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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용인 반도체 단지도 불확실한데…

"토지 보상을 최근 마쳤습니다. 연내 건물 보상도 확정할 예정입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지정된 부지에 공장을 운영 중인 중소기업 임원이 이같이 밝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현재 기업과 주민을 대상으로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 해당 임원에게 공장을 어디로 옮길 거냐고 물으니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기간이 5년 이상 남았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평택 부지 마지막 공장 'P5 팹2' 착공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 역시 청주 남은 부지에 'M17'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렇듯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기존 보유 부지에 마지막 공장 건설에 나서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먼저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안에 첫 번째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 상황을 봐서 용인 첫 번째 공장 착공에 나설 전망이다. 때마침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호황기에 진입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용인 공장 증설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향후 반도체 시장이 불황으로 접어들 경우, 용인 공장 건설 속도가 늦춰지거나 혹은 건설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 심지어 기존 공장 가동률을 낮춰야 하는 상황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향후 10년 정도 한국 반도체 제조 메카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최근 호남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용인 이후를 내다본 정부 전략으로 풀이된다. 물론 앞으로도 반도체 호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러한 시나리오가 맞다. 하지만 반도체 시장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 여기에 중국 창신메모리 등이 빠르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 기업들은 한발 앞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만들고 이를 곧바로 제조에 적용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러한 기업을 위한 핀셋 지원에 주력하는 게 맞다. 하지만 호남 메가프로젝트는 이렇듯 기업 지원과는 동떨어진, 정치 논리라는 건 반도체 종사자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부디 정부가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하는 데 글로벌 경쟁으로 바쁜 기업을 활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한국을 먹여 살릴 산업이 사실상 반도체 빼고 남은 게 없어서 하는 말이다. [email protected] 강경래 중기벤처부 차장

[강남視角] 용인반도체에도 필요한 것은 '속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800조원을 투자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 속도는 숨 가쁠 정도다.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사업 추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 6일 대통령 주재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는 광주 군공항 부지를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 입지로 결정했다. 투자계획 발표와 부지 선정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일주일. 광주 군공항 부지는 이미 평탄화가 이뤄져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 선정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9일에는 광주 군공항 부지와 인근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같은 속도전에 호남 반도체 완공 시점을 이재명 정부 임기 내인 2030년으로 제시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약속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호남 반도체가 2026년 말 또는 2027년 초 착공해 2028년 전력·용수 공급, 2030년 양산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당초 '조감도에 그칠 것'이라는 일각의 회의론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호남 반도체가 속도를 내는 사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관심의 중심에서 비켜났다. 기업들은 당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우선 조성한 뒤 호남 팹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직접 설득해 '용인·호남 동시 추진'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토지보상, 이주대책, 부지 조성공사, 전력·용수 공급, 도로와 폐수 처리시설 구축 등 선행 절차가 산적한 상태다. 특히 국가산단은 단순한 토지 매입 사업이 아니다. 주민 생활권 이전, 영업 보상, 이주단지 조성, 민원 대응 등이 맞물려 있어 보상 절차가 길어질수록 착공 시점도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다. 용수 확보도 핵심 변수다. 용인 국가산단과 SK하이닉스 일반산단에 물을 공급할 용수공급 통합관로 사업은 현재 2034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팹 가동 시점을 앞당기려면 용수관로 준공 일정도 함께 조정해야 한다. 삼성전자 국가산단 3~6기 팹과 SK하이닉스 3·4기 팹까지 고려하면 용수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산단은 전력과 용수만 갖춰진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대규모 장비와 자재가 반입되고 협력사 인력이 상시 이동하는 만큼 도로와 물류망, 폐수처리시설, 환경 인허가, 안전관리 체계까지 유기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팹 착공이 빨라도 협력사 입주가 늦으면 운영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협력사 입주 부지와 임대공장, 공동 물류센터, 장비 유지보수 거점 역시 부지 조성 단계부터 함께 계획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착공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인공지능(AI) 경쟁의 속도전을 들었다. 이 대통령은 "누가 얼마나 더 빨리 선점하느냐, 누가 더 빠르냐로 결판이 나는 것 같다. 그야말로 오직 속도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 기준은 호남뿐 아니라 용인에도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 때마침 삼성전자가 용인 반도체 첫 번째 팹의 가동 시점을 2029년으로 당초 계획보다 1~2년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통상 반도체 공장 건설에는 2년가량이 소요되는 만큼 1기 팹이 2029년에 가동되려면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는 부지 조성 공사가 시작되고, 내년에는 착공과 함께 본격적인 골조 공사가 진행돼야 한다. 호남과 용인의 경쟁은 어느 한쪽의 승부가 아니다. 두 축이 함께 돌아가야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도 극대화될 수 있다. 이제 두 클러스터의 첫 팹 완공과 가동 시점은 사실상 비슷해졌다. 정부가 '속도전'을 강조했다면 그 원칙은 용인에도 흔들림 없이 적용돼야 한다. 그래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추진에 담긴 정부의 진정성도 비로소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email protected] 전용기 기자

