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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 대신 미생물…폐배터리 리튬 회수 기술 나왔다

[파이낸셜뉴스]폐배터리에서 리튬을 뽑아낼 때 황산 대신 미생물을 쓰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 손에서 나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담수 미생물을 활용해 이차전지 폐기물에서 리튬을 회수하는 친환경 기술을 최근 개발했다고 밝혔다. 리튬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쓰이는 배터리의 핵심 원료지만 국내에서는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폐배터리에서 다시 뽑아내는 재활용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기존에는 폐배터리를 분쇄해 얻은 검은색 분말인 '블랙파우더'에서 리튬 등 유가금속을 뽑아낼 때 주로 황산을 썼다. 연구진은 2025년부터 자원관이 보유한 담수 미생물자원 가운데 황산보다 더 효율적으로 리튬을 회수할 수 있는 미생물을 찾는 작업을 벌였고, 그 결과 균주 아스퍼질러스 루추엔시스(Aspergillus luchuensis FBCC-F2629)를 찾아냈다. 오키나와 전통 발효주 아와모리를 만드는 데 쓰이는 균으로, 금속을 녹여내는 유기산을 만들어낸다. 효과는 배터리 종류에 따라 갈렸다. 소형 전자기기에 주로 쓰이는 리튬코발트산화물(LCO) 블랙파우더는 황산 처리 시 리튬 용출 효율이 81.7%였지만, 이 균주가 만든 유기산과 배양액을 각각 적용하자 87.8%, 90.3%로 올라갔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쓰이는 니켈·망간·코발트(NMC811) 블랙파우더는 황산 처리로는 56.3%에 그쳤던 효율이 유기산 적용 시 92.4%까지 뛰었다. 두 블랙파우더 모두 유기산 처리에서는 90%를 웃도는 회수율이 나왔다. 실험은 80℃에서 24시간 진행됐다. 자원관은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이달 중 등록할 예정이다. 다만 미생물을 직접 배양하려면 별도 시설이 필요한 만큼, 연구진은 이 균주가 만드는 유기산만 따로 뽑아 쓰는 기술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배양 시설이 없는 산업 현장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유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이용기술개발실장은 "이번 특허 기술은 황산과 같은 화학약품 사용을 줄이면서 리튬 자원의 재활용 가치를 높이고, 향후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 활성화와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기술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산업 현장에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할랄 인증서도 국내서 뗀다…8개 부처, 해외인증 장벽 허문다

[파이낸셜뉴스]인도네시아 할랄 인증, 유럽연합(EU) 의료기기 인증 등 해외 수출에 필요한 시험·인증서를 국내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창구가 넓어진다.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은 13일 서울 KOTRA에서 산업부·재정경제부·중소벤처기업부·기후에너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해양수산부 등 8개 부처와 함께 '해외인증 지원사업 합동 설명회'를 열었다.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해외인증·수출 지원사업을 한자리에서 안내해 수출 중소·중견기업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으며, 수출기업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설명회는 세 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첫 세션에서는 산업부 수출바우처, 중기부 해외규격인증획득지원, 농식품부 농식품글로벌성장패키지, 기후에너지환경부 친환경경영컨설팅, 보건복지부 의료기기국제인증, 문체부 스포츠용품해외인증, 해수부 해외식품규격인증 등 부처별 핵심 지원 프로그램의 실무 절차를 안내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지난 3월 서비스를 시작한 'AI 해외인증 정보제공 서비스'를 시연했다. 해외인증·기술규제 정보포털을 통해 제공되는 이 서비스는 26개 유관기관의 해외인증 정보를 연계·학습해 인증·규제 상담과 심층 리포트, 실시간 인증 뉴스를 제공한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국내 시험인증기관들이 발급 가능한 해외 시험·인증서 품목을 안내했다. 한국시험인증원(KTC)은 내년 10월부터 현지 필수 요건으로 강화되는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을,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은 2026년부터 단계 시행되는 EU 포장재·포장폐기물규정(PPWR) 관련 시험성적서를 발급한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은 EU 의료기기 인증(MDR) 관련 인증서 약 150건을,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국제 방폭기기 인증(IECEx) 관련 시험성적서를 국내에서 발급할 수 있다. 국표원 해외인증지원단은 이번 설명회를 시작으로 반기별 부처합동 설명회를 열고, 재정경제부 수출플러스지원단과 함께 지역 특화 산업군에 초점을 맞춘 권역별 설명회도 지속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서영진 국표원 해외인증지원단장은 "최신 해외인증 정보를 AI 기반 포털을 통해 실시간으로 밀착 제공하는 한편, 국내외 시험인증기관 간 협력 체계를 견고히 구축해 수출기업의 인증 획득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산업부 "EU 실사 부담 최소화"…주요기업과 CSDDD 대응 간담회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지침 이행 가이드라인 마련 과정에 국내 기업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13일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주요 기업과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무역협회 등 유관기관이 참여한 민관합동 간담회를 열었다. EU 집행위원회가 지난 6월 12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진행 중인 공급망 실사지침(CSDDD) 가이드라인 공개의견수렴 