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거대한 후폭풍.. 부동산PF가 멈췄다

'레고랜드 사태' 거대한 후폭풍.. 부동산PF가 멈췄다

[레고랜드 총정리] 김진태 강원지사의 디폴트부터, 증권·건설사 도미노 부도 공포까지

2022. 11. 16 공유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대혼돈.. 자금시장 급경색

[intro] 레고랜드는 어떻게 개발됐나

일러스트=정기현 기자
일러스트=정기현 기자

레고랜드는 강원도 춘천시 하중도에 건설된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입니다. 2011년 강원도와 영국 멀린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합의각서를 맺으며 시작됐죠. 처음엔 춘천시 의암호에 건설하기로 하였으나 건설 부지에서 청동시시대 유적이 발견되면서 첫번째 위기를 맞습니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강원도가 레고랜드 개발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 엘엘개발 대표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는 일이 발생하죠.

지지부진하던 개발사업은 2017년 문화재청이 유적보존을 조건부로 사업을 허가하면서 물꼬를 틉니다. 엘엘개발도 사명을 강원중도개발공사(GJC)로 변경하면서 본궤도에 오릅니다. 2018년 강원도와 멀린사가 총괄개발협약을 맺습니다. 멀린사가 2200억원, GJC가 800억원을 투자하여 멀린사가 직접 개발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됩니다. 그러나 GJC가 투자 후 받기로 한 수익은 도의회에는 30.8%로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3% 수준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강원도 소유의 부지를 레고랜드가 50년간 무상임대하는 형식의 계약으로 외국계 기업에 유리한 불공정 계약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2020년 강원도는 자금조달을 위해 특수목적법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고 2050억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합니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부도를 선언한 바로 그 어음입니다.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강원도에는 일자리와 경제활성화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했던 레고랜드는 올해 5월 5일 개장했습니다. 연간 예상 방문객 200만명, 5900억원의 생산 유발효과를 기대하면서요. 그러나 개장 이후 6개월 동안 방문객수는 70만명에 그칩니다. 내년 1월부터 3개월간은 동절기 휴장에 들어가고요. 10년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연 레고랜드의 6개월 성적표 입니다.

김진태의 디폴트 "레고랜드 보증채무 불이행"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일지 /연합뉴스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일지 /연합뉴스

9월 29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돌발 선언을 합니다. 강원도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사업을 하던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법원 회생 신청을 합니다. 강원도는 GJC의 지분을 44% 보유한 대주주입니다.

강원도는 GJC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 추진을 위해 2020년 BNK투자증권을 통해 2050억원 규모 유동화증권(ABCP)을 발행할 때 채무 보증을 섭니다. 19개 법인 고객이 증권사 10곳과 자산운용사 1곳을 통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ABCP를 발행한 특수목적회사(SPC)인 아이원제일차는 9월말 만기를 앞두고 차환 발행 대신 기초자산인 GJC 대출채권 상환이 불가하다고 기관들에 통보합니다. 결국 10월 5일 최종부도 처리 됩니다.

김 지사는 강원도가 보증을 선 ABCP에 대해 채무 미이행을 선언합니다. 김 지사는 "강원도가 안고 있는 2050억원의 보증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도개발공사 회생을 신청하기로 했다"며 "법정 관리인이 제값을 받고 공사의 자산을 잘 매각하면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 지사는 이때까지 후폭풍을 전혀 예상하지 못합니다.

금리 인상에 채권시장은 이미 ‘살얼음판‘

채권시장은 9월부터 이미 살얼음판이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전쟁 중인 미국은 고강도 통화긴축에 나섭니다.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달러화 가치가 치솟았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코스피가 급락했죠. 한미 금리격차를 우려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합니다.

한미 기준금리 인상 전망 /그래픽=정기현 기자
한미 기준금리 인상 전망 /그래픽=정기현 기자

금융시장 안팎에선 우리 시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 가는 위기국면이라는 우려가 번졌습니다. 곧바로 영향을 받은 건 기업들의 자금조달입니다. 채권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회사채 발행과 유통에 차질이 예상되면서 신용경색 우려가 커진 상태였습니다.