[사설] 부동산 대토론회, 세금 인상 위한 요식절차는 안돼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가 오는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다. 공급과 금융, 세제 등 주요 쟁점을 놓고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 결정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공유한 쟁점은 적정한 보유세, 실거주용 1주택과 비거주용, 다주택에 대한 보유세 차등 적용, 보유세와 거래세 관계 등이다. 공급과 금융정책도 포함돼 있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보유세 인상 방안이 주된 의제임을 알 수 있다. 이를 놓고 야당은 답을 정해 놓은 토론회라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실 이 토론회의 시기는 좀 늦었다. 서울에서 시작된 급격한 집값 상승은 이재명 정부 초기부터 시작됐다. 급등이 가시화될 때쯤 전 국민 토론회를 열어 중지를 모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늦었더라도 각계각층의 의견, 특히 실수요자인 국민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것을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부동산 문제는 어느 정권도 해답을 내놓지 못할 만큼 정책적 난제다. 박근혜 정권 때처럼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고심한 적도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28차례나 대책을 내놓았는데 규제 일변도였다. 규제의 반복이 부른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재명 정부도 몇번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에서 먹히지 않았다. 최후의 카드처럼 꺼내 들 도구가 결국 보유세 인상이라는 규제로 보이는데 반발이 만만치 않아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 토론회에서 보유세 인상 부분이 가장 많이 언급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또한 하나의 결론을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보유세 인상 찬성과 반대 의견으로 나누어질 것이며 정부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만 할 것이다. 정부로서는 한쪽의 의견을 수용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집값 안정의 효과를 우선 고려하면서 집을 가진 납세의무자들의 입장도 무시하면 안 될 것으로 본다. 가장 위험한 결정은 공론화를 앞세운 정책의 정당화다. 문재인 정부 때 탈원전 정책이 그랬다. 물론 탈원전에 대한 의견 차는 지금도 있지만 현재의 에너지 수급 상황에서 볼 때는 실패한 정책이다. 이번 토론회 또한 보유세 인상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다고 해서, 정부가 그 의견을 따랐을 때 집값 하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이른바 '다수결의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된다. 또한 세금을 올리기 위한 요식 행위 또는 절차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역대 정권에서 집값 대책으로 공통된 것은 공급 증대였다. 이재명 정부 또한 공급을 가장 중요한 대책으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공급 부지의 부족이다. 그렇더라도 부동산 대책의 방점은 언제나 공급에 찍어야 한다. 태릉골프장처럼 집을 지을 땅이 어디에 더 있을지 찾아보고 공급을 늘리는 데 대책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맞다. 재개발·재건축 여건 완화도 토론회 주제로 삼았으면 한다.

[사설] 반도체 경쟁 격화, 공장 완공 하루라도 더 빨리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이 뜨겁다. 인공지능(AI) 개발과 보급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에 자극을 받은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를 1조5112억달러(약 227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보다 90% 많은 수치다. 메모리 시장은 전년 대비 250% 성장한 8039억달러 규모로 본다. AI 거품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지만 당분간은 더 발전할 것이며, 이에 따라 내년에도 반도체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반대로 반도체 시장이 '피크아웃(정점 통과)'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은 잦아들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세계적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은 2035년까지 미국 투자액을 2500억달러로 늘리고 D램 생산의 40%를 미국에서 할 것이라고 한다. 대만의 TSMC도 미국 투자 규모를 1650억달러까지 확대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업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 등 중국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로 기존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너도나도 천문학적인 투자를 천명한 반도체 기업들의 승패는 이제 속도에 달렸다. 어느 산업이든지 수요와 공급의 시기를 일치시키는 기업이 종국에는 경쟁에서 이긴다. 불황일 때 투자해서 호황기에 대비하고, 호황기에는 불황기에 대비하는 전략이다. 반도체 산업은 경기순환의 영향을 받기에 더욱 그 시기를 잘 맞춰야 한다. 공장 건설을 지체하다 불황에 들어서는 시기에 완공하면 과잉투자가 된다. 한국 기업들은 용인 국가산단에 이어 광주산단 건설을 발표한 상태다. AI발 반도체 경기가 몇년 동안 지속될 수 있지만 그 이후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몇년 후 피크아웃에 접어든다면 그 전에 공장을 다 지어 제품을 공급해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광주산단도 제반 여건을 신속히 마련하면서 동시에 용인산단의 완공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삼성전자가 용인산단 1호 팹(공장)의 준공시기를 당초 2031년에서 2029년으로 2년 앞당기기로 한 것은 당연하고도 잘한 일이다. 산단 건설은 정부 지원, 기업의 추진력, 자금 확보라는 3박자가 맞아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기와 용수 등 인프라 공급은 정부의 의지 없이는 속도를 낼 수 없다. 지금까지 용인산단 건설이 더뎠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앞으로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도 용인산단 건설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 수백조원, 수천조원이 드는 투자재원도 기업의 힘만으로는 힘들다. SK하이닉스가 미국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한 것은 그런 면에서 다행스럽다. 이번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은 40조원 정도다. 전체 소요 재원과 비교하면 일부에 불과하다. 기업으로서는 매출을 많이 올릴 수 있을 때 극대화해야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투자와 매출이 선순환을 해야 기업은 더 성장할 수 있다. 현지 투자를 종용하는 미국의 압력은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국내 투자와 해외 투자의 장단점을 잘 비교해서 기업이 결정할 일이다. 압력이 부당하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기업의 이익을 위해 외교력을 발휘해 공세를 막아내야 할 것이다.

