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품종의 포도라도 재배 지역의 토질과 기후, 양조 방식에 따라 풍미가 달라진다. ⓒKlara kulikova on Unsplash
여기 김치가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김치는 배추, 열무, 무와 같은 채소와 고춧가루, 마늘, 젓갈로 만듭니다. 김치의 맛은 재료의 상태와 발효 조건, 만드는 사람의 조리법에 따라 다릅니다. 어울리는 음식도 각각 다릅니다. 김치뿐만 아니라 모든 요리가 그렇습니다. 오늘 소개할 술, 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와인은 포도의 품종, 포도 재배 환경, 와이너리(와인 양조장)의 양조 방식에 따라 다른 풍미를 냅니다. 와인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빈티지'라는 말은 포도를 수확한 해(年)를 의미하는데 같은 와이너리에서 동일한 포도 품종을 사용하더라도 해마다 일조량과 강수량, 기온이 다르니 역시 맛과 향에 차이가 납니다.
그런가하면 같은 품종의 포도라도 재배 지역이 다르면 맛이 달라집니다. 기후는 물론이고 토양이 포함한 영양에 따라서도 포도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와인은 천가지 맛과 향, 그보다 훨씬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매력적인 술입니다.
그렇다면 와인을 알기 위해서 먼저 배워야 할 '와인 기초 지식'은 무엇일까요? 알아두면 좋은 와인 용어와 와인을 고를 때 도움이 될 만한 와인 기초 지식 '와인 품종'도 몇 가지 준비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대표적인 와인 산지도 소개하겠습니다.
풀바디에 가까운 와인일수록 육즙이 풍부하거나 풍미가 진한 음식과 어울린다. 육류 스테이크, 숙성한 치즈, 진한 소스의 파스타와 같은 음식을 말한다. ⓒ사진 Lefteris kallergis on Unsplash
① 바디(Body)
와인을 설명할 든 때 '라이트바디' '풀바디'라는 말을 씁니다. '바디(Body)'는 와인의 질감, 무게, 풍미와 같이 복합적인 단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와인의 바디는 풀, 미디엄, 라이트로 나눕니다. 가령 와인을 입에 머금었을 때 입에 감기는 무게가 묵직하고 떫은 맛이 강하며 풍미가 진한 것은 풀바디라고 표현합니다.
풀바디 와인은 맛과 향이 강한 음식과 어울립니다. 스모키한 향이 나도록 구운 스테이크를 비롯해 육류 중에서도 육즙이 가득한 부위, 신선한 치즈가 아니라 쿰쿰한 향이 돋보이는 치즈, 소스를 듬뿍 넣어 만든 스파게티와 같은 음식들입니다. 반면 라이트바디에 가까운 와인은 묽고 깔끔하며 산뜻하니, 샐러드나 생선회와 같이 신선하고 가벼운 질감의 음식과 어울립니다.
풀바디 와인은 라이트바디 와인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풀바디 와인이라고 해서 모든 음식과 어울리는 것은 아닙니다. 와인의 바디는 페어링할 음식에 맞추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② 타닌(Tannin)
쓴맛, 떫은맛, 텁텁한 맛과 같은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타닌'은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성분입니다. 포도 껍질이나 포도 줄기, 와인을 숙성하는 통인 참나무통에서 생깁니다. 포도 껍질이나 포도 줄기와 같이 포도에서 생기는 타닌은 '프루츠 타닌' 참나무통에서 생기는 타닌은 '우드 타닌'이라고 부릅니다.
흥미로운 것은 타닌에 노화 방지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타닌은 식물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톨의 일종입니다. 노화를 유발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③ 아로마(Aroma)
'아로마'는 포도가 가진 고유의 향을 말합니다. 포도의 품종과 산지에 따라 다른 아로마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신선하고 달콤한 과일 향, 화사하면서도 우아한 꽃의 향과 같이 그 종류가 다양합니다. 물론 모든 품종이 과일이나 꽃과 같이 신선하고 화사한 향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귤, 라임과 같이 청량하고 산뜻한 시트러스 향이 나는 품종이 있는가 하면 산딸기류의 농익은 향이 느껴지는 것도 있습니다. 비가 내린 숲에서 맡을 수 있는 젖은 돌의 향이나 젖은 나뭇잎의 향을 맡을 수 있는 품종도 있습니다.
④ 부케(Bouquet)
아로마가 숙성과 관계 없이 나타나는 포도 본연의 향이라면 부케는 숙성 후 새롭게 생기는 향을 말합니다. 와인을 숙성하는 통에서, 포도와 같이 숙성한 포도의 줄기에서 향이 배기도 합니다.
계피나 정향과 같이 향신료의 톡 쏘는 향이 느껴질 수도 있고, 반대로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우러나와 와인이나 바닐라 같은 풍미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초콜릿처럼 달콤 쌉싸래한 향이나 강렬한 스모키 향과 같이 의외의 부케를 알아갈 때면 와인에 대한 흥미가 더욱 깊어집니다.
빈티지는 포도를 수확한 해(年)를 뜻합니다. 숙성한 와인을 병에 담아 시중에 출고하는 해가 아닙니다. 와인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오래된 빈티지의 와인의 맛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와인 애호가들은 특정 빈티지를 기억해 두었다가 같은 빈티지의 와인을 선별하곤 합니다.
