 "나는 당뇨병이 심해 술도 전혀 못하기 때문에 노래방을 안 간다"며 "결재 받으러 오는 여직원을 만지다니 무슨 소리냐"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E씨 지인들에게 물어본 결과, E씨는 평소 애주가로 알려져 있었다. 조사관들은 도서관장실이 아닌 근처 군청 감사장에서 E씨를 다시 만났다. 조사관들이 재차 해당 내용을 캐묻자 E씨는 회식 겸 노래방에 자주 가면서 여직원들과 껴안고 춤도 췄다는 내용은 시인했다. 추행 혐의는 부인했다. E씨는 "춤을 추면서 여직원들의 몸을 스쳤을 수는 있지만 결코 만진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조사 4일차 오전 피해자인 여직원에게 접촉을 시도했지만 그는 "관장 편을 들어주러 온 것이 아니냐"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몇 시간이 지나 조사팀이 '감찰반은 절대 특정인을 봐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문자를 여직원에게 보냈다. 여직원은 결국 조사에 응했고 그간 관장이 수시로 회식 때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고 증언했다. 이튿날 조사관들은 E씨를 군청 감사장으로 다시 불렀다. E씨는 처음에는 일부러 만진 적은 없다고 항변하다가 결국 해당 여직원을 수시로 성추행한 점을 시인했다. 사실 확인이 끝나자 조사관들은 지자체에 E씨에 대한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박나원 기자

  (72) 행정자치부 감사관실 조사담당관

(72) 행정자치부 감사관실 조사담당관

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행정자치부 12층 직원휴게실에서 규제개혁 운영실태를 총괄하는 이상훈 사무관(앞줄 오른쪽 첫번째), 노경달 조사담당관(오른쪽 네번째) 등 조사담당관실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공무원은 안정된 근무장소에서 일정하게 출퇴근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1년 대부분을 사무실이나 집이 아닌 외부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는 공무원이 있다. 행정자치부 감사관 산하 조사담당관실 직원들은 17개 시·도에서 근무중인 지방공무원들의 비위행위를 적발하기 때문에 지방출장이 잦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총 18명, 5개 팀으로 구성됐다. 팀별로 전국에 흩어져 업무를 수행한다. 서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같은 팀이 아니고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조사담당관실은 금품향응 수수, 불법 인허가, 특혜성 계약, 관용차 사적 사용, 예산 편법 집행, 생활민원 관리 소홀 등 공직기강을 해치는 공무원들을 적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첩보나 제보를 통해 문제가 되는 공무원을 파악하고 현장확인 뒤 해당 기관에 처벌이나 시정을 요구한다. ■규제개혁 운영실태 확인도…불필요한 조례 수정 유도 공무원들의 비위행위 적발 외에 불필요한 규제로 인한 국민생활 불편 해소도 조사관들의 역할이다. 현 정부의 슬로건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규제 철폐를 실현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기자는 조사담당관실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마정경 사무관, 팀원 박동순 조사관과 함께 경기 부천의 오피스텔 신축현장을 찾았다. 오피스텔 부지가 협소해 주차타워(기계식 주차장) 건축 허가가 필요한데 시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민원을 접수했기 때문이다. 현행 주차장법은 주차타워로 대표되는 '기계식 주차장'과 운전자가 직접 차량을 주차해야 하는 '자주식 주차장' 모두 허용하고 있다. 세부적인 허가여부는 지자체 조례로 정하도록 돼있다. 부천시의 경우 기계식 주차장 허가를 받는 기준이 까다로워 오피스텔 건축업자들이 부지 이용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장에 도착한 마 팀장은 공사현장 책임자를 불러 공사 진행상황과 주차타워 허가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공사비용 등을 꼼꼼히 캐물었다. 현장 확인 결과, 마 팀장은 시의 지시대로 자주식 주차장을 건립하면 주차대수가 현저히 감소해 오피스텔 주차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마 팀장 일행은 부천시청 담당공무원을 만났다. 공무원에게 현장검증 결과를 설명하고 해당 조례 수정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부천시는 내부검토안을 만들어 시의회에 상정, 이르면 내년부터 개정 조례를 시행할 방침이다. 오피스텔 신축 현장을 방문한 행정자치부 조사담당관실 마정경 팀장(오른쪽)이 현장 인부에게 공사와 관련된 세부사항에 대해 묻고 있다. ■가족 못 보고, 친지와 멀어져 마 팀장은 조사관 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고 털어놨다. 서울에 살고 있지만 담당 지역은 영남권이어서 이동하는 데만 반나절이 걸린다. 고향은 호남이지만 출신 지역을 감찰할 수 없다는 내규에 따라 영남권에 배정됐다. 마 팀장은 "일주일에 한 번도 집에 못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아내에게 타박받기 일쑤이고 아이들 보기에도 미안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같은 팀 박 조사관도 상황은 마찬가지. 