[기자수첩] 미운 오리 '레버리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주식시장 변동성을 많이 가져오고 있다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 문제를 어떻게 보완하고 최소화할지에 대해 협의 중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7일 국회에서 한 발언이다. 정부 인사가 높아진 국내 증시 변동성의 원인으로 '레버리지 상품'을 지목한 것은 이례적이다. 레버리지 상품은 투자자들에게 '미운 털'이 박혔다. 실제로 상품 출시 이후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해야 하기 때문에 운용사와 유동성공급자(LP)가 상승장에는 추가 매수, 하락장에는 추가 매도에 나서면서 변동성을 키운다. 실제로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연초부터 지난 5월 26일까지 평균 52.66을 나타냈으나, 레버리지 상품 출시일부터 지난 10일까지는 평균 84로 급등했다. 증시 변동성 완화장치도 역대급 발동 횟수를 기록 중이다. 상품 출시 이후 코스피에서 매수·매도 사이드카는 각각 8차례씩, 서킷브레이커는 4차례 발동됐다. 지난해는 사이드카가 3차례 발동됐으며, 서킷브레이커는 없었다. 최근의 변동성 사태는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로 평가된다. 당국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환율을 완화하자는 취지로 해당 상품을 도입했다. 하지만 환율은 지난달 1561원까지 치솟고 증시는 '투기판'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달 "급하게 준비했던 것은 맞다.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대주식 시대'로 불리며 자금이 대거 증시로 몰린 지금, 충분한 숙고 없이 위험상품을 내놓은 것은 당국의 패착이다. 지난해부터 불어난 빚투 규모를 지적하며 투자자들에게 경고를 던지던 모습과 모순되기도 하다. 이미 엎질러진 물, 수습이 중요하다. 다만 '레버리지 상품'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미국 증시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약 470개 상장돼 있다. 핵심은 '충분한 숙고의 부재'다.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화된 상황에서 국내 증시 시총 비중이 50%가 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레버리지 상품을 출시한 것이 국내 증시를 휘청이게 만들었다. 동화 '미운 아기 오리'에서 주인공 오리는 자신과 맞지 않은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결국 '백조'라는 꽃을 피웠다.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아 떠난 여정이 빛을 발한 것이다. 정치권에서 레버리지 상품 상장폐지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출시하고 '아님 말고' 식의 일 처리는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당국과 정부가 해결 방안을 찾아 나선 가운데 레버리지가 있을 자리를 찾아주길 바란다. [email protected] 임상혁 기자

[현장클릭] 교육자치 흔들면서 교육개혁 가능할까

교육부와 기획예산처가 지난 8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을 위한 첫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교육재정을 손질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토론회를 지켜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따로 있었다. 왜 지방교육자치의 근간부터 손보려 하는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단순한 예산이 아니다. 지방교육자치를 보장하기 위해 법률로 교부율을 정하고 시·도교육청에 배분하는 재원이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이 지역 교육을 책임질 수 있도록 만든 제도적 장치다. 그런데 이번 토론회에서는 교부금을 '효율성'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시각이 강했다. 학생 수가 줄었으니 재정도 달라져야 한다는 논리다. 같은 논리라면 지방교부세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지방교부세 역시 지방자치를 보장하기 위한 재정이다. 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육교부금을 손질한다면 지방교부세도 같은 기준으로 검토해야 논리적으로 맞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토론회 구성도 아쉬웠다. 교부금의 직접적인 수혜자이자 집행 주체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다. 하지만 토론회는 교육부와 기획예산처가 공동 주최했고, 지방교육 현장을 대표하는 목소리는 대한민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사실상 유일했다. 더 의문인 것은 교육청의 재정 운영이다. 상당수 교육청은 기금을 적립하며 비교적 보수적으로 재정을 운영했다. 그런데 그 기금은 '돈이 남는다'는 근거로만 해석된다. 건전재정을 했더니 오히려 예산을 줄여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교부금 제도는 시대 변화에 맞게 손질할 수 있다. 그러나 영유아교육과 고등교육, 평생교육 확대를 위해 초·중등교육 재원부터 줄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인지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도 최근 성명을 통해 교부율 20.79%를 유지하고, 교부금 개편에 앞서 시·도교육청과 실질적인 협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육재정 개편은 단순히 숫자를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방교육자치의 원칙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정부가 바꾸려는 것은 교부금 제도인가, 아니면 지방교육자치의 원칙인가.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fn사설]연금·주택연금·정년 개혁 없이 노인빈곤 해법 없다

