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로 분열된 사회
SK하이닉스에 다니는 지인은 요즘 사람을 만날 때마다 성과급 이야기를 듣는다고 했다. 가족 모임에서도 비슷하다. 말로는 아무도 요구하지 않지만, 왠지 올해는 그가 무슨 선물을 해올지 기대하는 눈빛이 느껴진다고 했다. 택시를 타고 "하이닉스로 가주세요"라고 해도 돌아오는 말은 비슷하다. "성과급 많이 받으셨겠네요." 그는 "이마에 성과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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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에 다니는 지인은 요즘 사람을 만날 때마다 성과급 이야기를 듣는다고 했다. 가족 모임에서도 비슷하다. 말로는 아무도 요구하지 않지만, 왠지 올해는 그가 무슨 선물을 해올지 기대하는 눈빛이 느껴진다고 했다. 택시를 타고 "하이닉스로 가주세요"라고 해도 돌아오는 말은 비슷하다. "성과급 많이 받으셨겠네요." 그는 "이마에 성과급이라고

1997년 가을 한국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한보철강에 이어 기아자동차까지 무너지면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은 얼어붙었고, 해외 금융기관들은 한국 금융회사들에 빌려준 단기 외화자금의 만기 연장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이 폭락하기 전 먼저 무너진 것은 신용시장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국 주택가격 하락이 서브프라임 모기�

1970년대 세계 선박 건조량을 양분하며 바다를 호령하던 영국 조선업의 몰락 원인은 이른바 '영국병(British Disease)'이었다. 수많은 하청과 직종별로 쪼개진 노조가 사사건건 파업을 무기 삼아 도크를 마비시켰고, 납기를 놓친 영국 조선소들은 신뢰를 잃으며 아시아에 패권을 넘겼다. 퀀텀점프를 앞둔 한화오션에 덮친 노동 리스크를 보며 반세기 전 영국의 뼈아픈 역사가 기시감�

지난 5월 최교진 교육부 장관의 기자간담회 자리는 책임감보다 무력함이 앞섰다. 장관은 국가 교육 백년대계를 이끌 수장임에도 "최교진 하면 떠오르는 교육정책은 특별히 고민해 본 적이 없다"며 본인의 비전 부재를 당당히 시인했다. 한 달 뒤인 6월 9일 교육부를 필두로 15개 부처가 합동 발표한 '10대 청소년 자살예방 범정부 추진 대책'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최근 10

국민연금은 단기적 증시 수급이나 여론에 좌우되지 않도록 기금운용의 재무적 전문성과 의사결정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거버넌스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높이고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를 한시적으로 확대하며 시장 내 기계적 매도 압력을 완화하려 한 조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중장기 자산배분 원칙 측�

'위기는 종종 무감각 속에서 자란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55원을 돌파했다. 개장 기준으로는 17년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환율은 이미 15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장 구간이다. 과거라면 비상상황으로 받아들여졌을 숫자가 어느새 일상이 됐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1540원 돌파가 충격으로 여겨졌지만 시장은 곧바로 더 높은 �

선거 이후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소가 밀집한 충남·울산·부산 등 비수도권에는 낮은 요금을, 전력을 소비만 하는 수도권에는 높은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십년간 유지해 온 전국 단일요금제가 끝나는 것이다.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송전탑과 소음, 환경 위험을 오랫동안 고스란히 감내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곳곳에 자기 이름을 새기고 있다. 처음엔 "진짜야?" 하며 실소가 나왔다가 점점 "왜 그럴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를 이해해보기로 했다. 250달러짜리 지폐를 새로 발행해 거기에 트럼프 얼굴을 넣겠다고 한다. 워싱턴DC의 대표 공연장인 케네디 센터는 '트럼프 케네디 센터'로 간판을 갈았다.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어린이 자산형성 �

이재명 정부는 인공지능(AI)에 전례 없는 투자를 예고하며 '소버린(주권) AI'를 추진 중이다. 이에 맞춰 AI 예산과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런데 빠진 것이 있다. 'AI 머니'다. 파이낸셜뉴스가 지난달 주최한 '제27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마이클 J 케이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 산하 디지털화폐이니셔티브(DCI) 수석고문은 바로 이 문제를

이번 삼성전자에서 발생한 노사갈등은 단순한 임금협상 충돌이 아니다. 지난 수년간 노동계와 정치권이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상징적 적폐처럼 몰아붙이며 만들어낸 구조적 후폭풍이다. 2020년 전후 노동계와 정치권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반드시 해체해야 할 시대적 과제로 규정했다. 친노조 정권 아래 '무노조 경영 폐기' 구호는 시민단체로 번지며 쏟아졌다. 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