레고랜드 사태에 채권시장 순식간에 동결

9월 30일 한국 국채수익률이 표시판 /연합뉴스
9월 30일 한국 국채수익률이 표시판 /연합뉴스

강원도의 레고랜드 디폴트 선언에 채권시장은 대혼돈에 빠집니다.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채권이 부도에 이르면서 '채권=안전자산'이란 시장의 공식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혼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지방정부가 담보한 채권도 떼일 수 있다는 사례가 되자 ABCP와 기업어음(CP), 회사채 등 자금조달 창구는 순식간에 얼어붙습니다. 2000억짜리 부도사태에 3000조 채권시장이 송두리째 위기를 맞게 된 셈입니다.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합니다. 10년물과 20년물 금리는 연고점을 돌파하죠. 2011년 이후 최고수준입니다. 부동산 경기마저 침체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됩니다. 특히 건설사업 자금을 확보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며 건설사와 증권사가 줄도산 할 수 있다는 루머까지 돌게 됩니다.

회사채 시장에선 초유의 사태가 벌어집니다. 초우량 공채로 평가받는 한국전력과 한국도로공사의 채권 발행이 흥행에 실패합니다. 한국전력공사는 2년 만기 회사채 2천억원어치를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물량을 다 채우지 못하고 6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데 그칩니다. 발행 금리는 5.9%로 6%대에 육박했죠. 이는 2008년 11월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한전채 미달사태는 기업 자금조달 시장에 공포를 키웠습니다.

한국전력 회사채 유찰 현황 /연합뉴스
한국전력 회사채 유찰 현황 /연합뉴스

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도 후폭풍이 불어닥칩니다. '이제 지자체도 못 믿는다'는 불신이 시장에 급속히 퍼지면서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압박받는 지방 공기업의 경영 상황에 '비상등'이 켜집니다. 10월 27일 인천도시공사는 최근 500억원 규모로 3년물 공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으나, 투자자를 찾지 못해 계획을 접습니다. 인천도시공사 채권 신용등급은 'AAA'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AA+'로 우량 공사채에 속하지만, 목표액의 불과 20%인 100억여원의 자금만 들어왔답니다. 경기도 과천도시공사 또한 3기 신도시 사업 중 하나인 과천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자 최근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나, 이중 400억원은 유찰됩니다. 과천도시공사에서 발행한 회사채가 유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발행금리도 치솟았죠. 강동구 둔촌주공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 발행 물량은 현대·롯데·대우건설이 대출채권에 대해 연대보증을 했지만, 연 12% 금리에 발행합니다. 이는 기존 발행 금리(3.55∼4.47%)의 3배에 이릅니다.

우량 공기업이 발행한 채권의 유찰 사례가 나오고 금리가 급등하는 등 '돈맥경화' 현상이 확산하면서,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대규모 개발 사업의 차질 또한 불가피해집니다.

2000억 레고랜드 부도사태에 '50조 혈세' 투입

3주만에 등판한 정부 ‘50조+α‘ 유동성 투입

강원도의 디폴트선언 3주가 지난 10월 21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진화에 나섭니다. 추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 상황에 대해 필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정치적 접근을 경계하는 답변합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국세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국세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틀 뒤, 정부는 강원도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해소를 위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합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입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펀드(PF) 시장 불안에 적극 대응하겠다"면서 "모든 지자체가 매입 보증을 확약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감원이 여러 정보를 잘 챙기고 있다면서 "몇 가지 이슈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시장교란적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있다"며 가짜뉴스를 경고합니다.