[파이낸셜뉴스]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년마다 내놓는 '한눈에 보는 연금 2025' 자료에서 한국의 노인 소득 빈곤율이 39.7%를 기록했다. 2015년 49.6%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개선된 수치다. 정부의 기초연금 등 복지 지출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도할 수치도 아니다. OECD 회원국 평균 노인 빈곤율은 14.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인구 고령화 속도와 지방 소멸, 노동력 부족 같은 문제에 집중하면서 노인 빈곤과 복지 문제는 후순위로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고령화보다 더 무서운 건 노인층의 빈곤 문제다. 더구나 노년층 사이의 양극화도 큰 사회적 문제에 속하며, 여성 노년층의 빈곤 문제도 도외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빈곤이 구조적으로 심각해지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그 중에서도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탓에 받는 연금 자체가 적다는 구조적 문제를 주목해야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가입 기간마저 짧다. 이렇게 낮은 보험료율과 짧은 가입 기간이 맞물려 '적게 내고 적게 받는' 구조가 굳어진다. 이런 연금 구조는 결국 노인 빈곤을 낳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자산의 쏠림 현상도 노인빈곤의 딜레마를 낳고 있다.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가구의 자산 중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쏠려 있다. 쉽게 말해 현금 소득은 부족해도 집 한 채는 갖고 있는 자산 부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들에게 주택을 담보로 매달 생활비를 받는 주택연금은 노인 빈곤을 완화할 유력한 수단이다. 정부도 주택연금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누적 가입 가구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자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인식이 굳어 있는데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등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주택연금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를 내놔서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정년 연장 논의도 노인 빈곤을 줄이는 제도적 장치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는 정년을 65세로 늘렸을 때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 기업의 임금 부담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물론 세대 간 형평성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중요한 논점이다. 그러나 소득 공백을 막기 위해 정년 연장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도 무시할 수 없다. 정년 연장 논의의 출발점이 애초에 무엇이었는지 잊어선 안 된다. 현행 60세 법정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최대 65세) 사이에 최대 5년의 소득 공백, 이른바 '크레바스'가 생긴다. 이 공백이 다름 아닌 노인 빈곤을 심화시키는 핵심 통로로 지목되고 있다. 정년 연장을 청년 고용이나 기업 효율성의 문제로 몰아간다면 정작 이 제도가 추구했던 소득 공백 문제를 간과할 우려가 크다. 노인 빈곤은 정책의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완화할 수 있다. 보험료율과 가입 기간을 정상화하는 연금 구조 개혁부터 실효성 있는 퇴직연금 의무화와 주택연금의 실질적 활성화, 정년 연장 설계까지 노인 빈곤을 낮출 정책 구현에 멈칫해선 안될 것이다.

[사설] 전통시장 못 살린 마트 새벽배송 불허 족쇄 풀어야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을 위한 논의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마트의 새벽배송 규제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대형마트는 지난 2012년 도입된 영업제한 규정에 따라 사실상 새벽배송이 금지돼 있다.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점포를 물류거점으로 활용할 수 없도록 한 규정 때문이다. 유통환경은 모바일, 인공지능(AI) 혁명을 거치며 온라인 플랫폼 위주로 이미 바뀌었다. 14년 전 규제가 아직 그대로 유지되는 것 자체가 기막힌 일이다. 애초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가 취지였다. 하지만 결과가 어땠나. 전통시장이 살아난 것이 아니라 온라인 유통플랫폼의 덩치만 커졌다. 대형마트의 손발이 묶인 사이 쿠팡은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을 앞세워 연간 50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며 국내 유통업계 압도적 우위에 올라섰다. 이마트 등 전통의 오프라인 강자들은 점점 경쟁력을 잃었고, 마트 2위 홈플러스는 급기야 파산 기로에까지 몰렸다. 마트 규제는 엄연한 기업 역차별이라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같은 상품을 판매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은 24시간 배송이 가능한데 대형마트는 밤 시간대 상품 포장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을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대형마트가 자유롭게 전국 점포를 물류거점으로 활용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불공정을 바로잡는 조치다. 시장이 완전히 바뀌었는데도 규제만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기업은 혁신의 기회를 잡을 수 없다. 의무휴업일 규제도 마찬가지다. 휴업일을 강제로 지정해 소비자의 발길을 전통시장으로 돌리려고 한 발상부터 구태의연했다. 모바일로 주문하면 몇 시간 안에 상품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마트 문을 닫으면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이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라 쇼핑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이 규제를 고수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시장 경쟁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유통시장에서 특정 기업의 지배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소비자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프라인 대형마트와 온라인 플랫폼이 대등하게 경쟁하는 구조여야 시장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미국에서 월마트와 아마존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소비자 편익과 혁신을 끌어올리는 구도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상공인·전통시장 육성책은 다른 차원에서 강구해야 한다. 대형마트 발을 묶어 전통시장을 키우는, 효과도 없는 안일한 정책이 반복돼선 안 된다. 디지털 전환을 획기적으로 지원하고 공동물류 구축, 온라인 판로 확대 등 상권 경쟁력을 높이는 맞춤정책이어야 한다.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방식으론 한계가 분명히 있다. 국회는 법 개정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야 한다. 마트 새벽배송 허용은 물론이고 온·오프라인 간 불합리한 규제 전체가 재정비돼야 한다. 공정한 경쟁환경에서 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고 기업 혁신도 이어진다.