절차에 대응하기 위한 자리다. CSDDD는 기업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환경 리스크를 예방·관리하도록 기업에 실사 의무를 부과하는 EU 지침으로 올해 3월 발효했다. EU 집행위는 회원국이 이 지침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역내외 기업들이 겪을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사 절차, 위험 평가 및 우선순위 선정 기준, 표준 계약 조항 등을 담은 세부 이행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수렴한 업계 의견을 토대로 정부 의견서를 마련해 EU 측에 제출할 계획이다. EU 집행위는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2027년 7월경 가이드라인을 공표할 예정이며, EU 회원국은 이후 2028년 7월까지 관련 법률과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간담회를 주재한 김장희 신통상전략지원관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내년 발표될 가이드라인은 EU 회원국의 이행 입법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며 "업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우리 기업의 실사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의견을 EU 측에 적극 개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해수부, 인도네시아 정부와 '해양플랜트 서비스 산업' 협력 강화

[파이낸셜뉴스] 해양수산부가 오는 14일 인도네시아 정부와 '한·인도네시아 해양플랜트 서비스 산업 협력을 위한 이행약정'을 체결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약정은 지난 4월 1일 열린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을 계기로 맺은 '한·인도네시아 해양플랜트 서비스 산업 협력 업무협약'을 구체적인 사업 단위로 발전시킨 것이다. 약정 체결에 따라 두 나라의 상호 역할과 책임 체계를 명확히 했다. 이에 한국은 사용이 종료된 인도네시아의 해양플랜트를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설비로 개조해 실증하기로 했다. 탄소 포집·저장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공정 설계와 해상공사 등 사업 전반을 총괄 주도하게 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지 해양플랜트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인허가 발급 등 현지 지원을 맡기로 했다. 아울러 두 나라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해 현지 전문인력 양성과 한국 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한 교육 협력사업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 교통부 산하 자카르타 해양대학교에 교육 관련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현지에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또 중장기 국내 초청 연수와 기업 인턴십 프로그램도 진행해 관련 전문가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 예산 지원, 교육과정 개발·운영을 맡기로 했으며 인도네시아는 현지 교육생 추천과 관계기관 조율, 물자 지원을 맡을 예정이다. 해수부 서정호 해양정책실장은 "이번 이행 약정 체결을 통해 두 나라의 역할과 사업 추진체계를 명확히 하고 가시적인 협력 성과를 신속히 창출하겠다"며 "인도네시아와의 성공적인 협력 모델을 바탕으로 향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들과도 협력 범위를 넓혀가겠다"고 전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방학 중에도 '틈새돌봄' ..아이들 돌보고 점심·저녁 끼니 챙겨준다

[파이낸셜뉴스]  학교 방학이 시작되는 오는 27일부터 8월 말까지 전국 2500곳 방과 후 돌봄시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방학 중에도 돌봄과 함께 점심과 저녁 끼니를 챙길 수 있다. 13일 보건복지부는 7월 27일부터 8월 셋째주까지 방학기간에 방과 후 돌봄시설 운영시간을 확대하는 틈새돌봄 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전국 약 5600개 방과 후 마을돌봄시설 중 2500개소가 참여한다. 이중 1500개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00개소는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틈새돌봄은 방학 중 초등돌봄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마을돌봄시설 운영시간을 늘리고 아이들의 점심과 저녁 끼니를 보장하는 사업이다. 학기 중 마을돌봄시설 이용자가 아닌 어린이도 사전 신청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필요 이상의 과도한 급식 신청 등을 방지하기 위해 각 센터에서 1주일 기준으로 1인당 이용료를 1만원 이내(1일 2000원) 범위로 한정한다. 지정센터 현황은 7월 27일 이후 국가아동권리보장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정센터로 직접 문의하거나 야간 연장돌봄 지원창구(전국 공통번호 1522-1318)로도 문의하면 된다. 복지부는 참여센터가 2500개소로 확대되면 매년 방학 중 전국의 20만명 이상의 초등학생과 부모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수엽 복지부 제1차관은 "방학중 틈새돌봄사업이 전국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방학 걱정을 덜어드리는 데 큰 힘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부산 제조업 3분기 경기전망 64..."중동발 리스크에 뒷걸음질"