올해 초 조사담당관실로 발령받은 그는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힘들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5개 팀을 총괄하는 노경달 조사담당관도 "동생 같은 직원들을 출장 보내고 나면 직원들이 감찰 실적에 지나치게 얽매여 부담을 가질까 항상 걱정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아무래도 동료 공무원의 비리행위를 적발하는 업무를 맡다 보니 적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 팀장은 "어제까지 함께 커피를 마시던 동료를 조사해야 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서로 불편한 순간이었다"고 기억했다. 앞으로도 마주칠 가능성이 작은 지방공무원들은 다소 공격적인 태도로 조사관들을 대하기도 한다. 마 팀장은 "조사를 진행하다 보면 '내가 당신 꼭 기억하겠다' '두고보자'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며 "불안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비위행위를 없었던 일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강조했다. 조사관 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 노하우도 생겼다. 문제가 있어 조사 중인 공무원이라 해도 최대한 예의를 차리고 배려하는 것이다. 마 팀장은 "해당 공무원 사무실에서 조사를 하기보다 가급적 외부로 불러내 커피숍 등 독립된 공간에서 면담을 진행한다"며 "부담스러운 주위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배려해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 역시 앞날이 두렵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마 팀장은 "처벌수위나 대처방안을 알려주면 조사받는 입장에서도 인간적으로 고마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직관 투철, 업무능력 우수 '자부심' 조사관들은 잦은 출장으로 격무에 시달리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에 버티고 있다. 조사담당관실 직원은 행자부 본부 및 사업소 직원 중 △공직관이 투철하고 △지자체 근무경험이 많고 △업무능력이 우수한 사람을 대상으로 선별한다. 마 팀장은 "다른 업무에 잠시 발령받았다가 다시 조사관실로 오게 됐다"며 "힘든 업무인 줄 알면서도 업무능력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니 힘이 난다"고 밝혔다. 기술직 출신인 박 조사관도 "기존 업무에서 성실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곳에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마 팀장 밑에서 계속 조사관 일을 배워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노 담당관은 "우수한 인력만 조사담당관실로 올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우리의 노력으로 언젠가는 선진국처럼 비위 공무원이 단 한 명도 없는 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박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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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부검 통해 억울한 죽음 줄이는 게 나의 역할"

서울과학수사연구소 건물 앞에서 진돗개 '진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진도 군민들이 지난해 팽목항에서 세월호 사고 희생자의 신원 작업에 애쓴 연구소 직원들을 위해 올해 보내줬다.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놓치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신월동 서울과학수사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법의학과 최병하 법의관(47)은 사자(死者)를 다루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옆 건물 부검실에서는 '구파발검문소 총기사고' 피해자 박모 의경에 대한 부검이 진행되고 있었다. 최 법의관은 "법의관은 범죄와 연관된 것과 범죄와 연관이 없더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검을 의뢰하는 건을 다룬다"며 "이것이 환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질병을 치료하는 일반 의사와 다른 점"이라고 전했다. 2002년 국과수에 입사한 최 법의관은 올해로 14년차 부검의다. 수많은 '말없는 환자'들이 그를 거쳤다. 최 법의관은 "개개인보다는 사건들이 주로 떠오른다"며 지난해 세월호 사고와 인도네시아 에어아시아기 추락사고를 꺼냈다. 최 법의관은 "세월호 때는 많으면 하루에 희생자 40~50구가 인양됐는데 무엇보다 빨리 신원을 확인해야 했다"며 "학생들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부검은 법의관,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 사진 담당자 등 4인 1조로 팀을 꾸려 진행된다. 