[사설] 15년 만의 한몽 정상회담, 자원개발 협력 강화를

이재명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이은 순방 일정으로 몽골 울란바타르에 도착해 국빈방문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한국 대통령의 몽골 방문은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15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우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과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경제교류 확대, 한반도 평화 공조방안 등을 논의하고 양국 관계의 미래 비전을 담은 '한·몽관계의 황금시대' 공동선언도 발표했다. 이번 방문에서 특히 주목할 대목은 몽골이 세계적 자원부국이라는 점이다. 구리·리튬·텅스텐 등 80여종의 광물과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약 16%인 3100만t을 보유한 '기회의 땅'이다. 희토류는 반도체와 군사장비 등에 필수적인 전략자원이다. 중국이 미국의 대중 제재에 맞서 수출통제 카드로 활용할 만큼 전략적 가치가 크다. 몽골의 희토류 매장량은 세계 2위권이다. 구리와 차세대 반도체 소재 몰리브덴 부존량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몽골은 광석을 가공·분리하는 선광기술이 부족해 광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의 기술과 몽골의 자원이 결합하면 '윈윈'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대통령도 몽골 국영통신 몬차메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수한 광물 자원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몽골과 광물 탐사·개발 기술, 제조혁신 역량을 보유한 한국은 중요한 공급망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이번 방문이 희토류 공급망 협력 강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울란바타르에 '한·몽골 희소금속협력센터'를 열고 공동으로 희소금속 고부가가치화 연구를 해 왔다. 양국은 앞으로 식량안보와 황사 대응, 보건·과학기술 협력도 폭넓게 논의한다. 포스코홀딩스 장인화 회장과 몽골 MCS그룹 오드잘르갈 회장 등 양국 기업인 300여명이 참석하는 '한·몽 비즈니스 포럼'도 열렸는데, 에너지·유통·소비재·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 차원 경제협력도 기대된다. 안보 측면에서도 몽골은 동북아와 유럽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몽골은 옛소련에 이은 북한의 두 번째 수교국일 정도로 북한과 오랜 외교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파트너다. 양국 정상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역내 긴장 완화, 신뢰구축 방안과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실현가능한 방안도 논의했다. 한국과 몽골은 1990년 수교 이후 우호관계를 꾸준히 이어왔다. 최근에는 K컬처 확산과 함께 음식·뷰티·생활용품 등 한국 제품 수요도 늘고 있다. 울란바타르에는 CU와 GS25, 이마트 등 국내 유통업체가 800여개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한국 문화가 일상으로 스며들면서 '몽탄'(몽골+동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도 크게 늘고 K팝과 드라마의 인기도 높다. 양국 간 문화적·정서적 유대감도 그만큼 깊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문화와 인적 교류를 바탕으로 광산 자원개발 등 상생형 공급망 모델을 구축해 경제협력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 동시에 북한과 외교관계를 유지하는 몽골인 만큼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한반도 정세를 함께 논의하고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위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외교·안보적 협력도 이어가기 바란다.

[기자수첩] 신뢰도 큰 타격받은 경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현직 경찰인 장윤기 부친과 현지 수사팀이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의 증거물을 인멸한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가 진행 중인 민감한 시점에 경찰은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취임한 지 일주일 된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첫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한번 흔들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수사의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수사기관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장윤기 사건은 단순한 일선 경찰관의 일탈을 넘어 경찰조직 전체의 책임과 자정능력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됐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만큼이나 이를 어떻게 수사하고, 어떤 후속 조치를 내놓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경찰의 역할 확대 국면과 맞물려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찰은 1차 수사기관으로서 사실상 대부분의 형사사건을 담당하고 있으며, 국가수사본부 출범 이후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왔다. 최근에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논의까지 이어지면서 수사체계 전반의 재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권한 확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결국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수사기관이 더 큰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통제장치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되고, 그것도 현직 경찰이 조직적으로 연루된 사건으로 비화되면서 경찰이 권한 확대에 걸맞은 책임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조직 전체의 신뢰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이 경찰에 기대하는 것은 조직 보호가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응이다. 만약 경찰이 이번 사건을 철저히 규명하지 못한다면 경찰 조직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경찰 앞에 놓인 과제는 명확하다. 이번 사건의 진상을 한 점 의혹 없이 밝혀내는 것과 동시에 책임수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에 앞서 경찰 스스로 독자적 수사체계의 신뢰성을 입증해야 한다. 권한은 법으로 부여할 수 있지만 신뢰는 행동으로만 얻을 수 있다. 지금 경찰이 보여줘야 할 것은 확대된 권한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말이 아니라, 그 권한을 감당할 수 있다는 증명이다. [email protected]