"레고랜드사태, 몰랐다"는 금융당국... ‘A1 등급‘ 준 신평사

레고랜드 사태 진화를 위해 50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소식에도 채권시장 불안은 꺼지지 않습니다. 시장은 당장 숨통만 틔울 단기처방이라며 금융당국의 위기대응 능력에 눈초리를 보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사태가 이지경이 될 때까지 금융당국은 뭐했냐는 질타가 나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0월 24일 국회 정무위 종합감사에 출석해 "강원도에서 이런 상황이 날 줄은 몰랐다"면서 "우리와 협의한 건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힙니다. 강원도가 이런 파장을 예상 못했을 거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지자체가 시장의 신뢰를 저버린데 영향이 있었다고 덧붙이죠.

신용평가사도 제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부도 처리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부여된 신용등급은 A1으로 기업어음 신용평가 등급체계상 가장 우량한 등급입니다. 신용평사가들은 ABCP 상환불능 상태가 된 9월 30일 신용등급을 'C'로 하향조정합니다. 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회생절차 신청 방침이 나온 뒤라 늑장 대응이라는 평가입니다.

ABCP를 발행하기 전부터 '아이원제일차'에 대한 등급평가를 거절하는 신평사들이 있었습니다. 레고랜드를 개발하는 10년동안 우여곡절이 많았고 자금조달에도 난항을 겪었었죠. 그럼에도 A1 등급을 매긴 건 지방자치단체인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섰기 때문이었죠.

"조금 죄송하게 됐다" 김진태 강원지사 뒤늦은 수습

레고랜드 부도사태 후폭풍이 거세지자 베트남에서 하루 앞당거 귀국한 김진태 강원도지사. /뉴스1
레고랜드 부도사태 후폭풍이 거세지자 베트남에서 하루 앞당거 귀국한 김진태 강원도지사. /뉴스1

김진태 강원지사는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보증 채무를 계약대로 이행하겠다고 뒤늦게 수습에 나섭니다. 김 지사는 10월 6일 "대출 채무를 갚아나가겠으니 금융권은 전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진화합니다.

그러나 채권시장의 혼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증권·건설사의 연쇄부도설까지 번집니다.

베트남으로 출장 갔던 김 지사가 10월 27일 급거 귀국하여 또 한번 유감 표명을 합니다. 김 지사는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해서 12월 15일까지 갚겠다"고 약속합니다.

레고랜드 사태로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한 데에는 "조금 미안하다. 어찌 됐든 전혀 본의가 아닌데도 사태가 이런 식으로 흘러오니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합니다. 레고랜드의 지급보증을 철회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최문순 전 강원지사에게 타격을 입혀보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전혀 없었다. 정치적으로 공격해서 저한테 득이 될 게 없다"고 답합니다. 김 지사도 사태가 이렇게 커진데 대해 당혹해 합니다.

정치권은 레고랜드 사태 "최문순 탓 vs 김진태 탓" 책임공방

채권시장 자금경색이 깊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김진태 지사에서 '경제를 알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경알못' 프레임을 씌웁니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부도처리 한데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며 추궁합니다.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최문순 전 강원지사의 실책이라고 반격하죠. '보증을 선게 잘못 vs 배째라 팽게친게 잘못' 누구 책임이 더 크냐는 겁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뉴시스
김진태 강원도지사 /뉴시스

민주당은 "경제에 무지한 단체장이 오직 정치적 목적으로 전임자 흠집내기에 나섰다가 국가 경제에 중대한 피해만 입혔다"고 비판합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시장이 발작을 일으킨 후에야 늑장 대책, 뒷북 대책, 찔끔 대책을 내놓은 윤석열 정부에 과연 경제위기 극복 의지나 있기는 한 것이냐"고 책임을 돌립니다.

퇴임 전 뉴시스와 인터뷰하는 최문순 전 지사 /뉴시스
퇴임 전 뉴시스와 인터뷰하는 최문순 전 지사 /뉴시스

국민의힘도 반격합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의 '퍼주기식 포퓰리즘 리스크'가 채권 시장에 폭탄을 던졌다"며 "그 시발점은 8년 전 최문순 강원도정이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도 없이 무책임하게 밀어붙인 '레고랜드 채무 떠안기'"라고 말이죠. 당시 최문순 지사 시절 도의회 승인을 생략하고 레고랜드의 2050억원 채무에 보증을 섰기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겁니다.