[파이낸셜뉴스] 부산지역 제조업의 올해 3분기 경기전망지수가 전분기에 이어 또다시 하락했다. 중동발 리스크에 따른 원자재 수급 차질과 고환율·고물가 등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대외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지역 제조업이 체감하는 경기가 악화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상공회의소는 13일 지역 제조업 25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3분기 부산지역 제조업 경기전망지수 조사'에서 3분기 부산지역 제조업 경기전망지수는 64로 전분기 대비 6p 하락하며 2개 분기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기준치'100'이상이면 경기 호전을, 미만이면 악화를 의미한다. 기업 형태별로는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이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수출기업은 80으로 전분기 대비 16p 상승했는데,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대금 증가와 전기·전자, 조선·기자재 업종의 수주 확대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내수기업은 61로 전분기 대비 10p 하락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 위축 등 중동전쟁의 직·간접적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부문별로는 매출(66), 영업이익(63)이 각각 전분기 대비 5p, 6p 하락했다. 중동발 리스크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급 차질이 수익성 악화를 야기한 데다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중동전쟁 직전 대비 약 2배 가량 상승하면서 물류비 부담까지 가중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설비투자(64)와 자금사정(62) 역시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증가와 매출 감소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업종별로는 업종 간 경기 양극화가 뚜렷했다. 전기·전자(154)는 AI·반도체 관련 부품 제조업을 중심으로 업황이 개선되며 기준치(100)를 큰 폭으로 웃돌았고, 조선·기자재(119) 역시 노후 선박 교체 수요에 따른 선박 건조 수요 증가와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LNG·암모니아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발주 확대에 힘입어 호황을 이어갔다. 반면 화학·고무(35)는 고유가·고환율에 따른 원료 조달 비용 증가와 수급 차질이 겹치며 이중고에 직면했고, 신발제품(20), 의복·모피(27), 섬유제품(40) 등 경공업은 원자재 수급 불안과 매입 단가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신발제품은 합성피혁·합성고무 등 석유화학 기반 원자재 비중이 높아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으며 전 업종 중 가장 낮은 전망치를 기록했다. 중동발 리스크 여파로 지역기업 과반 이상이 하반기 경영·운영계획 변경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경영계획 변동 여부를 묻는 질문에 '변동 있음'이라고 답한 기업이 67.8%로 '변동 없음'(32.2%)의 두 배를 웃돌았다. 구체적인 변동 사항으로는 '인건비 등 운영비용 절감'이 30.1%로 가장 많았고, '가격·납품단가 인상'(25.5%), '원부자재 재고 확대 및 선매입'(17.8%), '생산량·가동률 조정'(13.0%) 등이 뒤를 이었다.  부산상의 조사연구팀 관계자는 "중동발 리스크와 고환율·고물가 등 개별 기업이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 리스크가 누적되면서 지역 제조업 체감경기가 2개 분기 연속 위축됐다"면서 "화학·고무와 경공업 등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종의 부진이 깊어지고 있는 만큼 원자재 수급 안정과 환율·물류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지자체의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재경부, 물가 대응..콩나물용 콩 저율관세물량 1만t 더 늘린다

[파이낸셜뉴스]  정부는 콩나물 재배용 콩에 대해 저율할당관세(TRQ)가 적용되는 시장접근물량을 1만t 늘리기로 했다.  13일 재정경제부는 최근 콩나물용 콩의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이 우려돼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해 시장접근물량을 1만t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콩나물 콩에 대한 올해 시장접근물량은 총 2만7450t으로 늘어난다. 신규 증량분은 8월 중 개정 규칙 시행일 이후부터 연말까지 수입되는 분에 대해 적용된다. 앞서 지난해 말 정부는 국내 공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콩나물 콩의 2026년 시장접근물량을 1만7450t으로 설정했다. 이에 대해 WTO 양허관세율인 487% 대신 5%의 저율 관세를 적용해 왔다. 정부는 서민의 먹거리 물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국내 수급과 가격이 불안한 품목에 대해 시장접근물량 추가 증량 등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반도체 끝물이라고?"...삼성·SK하이닉스 주주들 가슴 쓸어내릴 한은의 '한마디'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이 최근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된 '반도체 고점론'에 대해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수요가 폭발하는 반면, 고성능 제품의 생산 난도로 인해 공급 확대가 지연되고 있어 글로벌 반도체 경기의 확장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질의답변서에서, 한은은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공급 우위 국면'으로 진단했다. 한은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등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가 호조를 보이면서 과거의 일반적인 경기 확장세를 훨씬 뛰어넘는 강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은은 이번 반도체 호황기가 과거의 단기 사이클과 비교해 근본적인 구조적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단순한 IT 기기 수요 교체 주기에 따라 경기가 움직였으나, 이번에는 AI 확산에 따른 산업 생태계의 근본적인 변화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적인 투자가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병목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신 고성능 제품은 기술적 난도가 높아 실제 양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아울러 철저한 주문형 제품 중심으로 시장 구조가 재편되면서 기업들이 과거처럼 선제적으로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기 어려운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반도체 경기 확장 국면은 2023년 3월 이후 현재까지 4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다섯 차례 호황기의 평균 지속 기간인 29개월을 크게 웃도는 역대급 장기 호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향후 업황 전망 시계도 기존보다 한층 길어졌다. 