[강남視角] 비트코인보다 더 널뛰는 코스피

'5.1%(417p).' 지난달 코스피의 일평균 변동률이다. 올해 4월 2.3%에서 5월 4.1%로 뛰더니 한달 새 5%까지 넘어섰다. 6월의 경우 미국 다우존스(1.2%)의 4배를 웃돌고, 일본 닛케이225(2.1%)의 2배를 훌쩍 넘겼다. 심지어 24시간 거래되는 가상자산 '비트코인(BTC)'의 3.5%보다도 높다. 주식시장이 코인시장보다 변동성 리스크가 높아진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미일 증시와 비트코인의 일별 고가와 저가 차이를 취합해 산출한 결과다. 특히 지난달 23일에는 코스피가 11.8%(972p)나 출렁였다. 같은 달 비트코인 일중 최대 변동률 6.1%의 두배 수준이다. 지수보다 개별 종목의 등락폭이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체감한 충격은 컸다. 그 중심에는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 등이 직접적 도화선이 됐지만 시장에서는 종목 레버리지가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메커니즘에 주목한다. 실제 당일에만 관련 ETF 16종의 거래대금이 17조8000억원에 달했다. 장 종료 전 10분 동안 이날 거래의 절반가량이 집중됐다. 같은 날 61조4000억원 상당의 코스피 거래대금과 비교하면 30%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난달 ETF 거래대금 상위권 역시 종목 레버리지가 장악하고 있다. 회전율은 100%를 돌파했고, 주춤했던 순자산 총액은 15조원 규모로 다시 불어났다. 장기 투자자금이 아니라 초단타 투자자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신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른 업종과 종목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시장의 온기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 올해 4월 1200선이던 코스닥지수가 최근 700선까지 밀려난 것과 무관치 않다. 또한 종목 레버리지는 기초자산을 추종하지만, 오히려 기초자산 가격을 움직이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다 리밸런싱 물량은 프로그램 매매로 이어져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시장이 하락할수록 종목 레버리지발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낙폭을 심화시킨다. 금융상품이 시장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시장이 금융상품에 끌려다니는 '주객전도' 구조다. 이는 국내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국 시장에서 종목 레버리지 리밸런싱 물량이 급증하면 미국 반도체주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을 함께 편입한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위험 노출을 줄이기 위해 기계적인 매도에 나선다. 국내 상품이 해외 시장 변동성을 자극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반적으로 종목 레버리지 등판 한달이 지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애초부터 시가총액 1·2위 종목에 2배 베팅을 허용한 게 적절했는지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총 비중은 약 55%에 이른다. 미국에서 엔비디아(시총 1위)와 애플(2위)의 종목 레버리지가 거래되고 있지만, 양사의 시총 비중은 14% 정도다. 상품 구조는 같아도 시장의 규모와 체질도 다르다. 도입 당시 내세웠던 명분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해외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려 환율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정책 효과는 불분명하고 시장 변동성은 한층 커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당국이 고심 중인 대응방안은 증거금 상향, 투자자 교육 강화 등 부작용을 관리하는 수준에 가깝다. 한국 증시가 선진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상징적 수치 돌파를 넘어 투자자들이 믿고 장기투자할 수 있는 시장의 신뢰다. 정부가 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힘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증시가 비트코인보다 더 크게 흔들리고, 일부 레버리지가 시장을 좌우하는 구조가 고착된다면 불신만 자초할 뿐이다. 변동성을 키우고 수급을 왜곡시키는 상품이라면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투자자 선택이라는 명분 아래 시장 전체가 투기판으로 변질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 종목 레버리지가 시장의 효율성을 높였는가, 아니면 변동성만 증폭시켰는가. 결론적으로 한국 증시에 필요한가. 이제는 이 질문에 금융당국이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email protected]