시신에 손상이 없으면 부검하는 데 40~50분 걸리고 사건이 복잡할 경우 4~5시간까지 소요된다. 부검 전 담당 형사에게서 수사상 정보를 얻기도 한다. 법의관은 육안 소견, 조직 검사, 현미경 소견 등을 수사기관에 통보하게 된다. 최 법의관은 "의학적이고 사실적인 부분을 다룬다는 데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런 그도 대형 사건과 연관되면 주변에서 '진짜 부검 결과가 맞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단다. 항간의 오해에 대해 최 법의관은 "누군가의 편을 들 필요가 전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행자부 소속 공무원 신분이지만 경찰은 별개의 조직이며 일종의 고객"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과수는 2년 전부터 '365(삼육오) 부검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연중무휴는 물론이고 연간 주말·공휴일에만 900여건의 부검이 실시된다.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처우는 열악하다. 시간 당 만원꼴인 휴일수당은 대표적인 사례다. 전국적으로 따져도 부검의는 25명 뿐이다. 서울분원에는 10명이 근무한다. 법의학 강의가 개설된 일부 대학병원에서 법의관들을 촉탁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최 법의관은 "연구소 선발인원을 채운 게 불과 3~4년 전"이라며 "최근에는 인기가 높아져 법의관 경쟁률이 40~50대 1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해소법을 묻자 '잠'이라고 답한 그는 사무실 밖으로 나가 진돗개 '진이'를 소개했다. "몇 달 전 진도 군민분들이 보낸 진돗갭니다. 아주 귀엽죠." 신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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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부검 통해 억울한 죽음 줄이는 게 나의 역할"

서울과학수사연구소 건물 앞에서 진돗개 '진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진도 군민들이 지난해 팽목항에서 세월호 사고 희생자의 신원 작업에 애쓴 연구소 직원들을 위해 올해 보내줬다.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놓치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신월동 서울과학수사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법의학과 최병하 법의관(47)은 사자(死者)를 다루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옆 건물 부검실에서는 '구파발검문소 총기사고' 피해자 박모 의경에 대한 부검이 진행되고 있었다. 최 법의관은 "법의관은 범죄와 연관된 것과 범죄와 연관이 없더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검을 의뢰하는 건을 다룬다"며 "이것이 환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질병을 치료하는 일반 의사와 다른 점"이라고 전했다. 2002년 국과수에 입사한 최 법의관은 올해로 14년차 부검의다. 수많은 '말없는 환자'들이 그를 거쳤다. 최 법의관은 "개개인보다는 사건들이 주로 떠오른다"며 지난해 세월호 사고와 인도네시아 에어아시아기 추락사고를 꺼냈다. 최 법의관은 "세월호 때는 많으면 하루에 희생자 40~50구가 인양됐는데 무엇보다 빨리 신원을 확인해야 했다"며 "학생들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에어아시아기 사고 때는 해외로 파견나간 젊은 부부를 거뒀는데 아이가 발견되지 않은 채였다"며 "마음이 짠하면서도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부검은 법의관,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 사진 담당자 등 4인 1조로 팀을 꾸려 진행된다. 시신에 손상이 없으면 부검하는 데 40~50분 걸리고 사건이 복잡할 경우 4~5시간까지 소요된다. 부검 전 담당 형사에게서 수사상 정보를 얻기도 한다. 법의관은 육안 소견, 조직 검사, 현미경 소견 등을 수사기관에 제시하고, 수사기관은 감정서 채택 여부를 정하게 된다. 최 법의관은 "의학적이고 사실적인 부분을 다룬다는 데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런 그도 대형 사건과 연관되면 주변에서 '진짜 부검 결과가 맞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단다. 항간의 오해에 대해 최 법의관은 "누군가의 편을 들 필요가 전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행자부 소속 공무원 신분이지만 경찰은 별개의 조직이며 일종의 고객"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과수는 2년 전부터 '365(삼육오) 부검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연중무휴는 물론이고 연간 주말·공휴일에만 900여건의 부검이 실시된다.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처우는 열악하다. 시간 당 만원꼴인 휴일수당은 대표적인 사례다. 전국적으로 따져도 부검의는 25명 뿐이다. 서울분원에는 10명이 근무한다. 법의학 강의가 개설된 일부 대학병원에서 법의관들을 촉탁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스트레스 해소법을 묻자 '잠'이라고 답한 그는 사무실 밖으로 나가 진돗개 '진이'를 소개했다. "몇 달 전 진도 군민분들이 보낸 진돗갭니다. 아주 귀엽죠." 신아람 기자