한은은 JP모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분석을 인용하며 기술 확산 속도에 대한 일부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적어도 내년까지는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판단 변화에는 최근 예상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반도체 수출 실적이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 4월과 5월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1.4%, 167.7%라는 폭발적인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어 월간 수출액이 1000억 달러를 돌파한 지난 6월에는 이 같은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퇴출 위기 몰린 '국민 기업' 구하자… 개미들 '응원 매수' 릴레이에 상장폐지 탈출

[파이낸셜뉴스] 정부와 한국거래소의 증시 퇴출 기준 강화로 상장폐지 갈림길에 섰던 토종 장수 기업들이 개인 투자자들의 자발적인 '구하기 매수' 운동에 힘입어 극적으로 회방에 성공했다. 오랜 기간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기업들이 증시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하자, 소액 주주들이 집단적인 '응원 투자'로 시가총액을 끌어올리며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코스피 시장의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선이 기존 2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일부 영세·장수 상장사들의 경영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산물 가공식품 제조업체 한성기업과 필기구 제조업체 모나미 등이 강화된 기준 미달로 퇴출 명단에 이름을 올릴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주식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국산 장수 기업을 이대로 무너지게 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무서운 기세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한성기업 주가 일주일 새 100% 폭등… 미담이 쏘아 올린 개미들의 화력 게맛살 '크래미'로 친숙한 한성기업은 최근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지난 6일 기준 시가총액이 287억 원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 한성기업이 지난 25년간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위한 음악회를 남몰래 후원해 왔다는 등의 미담이 재조명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면서 한성기업 주가는 지난 한 주(7월 6~10일) 동안 4635원에서 8460원으로 정확히 100% 폭등하며 국내 증시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특히 9일과 10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10일 기준 시가총액을 525억 원까지 불려 상장폐지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한성기업 측은 지난 7일 자사 홈페이지에 임직원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온라인과 SNS에서 한성기업을 좋게 봐주시고 보내주시는 칭찬과 응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좋은 식품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65년 역사 모나미도 극적 생환… 3세 경영 송재화 사장의 자필 감사 편지 '국민 필기구' 기업 모나미 역시 오랜 실적 부진과 영업적자 누적으로 지난 6일 시가총액이 249억 원까지 내려앉으며 상장폐지 압박을 받았다. 지난 2019년 '노 재팬' 불매운동 당시 일본산 필기구를 대체하며 축적한 토종 기업 이미지가 이번 위기에서 빛을 발했다. 모나미 주가는 6일 1318원에서 일주일 만에 2145원으로 62% 급등했으며, 9일(24.69%)과 10일(25.66%) 연이틀 폭등 랠리를 펼쳤다. 그 결과 10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405억 원을 기록해 상장폐지 유예 기준선인 300억 원을 가볍게 돌파했다. 소액 주주들은 주식 매수와 더불어 제품 구매 인증 릴레이까지 펼치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다. 극적인 생환에 송재화 모나미 사장은 10일 공식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 등에 손으로 직접 쓴 자필 편지를 올리며 대중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창업주 고(故) 송삼석 명예회장의 손자로 최근 사장직에 오르며 3세 경영의 시험대에 선 송 사장은 "상장폐지가 될 수 있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모나미를 믿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의 마음은 큰 힘이 됐다"며 "대한민국의 기록을 함께해온 모나미가 앞으로도 여러분 곁에 든든하게 서 있겠다"고 다짐했다. 시장의 냉혹한 퇴출 경고 속에서 터져 나온 개미 투자자들의 '착한 투자' 열풍은 단순한 주가 부양을 넘어 장수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주주들이 직접 지켜냈다는 점에서 증권가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100조 교육교부금' 재정지출 구조조정 1순위 [정상균의 깊이읽기]