[사설] 호남 반도체 산단 위한 신규 원전 건설 서둘러야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완성하려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신규 원자력발전소와 소형모듈원전(SMR) 확충 계획을 반영해야 한다고 한국원자력학회가 8일 주장했다. 다만 정부도 호남 지역에 원전 건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산업과 데이터센터는 용수뿐만 아니라 막대한 전력이 소요된다. 최소한 이 두가지 여건이 완비되지 않으면 팹(공장)을 완공하더라도 가동할 수 없다. 서남권의 경우 한빛원전 5기가 현재 운전 중이고, 풍력과 태양열 등의 신재생에너지도 풍부하다고는 하나 이것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반도체 공정과 데이터센터에는 잠시라도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 웨이퍼 등 제품 생산에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공급이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는 적절한 에너지원이 못 된다. 결론은 원전이다. 학회는 추가로 필요한 발전설비가 24.7기가와트(GW)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는 2025년 최대 전력 수요의 약 4분의 1 규모이며, 국내 최신형 원전인 APR1400(1.4GW) 기준으로 약 18기가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이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 임기 안에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기간 전력과 용수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의 전력으로는 부족하고, 원전을 건설하더라도 10년 이상이 걸린다. 발전소뿐만 아니라 송전선 건설도 반대가 심해 만만찮은 작업이다.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아 보이는데,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속히 결론을 내고 속도전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시급한 것은 현재 논의 중인 12차 전기본의 수정이다. 12차 전기본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기 수요는 반영돼 있지만 3대 메가프로젝트는 빠져 있다. 당연히 후속 논의에 포함시켜서 수정안을 만들어야 한다. 원전 건설은 부지 선정부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신규 원전 건설 작업은 그대로 진행하면서 상대적으로 몇 년 안에 완공할 수 있는 SMR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학회는 기업이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원전 전력구매계약(PPA) 제도를 도입하고, 대규모 전력 수요기업이 원전과 SMR 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기업이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원전에 투자하고 전력을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자는 것인데,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천문학적 재원이 들어가는 국가적 사업인 만큼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합심하여 총력을 쏟아야 한다. 광주 군공항을 반도체 공장 부지로 쓰기로 정해졌는데 공항 이전부터 난관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그만큼 전 국민적 관심과 협조가 요구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를 열어 특별위원회 구성을 의결하고 관련 법률을 속히 제정하기로 하는 등 국회 차원의 지원 활동을 시작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이제부터는 반대를 접고 메가프로젝트 사업에 힘을 보태야 한다. 이미 사업은 닻이 올랐는데 계속 정치적으로 비난만 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 전기를 비롯한 제반 여건의 확충은 지난한 과정이다. 야당도 지혜를 짜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최대한 협력하는 게 도리다.

[테헤란로] 청년과 어르신의 '교감'

벌써 7년 전인 2019년의 일이다. 대구에 사는 언니가 복지관에 다니는 다섯명의 할머니를 인터뷰했다. 처음에는 소식지 제작 일환으로 참여했지만, 할머니들의 삶이 한 편의 글에 담기에는 너무 깊어 결국 소책자 제작으로 이어졌다. 할머니들 가운데에는 일본의 조선인 귀환정책으로 고향에 돌아온 뒤 문맹으로 살아가며 죽은 아들의 보험금까지 사기당한 이가 있었다. 또 다른 할머니는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혼당한 뒤 친정에도 돌아가지 못한 채 7년을 떠돌며 산 적이 있는데, 여든이 넘어서도 집을 잃고 헤매는 악몽을 꾼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할머니들은 "이렇게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사람은 처음"이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며 세대 간 만남과 경청이 세대 갈등을 푸는 작은 출발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한국리서치의 '2025 세대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4%가 세대갈등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했고, 절반이 넘는 55%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는 세대갈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소통 기회의 부족'이 꼽혔다. 그런 점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한국작가회의가 올해 처음 추진하는 '청년 작가가 어르신의 생애 경험과 기억을 글로 기록하는 회고록 쓰기 사업'이 반가웠다. 4월부터 12월까지 청년 작가 50명과 어르신 50명을 일대일로 연결해 회고록을 함께 만든다. 이 사업이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지금의 노년세대가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통과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산업화를 견디며 살아온 세대다. 오늘날이라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증으로 치료받았을 상처조차 '참고 견디는 것'이 미덕이던 시대를 살았다.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법도, 누군가 진심으로 들어주는 경험도 드물었을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세대갈등을 공존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대학생이 요양원에 무료로 거주하며 노인들과 식사하고 산책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영국은 독거노인의 빈방을 청년에게 제공하는 '홈셰어'를 통해 청년의 주거난과 노인의 고립을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공통점은 하나다. 갈등을 줄이기 위해 먼저 만날 기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강형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청년과 어르신의 교감은 우리 사회 난제를 돌파할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만남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곳곳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사설]남아도는 교육교부금, 재정 효율성 위해 개편을

1972년 도입 이후 손대지 못했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교육부와 기획예산처가 8일 교육교부금 개편 방향을 둘러싼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열면서 포문을 열었다. 본격 공론화를 시작했으니 질질 끌어왔던 제도 개편안에 어떻게든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알다시피 교육교부금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떼어 배정하는 현행 연동구조를 손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핵심이다. 다른 재정항목들은 보통 물가상승률이나 경제성장률을 반영하는데 교육교부금만 고정 비율로 묶여 있는 구조다. 이런 고정 방식을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다 이유가 있다. 반대론자들은 학령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드는데도 교부금 총액은 오히려 불어나는 구조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존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교육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쟁점은 사용처 문제다. 현재 교육교부금 용처는 초·중등 교육에 묶여 있다. 그런데 초·중등 학생 숫자가 급감하는 반면 교육교부금은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교부금의 용처를 아래로는 영유아 교육과 위로는 고등교육까지 넓히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용처의 비효율성에 대해선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도 나온다. OECD 보고서는 한국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이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반면 초·중·고교 지원은 평균을 웃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초·중등 세수 배정은 점진적으로 줄이고 그 여력을 고등교육과 평생학습에 돌려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교육교부금 개편 논쟁은 역대 정권에서 매번 등장했지만 매듭을 짓지 못했다. 막대한 국민 세금이 특정 용처에 반세기 넘게 고정적으로 배정되는 건 재정 합리화에 역행하는 일이다. 어느 항목이든 세금을 걷고 그 쓰임새를 정하는 일은 합리적 기준에 따라야 한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데도 교육교부금이 관성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를 더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교육 현장에서는 돈을 다 쓰고도 남아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다른 분야에서는 예산이 모자라 쩔쩔매는데 교육에서만 풍족하다 못해 남아돌아서야 되겠나. 효율성 측면에서 국가재정 운용의 실패다. 다만 교육교부금이 초·중등 교육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부정해서는 안 된다. 교육교부금 총액을 무턱대고 줄이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여 재원을 합리적으로 재배치해야 한다. 줄어드는 학령인구와 늘어나는 고령화·평생학습 수요, 취약한 고등교육 투자라는 미래형 과제까지, 다양한 교육 과제들을 논의의 테이블에 놓고 숙고하기 바란다. 교육을 통한 인재 육성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 교육은 그만큼 중요하고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예산도 합리적 기준을 세워 투명하게 분배해야 한다.

