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n광장] 두뇌유출을 두뇌순환으로 바꾸려면
최근 서울의 한 대학 경제학과 교수 두 명이 홍콩 소재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대학이 제시한 연봉은 기존 연봉의 세 배를 넘는 수준이라고 한다. 더 나은 보상과 연구 환경을 찾아 해외로 떠나는 전형적인 두뇌유출(brain drain) 사례다. 국내 대학 현실을 보면 이해가 간다.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2000년대 후반부터 지속된 등록금 동결로 재정 여력이 크게 약화됐다. 교수 연봉 역시 호봉 승급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동결 상태였다. 한국경제학회는 국내 경제학자들의 보수와 근무 여건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했다. 국내 경제학자 174명을 포함한 5개국 회원 214명을 대상으로 연봉, 직무 만족도, 이직 의향 등을 조사한 결과 기본급의 중앙값은 교내 추가 보상을 제외하고 95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직급별 중앙값은 조교수 7500만원, 부교수 8500만원, 정교수 1억500만원이었다. 응답자의 72.5%가 현재 급여 수준에 불만을 표시했다. 주요 이유로는 생활비 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가 32.2%, 해외 경쟁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급여가 31.4%를 차지했다. 특히 응답자의 91.7%는 한국의 낮은 보상체계가 두뇌유출을 가속하고 학문적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응답자의 63.9%가 해외 이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거나 이미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한국경제학회가 개최한 한·중·일 경제학자 포럼에서도 이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먼저 미국경제학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박사학위 수여 대학 정년트랙 교수의 평균 연봉을 살펴보면 한국 대학의 보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2025년 평균 환율인 달러당 1412원을 적용하면 미국 대학의 평균 연봉은 조교수 약 2억3300만원, 부교수 약 2억7600만원, 정교수 약 3억7100만원에 이른다. 중국 측 발표를 보면 조교수 약 2200만~5500만원, 부교수 약 3300만~8800만원, 정교수 약 5500만~1억7600만원 수준이었다. 직급별로 연봉 격차가 크지만, 개인의 연구 역량과 성과에 따라 특별 연봉이 지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컨대 국가 최고 수준의 역량을 인정받은 교수에게는 약 2억2000만원의 연봉이 보장되며, 별도의 정착금과 함께 최대 약 11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된다고 한다. 연공서열의 영향이 강한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개인의 능력과 연구 성과를 훨씬 중시하는 보상체계이다. 국민소득 수준에서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인공지능(AI)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성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수한 연구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두뇌유출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인재가 국내로 유입되는 두뇌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국립과학재단 자료에 따르면 2017~2019년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학위를 취득한 외국인 가운데 한국 출신은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그러나 이들 중 2023년에도 미국에 거주한 비율은 50%에 달해 우수인재 상당수가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제 대학의 인재정책과 재정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장기간 이어진 획일적 등록금 규제를 재검토하고, 대학이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내년에 최대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학령인구 감소시대를 반영하여 고등교육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 즉 연구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재정 배분구조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해외 우수인재를 국내 연구 생태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제도적 유연성도 확대해야 한다. 국내외 대학 간 공동 임용, 장기 방문연구를 활성화해 해외 연구자들이 국내 대학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도록 해야 한다. 완전한 귀국만을 요구하기보다 국내외 연구자가 자유롭게 이동하며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두뇌순환(brain circulation)'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AI 대전환 시대의 국가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세계적 인재가 국내에서 연구하고 도전하며 성과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대학·정부·기업이 우수 인재를 미래 성장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과감한 투자와 제도개혁에 나서야 한다. 두뇌유출을 두뇌유입과 두뇌순환으로 전환하는 것이 AI 대전환 시대에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다. 강성진 한국경제학회 회장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