''내년에 최대 100조원에 육박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정부는 이달 중에 교육교부금 내국세 연동 폐지를 포함한 개혁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행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정(연동)하는 교부금 방식을 폐지하고 물가와 성장률(국내총생산) 등을 고려한 교부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교육계의 강한 반발에 정부가 '총액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밝힌 만큼, 매우 진전된 획기적인 개혁안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학령인구 감소와 공교육에 대한 국민 인식 전환 등의 시대적 흐름을 고려하면 55년 전에 만든 틀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구조개혁의 필요성은 부정하기 어렵다. '교육재정 안정'이라는 취지로 뿌리 깊게 박혀 그 누구도 손대지 못했던 교육교부금 구조를 이재명 정부에서 어떤 형태로든 개편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출생 100만'시대의 낡은 유산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교부금 개편 토론회가 1시간30분 정도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예산과 교육당국이 공개적으로 토론을 해보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토론회 자리에 마주 앉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불편하고 복잡한 심경을 숨기지 못했다. 예상대로 기획처는 자동연동 폐지를, 교육부는 현행 체계 고수를 주장했다. 교원단체와 지방 교육감들도 개혁 논의를 중단하라고 시위를 벌였다. 박 장관은 "(2012년) 초선 의원 때 (내국세 연동 비율을) 22%까지 올리자고 법안을 냈는데, 돌아보니 멀리 내다보지 못했고 좁게, 얕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다음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같은 취지로 반성한다고 했다. 최 장관은 "교육을 단순한 지출로만 바라보는 접근은 어렵게 쌓아온 교육 안전망과 미래 성장 동력을 훼손하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교부금 자동연동 폐지를 반대했다. 현행 '내국세의 20.79% 연동'의 틀이 명시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1971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무교육재정교부금법과 지방교육교부세법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이 법이 제정됐다. 공포 사흘 만인 1972년 첫날부터 전격 시행됐다. 이 법이 제정된 1971년은 출생아 수가 102만명으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았다. 통계상 연간 출생아 수가 100만명을 넘은 해는 1971년과 함께 1970년(약100만6000명), 단 두 해뿐이다. 이후 3년간 한 해 90만명 이상이 태어났다. 교육교부금 시행은 '신생아 100만명' 시대가 열렸던 그때였다. 1971년을 전후로 태어난 수백만명의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시기가 다가오고, 경제성장과 동시에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정부의 절박한 선택이었다. ■'칼과 방패'로 만난 옛 동지 이런 시대적 배경을 토대로, 예산당국(기획예산처)과 교육당국(교육부), 두 수장이 '교육교부금 수호의 동지'에서 피할 수 없는 싸움의 상대로 맞붙은 사실은 흥미롭다. 1969년생인 박 장관은 1976년 지방(전남 고흥)의 한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대도시뿐 아니라 지방도 국가가 세금으로 교육재정을 충당해 평등한 교육을 받도록 하자'는 취지의 교부금 제도가 자리 잡아가던 때였다. 콩나물시루 같던 교실 환경이 좋아지고 교과서를 무료로 받으며 의무교육의 질이 막 올라가던 시기였다. 박 장관은 2012년 국회의원이 됐고(이후 4선), 초선의원(당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이던 그해 11월, 당시 20.27% 수준이었던 내국세 연동 비율을 22%까지 올리자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로부터 10여년 뒤인 오늘의 현실에서 보면, 박 장관이 발의한 개정안은 미래를 잘못 예측한 명백한 오판이었다. 이유는 이렇다. 2012년은 대한민국 인구절벽의 전조가 시작된 시점이었다. 당시 '흑룡해' 대운의 속설이 유행하면서 11년 만에 가장 높은 출산율(합계출산율 1.29명)로 출생아 수가 48만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3년에는 43만명으로 1년 만에 급감했다. 이후 30대 초반 여성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인구 구조적 변곡점을 맞이했다. 전세와 주거비 부담이 급증하고 청년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6년 혼인건수는 28만건으로 1977년 이후 39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2017년 결국 출생아수 40만명이 붕괴됐다. 3년후인 2020년 30만명 선이 무너졌고, 2025년 기준 25만명이다. 박 장관은 의원 시절에 지방교육재정을 두둑하게 챙겨주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개정안을 낼 때 박 의원은 "학생 수는 줄어도 기본 교육비용은 줄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근혜정부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교육교부금에서 처리하는 문제를 놓고, 당시 박 의원은 "지방교육재정이 고사 직전"이라며 선봉에 서서 비판했다. 2013년 당시 교육교부금은 약 41조원(초·중·고 학생수 약 653만명)이었다. 13년 후인 2026년 학생수(약 483만명)는 170만명 이상 줄었으나, 소득세·법인세 등 내국세 연동으로 교부금(약 80조원)은 2배 가까이 불어났다. 만약에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1.73%p 상향)이 통과돼 유지됐다면 지난 10여 년간 최대 60조원의 막대한 재정이 교부금으로 더 들어갔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청년 일자리, 국가 연구개발(R&D)사업, 대학교육 등에 쓰일 나라 재정은 심각하게 고갈됐을 것이다. 교육당국 수장인 최 장관은 1953년생(그해 출생아 수 77만명)이다. 그는 교육재정교부금법이 시행되기(1972년) 전에 이미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졸업했다. 당시 열악한 환경에서 공교육 과정을 통과한 것이다. 교부금이 안착되고 있던 1981년, 최 장관은 교직에 첫발을 디뎠다. 