춘천중도선사유적지보존본부 회원들이 2019년 4월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강원도의 춘천레고랜드 MDA 800억 위법투자 백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춘천중도선사유적지보존본부 회원들이 2019년 4월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강원도의 춘천레고랜드 MDA 800억 위법투자 백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레고랜드발 부동산PF 시한폭탄.. 도미노 부도 공포

부동산PF 150조원.. 약한고리 제2금융부터 부실위기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직격탄을 맞습니다. 금융시장의 화약고로 지목된 부동산 PF 시장은 최근 수년간 몸집을 불린 상태입니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기준 112조원에 달하고 PF유동화증권 등을 합치면 150조원대로 추산됩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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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의 시선은 제2금융권에 쏠립니다. 제2금융권은 사업인허가 전 단계에서 시행된 뒤 추후 본 PF 대출을 통해 상환되는 '브릿지론'의 취급 비중이 큰데, 올해 하반기 이후 전 금융권에서 PF 실행을 중단하면서 브릿지론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인데요.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의 PF 관련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올 상반기 말 기준 2289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고 보험사의 부동산 PF대출 부실채권비율 역시 6월 말 0.33%로 작년 말(0.07%)보다 5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PF 유동화증권들이 팔리지 않을 경우 증권사는 직접 매입 해야 합니다. 아직은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으로 차환발행 물량이 어렵게 소화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시기가 더 길어진다면 차환 발행 중단에 의한 건설사, 증권사 신용위험이 커지게 될 것이라며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잔치 끝났다" 증권사 구조조정 인원감축 칼바람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으로 증권사들이 사실상 구조조정에 들어갑니다. 자금이 부족한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금리를 두 배 높인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 발행으로 연명하면서 돈이 될만한 자산부터 내다 팔기 시작합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 /사진=김범석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 /사진=김범석 기자

전문가들은 자금 경색이 계속되면 연내 중소형 건설사 부도에 이어 중소 증권사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건설사와 마찬가지로 지방 PF를 취급한 중소형 증권사부터 벼랑끝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거죠.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8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자기자본 대비 모니터링 익스포저(분양형 부동산 익스포저 중 손실 위험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비율이 높은 증권사는 다올투자증권(26%), 하이투자증권(26%), 교보증권(21%) 등 순입니다.

증권사의 유동성 리스크는 이미 진행 중입니다. 증권사들은 만기 PF채권을 담보로 ABCP나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를 발행해왔는데, 투자심리 악화로 차환이 되지 않는 사례가 최근 속출했죠. 한국투자증권은 10월 19일 만기된 완주 PF ABCP를 전액 매입했습니다. 완주군이 지급보증을 섰지만, 투자자들이 차환을 거부하면서 주관사가 자체자금으로 사들인 것이죠. 교보증권은 12일 만기된 천안 북부BIT리치제일차 자산유동화 ABSTB를 전액 매입했고 현대차증권도 신용보강한 전단채중 19일 만기인 물량 일부가 차환 발행이 안돼 자체자금으로 막았습니다.

증권사 부동산 PF현황 /fnDB
증권사 부동산 PF현황 /fnDB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차환 위험에 건설, 증권 관련 투자심리는 이미 악화할 대로 악화했죠. "○○증권사 매물로 나왔다"는 짜라시들이 시장에 유포되면서 언급된 증권사와 건설사뿐만 아니라 업종 전체가 주가 급락 등 피해를 봅니다. 금융감독원은 10월 20일 한국거래소와 등과 합동 단속반을 꾸리고 악성 루머 유포 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기에 나섭니다. 정보지의 이런 매각 소식은 아직까지는 가짜뉴스지만, 곧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시장의 분위기입니다. 증권업계는 연말을 앞두고 인원감축 등 몸집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부동산PF 돈줄 막힌 건설사 ‘연쇄 부도‘ 공포

건설사들은 최악의 시련을 맞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크게 늘어난데다 잘 나가던 분양시장마저 고꾸라집니다. 여기에 자금조달 창구까지 막혀버린 거죠. 건설산업의 주요 자금줄인 PF가 하반기부터 올스톱되면서 신규 사업 중단사태가 속출 합니다.

