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한국 국채수익률이 표시판 /연합뉴스
강원도의 레고랜드 디폴트 선언에 채권시장은 대혼돈에 빠집니다.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채권이 부도에 이르면서 '채권=안전자산'이란 시장의 공식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혼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지방정부가 담보한 채권도 떼일 수 있다는 사례가 되자 ABCP와 기업어음(CP), 회사채 등 자금조달 창구는 순식간에 얼어붙습니다. 2000억짜리 부도사태에 3000조 채권시장이 송두리째 위기를 맞게 된 셈입니다.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합니다. 10년물과 20년물 금리는 연고점을 돌파하죠. 2011년 이후 최고수준입니다. 부동산 경기마저 침체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됩니다. 특히 건설사업 자금을 확보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며 건설사와 증권사가 줄도산 할 수 있다는 루머까지 돌게 됩니다.
회사채 시장에선 초유의 사태가 벌어집니다. 초우량 공채로 평가받는 한국전력과 한국도로공사의 채권 발행이 흥행에 실패합니다. 한국전력공사는 2년 만기 회사채 2천억원어치를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물량을 다 채우지 못하고 6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데 그칩니다. 발행 금리는 5.9%로 6%대에 육박했죠. 이는 2008년 11월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한전채 미달사태는 기업 자금조달 시장에 공포를 키웠습니다.
한국전력 회사채 유찰 현황 /연합뉴스
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도 후폭풍이 불어닥칩니다. '이제 지자체도 못 믿는다'는 불신이 시장에 급속히 퍼지면서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압박받는 지방 공기업의 경영 상황에 '비상등'이 켜집니다. 10월 27일 인천도시공사는 최근 500억원 규모로 3년물 공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으나, 투자자를 찾지 못해 계획을 접습니다. 인천도시공사 채권 신용등급은 'AAA'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AA+'로 우량 공사채에 속하지만, 목표액의 불과 20%인 100억여원의 자금만 들어왔답니다. 경기도 과천도시공사 또한 3기 신도시 사업 중 하나인 과천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자 최근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나, 이중 400억원은 유찰됩니다. 과천도시공사에서 발행한 회사채가 유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발행금리도 치솟았죠. 강동구 둔촌주공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 발행 물량은 현대·롯데·대우건설이 대출채권에 대해 연대보증을 했지만, 연 12% 금리에 발행합니다. 이는 기존 발행 금리(3.55∼4.47%)의 3배에 이릅니다.
우량 공기업이 발행한 채권의 유찰 사례가 나오고 금리가 급등하는 등 '돈맥경화' 현상이 확산하면서,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대규모 개발 사업의 차질 또한 불가피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