  (71) 범죄수사의 숨은 해결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71) 범죄수사의 숨은 해결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창설 60주년을 맞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분원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과수 제공"몸은 연구원에 있지만 마음은 현장에" 타액 한방울·미세 흔적 하나도 소홀히 할수 없는 증거 마약독성과 필로폰투약 의뢰 하루에만 14~15건… 48시간내 음·양성 판정하려면 1분1초가 빠듯 혈액·정액서 DNA 찾아내는 유전자분석과 연구원들 에이즈·결핵 감염위험 항상 노출돼 있어#. 지난 3월 사회를 경악케 한 '포천 제초제 연쇄살인 사건'. 40대 여성 노모씨는 2011년부터 제초제를 탄 음료와 음식을 먹게 하는 수법으로 전 남편과 현재 남편, 시어머니 등 3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의 친딸도 제초제가 들어간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다 병원신세를 졌다. 폐 질환 사망으로 둔갑될 뻔한 이 사건은 경찰 수사 결과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사기극으로 밝혀졌다. 노씨는 지난달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데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약독물 분석 결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피해자가 사망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고 제초제를 조금씩 섞어 먹였기 때문에 성분 검출이 쉽지 않았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 후 국과수는 매장된 지 2년된 시어머니 유해를 거둬 부검했다. 입원한 딸에게서는 폐 조직 검사과정에서 채취하다 남은 폐조직과 혈액시료를 분석했고 노씨 집에 있던 반찬 통도 분석했다. 1개월 가량의 극미량 분석을 거쳐 나노그램(1ng=0.000000001g) 단위의 농약을 검출, 경찰 수사는 물꼬를 틀 수 있었다.이처럼 국과수는 범죄수사에 대한 법의학.법과학.이공학.유전자감식 분야 등에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감정을 실시한다. 국과수 감정서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강력한 근거로 종종 제시된다. 파이낸셜뉴스는 행정자치부 소속 감정.연구기관인 국과수 업무 현장을 함께 했다.서울과학수사연구소 유전자분석과 연구원이 기기를 이용해 세포에서 분리한 DNA를 증폭시키고 있다. 증폭 과정을 통해 극소량의 유전자가 다량으로 증폭되고, 유전자를 보다 쉽게 인식할 수 있게 된다.■사건과 함께 움직여… 상시 대기"엄마에게 딸이 아니라 아빠가 건넸나요? 남편과 아내 사이는 평소에 좋은 관계였나요? 남편의 직업은 뭐죠?"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신월동에 위치한 서울과학수사연구소를 찾았다. 2층 마약독성화학과 사무실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백승경 마약독성화학과장(51.여)은 약독물 분석을 의뢰받은 사건에 대해 담당 수사관에게 꼼꼼히 캐물었다. 경찰에서 들어오는 형사 사건이 95%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아 사건 전후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분석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마약독성화학과는 변사체 등의 생체시료에서 의약품, 독극물, 농약, 천연독 및 부정식의약품 등에 대한 유해성 감정과 미세증거물 등 법화학적 감정과 연구를 맡고 있다.인체 부검 시료가 약독물실로 오면 부검 적출물, 즉 위 내용물, 혈액, 장기 조직, 안구액, 뇌척수액 등을 토대로 농약과 약물 투약 여부 등을 분석한다. 약물이 검출됐다면 치료 농도인지, 독성 농도인지, 사망에 이를 정도인 치사 농도인지도 구별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지 않고 판매.유통되는 발기부전치료제와 같은 부정의약품도 감정 대상이다.연구원에 몸담고 있지만 사건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시간에 늘 쫓길 수밖에 없다. 마약 사건의 경우 경찰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하는 48시간 내에 마약 음·양성을 판정해야 한다. 서울.경기.인천에서 들어오는 사건은 전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상황이다.백 과장은 "경찰 수사관은 3교대를 하는데 국과수는 그럴 인력이 부족하다"며 "각 과에서 순번대기조를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약독성화학과 내에서 약독물실과 마약실 직원은 모두 약사 출신이다. 마약독성화학과의 한 직원은 "약사로 약국에서 근무한다면 처방에 따른 조제만 하게 되겠지만 경찰이나 검찰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성폭력 상담기관에 자문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필로폰 투약 의뢰 건은 2006년 1일 평균 3~4건 정도였다가 올해 14~15건으로 늘었다. 