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페이, 우리 '반반' 할래?
더치페이, 우리 '반반' 할래?

끊임없는 데이트 비용 더치페이 논란, 더치페이 문화 유래와 확산

2023. 03.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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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페이 뜻과 유래

더치페이란?, 더치페이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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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페이 할게요!" 이제는 우리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표현인 '더치페이', 무슨 뜻일까요? 더치(Dutch)는 영어로 '네덜란드의 사람, 언어와 문화 등'을 뜻합니다. 그럼 '더치'에 '페이'가 붙었으니 삼성 페이나 애플 페이처럼 결제 수단의 한 종류라고 예측해 볼 수 있겠지만 이는 정답이 아니죠. '페이' 부분은 '더치-하다(go Dutch)'라는 표현이 국내에 정착하던 중 추가된 것으로, '더치페이'는 엄밀히 말해 한국식 영어, 콩글리시에 가깝습니다.

Zaanse Schans, Netherland © unsplash.com / Aswathy N
Zaanse Schans, Netherland © unsplash.com / Aswathy N

의미가 쉽게 연상되지 않지만, '더치페이'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치를 때 개인의 몫을 각자 계산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여러 명이 함께 식당에 방문할 때, 본인의 몫으로 주문해 식사한 요리 메뉴의 가격만을 각자 지불한다면 '더치페이', 혹은 '더치-한다'고 할 수 있겠죠. 최근에는 전체 청구금액을 1/n로 나누어 지불하는 등의 갹출, 일명 'N빵' 등 도 더치페이로 표현되고는 합니다.

그렇다면 네덜란드와는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행동 양식에 왜 '더치'가 붙게 된 것일까요?

더치페이 유래, ‘Dutch Treat‘ → ‘Go Du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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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하다'라는 표현의 유래에는 많은 가설이 있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기원은 음식 대접 문화를 뜻하는 네덜란드 단어 '더치 트릿(Dutch Treat)'입니다. 본래 '더치 트릿'은 영어 단어 'Treat(대접하다)'에서 유추할 수 있 듯, 특별한 사람들에게 한 끼 음식을 대접하는 네덜란드의 문화를 뜻했습니다.

Party, Treat, Celebration © unsplash.com / Al Elmes
Party, Treat, Celebration © unsplash.com / Al Elmes

그러나 17세기, 해상 무역 주도권과 식민 지배 확장을 두고 네덜란드와 경쟁하던 영국인들은 갈등이 깊어지자 '더치'를 네덜란드 사람을 비하하고 배척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네덜란드의 더치 트릿 문화도 '네덜란드인들은 남에게 베푸는 것에 인색하다'는 부정적 의미를 담아 '계산서를 나누는 행위(split the bill)'로 왜곡되죠. 본인의 몫만 계산하는 행동이 당시에는 신사답지 못한 이기적인 행동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어원과는 정반대의 의미로 영어권 국가에서 사용되던 '더치-하다'는 표현은 비교적 최근 국내에도 유입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자리 잡아 온 '선후배서열' '한턱내기' 문화에 대한 의구심이 조금씩 피어날 때마다 '더치페이'는 합리적인 대안이 되어 그 틈을 파고들었습니다.

더치페이 문화의 확산, 왜?

더치페이 확산, 합리적인 "같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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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국내의 한 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에서 실시한 더치페이 관련 설문 조사에서 '더치페이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90% 이상에 달했습니다. 더치페이를 하는 이유로는 '서로에게 부담 없는 모임 지속'이 62.2%로 1위를, '더치페이가 당연해서(52.5%)' '모임 비용을 줄이려고(20.8%)'가 다음 순위를 차지했죠.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과 대학생 그룹 모두 92% 이상이 더치페이 문화가 앞으로도 확산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오늘날 더치페이는 두 명 이상이 함께 비용을 지불하는 일반적인 방법의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학교나 회사 인근 식당에서는 "각자 계산해드릴까요?"라는 물음이 더는 어색하지 않습니다. 메뉴를 공유하는 문화로 인해 각자의 몫을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죠. 최근에는 자신이 지급해야 하는 몫이 얼마인지 일일이 계산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체 금액을 인원수대로 나누는 'N빵'이나 한 차례씩 번갈아 가면서 계산하는 방식도 더치페이의 개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Splitting the bill, Going Dutch © unsplash.com / Sasun Bughdaryan
Splitting the bill, Going Dutch © unsplash.com / Sasun Bughdaryan

이렇듯 더치페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인식의 반대편에는 더치페이로 인해 서운함과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청년빈곤?, 양성평등?‘ 더치페이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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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급격하게 확산된 더치페이, 그리고 논란. 원인을 분석하는 많은 이들은 '성별 간 사회, 경제적 지위 격차 완화'를 그 키워드로 꼽습니다.