학생 때는 혜택을 받지 못했으나 교부금이라는 든든한 인프라 위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교사로 일한 셈이다. 이후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지부장 등을 지내며 사회운동가로 변신했고, 진보 성향의 3선(2014~2025년) 세종시 교육감을 지냈다. 그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까지 맡아 "교부금을 줄이자"는 예산당국에 맞서 지금까지 교부금 체계를 지켜온 인물이다. 평생을 학교 현장과 지방교육청 최고 의사결정 라인에 있었던 최 장관은 '교부금 자동연동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최 장관은 공개토론에서 "교부금은 단순한 재정이 아니라 국가 책임교육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두 수장은 과거 한배를 탔었다. 국회의원과 교육감으로 '공교육 강화를 위해 교육교부금을 탄탄하게 유지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2014년 세종시교육감에 당선된 최 장관은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교부금에서 편성하라는 정책을 거부(보육대란)하며 박근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다. 당시 박 의원(교문위 야당 간사)은 지방교육청이 빚더미에 앉을 처지라며 "국가가 재정을 책임져라"고 교육계를 옹호했다. 10여년 후, 두 수장은 동지에서 피할 수 없는 싸움의 상대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교육재정의 룰' 새롭게 짜라 개혁은 고통과 저항을 수반한다. 때를 놓치면 갈등에 따른 유무형의 비용은 더 커진다. 결국 납세자, 국민들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 중앙정부는 국민들이 매년 납부하는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세수 일부를 고정적으로 초·중·고 교육비 재원으로 분담한다. 국가경제 성장과 함께 세수는 추세적으로 매년 확대되면서, 학령인구의 지속적 감소에도 교육교부금이 증가하는 구조가 50년 넘게 고착됐다. 이런 교육교부금의 개혁을 두고 예산과 교육, 양 측 모두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손가락은 미래를 가리키면서 눈은 '현재'만 보고 있지는 않은가. 쓸 만큼 세금을 걷어야할 책임이 전혀 없는 민선 교육감들은 중앙정부가 알아서 채워주는 곳간(교육교부금)을 믿고 '입학축하금' 같은 선심성 현금을 뿌리고 있다. 일부 교육청들이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스마트기기(태블릿PC 등)를 무상 지급하거나 방치하고, 학교건물 리모델링 사업(그린스마트학교)에 중복 투자하는 등 세금을 낭비한 사례(감사원 감사)는 차고 넘친다. 혈세가 줄줄 새고 있는데도 예산당국의 견제 권한은 사실상 전무하다. 교육교부금 개편을 연구해온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교육 지자체(시도 교육청) 재정 수입의 96.7%를 책임지고 있어 교육 지자체들은 재원 조달에 고심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우리의 교육자치에는 재원을 아껴 쓸 요인이 전혀 없고, 재원조달의 책무성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교부금 개편을 놓고 예산과 교육당국은 현재 영유아 교육·보육, 고등(대학)·평생교육으로 넓혀 쓰자는 정도의 타협점은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십수년 논의된 사안으로 새로운 것은 없어 보인다. 관건은 '돈주머니(교육교부금)'를 채울 방식(내국세 연동)과 집행 권한을 어떻게 바꿀지다. 교육당국은 현행 교부율 고수, 예산당국은 자동연동 폐지와 집행통제권 확보를 내세우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실용을 앞세운 이재명 정부가 재정지출 구조조정의 1순위를 교육교부금 개편으로 놓고, 예산당국에 힘을 실어준다는 점이다. 한 전문가는 "박 장관이 (과거 교육교부금 비율을 올리자고 개정안을 낸 것에 대해) 자기 반성까지 했는데, (적당히 타협하는 선에서) 물러서면 뭐가 되겠냐"고 했다. 교육당국은 "교부금을 줄이면 공교육이 무너진다. 내 아이가 피해를 본다"는 현재의 시각에서 위기론과 불안·공포의 감성 프레임으로 호소한다. 이를 상대하는 예산당국은 '예산 삭감, 지출 조정'과 같은 공급자(관료) 중심의 언어가 앞선다. 불합리한 구조를 알고도 갈등을 회피한 예산당국의 소극적 대처가 재정 왜곡을 고착시킨 원인 중 하나다. '아이들이 커갈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는 대의명분을 국민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필자는 한 해 국민과 기업이 내는 내국세의 5분의 1을 초·중·고교라는 특정 영역에만 무조건 고정하는 현행의 구조는 국가의 재정을 왜곡하고 세대 간 형평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에 동의한다. ' 20.79% 연동'은 성역이 아니다. 교육교부금은 국가 재정 전체의 관점에서 인구구조 변화, 인식 변화의 흐름에 맞게 왜곡을 줄이고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20.79% 자동 연동제'를 폐지하고 학령인구와 예산 총량을 따져 고등(대학)·평생교육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교육재정 모델을 도입해야 할 때다. 납세자가 낸 '귀한 세금'을 우리 아이들이 초·중·고교를 넘어 사회에 나와 내 나라에서 일하며 부를 이루고,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제대로 써야 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OECD 권고에도 올 세제개편안서 ‘담뱃세 인상’ 제외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하는 세제개편안에서 담뱃세 인상을 제외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인상 권고에도 불구하고 물가와 민생 부담을 감안할 때 지금은 추진할 시점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세제개편안에 담뱃세 인상 방안을 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뱃세 인상은 최근 국제기구와 보건당국을 중심으로 필요성이 제기됐던 사안이다. OECD는 최근 한국경제보고서에서 담뱃세 수준이 회원국 평균보다 낮다며 가격 인상을 권고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금연정책 재설계 과정에서 담뱃값 인상을 포함한 가격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담뱃세 인상에 선을 그은 가장 큰 이유는 '물가'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올라선 상황에서 담뱃세 인상은 곧바로 담뱃값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담뱃값이 한 갑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됐을 당시 통계청은 담뱃값 인상이 그해 1월 소비자물가를 0.58%p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유류세 인하 등 물가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정부로서는 담뱃세 인상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담뱃세의 역진성도 부담이다. 