마약류 남용 예방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술을 잘 마시는 편인데 술을 마시다 쓰러져 이상했다'며 의뢰가 들어왔는데, 상대방이 약을 탄 게 아니라 살 빼는 약을 남용하거나 감기약 복약 지시를 어겨 부작용이 생긴 경우도 있었다"며 약물 오남용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서울과학수사연구소 이공학과 건물에 위치한 자동차 시뮬레이터. 실제 사고 차량의 부품을 시뮬레이터에 장착해 차량의 급발진, 급가속 등 운동을 해석하고 차량의 결함을 쉽게 분석할 수 있다.■타액 한방울, 미세흔적… 모두 주요 증거유전자분석과가 있는 본관 옆 별관동으로 향했다. 유전자분석과는 범죄현장에서 확보한 DNA의 신원을 확인하고 채취대상자(구속된 피의자)의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운영하는 일을 한다.건물은 '증거물 보관→증거물 시료 채취→DNA 분리→데이터 분석' 네 가지 절차에 따라 층수가 배정돼 있었다. 2층에서 증거물에 묻은 타액, 혈흔, 정액 등을 채취하고 3층에서 개인 식별을 위해 DNA를 분리.증폭하는 식이다.2층 채취실에 들어서니 찬 기운이 확 느껴졌다. 채취를 앞둔 각종 증거물이 플라스틱 보관함이나 실린더에 담겨 냉장보관돼 있었다.김양정 유전자분석과 실장(41.여)은 "세포와 같은 생물학적 증거는 썩어서 보존되기 어렵기 때문에 증거물을 잘 건조시켜야 한다"며 "여성의 질액은 냉장보관한 뒤 DNA를 추출한다"고 설명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DNA를 다루다보니 감염의 위험성도 따른다.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 감염자의 것일 수도, 결핵 환자의 것일 수도 있다. 김 실장은 "사건 현장에서 들어오는 미지의 샘플을 다루면서 자신도 보호해야 한다"며 "증거물 보존과 오염 방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유전자증폭기를 쉼 없이 다루던 한 연구원은 "부지런히 팔을 움직여야 하는 직업"이라며 "팔에 종양이 생겨 수술을 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오후 4시가 넘어 이공학과가 있는 옆 동에 사복 차림의 한 연구원이 들어왔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돌아왔다는 그는 "교통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감정 업무를 맡고 있다"고 했다.올해 10년차라는 그는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방호복을 입고 망치를 두드리는 일"이라며 "겉으로만 보면 사고 원인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부품을 분해한다"고 전했다. 실제 이곳에는 사고 차량을 직접 가져와 분석할 수 있도록 카센터와 흡사한 구조의 분석 장소가 마련돼 있다. 이공학과는 화재 사건도 중점적으로 맡고 있다. 경찰청 의뢰를 받아 직원 3~4명이 한 팀이 돼 현장으로 출동한다.이기태 이공학과장(48)은 "화재로 건물이 전소되면 우선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어떻게 불이 번져나갔을지를 추정한다"며 "전선의 특이점, 폐쇄회로(CC)TV, 보안장치 등을 토대로 발화지점을 알아낸 후 불이 나기 전 상태를 복원한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크기가 작은 증거물은 현미경이나 엑스레이를 동원해 관찰한다"며 "주요 사건에 대해서는 재현실험이나 시뮬레이션을 시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60돌… '과학수사 한류'로 나아가다국과수는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1995년), 대구 지하철 참사(2003년), 인도네시아 쓰나미(2004년), 서래마을 영아유기 사건(2006년), 불법조업 단속 해양경찰관 살해사건(2012년), 세월호 참사(2014년) 등 굵직한 사건들이 국과수를 거쳐갔다.60년 전 한 해 480건에 불과하던 국과수 감정처리는 어느새 725배까지 증가했다. 2012년 29만8729건, 2013년 33만5009건, 지난해 34만8117건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느는 추세다.감정 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국과수는 지난해 과학수사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과학수사학술대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지난해에는 말레이시아에 1억원 상당의 국과수 시스템을 처음으로 수출했다.최영식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은 "이제는 국과수를 사법체계의 마지막 보루로 보는 인식도 생겼더라"며 "달라진 위상을 실감한다"고 했다. 최 소장은 1991년 법의관으로 국과수에 발을 들였다.최 소장은 "사건 현장에서 유가족이 '국가에서 왔다'고 하면 배척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행자부 소속이지만 우리를 통해 유가족들이 행정기관과 소통하려 할 때도 있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적 여건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그도 그럴것이 국과수는 장기간 지방 출장이나 해외 출장시 체류비와 비행기 삯의 대부분을 기존 예산으로 충당한다. 정부에서 예산과 인력을 충분히 지원받는 게 최 소장의 바람이다. [email protected] 신아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