무릇 모든 과일이 그렇듯 포도 역시 한 해의 일조량과 강수량, 온도와 같이 날씨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일조량이 부족하면 포도가 제대로 영글지 않아 맛이 풍부하지 못하고, 일조량이 너무 좋아도 포도나무가 말라 죽을 수 있습니다. 강수량이 많은 해에는 포도의 단맛이 떨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일조량이 적당한 해라고 해서 모든 와인이 맛있는 것은 아닙니다. 화이트와인을 대표하는 포도 품종인 쇼비뇽블랑은 서늘하고 습한 날씨에 맛이 깊어집니다. 이처럼 강한 해와 건조한 날씨에서 잘 자라는 포도 품종이 있는가 하면 서늘한 기후에서 무르익는 품종이 있습니다.
또 와인은 유럽, 북미, 뉴질랜드와 같이 전 세계에서 생산되니 같은 빈티지라도 대륙과 생산지에 따라 작황 상황이 다릅니다. 나아가 소위 '나쁜 빈티지'라고 해도 와이너리와 양조가의 기술에 따라 와인의 맛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②테루아(Terrori)
포도를 수확하기 까지 포도 재배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 환경을 '테루아'라고 합니다. 강수량, 일조량은 물론이고 토양에 함유된 영양분의 종류는 무엇인지, 배수가 잘되는 토질인지도 포함합니다. 테루아라고 읽기도, 떼루아라고 읽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포도 농장의 풍경. 포도가 자라는 데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를 '테루아'라고 한다. ⓒ사진 ideadad on Unsplash
전 세계의 와인 산지에서 두루 재배하는 레드와인 품종입니다. 까베르네 소비뇽은 달지 않고 떫으며 신맛을 내는데 블랙체리, 자두와 같은 아로마가 느껴집니다. 포도의 완숙 정도에 따라 우디한 식물의 아로마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바디가 묵직해 소고기나 양고기와 같이 육류나 쿰쿰한 향의 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까베르네 쇼비뇽이라고 해도 재배 국가의 기후와 토양, 와이너리의 기술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맛을 내니 나라별로 까베르네 쇼비뇽 와인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시라 역시 레드와인 품종으로 프랑스 남부에서 주로 재배합니다. 하지만 호주와 같이 신대륙에서도 시라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시라(Syrah)라고 부르지만, 호주에서는 시라즈(Shiraz)라고 부릅니다.
시라는 당도와 산도가 낮고 바디가 묵직하며 타닌이 강합니다. 포도 재배지에 따라 맛과 향에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대표적으로 프랑스 남부에서 수확한 시라는 드라이하고 톡 쏘는 허브와 후추의 향이 돋보이지만 호주에서 수확한 시라는 그 맛이 농밀하고 풍부하며 다크 초콜릿, 과일과 같이 감미로운 아로마가 특징입니다.
타닌이 강한 포도는 숙성 기간이 길고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시라즈로 레드 스파클링 와인도 선보입니다.
와인 하면 빠지지 않는, 때로 가장 먼저 일컬어지는 와인 산지 '부르고뉴'. 부르고뉴의 대표 포도 품종이 바로 피노 누아입니다. 부르고뉴에는 가톨릭교회와 수도원이 포도를 재배하며 기록한 자료가 전해져오는데 기록의 역사가 무려 천 년이 넘습니다. 부르고뉴에서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밭에 등급을 부여해 최상급의 포도를 생산합니다. 또 부르고뉴의 땅에는 석회가 풍부한데, 석회가 많은 땅은 피노 누아가 자라기에 좋습니다.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는 세계적으로도 최상급으로 평가합니다.
피노 누아는 타닌이 적어 떫은 맛 없이 입안을 부드럽게 휘감습니다. 풀바디보다 가벼운 미디엄바디 정도로 적당히 무게가 있으면서도 달지 않아 끝맛이 깔끔합니다. 베리류의 아로마가 풍부합니다. 이런 탓에 레드와인 품종이지만 육즙이 많은 고기보다는 담백한 닭고기, 연어, 송어와 같은 요리와 더 어울립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 중 한 곳인 보르도 지역의 화이트 와인 품종, 쇼비뇽 블랑. 달지 않고 신맛이 적당합니다. 완전히 가볍지 않으면서도 약간의 떫은 맛도 있습니다. 종합해보자면 산미가 좋고 드라이한 편이니 어울리는 음식이 아주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풀바디에 어울리는 리치한 맛이나 라이트바디에 어울리는 신선하고 가벼운 맛 보다는 베트남요리, 태국요리와 같이 균형있는 맛의 요리와 궁합이 좋습니다.
쇼비뇽 블랑은 푸릇한 멜론이나 쨍하게 맑은 맛의 자몽, 청량한 백도의 향과 더불어 풋내와 미네랄 아로마가 돋보입니다. 서늘한 기후에서 자란 품종은 더운 기후에서 자란 그것보다 푸릇한 식물의 향과 꽃 향이 진하며 반대로 더운 기후에서 자란 것은 열대 과일의 풍미가 더 진한 것이 특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