과거 상대적 약자로 생각되던 여성들의 경제 활동 및 소득 증가에 따라 데이트 비용을 남성이 더 부담해야 한다는 사고가 이제는 시대착오적이라고 여겨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결혼을 준비하며 집과 혼수를 반반씩 부담하는 트렌드 등도 더치페이 문화의 일부로 '남녀평등'이 일부 실현되어감을 설명한다고 언급합니다. 일방적인 비용 분담으로 인해 주어지던 주도권, 그리고 서열이 사라져가는 과정이라는 해석이죠.

더치페이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성별 간 사회, 경제적 지위 격차 완화' © 연합뉴스
더치페이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성별 간 사회, 경제적 지위 격차 완화' © 연합뉴스

청년세대의 빈곤과 효율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더치페이 문화 확산을 이끌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소득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에게 부담을 주기보다 각자의 몫을 계산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실용적이라는 사고를 바탕으로 더치페이를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레디온'에서 2021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10대와 20대 응답자 절반 이상은 '각자 소비한 것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더치페이 원인으로 꼽았지만 20% 이상은 '경제적인 부담'을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더치페이 논란

더치페이, ‘언제나‘ 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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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국리서치'에서 진행한 기획조사에서 음식값은 '성별' '연령' '서열과 직급'과 무관하게 각자 혹은 비슷하게 지불(더치페이)해야 한다는 응답이 모두 과반을 넘어섰습니다. '경제력'과 관련해서는 '더 나은 사람이 더 계산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52%로 가장 높았지만, '더치페이를 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도 46%로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더치페이 경험에서 상대방과의 관계를 특정하는 경우, 빈도수는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친구' 및 '직장동료'와 더치페이를 '자주' 혹은 '가끔' 한다는 답변은 각각 전체 응답자의 82%와 72%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애인(37%)' '가족(24%)' '친척(24%)'은 모두 과반 이하를 기록했습니다. 더치페이 빈도수가 전반적으로 높은 2030 젊은 연령층에서도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더치페이 관련 포스팅 갈무리 © 뉴시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더치페이 관련 포스팅 갈무리 © 뉴시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성 친구 간 더치페이 경험과 갈등에 대한 의견이 공유되는 것을 언론을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데이트 비용을 더치페이하자고 제안하거나 데이트 통장을 만들어 사용하기를 희망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 사례가 다수입니다. 외국인 패널이 등장하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데이트 비용 분담과 관련, "남성이 더 부담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장면은 더치페이를 희망하는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글의 자료로 남용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글은 비록 무기명이긴 하지만 1,800개 이상의 추천이 달리며 반대 250회를 훌쩍 넘겼습니다.

더치페이 아니고 ‘한국페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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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페이 문화가 특별히 국내에 한정된 것은 아닙니다. 한 해외 커뮤니티에 올라온 첫 데이트 비용을 더치페이해도 괜찮은 지'에 대한 질문에도 "초대한 사람이 내는 것이 예의" "서로의 재정 상황이 공유되지 않은 관계에서는 더치페이가 합리적" "오히려 본인의 재정 상황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기회" 등 답변의 의견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2022년 11월, 한 유명 외신은 "누가 첫 데이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하는 기사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사례와 인터뷰 조사 결과를 소개한 이 기사는 "데이트 계획을 함께 세우며 충분한 의사소통을 나눈다면 누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한 암묵적인 기대를 피할 수 있다"는 한 응답자의 제안도 소개했습니다. 데이트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오늘날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치페이는 방법일 뿐... ‘나눔과 배려‘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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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성별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데이트 비용 더치페이 논란. 견해의 차이를 극복하는 현실적인 방안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집니다. 더치페이는 서로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 만남의 빈도와 만족감을 효율적으로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빠르게 확산했지만, 진행 중인 논쟁에 더 이상 '나눔'과 '배려'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더치페이가 당연하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 모두 생각이 지나치게 치우친다면 그만큼 상대방을 배려하고 교감하고자 하는 마음은 자리를 잃어가는 듯합니다.

Sharing Love with others © unsplash.com / Kelly Sikkema
Sharing Love with others © unsplash.com / Kelly Sikkema

사전적 의미의 더치페이 방식을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비용 분담의 비율이나 빈도수도 합의에 따라 얼마든 달라질 수 있죠.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한 순간입니다. 소중한 순간들을 계산과 갈등에만 소모하는 건 효율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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