담뱃세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과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개별소비세 등으로 구성되는 대표적인 간접세다.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부과되는 만큼 저소득층일수록 소득 대비 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민생안정과 취약계층 지원을 국정 기조로 내세운 정부가 서민의 부담을 키울 수 있는 증세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정책적 명분도 예전만큼 크지 않다는 평가다. 담뱃값은 2015년 인상 이후 11년째 동결돼 있지만 지난해 담배 판매량은 34억4000만갑으로 2022년 이후 4년 연속 감소했다. 흡연 감소 추세가 이어지는 만큼 가격 인상을 통한 교정세 기능을 추가로 강화해야 할 시급성이 크지 않은 것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담뱃세는 물가와 역진성, 세수 여건, 국민건강 증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현재 분위기는 해당 사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는 담뱃세 인상에 선을 그었지만 논의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물가 부담이 완화될 경우 국민건강 증진과 금연정책 강화를 위한 담뱃세 현실화 논의가 다시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최용준 기자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속도 내는데… 초순수 플랫폼센터 '원점 재검토'

정부가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생산거점 확대와 용수 인프라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반도체 공정의 핵심 인프라인 국가 초순수 플랫폼센터 구축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후보지 공모를 진행하다 중단된 국가 초순수 플랫폼센터 구축사업은 현재 사업 규모와 재원조달 방식은 물론 추진방식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순수는 반도체 제조 공정의 세정에 사용돼 품질과 수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앞서 환경부(현 기후부)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초순수 생산기술을 국산화하고 실증·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국가 초순수 플랫폼센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초순수 기술개발과 수질분석, 실증·검증, 전문인력 양성, 기업지원 기능을 집약한 복합연구시설을 2030년까지 조성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본지가 지난해 4월 1일 보도한 바와 같이 사업비는 당초 3500억원에서 25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됐고, 국비 중심으로 추진하려던 사업도 지방비 매칭 방식이 검토되면서 후보지 공모가 중단됐다. 이에 따라 당초 목표였던 2030년 구축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당시에는 기본계획을 보완해 사업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후 제자리 상태다. 현재는 사업비와 재원조달 방식뿐 아니라 플랫폼센터 구축 자체가 가장 효과적인 방식인지까지 다시 따져보는 단계다. 기후부 관계자는 "사업비와 운영비가 많이 소요되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존 국가 연구개발(R&D)만으로 기술개발을 이어갈지, 별도 플랫폼을 구축해 상시 실증·검증 기반을 마련할지를 놓고 검토 중이다. 다만 기후부는 플랫폼센터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국가 R&D는 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이전하면 실증이 종료되지만, 플랫폼센터는 분석과 실증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설"이라며 "국산 기술을 기업들이 보다 쉽게 검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사업이 재개될 경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나 정부가 추진 중인 서남권 제2 반도체 생산거점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앞서 용인시는 반도체 클러스터와의 연계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플랫폼센터 유치에 나선 바 있다. 성균관대 수자원전문대학원 장암 교수는 "플랫폼센터는 연구개발과 인력양성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기반시설로,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온실가스 관측 초소형위성, 이름 지어주세요"…국민 공모 시작