[강남視角] 가짜뉴스방지법, 밀어붙이면 되나

20여년 전 인터넷에 갑자기 '연예인x파일'이라는 괴문서가 나돌았다. 사람들은 킥킥거리며 넘겼지만, 정작 문서에 이름이 오른 연예인들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이어졌다. 정부는 인터넷상의 언어폭력,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를 사이버폭력으로 규정했다. 정부와 국회는 악성 댓글로 유포되는 사이버폭력을 막겠다며 2006년 인터넷에 의견을 표시하려면 신원을 확인하도록 하는 인터넷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법을 시행했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했지만,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당시 재적의원 179명 중 169명이 찬성표를 던질 정도였다. 2009년 유튜브가 실명제 적용을 거부하며 아예 한국 계정의 업로드를 막아버렸다. 이때부터 한국 유튜브 이용자들이 계정 국가를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바꾸는 편법을 쓰기 시작했다. '사이버 망명'의 시작점이다. 사용자의 실명을 확인하는 인터넷 사업자들의 개인정보 유출사고는 급증했다. 실명제가 도입된 2007년 2만5965건에서 2008년 3만9811건으로 53%나 늘었다. 주민번호가 쌓여있으니, 이를 노린 범죄가 늘어난 것이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2012년 인터넷실명제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만큼의 공익 효과가 없다는 이유다. 실효성은 없고, 부작용은 쌓이고, 국민의 자유는 제한하는 법을 만들기 전에 국민의 의견을 꼼꼼하게 듣고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쳤더라면 5년간의 혼란과 실패는 없지 않았을까 싶다. 2026년 7월 7일 가짜뉴스방지법(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개인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취지는 분명 옳다.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가짜 이미지와 영상이 넘쳐난다. 조회수를 노린 허위정보로 큰돈을 버는 사이버렉카는 물리적 폭력보다 무섭게 사람을 해친다. 피해자는 치명적 피해를 입는데, 법적 구제는 너무 더디다. 이런 현실에서 허위조작정보 유통을 막고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이 절실하다. 그런데 걱정이 앞선다. 법률에는 '현저히 훼손' '공공의 이익 침해' 같은 모호한 문구를 남겨두고, 정작 판단은 인터넷 사업자들의 몫으로 떠넘겼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이다. 결국 인터넷 사업자가 알아서 문제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가려두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피해보상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법원 판단에 맡겨 피해구제도 못하는 구조 아닌가 싶다. 이 구조가 애초 사이버범죄를 막을 법의 절실함과 맞아떨어지는지 의문이 든다. 게다가 법 시행 전부터 온라인에는 '7월 7일 극복법' 같은 생존 매뉴얼이 퍼졌다. 국민동의청원엔 14만명 이상이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이 정도면 또 우리 네티즌들은 사이버 망명처럼 법을 피해갈 편법을 만들어낼 것이다. 결국 정작 잡아야 할 사이버렉카는 해외 서버 뒤로 숨고, 국내 이용자와 언론만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져 이번 정보통신망법도 실효성은 없고, 부작용은 쌓이고, 국민의 자유는 제한하는 법으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찬성과 반대 측이 폭넓게 참여하는 공청회 한번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법을 개정하고 시행까지 와 버렸으니 그야말로 개문발차다. 그렇게 법은 시행됐지만 이제라도 시이버폭력과 가짜뉴스를 가려낼 정치한 조항들을 신중하게 들여다봤으면 한다. 또 단계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갔으면 한다. 명분이 옳아도 합의를 건너뛰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가짜뉴스방지법이 인터넷실명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판단기준을 구체화하고 해외 플랫폼에도 통하는 집행력을 갖추고 시행 뒤에도 공론화를 이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순서다. 밀어붙여서 될 일이 아니다. 사회적 합의를 먼저 묻고 법을 보완했으면 한다. [email protected] 이구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