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쌓아올린 檢 수사역량… 사실관계 확인에만 쓸 수 있어 [형사사법체계 대전환(중)]
검찰청 공식 폐지로 인해 생겨나는 공백을 두고 판결을 내려야 하는 법원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중대범죄를 비롯한 모든 실체적 수사는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경찰이 전담하며, 법무부 소속 공소청 검사는 기소와 공소유지라는 본연의 역할에만 집중한다. 수사를 직접 지휘하거나 수행하지 않은 검사가 재판장에 서는 만큼 판사가 기록의 빈 자리를 어디까지 채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두 갈래로 쪼개진 검찰에 맞춰 외부 수사기관의 기록을 검증하고, 공소 제기가 적법했는지를 따져 묻는 역할이 법정으로 향할 가능성도 있다. ■칼자루 놓은 검사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 형사소송법과 새로 바뀐 검사와 사법경찰관(사경) 간 '수사준칙' 등에 따라 오는 10월 2일부터 검사의 역할에서 '직접 수사'는 사라진다. 검사는 직접 수사는 물론 경찰이 넘긴 송치사건에서도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다. 추가 수사가 필요하면 사경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하고, 별도의 범죄 혐의를 발견해도 사경에 수사를 요청해야 한다. 대신 보완수사요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가 강화된다. 사경은 검사의 보완수사요구를 원칙적으로 1개월 내 이행해야 하고, 검사는 사건번호를 유지하면서 이행 여부를 관리한다. 사경은 보완수사 결과를 최종 통보하기 전 검사와 협의하고, 검사는 7일 내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종합수사 결과보고에는 기존 수사결과와 증거관계, 보완수사 내용과 결과가 달라진 경우 그 이유까지 담도록 했다. 직접수사를 대신해 '사실관계 확인' 제도도 도입된다. 검사는 송치사건의 기소 여부나 불송치사건의 재수사요구 여부, 공소유지를 판단하기 위해 피의자·사건관계인·사경 등의 의견을 듣거나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다. 전문가 의견을 듣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어 직접 보완수사와는 구별된다. 영장 단계에서 검사의 사법통제 역할도 남는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 검사는 청구 여부를 결정하기 전 피의자·변호인을 면담하거나 사경에 의견 제시를 요구할 수 있다. 면담은 출석뿐 아니라 화상이나 전화로도 가능하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법률적 판단이나 증거수집의 적절성에 대해 검사에게 의견을 요청하는 절차도 마련됐다. 금융·증권, 공정거래, 기술유출 등 전문적인 법률 판단이 필요한 사건은 '중요사건'에 추가돼 송치 전부터 검·경이 협력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직접수사가 사라진 만큼 영장과 기소 판단 등에서 검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사건 적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영장 청구와 기소 여부를 엄격히 판단하는 기조가 자리 잡으면 공소청 검사의 존재감은 뚜렷해질 수 있다"면서도 "미제 사건이 많은 상황에서 신속한 처리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사 면담이 제도화되면 사건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기회로 활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실' 메우려다 '예단' 우려도일각에서는 이전 법정에 비해 판사가 직접 사실확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외부 수사기관의 기록 완결성이 과거 검찰 직접수사 시절보다 떨어지거나, 공판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날 경우 실체적 진실을 가려내는 것은 재판부의 몫이라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법원의 '직권 증거조사' 가동이 이전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재판부가 쟁점 규명을 위해 피고인이나 증인을 더 깊숙이 신문하거나 직권으로 관련 기관에 사실조회를 신청하고 자료 제출을 명령할 수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지나친 재판부의 개입이 과도해질 경우 특정 방향으로 유죄 심증을 굳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당사자주의 체계에서 법원이 지나치게 주도적으로 진실 규명에 나설 경우, 재판부가 특정 방향으로 유죄의 심증(예단)을 품고 재판을 이끈다는 피고인 측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자칫 검사의 입증 책임을 법관이 대신 떠안아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든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강용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국선전담변호사는 "형사소송에서는 거증책임은 검사가 지는 것이고, 최선의 심리 후에도 범죄사실의 존부에 관해 법원이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경우에는 거증책임의 분배에 따라서 피고인은 무죄가 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재판부는 앞으로도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사가 즉각적인 보완수사로 증거의 틈을 메우지 못한다면 법원의 무죄 선고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판사로서도 심리 미진과 예단 논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셈이다. [email protected] 이창훈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