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사 1395개

  '머니 무브'의 그림자

'머니 무브'의 그림자

"정말 적금 해지하시겠습니까?" 입사 후 매월 붓던 적금을 깨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1분 남짓이었다. 중도해지 이율이 적용된다는 경고문구도, 만기까지 남은 시간을 다시 알려주는 알림창도 그 순간만큼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적금을 깬 계기는 거창하지 않았다. 은행이 수신금리를 0.1~0.2%p 올린다는 기사를 쓰던 차였다. 같은 날 반도체주 주가 전망치가 줄줄�

  겉도는 최저임금 제도개선

겉도는 최저임금 제도개선

"기자님 월급도 기자님이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결정하면 이상하지 않겠어요?" 취재현장에서 만난 20대 아르바이트생이 이같이 물었다. 이 청년은 "매년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과정을 뉴스로 보고 있는데 결정방식이 기이하다"고 했다. 노동계 대표로 최저임금 협상 테이블 전면에 나서는 양대노총이 과연 청년의 대표성을 갖고 있느냐는 반문이기도 하다.

  검찰개혁의 得失표

검찰개혁의 得失표

최근 뉴스와 유튜브를 보다 보면 종교와 정치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단 하나의 신만 정답이고 다른 신은 틀렸다고 믿는 일부 종교처럼 정치 역시 과도하게 양극화되고 이분화되는 것 같다. 국민 개개인의 행복과 효용에 따라 지지하는 정당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지하는 정당이 하는 모든 일은 옳은 것'이라는 본말 전도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검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왜 형사가 됐나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왜 형사가 됐나

메일함에 도착한 한 통의 제보메일. 첨부파일을 열어보니 서울 곳곳의 건물 위치와 임대인, 법인, 공인중개사, 가족관계가 선으로 연결된 관계도가 담겨 있었다. 얼핏 수사기관이 작성한 사건 분석자료 같지만, 이 자료를 만든 사람들은 경찰도 조사관도 아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청년 세입자들이었다. 지난해 서울 동작구 청년안심주택 '사당 코브' 보증금 미반환 사�

  귀농귀촌의 성공 조건

귀농귀촌의 성공 조건

아버지의 설렘은 드문 일이다. 지난해 아버지가 귀농귀촌을 위해 점찍어둔 충북 단양군 시골집에 같이 갔다. 아버지는 창문 밖 벚나무를 가리키다가 '더 멋진 곳이 있다'며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뒷동산까지 나를 끌고 올라갔다. 집터 이곳저곳을 다니느라 들뜬 아버지는 스마트폰을 떨어트린 줄도 몰랐다. 해가 저물고 땅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잃어버린 것을 찾던 아버

  침몰하는 선관위

침몰하는 선관위

배에 자그마한 균열이 생기면 물이 새어 들어온다. 방치하면 배는 침몰한다. 선거관리위원회의 현재 상태다. 선관위는 침몰 중이다. 선관위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심장이다. 민주주의 그 자체인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를 책임지는 기관이어서다. 어느 기관보다 엄격하고도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그러나 수년간 드러난 선관위 모습은 가관이었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의 또다른 족쇄

전세사기 피해자의 또다른 족쇄

"이제는 정말 이사를 가고 싶은데 집이 팔리질 않아요. 부동산에서도 일단 월세를 놓고 기다리자고 하네요." 2023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A씨는 요즘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보증금을 모두 날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직접 낙찰받았지만, 정작 그 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A씨가 거주 중인 곳은 서울 금천구의 한 빌라다. �

  20대의 초라한 투자성적표

20대의 초라한 투자성적표

"막차라도 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 마이너스 통장으로 1억원을 빌려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투자한 30대 직장인의 말이다. 그는 코스피의 가파른 상승세를 "사실상 마지막 사다리"라고 표현했다. 포모(FOMO·소외 공포)가 청년들을 빚투(빚내서 투자)로 몰고 있다.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8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

  후폭풍 거센 '투표용지 부족' 사태

후폭풍 거센 '투표용지 부족' 사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한 쇄신 요구도 거세다. 이번 사태로 드러난 선관위의 안일한 선거 준비와 부실한 대응은 향후 국정조사나 별도 조사기구로 철저히 규명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미 치러진 선거를 다시 해야 하는지, 나아가 이를 곧바로 '부정선거'로 규정할 수 있는지는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7�

  신뢰 잃은 선관위

신뢰 잃은 선관위

명명백백 부실선거였다. 6·3 지방선거를 사전투표부터 본투표, 개표 이후 현장까지 지켜보며 가장 크게 남은 감정은 복잡함이었다. 투표의 무게를 새삼 느낀 선거였다. 사전투표 첫날 새벽부터 줄을 선 시민들이 있었고, 본투표일에는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이 언덕 위 초등학교 투표소까지 힘겹게 올라왔다. 짧은 오르막을 두 번씩 쉬어가며 몸을 가누는 모습은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