[파이낸셜뉴스]기후위기 감시를 위해 개발 중인 온실가스 관측 초소형위성의 이름을 국민 손으로 짓는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13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온실가스 관측 초소형위성의 명칭을 공모한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원 감시와 감축 지원을 위해 개발 중인 위성에 대한 국민 관심과 이해를 높이려는 취지다. 과학원은 한화시스템과 함께 이 위성 5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2027년 하반기 1기, 2028년 하반기 4기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공모는 환경위성센터 누리집에서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위성의 상징성과 이름의 완성도·창의성 등을 종합평가해 총 3점을 선정한다. 수상자에게는 국립환경과학원장상과 함께 대상(1명) 100만원, 우수상(1명) 70만원, 장려상(1명) 30만원 상당의 부상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9월 9~11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7차 환경위성 국제워크숍 기간 중 열릴 예정이며, 세부 일정은 수상자에게 개별 통지된다. 성지원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부장은 "국민이 직접 선정한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위성의 상징성과 친근감을 높이고 우주개발 성과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려는 목적"이라며 "참신한 이름이 많이 응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韓, 스마트제조 국제표준화 '간사국' 수임

[파이낸셜뉴스]한국이 인공지능(AI) 기반 제조업 전환(M.AX) 흐름에 대응할 국제표준화 조직의 운영을 맡는다.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은 국제전기기술위원회 산업자동화위원회(IEC TC65) 산하에 신설되는 스마트제조 표준화위원회(SC65F)의 간사국을 수임했다고 13일 밝혔다. 새로 출범하는 위원회는 AI와 디지털트윈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이 제조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는 흐름에 대응해 만들어졌다. 생산 공정을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디지털트윈 공장, 설계부터 생산까지 데이터로 연결하는 스마트제조, AI가 제조공정을 스스로 판단·제어하는 자율제조 등 미래 제조 핵심 분야의 국제표준을 개발하는 역할을 맡는다. 간사국은 별도의 임기 제한 없이 위원회 운영과 국제표준 개발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자리로, 국제표준화 활동을 안정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지위를 갖는다. 국표원은 위원회 신설 논의 초기부터 독일, 프랑스 등 주요 표준 선도국과 협력해 설립 작업에 참여한 결과 간사국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 신설은 지난해 11월 IEC TC65 회의에서 한국 간사국을 명시한 신설안이 마련되며 시작됐다. 올해 3월 13일부터 4월 24일까지 진행된 IEC TC65 회원국 대상 투표에서는 일본, 중국, 독일, 프랑스, 미국 등 19개국 중 16개국이 찬성했고(3개국 기권), 6월 5일부터 7월 3일까지 진행된 IEC 표준화관리이사회(SMB) 최종 승인 투표에서는 15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지난달 30일에는 TC65 국제총회와 연계해 SC65F 워크숍이 열려 작업반 운영 지침 등이 논의됐다. 국표원은 앞으로 SC65F 사무국을 운영하며 제조 분야 데이터, 제조 AI 운영·관리 기술 등 국내 핵심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김대자 국표원장은 "이번 간사국 수임은 우리나라가 제조 강국을 넘어 미래 제조산업의 국제표준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우리 기업이 보유한 M.AX 기술과 혁신 성과가 국제표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IEC TC65는 산업공정의 계측·제어 및 자동화 관련 시스템과 요소기술 표준화를 다루며, 한국·일본·중국·독일·프랑스 등 P멤버 31개국과 O멤버 1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SC65F는 디지털공장, 스마트제조 구조 및 참조모델,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기업-제어 시스템 통합, 배치 제어시스템 등 12개 분야를 다룬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임광현 "세수 쏠림형 포트폴리오…미래대응기금 꼭 필요한 정책"

[파이낸셜뉴스] 임광현 국세청장은 12일 "반도체 특수로 인한 추가세수를 3대 메가 프로젝트 지원 등 국가의 장기적 경쟁력 강화에 사용코자 하는 미래대응기금 조성방안은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했다. 임 청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입기관 입장에서 볼 때 저출산 고령화로 증가할 복지수요에 대비한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내일의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 청장은 "우리 세수를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세입구조는 특정 산업과 소수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며 "이러한 쏠림형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국가의 세입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항상 걱정이 된다"고 짚었다. 아울러 임 청장은 "지난 20여년간 우리나라의 세수와 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이러한 특징이 분명하게 나타난다"며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누릴 때는 법인세 중심으로 세수가 빠르게 증가한 반면, 반도체 경기가 둔화될 때에는 기업실적 악화와 함께 세수도 감소하여 재정운용의 어려움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임 청장은 "올해 역시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맞이해 법인세가 증가하고, 이에 힘입은 주식시장 활성화로 증권거래세 등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재정은 세수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 뿐만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인 구조로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임 청장은 "세수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는 초격차 산업으로 지속 육성해 글로벌 기술 우위를 공고히 하는 한편, 미래먹거리인 새로운 전략산업을 적극 투자 육성해야 한다"며 "이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보다 균형적이고 안정적인 세수 기반을 구축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