한 부동산 시행사는 서울에서 토지 매입을 추진하다가 PF를 일으키지 못해 사실상 '땅작업'을 중단합니다. 연초에 3.5%였던 증권사 PF 대출금리가 지금 선순위 대출은 10%, 후순위 대출은 20%까지 치솟았는데도 대출을 해주겠다는 곳이 없습니다. 또다른 시행사는 대구에서 준비하던 신규 분양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대구지역 집값 하락으로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현장 /뉴시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현장 /뉴시스

건설업계는 PF 부실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우려합니다. 금리가 계속 오르는데 PF 대출은 막혔고, 공사비는 최근 20∼30%씩 상승한 상태여서 현금 동원력이 없는 중소형 시행사들은 버틸 재간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정부가 선제대응하지 않으면 건설업계는 물론이고 우리 국가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대형 건설사들도 휘청거리긴 마찬가지 입니다. 시공능력평가 8위의 롯데건설이 자금난을 겪습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정비사업의 분양이 늦어지면서 우발채무가 발생한 탓이죠. 롯데건설은 운영자금 안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10월 18일 유상증자 2천억원을 시작으로 11월까지 계열사들에게 차입을 받습니다. 롯데캐피탈에서 5000억원, 롯데홈쇼핑서 1000억원 등 롯데건설은 한 달 만에 현금자산만 1조1000억원에 끌어모았습니다. 시장에서는 롯데건설의 부도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룹사의 손을 빌릴 수 있는 롯데건설의 부도 가능성은 적다고 보입니다. 전문가들 역시 진짜 '돈맥경화'의 위험은 작은 규모의 '나홀로' 건설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월별 주택 종합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추이 /fnDB
월별 주택 종합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추이 /fnDB

이런 우려는 11월 들어 더 현실화 됩니다. 일부 중견 건설사는 자금난이 심화하며 부도설까지 돌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태에서 집값 하락으로 신규 분양률이 저조하고, 입주율까지 떨어지며 자금 회수에 어려움이 커진 때문이죠. 시행사, 건설회사, 하청업체들까지 줄줄이 타격이 예상됩니다. 현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형 건설사부터 연쇄 부도 공포가 엄습하고 있습니다.

"돈 벌땐 언제고".. 금융·건설사 ‘도덕적 해이‘ 논란

레고랜드 부도사태로 인해 정부가 50조원이 넘는 유동성 공급 방안을 발표했음에도 금융투자업계는 한은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채안펀드로는 한계가 있다는거죠. 이들은 한은의 무제한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과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 증권금융 유동성 공급 등의 대책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한은 발권력 등을 동원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및 코로나19 위기 때 시행한 강력한 수준의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는 겁니다.

부동산시장 정상화 방안 주요내용 /연합뉴스
부동산시장 정상화 방안 주요내용 /연합뉴스

경제전문가들은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합니다. 정부와 한은이 특정 금융사를 분별없이 구제해주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입니다. 초저금리시대,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건설사·사업시행사와 금융회사는 부동산 PF 대출·보증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터지자 정부·한은이 직접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은 명분이 떨어진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현재 자금시장 불안이 금융·부동산 시장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시장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정부는 현재 지금의 위기가 제1금융권이나 고용시장으로 전이될 이슈는 아니라는 판단하지만 부동산 시장과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결국 어느 정도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금융·부동산 시장의 불똥이 경제 전반으로 번기지 전에 말입니다.

김정순 기자elena78@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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