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서 풍덩 수영을 즐기고, 벌이 바쁘게 꿀을 채집하고, 무더위에 탐스러운 과실이 익고... 과거에는 자연스러웠던 일들이 근래에 들어서는 보기 드문 일이 되었습니다. 수영을 즐기기에 호수는 메말랐고 계절을 착각한 벌은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합니다. 과실은 폭우와 태풍, 가뭄에 어찌할 바를 몰라 결국 시들고 말죠. 이 모든 일들이 기후변화 때문에 나타났다면 어떨까요. 지구가 변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평균 기온이 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후변화는 기후 이상, 기후 위기를 불러옵니다. 지금 전 세계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1℃ 높아졌습니다. 지난 7년은 관측 사상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습니다. 과학자들은
2026년이 되면 지구의 평균 온도가 1.1~1.7℃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대비 1.5℃ 오르면 '티핑 포인트'에 다다릅니다. 티핑 포인트는 작은 변화로도 폭발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시점이나 계기입니다.
지난 5월 한 달 간 전국 평균 강수량은 5.8mm로 평년 대비 5.6%에 그쳤습니다. 올해 1~5월 전국 누적 강수량 역시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죠. 기후 변화로 기록적인 가뭄이 나타난 까닭입니다.
5월 전국 주요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73.9%에 그쳤습니다. 지난 6월 전라남도 완도에는 5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찾아왔습니다. 완도군은 최근 5년 1월부터 5월까지 평균 강수량이 약 500mm에 달했지만, 6월 16일에는 236mm로 평년 대비 50%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완도군 주민들은 2일 급수, 8일 단수를 실시하는 등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지난 8월
서울에 쏟아진 폭우로 14명이 사망했고 6명이 실종되었습니다. 아파트 옹벽 붕괴, 도로 침수, 하천 범람, 지반 균열, 산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기상 전문가들은 8월 집중 호우는 이상 기후로 인한 것이며, 이상 기후는 온실가스 영향이라는 추측을 내놓았습니다. 최명규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정책관은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과거에 비해 예측이 많이 힘들어지고 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여름 우리나라는 지난해보다 18일 빠르게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주의'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했습니다. 7월 2일에는 전국 178개 지역 가운데 164개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습니다. 무더위를 동반한 여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1월 파이낸셜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포항공과대학교 민승기 교수팀은
지구 온도가 2℃ 오르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중해, 미국 등 중위도 지역의 여름이 20~21일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9월에는 가을 6절기 중 3절기가 지났음에도 폭염주의보가 내리는 지역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고온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미항공우주국(NASA)가 공개한 지도에는 지구 서반구가 온통 검붉은색으로 뒤덮여있습니다. 이 지도는 7월 최고기온 분포를 나타낸 것으로, 검붉은색은 40℃도 이상을 의미합니다. 영국 역시 올해 여름 기상 관측 이래로 가장 높은 온도인 40℃를 기록했습니다.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기후과학자 프리데릭 오토 교수는 "수십 년 후에는 이 정도면 상당히 시원한 여름일 것"이라며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을 경고했습니다.
앞으로 60년 후에는 미세먼지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 익숙해질 수도 있습니다. 대기 정체 때문입니다. 대기 정체는 바람이 미약해 공기가 이동하거나 확산하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바람은 온도차로 발생하지만, 지구온난화로 고위도의 기온이 상승해 저위도와의 온도차가 줄어들면 바람이 생기기 어렵습니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4년 사이 겨울~봄 대기 정체는 평균 26.2일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2021년에서 2040년 사이에는 2.3일 늘어날 예정입니다. 2081년에서 2100년 사이에는 15.3일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건강과 기후변화에 대한 2021 랜싯 카운트다운 보고서: 건강한 미래를 위한 코드 레드'에 따르면 서늘한 고지대는 말라리아 등 열대성 전염병에 좋은 환경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북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이미 위장염, 패혈증 등을 유발하는 박테리아가 등장했습니다. 말라리아 전염에 적합한 기간이 39% 이상 늘어난 나라, 비콜레라 비브리오 박테리아 전염에 대한 적합도가 56%나 증가한 지역도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2080년까지 세계 인구의 90%가 열대성 전염병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아르투로 카사데발 박사 등 연구팀 역시 기후 변화가 새로운 미생물의 열쇠를 열고 질병과 죽음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구온난화는
'제철' 식재료의 의미를 퇴색시킵니다. 지난 8월 제주농업기술원 서부기술센터는 가을철 온도가 상승한 것을 두고 마늘을 평년보다 10일 가량 늦게 파종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마늘 생육 한계 온도는 25℃이지만 지난해 9월 평균 최고 온도는 27℃로 생육 한계 온도를 훨씬 웃돌았습니다.
지구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는
'티핑포인트'를 막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3%를 감축해야 하고
2050년까지는 84%를 감축해야 합니다. 지난 4월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400Gt이며 이 중 42%가 1990년부터 2019년까지 배출되었습니다. 북미 배출량이 23%로 가장 많고 한국, 중국 등이 있는 동아시아 배출량은 12%로 지역별 배출량 3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저배출 에너지 자원을 확산해야 하며,
에너지 절약을 통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아야 합니다. 화석연료의 대표 수혜자로 꼽히는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 수소차를 더 많이 보급하고 가까운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다면 지구도 지키고 건강도 지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화석연료는 냉난방에도 사용됩니다. 여름철 문을 활짝 열어둔 채 에어컨을 가동하거나, 겨울철 가벼운 옷차림으로 난방기를 가동하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부추기는 것과 같습니다.
계절별 적정 온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건을 무분별하게 사는 행동이 온실가스를 유발한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시중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은 생산과 소각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음식물 쓰레기 역시 음식이 썩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절제하고
음식의 양을 조절하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